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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07화 (207/379)
  • 207화

    기-이잉.

    태운의 손끝에서 메테리얼이 빛을 뿜더니 순식간에 고체화되어 땅에 떨어졌다.

    “오오…. 룬석을 이렇게 만드는구나….”

    태운은 길드원들의 합동 훈련을 끝내고 지하 훈련장에서 룬석을 만들고 있었다.

    어차피 신영 그룹에 룬석을 공급해야 하고 룬석을 많이 만들어보아야 개량을 할 단서를 찾을 수 있으니까.

    찬영은 룬석을 써보고 룬석에 관심을 가져 한번 구경이나 해보겠다며 남은 것이다.

    “방금 만든 룬석에는 어떤 마법이 담겨 있어?”

    “이건 단순히 매직 건이야.”

    “매직 건? 엄청 간단한 걸 담아놨네.”

    찬영은 뭔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매직 건은 딱히 교육을 받지 않아도 감각과 수식만 알면 쓸 수 있는 최하급 마법이었으니까.

    “지금 위력이 높은 마법을 룬석으로 만들기에는 좀 불안해서 말이지.”

    “그런가?”

    “당연하지. 조금의 마나 반응만 있어도 마법이 시전되는 게 지금의 룬석이야. 자신의 마나를 갈무리할 수 없는, 교육받지 않은 각성자가 주변에 있으면 터질 수도 있단 말이지.”찬영은 태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룬석은 굉장히 위험한 물건이었다.

    만약 태운이 체인 익스플로전이라도 룬석에 담아두었다가 고층 건물에서 터지기라도 한다면 대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체인 익스플로전은 웬만한 마법 계열 헌터라면 쓸 수 있는 흔한 마법인데도 말이지….’태운이 팔려고 하는 것은 자신이 만든 고위력의 마법들이다.

    대신 그 마법들을 룬석으로 만들기 전에 룬석 자체의 안정성을 높여야만 한다.

    “그렇긴 하네. 근데 일주일 후에 유통 시작한다고 하지 않았어?”“응, 대신 마나 차단 상자에 하나씩 보관하고 유통하기로 했지. 물론 범죄 기록이나 특이 사항에 오점이 하나라도 발견된 사람한테는 판매를 금지했어,”“흠…. 헌터 협회에선 뭐라고 안 해? 안 알렸나 봐?”“당연히 알렸지. 지금 이 룬석을 총기 소지와 동급으로 보고 규정을 만들고 있어. 내가 좀 부탁해서 그전에도 어느 정도 규정을 정해서 팔겠다고 하긴 했지.”

    “음… 그렇구나….”

    “어차피 매직 건이니까. 그렇게 위험한 수준의 마법은 아니야.”태운이 룬석으로 만든 매직 건의 위력은 고무 총탄을 장전한 권총 수준이다.

    ‘고무 총탄 수준이라고는 해도 안면에 맞으면 안면이 무너져내리거나 급소에 맞으면 죽을 수도 있지만 말이지.’사실 매직 건도 태운이 직접 사용하면 두꺼운 벽도 뚫어 버릴 수 있지만 그렇게 과하게 위력을 높일 이유는 없었다.

    지금 단계에서 판매하는 룬석은 단순히 부호들의 유희거리나 일반인들의 호신용품이었으니까.

    ‘사실 일반인들이 하나에 100만 원 가까이 하는 룬석을 쓸 리가 없지…. 부자들이 클레이 사격하듯이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서 유희거리로 쓸 거야.’부자들은 한 발에 100만 원에 가까운 룬석도 기꺼이 구매해 사용할 것이다.

    마법을 쓴다는 것 자체에 그만큼의 매력이 있으니까.

    ‘약간의 뽐내기도 되겠지.’

    첫날은 300개 한정 판매를 할 생각이니 정보가 빠른 사람이 구매를 할 것이고 그 사람에 의해 입소문이 퍼지며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이런 확실한 상품은 직접 하는 홍보보다 입소문을 통한 홍보가 속도는 느릴지언정 확실한 법이니까.

    “으흠…. 그래서 룬석의 안정성을 높일 방법은 찾았어?”찬영의 질문에 태운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게 좀 복잡해. 마나의 반응 감도를 낮춰서 적은 양의 마나로는 반응하지 않게 하려고 해도….”“그러면 네 의도와는 다르게 일반인을 쓸 수 없게 되는 거지?”

    “오, 못 본 사이에 똑똑해졌네?”

    “내가 좀 그래.”

    찬영이 웃으면 뽐내고 있을 때 태운은 계속해서 룬석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트리거를 바꿔볼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에테르의 특징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으니….”지금까지 태운이 알아낸 에테르의 특징은 몇 개 되지 않았다.

    일반 마나에 에테르를 주입하면 변이된 마나가 된다는 것.

    에테르는 고체화할 수 있다는 것.

    마나에 에테르의 비율이 높아지면 마법의 위력이 높아진다는 것.

    태운이 알아낸 것은 이 정도뿐이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건 일반적인 마나에 에테르를 주입하면 변이된 마나가 된다는 거지. 덕분에 일반 마나를 뛰어넘는 가변성을 요구하는 마법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즉, 변이된 마나가 아니라면 태운이 만든 몇몇 마법은 시전조차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잠깐….”

    “뭐가? 떠올랐어?”

    태운의 생각이 거기에 다다르자 순간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지금의 룬석은 마나의 수식을 완성시킨 상태에서 높은 에테르의 농도를 이용해 마법 자체를 굳혀놓은 거야.’태운의 발상은 이랬다.

    에테르를 섞지 않고 만들어진 메테리얼로 요구 가변성이 높은 마법을 시전하면 시전이 되지 않고 마나가 흩어져 메테리얼이 소멸한다.

    ‘그때 내가 에테르 농도가 높은 마나로 겉을 굳혀 버리는 거야. 그다음 외부 마나 반응을 아예 없애 버리는 거지.’그렇게 하면 어떻게 룬석을 발동시키냐고 물을 수 있지만 그것 또한 간단하다.

    굳어진 에테르 마나 안에 활성화 상태로 갇혀 있는 마나들, 그 마나들은 변이된 마나가 아니기 때문에 요구 가변성이 높은 마법이 시전되지 않는다.

    ‘그때 겉을 감싸고 있는 굳어진 에테르 마나를 안에 있는 마나와 섞이게 한다면?’그대로 안에 갇혀 있던 마나는 변이된 마나가 되어 수식대로 마법이 시전될 것이다.

    “내 이론대로만 된다면… 이제 에테르를 안에 있는 마나에 흘려넣을 트리거만 찾으면 된다….”

    “뭐라고? 크게 말해봐.”

    속으로 이야기하던 태운은 자신도 모르게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왔고 찬영은 그런 태운의 말을 듣고 되물었다.

    “에테르…? 그건 또 뭐야?”

    “어… 음….”

    태운은 아직 에테르에 대해 전대섭과 허덕륜에게만 말해두었다.

    아직은 세상에 알릴 때가 아니라는 전대섭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

    ‘그래도 찬영이한테는 말해도 되겠지…?’

    찬영이 어디 가서 태운의 밑천을 떠벌리고 다른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에테르는 내가 최근에 얻은 마나의 진화 형태야.”

    “마나의 진화 형태…?”

    찬영은 거기까지만 듣고도 에테르의 비교 대상을 하나 꺼내왔다.

    “오, 오러 같은 거… 말하는 거야?”

    “어, 그, 그래….”

    찬영의 과한 반응에 태운도 당황했다.

    “와… 진짜 갑자기 어지럽네…. 얼마나 멀리 가려는 거야?”찬영은 자신이 앉은 의자를 뒤로 넘기면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긴… 상위급 A급 헌터들 전부 커버하면서 합 맞추려면 그 정도는 해야지….”찬영은 다시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전대섭 선생님이랑 너랑 싸우면 누가 이기냐?”“또 헛소리하고 있네. 내가 전대섭 선생님을 어떻게 이기냐?”전대섭은 에테르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마법보다 수준이 높은 마법을 사용한다.

    그 덕분에 에테르나 변이된 마나 없이도 인지를 뛰어넘는 엄청난 마법들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전대섭은 그러한 마법을 스스로 ‘마도’라고 부르고 있다.

    “내가 에테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모를까. 지금은 절대 못 이겨.”

    “아쉽네….”

    “그리고 좀 건방져 보일 수는 있는데 전대섭 선생님이랑 나랑 전력으로 붙으면 도시 하나는 그냥 날아가.”

    “허… 개 재수 없어.”

    “그럴 줄 알았다.”

    태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한 시간이 넘게 룬석을 만들고 있으니 온몸이 근질근질했다.

    “일단 일어나 봐.”

    태운은 찬영을 일으켜 세우더니 목검을 쥐여주었다.

    “잠깐 생각 정리도 할 겸 몸이나 움직이려고.”찬영은 목검을 쥐자마자 웃으며 태운을 노려보았다.

    “간만 한번 해보자고?”

    “아까 보니까 검술은 영 아니던데?”

    “도발하는 거야?”

    태운은 씨익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마법 봉인, 오로지 검으로만.”

    “콜.”

    타악!

    찬영의 동의가 이루어지자 태운은 순식간에 찬영에게 날아가 검을 휘둘렀다.

    찬영도 순간 빠르게 반응해 태운의 검을 막아내었다.

    “기습이라니 너무하네.”

    “난 마법 계열이잖아. 이 정돈 넘어가 줘라.”

    “웃기고 있네.”

    찬영은 힘겨루기를 하며 맞대고 있던 검을 흘려내고 한 번 더 검을 휘둘렀다.

    타악! 탁! 타악!

    고요한 지하 훈련장에 태운과 찬영의 숨소리와 목검이 부딪치는 소리만이 들렸다.

    쾅!

    가끔 목검에서 나면 안 될 것 같은 소리가 나긴 했지만 목검은 부러지지 않고 멀쩡했다.

    태운이 대련 전에 목검에 물리 충격을 50% 감소해주는 마법과 강도와 경도가 상승하는 마법을 걸어두었기 때문이다.

    휘-릭!

    찬영은 창을 쓰던 습관 때문인지 찌르기 위주의 독특한 검술을 구사했다.

    ‘이것도 나름대로 위협적인데…?’

    찌르기는 점 공격이기 때문에 선 공격인 베기와는 달리 막는 것보다 피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을 의식해 피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을 때 가끔 날아드는 위협적인 베기, 태운도 순간 깜짝 놀랐다.

    공격의 패턴을 보니 주 무기인 창을 사용하던 습관에서 비롯된 찌르기는 아닌 것 같았다.

    ‘많이 연구했나 보네.’

    검을 맞대어보니 이 검술은 찬영이 많은 연구를 하며 이뤄낸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위력적이고 직선적인 창의 찌르기와 달리 찬영의 검은 가볍고 날카로우며 유려한 찌르기를 선보였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전투를 빠르게 끝내려는 과거의 찬영이와는 많이 달라졌어. 찌르기 자체로도 위협적이지만 이걸로 끝내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어. 찌르기를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운용하고 있어.’만약 명운전 당시에 찬영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차분히 전투를 풀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면 태운이 쉽게 승리를 차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많이 성장했네.’

    지금의 찬영은 굉장히 답답한 상태일 것이다.

    기술에서의 발전은 이루고 있지만 경지에서의 발전과 기량의 발전은 멈춰 있으니 말이다.

    ‘사실 지금의 찬영이가 계속해서 검과 창을 단련한다고 해도 힘이 크게 늘지는 않을 거야.’물론 실력이 늘면 힘의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B급 헌터 수준에서 A급 헌터 수준으로 넘어가려는 찬영은 만족하기 힘들 것이다.

    ‘벽이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겠지.’

    태운은 찬영의 검을 밀어내고 빠르게 휘둘렀다.

    찬영은 태운의 검을 어깨를 타고 흘려보낸 후 목검의 손잡이로 태운을 가격했다.

    빠악!

    “크윽….”

    어떻게든 막아 보려 했으나 찬영이 순식간에 공격 경로를 틀어 손목에 적중했다.

    태운은 욱신거리는 왼손을 내리고 오른손으로만 검을 잡았다.

    “후….”

    찬영의 검술이 대단한 것은 맞지만 태운도 웨폰 마스터리라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

    그 스킬은 검과 창, 박투술 등등 다양한 기술의 숙련도를 보여준다.

    지금 웨폰 마스터리의 레벨은 7.

    태운은 모든 무기술을 상급 6레벨만큼의 숙련도를 가지고 있다.

    그중 검술은 마스터한 수준이다.

    ‘창술이 특기인 녀석한테 질 생각은 없어.’태운은 한 손으로 검을 빠르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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