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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03화 (203/379)
  • 203화

    “오호… 또 재미있는 걸 만들어냈나 보군.”태운이 룬석을 꺼내자 신영철의 눈이 번뜩였다.

    50대 초반, 많지 않은 나이에 작은 회사를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으로 키운 사업가의 안목에 태운의 룬석이 걸려든 것이다.

    “회장님은 각성을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네만?”

    “이 물건은 이 마법을 익히지 않은 헌터는 물론 일반인들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물건입니다.”

    “음…?”

    신영철은 순간 태운이 사기를 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내 태운이 골렘을 만든 사람이라는 것을 떠올리고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번 사용해 보시겠습니까?”

    “재미있군. 그래 한번 해보지.”

    태운은 룬석과 최하급 마정석을 쥐여주고는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그러니까… 이 보석에 마정석을 툭 치기만 하면 된다는 건가?”“네, 그 안에 담겨 있는 마법은 화폭이라는 마법과 마나 스킨이라는 마법입니다.”

    “화폭? 들어본 적이 없는 마법인데.”

    “마법에도 관심이 있으신가 보군요.”

    일반인들은 마법의 종류를 잘 알지 못한다.

    군대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총의 이름을 외우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내 딸이 마법 계열 헌터니 말이야. 그 정도는 알고 있네.”“아, 그러시군요. 화폭은 제가 만든 마법입니다. 시전되면 폭발하면서 마나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가는 마법입니다. 피아 식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몸에 마나 방어막을 씌워주는 마법인 마나 스킨도 같이 넣어놓았습니다.”

    “오호… 믿어도 되겠지?”

    “제가 겁도 없이 이상한 짓을 했겠습니까.”

    “하긴, 그렇군.”

    태운은 신영철이 룬석을 사용하기 전에 사무실에 손상이 가지 않게끔 방어막을 쳐두었다.

    신영철은 태운의 반응을 보고 물었다.

    “방금 무슨 짓을 했나?”

    “사무실 벽과 천장, 바닥에 방어막을 사용했습니다.”

    “말을 하지 그랬나.”

    신영철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전화기를 들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경호실장, 내 방에 마나 반응이 있었을 거야. 지금 강태운 헌터가 내 사무실에 벽을 씌운 거니 신경 쓰지 않아도… 음…? 마나 반응이 없었다고? 음음, 알겠네. 앞으로 마나 반응이 있어도 딱히 내려와 보지 않아도 돼.”태운은 신영철의 통화 내용에서 의아한 부분을 찾아냈다.

    ‘마나 반응이 없었다고…?’

    태운은 분명 마법을 사용했었다.

    아무리 마나 컨트롤을 잘해도 마법을 사용하면 사용하는 순간 마나가 흘러나오기 마련이다.

    물론, 태운은 마나 컨트롤을 굉장히 잘하는 편으로, 작은 마법을 사용할 경우 사람이 잡아내기 굉장히 힘들 정도로 적은 양의 마나만 흘린다.

    하지만 기계나 탐지기를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한없이 0에 가까운 마나양도 잡아내는 것이 마나 반응 탐지기였으니까.

    게다가 신영 그룹 회장실에 설치할 정도의 탐지기라면 성능이 좋은 편일 것이다.

    그럼에도 태운의 마나를 탐지하지 못한 것이다.

    ‘이것도 에테르의 효과인가?’

    마나 탐지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건 단순히 몰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

    ‘마법을 사용할 때 마나를 흘리지 않는다는 건… 마법을 쓸 때 조금의 마나 손실도 없다는 거지.’그만큼 마나의 효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점은 크고 위력이 강한 마법을 사용할 때 더욱 큰 효율을 보일 것이다.

    ‘사실 나도 10만 이상의 마나를 사용하는 미법을 쓸 때는 흘러나가는 마나의 양만 2~3,000이 넘어갈 정도이니까.’그 마나가 마법에 온전히 담긴다면?

    마법의 위력이 상당히 올라갈 것이다.

    ‘에테르를 가진 것만으로 이 정도라니… 엄청난데?’태운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신영철이 말을 걸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나?”

    “아, 죄송합니다.”

    “이상하군. 분명 마법을 썼다고 했는데 마나 감지가 안 되다니.”“그러게 말입니다. 한번 점검을 해보는 게 어떠십니까.”

    “그래야겠군.”

    신영철은 그렇게 말하고는 잠깐 내려놓았던 룬석을 집어 들었다.

    “여튼 재미있겠군. 어려서부터 마법을 한번 써보고는 싶었단 말이지. 나이를 먹은 후에도 세상이 이렇게 되자 관심이 생기긴 하더군.”

    “마법이 그런 매력이 있긴 하죠.”

    신영철은 룬석에 마정석을 가져갔다.

    파지직!

    펑!

    그러자 룬석에서 화폭이 시전되었다.

    허공에서 마법이 폭발하며 공기 중 마나 파편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신영철은 자신의 눈앞으로 날아오는 반투명한 마나 파편을 보고는 움찔했지만 마나 스킨이 막아주어 상처가 나지는 않았다.

    “호오… 재미있구나.”

    “지금은 제가 설정해놓은 위치에 자동으로 마법이 시전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연구를 해서 룬석을 사용하는 사람이 마법의 상세까지 설정할 수 있게끔 개량할 생각입니다.”“흠… 하나당 가격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마법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방금 사용하신 룬석은 300만 원 정도에 팔 생각입니다.”“그 정도 가격이면… 재산가들의 유희로도 사용할 수 있겠군.”신영철이 룬석을 사용한 후, 태운은 방 안을 둘러두었던 방어막을 해제했다.

    그러고는 본론으로 넘어갔다.

    “이 룬석의 독점 유통권을 신영 물산에 팔고 싶습니다.”

    “굉장히 매력적이군. 얼마에 팔고 싶나?”

    “3,000억 정도에 팔고 싶습니다.”

    “흠…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물품은 아닌 것 같네만. 자세한 걸 이야기해 보게.”돈 이야기가 나오자 신영철의 눈빛이 확 바뀌었다.

    “룬석에는 종류가 많습니다. 헌터들에게 팔 생각인 룬석도 있는데 그 룬석은 강력한 마법이 담겨 있는 만큼 가격이 비쌉니다. 어떤 마법이 담겨 있나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천만 원 단위에서 억 단위의 가치를 가지고 있죠.”“음… 소비자 판매 가격은 어느 정도가 좋을 것 같나?”“저에게서 살 때의 가격에 1~20% 정도만 붙여서 팔면 잘 팔릴 것 같습니다.”

    “공급량은?”

    “일주일에 1,000개 정도가 한계일 것 같군요. 만들 수 있는 사람도 저뿐이라 공급이 불규칙적일 겁니다.”

    “흠… 기술을 가르쳐 줄 생각은 없나?”

    “없습니다. 가르쳐드려도 만드실 수 없을 테니까요.”

    “그렇군….”

    신영철은 대충 계산이 끝났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제시한 3,000억에 500억을 더 얹어서 3,500억에 사겠네.”태운은 돈을 더 얹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는지 살짝 당황했지만 신영철이 돈을 더 얹은 이유를 알려주었다.

    “룬석이 마음에 든 것도 있지만 자네가 앞으로 이런 것을 계속 만들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자네가 만들 물건을 앞으로도 유통하고 싶거든. 앞으로도 계속 찾아와주게. 우리 신영 그룹은 언제나 자네가 제시한 금액에 돈을 더 얹어서 사겠네.”태운은 그 말에 신영철 회장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우리는 돈을 더 얹어서 살 테니 앞으로 이런 혁신적인 물품을 만들게 되면 언제든 찾아와라’라는 뜻이었다.

    “감사합니다.”

    “계약서는 우리 쪽에서 준비하겠네. 김 비서가 마음에 든다고 했었지? 그 친구를 통해서 보내겠네.”

    “배려 감사합니다.”

    태운은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한 번 숙였다.

    “그럼 전 이만….”

    “어딜 가나? 이제 투자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겠나.”

    “네?”

    태운은 분명 투자금이 부담스러워 거절한다고 했었다.

    “이젠 1,000억 정도는 감당 가능하겠지?”

    “흠… 초기 비용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장이 빨라지겠지만… 그 돈은 여전히 부담스럽습니다.”

    “흠….”

    신영철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투자금을 명목으로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게 있었건만… 그냥 한 가지 부탁을 해야겠군.”

    “네?”

    신영철은 투자금을 명목으로 태운에게 한 가지 원하는 게 있었던 것이다.

    “내 한 가지 부탁 하나 하겠네. 내 막내딸… 가연이를 길드에 넣어줄 수 있겠나?”

    “가연이 누나를요…?”

    신영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연이도 슬슬 길드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왔네. 반년 후면 마스터 등급도 졸업할 생각인 듯하니까.”신가연은 원래 익스퍼트 급에서 졸업할 생각이었지만 뜻하지 않게 마스터급으로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마스터 등급 학생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헌터 길드는 너무 불안하더군. 유명 길드일수록 귀에 들려오는 안 좋은 이야기가 많아서 말이야.”

    “그렇군요.”

    태운은 헌터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어 대충 들은 게 있었다.

    이룬 것이 많은 헌터일수록 자신의 목숨을 더욱 아끼고 길드 내 입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가끔 신입 헌터나 유망한 헌터가 길드에 들어오면 실수를 빙자해 던전 안에서 위험에 빠뜨리거나 죽이기도 한다.

    그런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런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그래도 자네는 가연이를 지도한 적도 있고 친분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미래가 유망한 길드이니 충분히 매력이 있군.”“음… 알겠습니다. 어차피 제가 영입하고 싶은 헌터 리스트에 가연이 누나도 있었으니까요.”“고맙네. 그래도 투자는 하고 싶은데 말이야… 그럼 신영 그룹이 아닌 내 이름으로 100억만 투자하겠네. 이 정도면 부담스럽지는 않겠지?”

    “그 기대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신영철은 그제야 웃으며 태운에게 말했다.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태운은 그렇게 신영 그룹과의 거래를 만족스럽게 마칠 수 있었다.

    * * *

    태운과 찬영은 지하 훈련소에 앉아 신영 그룹과의 거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호… 투자 유치도 받았고 거래에도 성공했다 이거지?”“그렇지. 다행히 너한테도 계약금 많이 줄 수 있겠다.”

    “나한테는 계약금 많이 안 줘도 되는데.”

    “아니지. 너 정도 되는 헌터면 3년 계약에 최소 50억은 줘야지.”

    “헐, 그 정도나 준다고?”

    찬영은 자신에게 그 정도의 돈을 준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허허… 이 자식 아무리 세상 물정에 관심이 없다고해도… B급 헌터도 조금만 스타성 있으면 계약금으로 30억은 받는 세상이다. 너처럼 A급이 될 가능성만 있어도 50억은 받는다. 게다가 내가 아는 것만 해도 넌 곧 있으면 셀 헌터님처럼 오러도 사용할 텐데… 네가 내 친구만 아니었으면 너 잡으려고 100~200억은 썼을 거다.”

    “헐… 헌터 돈 겁나 잘 버는구나….”

    “얘 봐라… 보통 헌터 돈 잘 버는 거 알고 환상에 빠져서 아카데미 오지 않냐?”“돈 잘 버는 줄은 알았지만 그 정도인 줄은 몰랐지.”태운은 찬영의 순수함에 혀를 내둘렀다.

    “얘를 어쩌면 좋냐….”

    “야야, 알겠고. 길드 신청은 언제 할 거야?”“흐음… 나, 너, 창영우, 신가연 누나까지 4명은 모았는데… 나머지 한 명이 잘 안 구해지네…”“하긴… 첫 설립 멤버는 믿을 만한 사람을 구한다고 했었지?”“화제성도 띠고 있어야지. 나름 설립 길드원이니까.”설립 길드원의 라인업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길드에 지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화제성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랑 찬영이는 말할 것도 없지… 찬영이는 2차 각성 하자마자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으니까.’창영우는 창공 길드의 2군 공격대 중요 인물이었으며 신가연도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마스터 등급 졸업 예정자였으니까.

    “한 명이 부족한데….”

    그때, 찬영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 공전하 형이네. 이 형이 웬일이지?”

    “잠깐 공전하라고…?”

    태운은 그 이름을 듣고 바로 찬영의 휴대폰을 빼앗아 들었다.

    “형, 나 길드 만들려고 하는데 들어올래요?”-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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