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200화 (200/379)
  • 200화

    “와… 사람 진짜 많네요.”

    “정시현 기자, 정신 똑바로 차려. 기자들한테 여기는 전쟁터나 마찬가지니까. 특종일 거 같은 이야기 나오면 바로 적어서 올려. 무조건 첫 번째로 올려야 한다.”

    “알겠습니다!”

    YBS 소속 기자인 성공영과 정시현이 기자회견장에서 태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드래이그 고흐 레이드에서 엄청난 공을 세운 강태운 헌터의 첫 번째 기자회견이었다.

    명운 헌터 아카데미 졸업상 싹쓸이에 최연소 A급 헌터, 골렘 제작 및 생산 체계 확립 등 어마어마한 업적들을 쌓았지만 아직 기자회견을 한 적은 없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보다 그의 제자인 신정훈 헌터가 더 많은 화제를 몰고 다니기도 했었다.

    참고로 신정훈 헌터는 아직 등급 재심사를 하지 않아 B급에 머물러 있었지만 등급 재심사가 이뤄지면 최소 A급은 받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A급 헌터 중에서도 강한 축에 속할 정도의 실력자를 제자로 두고 있는 남자라… 입만 열면 특종이 자동으로 나올 거야.’다양한 언론의 기자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이 자리에 와있는 것이다.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분명 이 자리에서 폭탄선언 하나는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안 오지?”

    “보나 마나 공항 인파에 파묻혀서 못 오고 있는 거겠지. 더군다나 비행기도 연착됐다고 했잖아.”

    “어휴… 30분은 더 기다려야 하려나.”

    “그럴 시간에 손이나 풀어둬 빨리 기사 써야 할 거 아니야.”기자들은 태운의 도착 시간을 약 30분 후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것도 빠르게 예상한 것이었다.

    한 시간은 더 걸릴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공항에서 수만 명의 사람들이 태운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을 테니까.

    “어…? 성 선배님, 여기 이것 좀 보실래요?”그때, 정시현이 SNS에 올라온 하나의 글을 보고 자신의 선배인 성공영 기자를 불렀다.

    “뭔데?”

    “SNS에 지금 강태운 헌터가 공항 천장 뚫고 날아갔다고 글 올렸는데요…?”“공항 천장을 뚫어…? 뭔 소리야? 강태운 헌터가 테러범도 아니고 공항 천장은 왜 뚫어.”성공영은 정시현 기자가 SNS 어그로 글에 걸려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여기 봐봐요. 영상도 있어요.”

    정시현은 그 게시물에 첨부되어 있는 영상을 틀어 성공영에게 보여주었다.

    그 영상에는 강태운이 손을 흔들다가 옆에 있던 협회 소속 현터를 끌어안더니 갑자기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뭐야…?”

    “지금 공항에 있던 기자들 글도 올라오고 있어요,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고 하는데요…?”

    “뭐야?”

    그때, 기자회견장의 문이 열렸다.

    모든 기자들의 시선이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에게로 돌려진 순간.

    “늦어서 죄송합니다. 기자회견 시작하죠.”

    그 사람은 강태운이었다.

    태운은 기자들의 사이를 지나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마이크 앞에서 입을 열었다.

    “기자회견이 처음이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네, 저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 자리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태운이 이 자리에 온 이유는 드래이그 고흐의 레이드에서 큰 공적을 세웠기 때문이었다.

    태운은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드래이그 고흐의 레이드에서 있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간단하게 요약해 말했다.

    ‘지금쯤이면 되겠지?’

    태운은 기자들의 눈치를 보고 슬슬 신호를 보냈다.

    태운이 미리 기자들 사이에 심어놓은 사람이 갑자기 손을 들었다.

    “네, 질문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태운 헌터님께서는 헌터 협회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고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어느 길드에 들어가실 생각인지. 혹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태운은 그의 질문에 놀라는 척하며 말했다.

    “아, 좋은 질문이네요. 앞으로의 제 계획을 아직 말씀드린 적이 없군요. 저는 길드를 하나 만들 생각입니다.”태운은 연습한 대로 아주 자연스럽게 별말 아니라는 듯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오히려 기자들의 반응은 아주 뜨거웠다.

    타자를 치는 키보드 소리는 아주 빨라졌고 카메라 셔터 소리는 마구 터졌으며 질문도 엄청 들어오기 시작했다.

    “길드를 만드신다는 게 무슨 뜻인지는 알고 계신 건지요!”“길드 초기 자금은 어디서 충당하실 생각이시죠?”“혹시 제자인 신정훈 헌터를 자신의 길드에 가입시킬 생각이신가요?”“무엇이 길드를 설립한다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셨나요?”

    “여기 질문도 받아주십쇼!”

    태운은 과열되어가는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를 잠깐 환기시키고자 말을 열었다.

    물론, 적의를 아주 약하게 활성화하고 말이다.

    그러자 기자들이 아주 잠깐 주춤했고 태운은 그사이에 입을 열었다.

    “어… 이렇게 큰 관심을 가져주실 거라 생각을 하지 못해 당황스럽네요. 다양한 질문들을 추려 제가 정리를 한 후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이 말이 가장 중요하다.

    이 말을 하기 위해 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이왕 길드를 만든다고 결정한바, 이왕 시작했으면 최강을 향해 달리겠습니다. 그럼 오늘 기자회견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태운은 그렇게 말하고는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왔다.

    “강태운 헌터님! 최강이라는 게 무슨 의미죠!”“강태운 헌터님! 한 가지만 이야기해주세요!”

    “헌터님! 여기 좀…”

    태운의 발언은 기자회견장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고 기자들은 즉시 기사를 작성하여 인터넷에 올렸다.

    그러자 그 열기는 더욱 커져 인터넷으로 옮겨붙었다.

    태운은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휴대폰을 바라보며 뿌듯하게 웃었다.

    ‘이쯤 되면… 언론을 활용해라… 합격점은 받으려나.’

    * * *

    “오랜만이네.”

    “그러게… 그동안 엄청 힘들었다….”

    태운은 간만에 구찬영을 만났다.

    구찬영은 현재 익스퍼트를 졸업하고 마스터 등급에서 많은 일들을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구찬영의 실력은 현재 마스터 급에서도 최강, B급 최상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들 말한다.

    “그래서 기다려달라는 2년 중의 1년은 이미 지났는데… 날 따라잡는 거 가능하겠어?”태운은 구찬영을 은근히 자극했고 구찬영은 그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물론이지. 네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알겠는데… 나도 이제 슬슬 감을 잡아가거든.”“마나 블레이드 말하는 거지? 내가 생각해봤는데, 마나 블레이드의 최종 형태는 아마….”

    “나도 알아. 아마도 오러겠지.”

    “음…? 어떻게 알았어?”

    구찬영은 손에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어 보였다.

    “몰라. 대충 다루다 보니 느낌이 오더라. 발전 방향이 오러의 특성과 완전히 똑같았어.”구찬영은 방어막을 둥글고 작게 만들어 마나 블레이드로 가볍게 슥 그었다.

    그러자 방어막은 반 토막이 나서 사라졌다.

    “무기와 내 의지에 영향을 받아. 검에 마나 블레이드를 펼치면 절삭력이 높아지고 창에 펼치면 관통력이 높아져. 지금 내가 다양한 무기에 손을 대고 있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지.”“처칠 할아버지가 하나를 잘 갈고닦으라고 하지 않았어?”찬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그런 말을 하기도 하셨지. 그런데 2달 전쯤에 훈련하고 있는데 나타나셔서 ‘모든 물갈래는 끝까지 가면 바다로 귀결되니 그 과정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라고 하셨거든. 지금 당장 강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면 여러 가지를 배워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어. 물론 아직도 내 주 무기는 창이야.”

    “음… 그렇구나.”

    그때, 구찬영은 태운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불렀어? 너도 많이 바쁘지 않아?”

    “내가 길드를 만든다는 이야기 들었지?”

    “내가 그걸 못 들었겠니. 한 3일 동안 인터넷에 그 이야기밖에 안 올라왔는데. 게다가 너랑 나랑 친하다는 이야기 듣고 나한테 엄청 물어봤단 말이야.”

    “그럴 줄 알았다.”

    태운은 갑작스럽게 구찬영에게 물어봤다.

    “너 내 길드 들어올 거야?”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당연하지. 유망한 길드의 창립 멤버만큼 괜찮은 게 어디 있다고.”

    “고맙다. 네가 들어와 준다니 든든하네.”

    “근데 나머지 한 명은 어디서 구하게? 혜연이는 졸업까지 한참 남았잖아. 나야 마스터 등급이라 길드 활동도 허가만 받으면 할 수 있지만….”“한 명은 구했어. 근데 네가 싫어할 수도 있어. 네가 싫다면 안 할 거야. 우리 길드에선 그 사람보다 네가 더 중요하거든.”

    “누군데 그래? 일단 들어나 보자.”

    태운은 손을 들어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어… 음…. 안녕. 찬영아.”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창영우였다.

    창영우가 들어오자마자 구찬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민망해하는 걸 보니 들켰다는 걸 안 모양이네. 설명해 봐. 내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아니라면 넌 이 자리에서 당장 나가줘야겠어.”하지만 찬영은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창영우에게 변명의 기회까지 주었다.

    창영우는 지금까지 있던 이야기를 찬영에게 들려주었다.

    “흠….”

    찬영도 마음이 기울기는 했지만 아직 탐탁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지… 다른 방법이 없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리를 배신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으니까.’하지만 그건 태운의 생각일 뿐이었다.

    “난 잘 모르겠는데?”

    “그래, 천천히 생각해 봐.”

    “아니, 내가 거절할 거라 생각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그, 그래?”

    “그럼 앞으로 배신할 일은 없다는 거잖아? 동생도 치료해 준다고 했는데.”태운은 생각보다 찬영이 더욱 감정적이고 단세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다….”

    하지만 창영우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태운의 입에서도 구찬영의 입에서도 자신을 용서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건 앞으로 내가 납득시켜 주면 돼.’앞으로 이 길드를 위해 헌신하면서 둘에게 납득을 시켜줘야 했다.

    그래야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내 말대로 창공 길드를 나왔고 한국으로 이민까지 왔지?”“응, 서류 처리도 끝났고 네가 보내준 전용기로 동생도 데리고 왔어.”“그럼 지금 한번 보러 가자. 동생 치료는 내가 책임지고 해줄게.”

    “나도 갈게.”

    “다들 고마워. 태운이는 너무 부담가지지는 마. 어차피… 그놈들은 내 동생을 낫게 해줄 생각은 없었을 테니까.”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가자.”

    태운과 구찬영, 창영우는 영우의 동생인 엘리스를 만나기 위해 병원으로 갔다.

    엘리스의 병실도 태운이 사비로 챙겨준 것이었다.

    “803호… 여기 맞지?”

    “응, 지금은 몸 상태가 더 나빠져서 깨어나지도 못하고 있어. 6개월 동안 목소리도 못 들어봤어.”

    “힘내라.”

    찬영의 짧은 위로였지만 창영우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태운이 병실 문을 열자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어…?”

    “오빠? 여기 어디야?”

    창영우의 여동생, 엘리스는 멀쩡히 일어나서 침대에 앉아 있었다.

    “이게 무슨….”

    태운은 의사를 호출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았다.

    “어… 그게… 병원을 옮기자마자 몸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하더니 병실에 온 지 2시간 만에 깨어났습니다.”그 말을 들은 태운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드벤처 길드, 버러지 같은 새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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