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후… 성공한 건가…?”
태운은 3일간의 시도 끝에 에테르로 마법을 가둬놓는 데 성공했다.
“발상 자체는 간단했는데 그걸 구현하는 건 상당히 어려웠어.”에테르를 다루는 것은 마나를 다루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마나를 다루는 것이 중등 수학라고 한다면 에테르를 다루는 건 공학 수학이었다, 마나를 다루는 것과 에테르를 다루는 것의 난이도에는 그만큼의 차이가 있던 것이다.
태운이 가장 먼저 시도한 방법은 마법을 시전함과 동시에 메테리얼을 에테르로 둘러 강제로 막는 것이었다.
하지만 에테르를 다루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마법을 시전하고 완전히 시전되기 전, 찰나의 시간 안에 메테리얼에 에테르를 두르는 데 실패했다.
몇 번이고 다시 시도해 보았지만 도저히 진전이 없어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시전 도중인 마법이 완성되지 않은 메테리얼을 에테르로 둘러보기도 했지… 성공은 했지만 전혀 의미가 없었어.’그러한 방식으로 머법 구체를 만들더라도 그 마법 구체를 사용하려면 해당 마법 수식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마법 수식의 계산을 다시 해야 했기 때문에 마나가 들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이득이 없었다.
‘게다가 이 방식은 에테르가 너무 많이 들어.’마법을 시전 중인 메테리얼을 에테르로 둘러싸는 것은 효율이 좋지 못했다.
화폭 같이 마나를 고작 2~300 정도밖에 소모하지 않은 마법을 가둬두는 데 에테르가 30가량 소모되었기 때문이다.
‘에테르 30을 회복하려면 내가 가진 마나를 모두 사용해야 하니까….’물론, 마정석에서 흡수, 저장한 마나를 사용해도 에테르가 회복되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가성비가 좋지 못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태운이 고민 끝에 고안해낸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에테르를 고체 형태로 굳히는 방법을 알아내고 그 노하우를 깨달은 태운이 그것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태운은 마나에 에테르를 섞어 변이된 마나로 만드는 과정에서 에테르의 농도를 높였다.
‘약 10만에 50 정도면 충분하더군.’
그 이후에 마법을 시전하고 그 메테리얼 자체를 굳히는 것이다.
마나 자체에 에테르 농도가 높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태운은 그렇게 만든 마법 구체를 ‘룬석’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룬 문자가 적혀 있고 그것을 매개로 마법이 시전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부르기 편한 것이 좋으니까.
‘나중에 상품화를 하게 된다면… 좀 더 제대로 된 이름을 만들어야겠지.’태운은 그렇게 완성된 룬석을 왼손에 들고 오른손으로는 최하급 마정석을 들었다.
그러고는 마정석으로 룬석의 중앙을 가볍게 툭 건드렸다.
파치칙!
그러자 룬석은 활성화 상태가 되었고 마나가 스파크처럼 마구 튀기 시작했다.
그 직후, 태운이 룬석 안에 가둬놓은 마법인 ‘스파크 체인’이 시전되어 전방으로 날아갔다.
“마나에 반응해서 에테르의 고체화를 해제하고 마법을 시전할 수 있어… 마정석에서 흘러나오는 아주 작은 양의 마나로도 발동된다… 조금 더 연구를 해봐야겠는데.”휴대용으로 가지고 다닐 생각인데 엉뚱한 상황에 활성화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나중에는 헌터들에게 유통할 생각인데 안정적이지 못하면 사고가 날 터.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성을 높일 방법을 찾는 게 현명했다.
‘마나에 반응을 하지 못하게 막고… 다른 트리거를 만들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 그게 아니면….’태운은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하고 시도해보던 끝에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 맞다… 오늘 미팅 있었지….”
태운은 길드를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길드의 스폰서가 되어줄 기업과의 자리를 주선해놓았다.
“인맥까지 써서 간신히 만든 자린데 이상하게 하고 가면 안 되지.”태운은 즉시 지하 훈련장 밖으로 나가 집으로 향했다.
아직 약속 시간까지 1시간 정도 남았으니 집에서 씻고 준비를 한 후에 약속 장소에 나갈 생각이었다.
‘그래도 그 정도 스폰서라면… 충분하지.’
태운은 최대한 빠르게 씻고 옷을 최대한 깔끔하게 차려입은 후 집 밖으로 나섰다.
태운은 집을 나오며 윤아에게 사주었던 연금술 세트를 바라보고는 잠깐 한숨을 내쉬었다.
“하… 일단 능력 개발을 멈추라고 하긴 했는데….”최근에 흡수한 마정석 안에서 보았던 것으로 추측한바, 윤아의 능력은 칠죄종의 저주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가설이 세워졌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태운의 머리로는 그런 것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설령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태운은 윤아에게 능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윤아도 슬슬 연금술에 재미를 붙인 것 같던데… 미안해지네.’태운은 최대한 빨리 윤아의 능력의 정체를 알아내 마음 편히 연금술을 시키고 싶었다.
연금술은 윤아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필요한 능력이었으니까.
태운은 비상의 룬을 사용했고 빠르게 약속 장소까지 날아갔다.
“약속 시간까지 20분 정도 남았네.”
태운이 그렇게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려던 순간, 누군가가 태운을 불러세웠다.
“안녕하십니까. 신 회장님의 비서인 김수환이라고 합니다.”“아,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헌터 강태운이라고 합니다.”태운은 눈을 마주친 상태에서 김수환의 온몸을 살펴보았다.
‘각성자네? 게다가 꽤 강해…. 찬영이 보다 조금 약한 정도야. 비서 겸 호위, 그런 건가 보군.’태운은 습관적으로 그를 파악하고 인사를 받았다,
“그럼 앉아서 이야기하시죠.”
“아뇨. 회장님께서 직접 이야기하고 싶으시다고 하셨습니다.”
“네?”
사전에 전달받지 못한 일이었다.
“회장님께서 오늘 갑자기 얼굴을 보고 싶으시다고 하셨습니다. 미리 전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불편하시다면 저와 이야기해도 좋습니다.”“아닙니다. 회장님이 계신 곳으로 가시죠.”어쩌면 수십억의 대규모 투자를 해줄 수도 있는 기업인데 심기를 거슬러서야 되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어차피 한 번쯤은 얼굴을 보게 되었을 텐데. 상관없어.’태운은 김수환을 따라 차에 탔고 기사가 편안히 운전해주는 차량에 앉아 신영 그룹의 본사 건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약속 장소는 신영 그룹의 본사 건물과는 그리 멀지 않았고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내리시죠.”
태운이 도착하자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차 문을 열어주었다.
“감사합니다.”
태운이 내리고 건물에 들어서자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태운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태운은 이런 대접이 익숙지 않아 살짝 불편했지만 굳이 티를 내진 않았다.
그랬다가 태운에게 인사를 한 사람들이 상사에게 한 소리 들을지도 몰랐으니까.
태운과 김수환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장실이 있는 40층까지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단하네요.”
태운은 자신이 느낀 감상을 그대로 말했다.
“그런가요?”
“네, 대단하네요.”
특출난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것에 조금의 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신영 그룹의 사훈이 생각나는 회사군요.”
“신영 그룹의 사훈을 알고 계십니까?”
“예, 알다마다요. ‘모든 것을 완전하게’. 참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태운은 ‘완벽하게’가 아닌, ‘완전하게’이기 때문에 더 멋있는 사훈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함이 없었고 그래도 완전함을 추구하겠다는 포부와 자신감이 보였기 때문이다.
“신영 그룹에 대해 잘 알고 계시군요.”
“예전에 제가 가르쳤던 제자 한 명이 신영 그룹과 연이 있거든요.”“아, 신가연 아가씨를 말씀하시는 건가요?”“아시나 봅니다? 신가연 누나는 의외로 집안 내의 입지를 신경 써서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 배운다고 말하고 다니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김수환은 작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에 대한 것을 알아내는 것 또한 제 임무이기에.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태운은 어깨를 으쓱였다.
“괜찮습니다. 별생각이 있진 않았거든요.”
태운과 김수환 비서가 대화를 주고받던 사이 엘리베이터는 이미 40층에 도착해 있었다.
“여기서부턴 혼자 가셔야 합니다.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시면 바로 회장님이 계실 겁니다.”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김수환 비서는 태운의 안내를 끝마치고 자신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후… 정신 차리자. 이번에 말 잘못하면 수십억이 날아가는 거니까.’태운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시게.”
안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목소리는 신영철 회장의 것이었다.
태운은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신영철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태운을 맞이해주었다.
“만나서 반갑네. 오는 길이 불편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하구만.”“즐거웠습니다. 김수환 비서님께서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습니다.”“그랬다면 다행이지. 앉게. 할 말이 많이 있으니 말이야.”태운은 옆의 소파에 조심히 앉았다.
‘역시나 대단해.’
저렇게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는 과거 ‘신영 물산’ 시절 괴물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공격적인 회사 운영을 해왔다.
자신의 회사와 비슷한 업종의 회사가 만들어지면 즉시 그 회사를 무너뜨린 후 인수 합병을 진행했다.
한때 헌터 시장을 독점했었던 만큼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그는 탐나는 업종의 유망 기업을 인수 합병하며 덩치를 불려 이 자리까지 왔다.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능구렁이가 수백만 마리는 살고 있을 거야.’까딱 잘못하면 잡아먹힐지도 모른다.
태운은 그런 생각을 하며 신영철을 대하려고 하고 있었다.
“길드를 만들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네. 길드를 만들려면 돈이 많이 들 텐데… 스폰서는 구했나?”“스폰하고 싶다는 기업은 많지만 대부분이 실체 없는 유령 기업들입니다.”“맞아…. 그런 피만 빨아먹는 거머리 같은 놈들이 있지….”헌터 길드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며 온갖 대가를 다 받아놓은 후 도망가는 일명 고스트 인베스팅이다.
“곤란한 상황이겠군.”
“네, 그래도 뭐…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1,000억”
“예…?”
태운은 순간 인지를 벗어나는 금액을 듣자 잠시 생각이 멈췄다.
“1,000억을 투자하고 싶네. 어떻게… 이 정도면 충분하겠나?”태운은 순간 그 말을 듣고 굉장히 혹했지만 참아야만 했다.
‘잡아먹힐 수도 있다…. 내 길드를 신영 그룹에 소속시키려는 생각일지도 몰라.’하지만 분명한 것은 신영철이 태운이 만들려는 길드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었다.
“거절하겠습니다.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네요.”
“음…?”
신영철은 그렇게 단번에 거절할 줄은 상상도 못 했는지 조금이지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태운은 그때를 노려 입을 열었다.
“대신 신영 그룹에 팔고 싶은 것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태운은 만들어서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룬석’을 천천히 꺼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