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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01화 (201/379)
  • 201화

    쾅!

    의사의 말을 듣고 어드벤처 길드가 엘리스에게 한 짓을 알아차린 창영우는 책상을 내리쳤다.

    “미안해…! 미안해…!”

    이번에는 찬영이나 태운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자신의 동생인 엘리스에게 하는 말이었다.

    “오빠… 왜 그래…?”

    엘리스는 창영우의 옆에서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 제가 진단서를 봤는데 이 정도면… 상당히 심각한 것은 맞습니다만 금액이 많이 들 뿐 수술만 하면 치료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간단한 수술과 꾸준한 재활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인데….”

    “알겠습니다. 잠깐 나가주시겠습니까.”

    “아… 예, 알겠습니다.”

    의사가 나간 뒤 태운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찬영도 대충 상황 파악을 하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어드벤처 길드 그 새끼들이 네 동생을 낫게 해주겠다면서 일부러 아프게 하고 있었단 거지? 널 이용하려고?”

    “그래….”

    창영우는 동생 앞이라 어떻게든 화를 삭여보려 했지만 그동안 힘들어했던 동생의 모습이 떠올라 쉽게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창영우는 태운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내 동생 이야기… 세상에 공개해도 될까.”“너, 그거 무슨 이야기인 줄은 알고 있지?”

    “알고 있어.”

    어드벤처 길드와 엘리스의 이야기, 그사이에는 창영우가 있다.

    창영우가 그것을 터뜨린다면 어드벤처 길드가 창영우에게 시킨 범죄들도 모두 밝혀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창영우는 처벌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네가 감옥 들어가 있으면 네 동생은 누가 책임지고? 나한테 부탁하는 건 아니겠지?”

    “…갔다가 나오면 몇 배로….”

    “조용히 해. 어차피 증거도 없어서 까발려 봤자 그놈들은 제대로 처벌받지도 않을 거야.”

    “…젠장….”

    창영우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 사건을 공론화를 하더라도 그들은 큰 피해를 입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때, 창영우의 귀에 태운의 말이 들렸다.

    “어느 정도면 복수라고 할 수 있을까?”

    “어…?”

    “어드벤처 길드의 수뇌부들을 전부 길바닥에 나앉게 만들면 그건 복수라고 부를 수 있으려나?”

    “그게 무슨….”

    태운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나라에 오래 있었더니 말도 못 알아듣냐. 같이 어드벤처 길드 녀석들에게 복수할 계획이나 짜자고.”지금 당장은 일을 벌일 수는 없겠지만 길드의 규모가 커진다면 그들에게 지옥을 선사해주는 것쯤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 * *

    “할 말이 있다고?”

    “네”

    태운은 전대섭을 만나기 위해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교장실로 갔다.

    이곳만큼 밖에 정보를 흘리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은 없었으니까.

    “일본의 헌터 협회장 말입니다.”

    “게이치로 협회장 말인가?”

    “네. 이상한 소문 같은 건 없었습니까?”

    “음… 딱히 그런 건 없었네. 던전 생성 및 브레이크 패턴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어서 헌터들을 적재적소에 잘 파견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네. 그 능력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고 하더군.”

    “역시나….”

    태운은 자신이 마정석 안에서 본 사건들을 전대섭에게 전해주었다.

    “흠… 그런 일이….”

    “확실히 믿을 수는 없습니다. 그 세계와 지금 세계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 있으니까요.”“그래도 정황상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해. 알겠다. 자네가 알려준 정보를 바탕으로 비밀리에 수사를 진행해보겠어.”

    “감사합니다.”

    “아니, 오히려 내가 더 고맙지. 허덕륜이 그렇게 열심히 힘써서 음지를 박살 내놨는데 들키지도 않은 놈들이 있었다니… 놔뒀으면 참 곤란한 일이 벌어졌겠어.”전대섭은 이렇게 헌터 일과 아카데미의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음지의 일까지 통제하고 있었다.

    전대섭의 실제 일정은 저게 사람이 가능한 일인가 싶을 정도로 살인적인 일정이다.

    아마 전대섭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A를 시작해놓고 과정 중에 기다리는 시간이 있으면 B라는 일을 하기 위해 텔레포트를 사용해 이동, B를 하다가 다시 A를 하러 돌아가는 식으로 시간을 줄이기도 했으니까.

    말 그대로 전대섭만이 가능한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태운은 그런 살인적인 스케줄 중에 자신을 만나준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게이치로의 일 외에도 태운은 전대섭에게 할 말이 남아 있었다.

    “할 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과연 자신은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강철운 헌터, 저희 아버지의 진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전대섭은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걸 어떻게…”

    “그 마정석 안에 있던 전대섭 선생님께 들었습니다.”

    “허… 그렇구나…”

    전대섭은 소파에 몸을 맡긴 채 태운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들었나.”

    “아버지에 대한 것은 거의 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태운은 마정석 안에서 전대섭에게 듣지 못했던 것을 떠올렸다.

    “칠죄종을 봉인할 때마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듣지 못했습니다.”“그건… 제약 때문에 입 밖으로 낼 수가 없어.”

    “제약이요…?”

    “그래, 제약이다.”

    “저주 같은 건가요?”

    전대섭은 고개를 저었다.

    “저주는 아니야. 음… 간단하게 비유하자면 신의 얼굴을 보고 그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도 그것을 묘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해. 그 이상은 알고 있어도 말해줄 수가 없어.”

    “혹시… 잠시만요.”

    태운은 마정석 안에서 보았던 경고 문구를 떠올렸다.

    그러고는 이미지 마법으로 그것을 허공에 띄우며 말했다.

    [‘칠죄종’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는 차단됩니다.]

    [전달 정보 허용 수준을 넘었습니다. 강제로 대화가 차단됩니다.]

    [대화가 강제로 끝납니다.]

    “마정석 안에서 이런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혹시 이것과 연관이 있을까요.”“마정석으로 구현된 세상조차도 저주는 없앨 수 있었지만 제약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나 보군.”

    “…….”

    태운은 방금 그 말로 제약이라는 것을 대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정보의 보안 등급을 생각하면 된다.

    그 정보에 대한 보안 등급이 너무나도 높아 인간은 그것을 열어볼 수도 발설할 수도 없는 것이다.

    전대섭을 포함한 몇몇 사람들에게는 인간 이상의 존재가 그것을 강제로 보여준 것.

    하지만 발설을 할 수 없으니 그것을 가만히 알고만 있는 것이다.

    ‘그럼 인간 이상의 존재는… 칠죄종이겠군.’태운은 에테르의 소유자라는 특성을 얻게 되자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과거였다면 비상식적이고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이야기를 자신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분석하고 있지 않은가.

    “알겠습니다. 그 정도로 충분합니다.”

    “이해가 빠르군. 그래도 자네가 진실을 알아서 다행이야.”

    “감사합니다.”

    “나도 대장님의 진짜 모습을 아는 사람이 하나 더 늘어서 기분이 좋구나.”“선생님 말고도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전대섭은 당연하다는 듯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과거 전장에 참여하고 헌터들을 직접 지휘했던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어. 하지만….”전대섭의 말이 멈췄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질 말에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다.

    ‘레비아탄의 저주 때문에… 말할 수 없었다는 거겠지.’일반인들은 모두 기억이 왜곡당했지만 강철운의 그 모습에 강렬한 인상을 받은 사람의 기억은 쉽게 왜곡 당하지 않았다.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그래, 더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나는 이제 좀 바빠서 말이야.”

    “네,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게.”

    전대섭은 텔레포트를 사용해 사라졌다.

    “나중에 텔레포트 수식을 한번 만들어볼까….”잘은 모르겠지만 에테르를 활용하면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 같았다.

    태운은 간만에 지하 훈련장으로 들어갔다.

    이 장소는 앞으로 태운이 만들 길드의 수뇌부들이 비밀리에 사용하는 훈련장이 될 것이다.

    “에테르… 이것의 정체를 먼저 알아내야 다루든 말든 하겠는데.”에테르가 생기면서 태운의 마나는 모두 일반적인 마나로 바뀌었다.

    변이된 마나가 아닌 일반적인 마나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일반적인 마나에 에테르를 아주 소량이라도 섞으면 그건 변이된 마나가 되어 마법을 사용하는 데에는 별문제가 없었다.

    “그래도… 에테르만을 사용하는 마법은 없을까.”태운은 일반 마나에 에테르를 섞어 사용하는 방법이 에테르를 활용하는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30만의 마나를 변이된 마나로 만드는 데 필요한 에테르의 양은 고작 1, 그것보다 덜 들었다.

    에테르의 회복 구조는 마나를 사용하는 데 있었다.

    수만의 마나를 사용하면 10의 에테르가 회복되었다.

    ‘에테르를 사용하는 것보다 회복되는 게 더 빨라… 명색이 마나의 진화 형태인데 이렇게 불합리할 리가 없지….’그렇게 태운은 에테르만을 활용해 마법을 사용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태운은 지금까지 에테르를 활용하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다 시도해보았다.

    마나에 에테르를 많이 주입해보기도 하고 에테르로 메테리얼을 만들기도 해보았다.

    하지만 모두 실패였다.

    마나에 에테르를 많이 주입하자 마나와 에테르 모두 공중에서 사라졌고 에테르로 메테리얼을 만드는 시도는 실패했다.

    “후… 미치겠네. 진짜.”

    에테르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어쩔 수 없지… 간만에 이걸 써봐야 하나.”아주 유용한 스킬이었지만 태운이 잠시 동안 잊고 있던 것이다.

    태운의 스킬은 아니었지만 태운에게 귀속되어있는 팔찌로 인해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그 스킬의 이름은 ‘백만서고’.

    ‘통달의 팔찌에서 얻은 스킬이지.’

    한동안 태운이 잊고 살았던 스킬이었다.

    “되게 유용한 스킬이었는데… 서너 번 쓰고 잊어버리고 있었네. 쿨타임이 적당히 길어야지….”태운은 백만서고를 사용해 에테르의 정보를 끌어왔다.

    “크윽….”

    그러자 눈앞에 엄청난 문자열들이 지나갔고 그것들이 태운의 머리에 들어왔다.

    태운은 수십 초간 약간의 두통을 느꼈고 에테르의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게 뭐야…?”

    하지만 태운은 그 정보의 양과 질에 크게 실망했다.

    “누가 가지고 있었고 이런 설이 있고 저런 설이 있고… 어원이 뭐며… 이런 건 왜 알려주는 건데…?”에테르를 활용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뿐이었다.

    태운이 자신의 머리에 들어온 정보를 정리하고 있을 때 뭔가 익숙한 마법의 이름이 나왔다.

    ‘성벽 갑주를 완성한 테미온 대륙, 최강의 마법사인 &#%$는 에테르를 다룰 수 있게 된 후 신뢰할 수 있는 제자에게 성벽 갑주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보석을 내려주었다고 한다.’

    태운은 그 문장을 읽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

    “혹시… 이런 활용법도 있다는 건가…?”

    태운은 그 문장을 읽자마자 한 가지 가설을 떠올렸다.

    ‘마법을 담아두는 보석, 그건 아마 마법을 가두고 있는 형상화된 에테르였을 거야’태운은 즉시 그 가설을 세우고 실험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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