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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98화 (198/379)
  • 198화

    “저게 뭐야?”

    “뭔데 저렇게….”

    저 멀리서 나타난 수많은 사람들의 등장에 헌터들은 웅성거렸다.

    그들의 기세는 도저히 아군이라고는 볼 수 없었으니까.

    “젠장… 칠죄신교 녀석들이 가만히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으면 안 되는데….”드래이그 고흐를 잡을 계획만 생각하다가 기간트 에이지를 일으킨 녀석들이 칠죄신교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교활한 칠죄신교 녀석들이 정상급 A급 헌터들과 수많은 B급 헌터들을 모조리 없앨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 않은가.

    ‘어쩌지…?’

    태운은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지금 이 자리에서 빠르게 녀석들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나와 전대섭 선생님뿐이야.’물론, 셀은 태운보다 확실히 강하고 허덕륜도 태운과 비슷한 수준의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하는 건 강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들은 검과 주먹을 사용하는 만큼 대규모의 적을 빠르게 섬멸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내가 빠지면 전체적인 유지력이 떨어지고 전대섭 선생님이 나서자니 전대섭 선생님의 마나가 부족해져서 녀석들을 처리하고 난 후 드래이그 고흐 레이드에 문제가 생길 거야….’아무리 생각해봐도 최선의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면 A급 헌터들을 대거 투입해…? 아니야 이것도 손실이 너무 커. 미치겠네….’드래이그 고흐만으로도 벅찼었다.

    그런데 눈앞에 엄청난 수의 칠죄신교 신자들이 동시에 나타나니 태운은 패닉에 빠졌다.

    “태운아, 진정해라.”

    그때, 태운에게 손을 내민 이는 전대섭이었다.

    “이곳의 지휘와 드래이그 고흐는 내가 맡을 테니 B팀 헌터들을 이끌고 가서 녀석들을 처치해라.”

    “괜찮으시겠습니까? 버프가 없으면….”

    “괜찮다. 버티고만 있을 테니 빠르게 처리만 해다오.”태운은 전대섭의 말에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자 슬슬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뇨. 저희는 드래이그 고흐 레이드를 지속합니다.”

    “음…?”

    “드래이그 고흐 레이드를 하면서 생긴 여파로 녀석들을 죽이는 겁니다.”그 말을 들은 전대섭은 순식간에 태운의 의도를 알아채고 씨익 웃었다.

    “그래, 넌 원래 그렇게 과감한 녀석이었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쁘지 않구나. 지시 내리거라.”

    “원래 하던 대로 하시면 됩니다. 제가 맞춰드리겠습니다.”전대섭은 그 말에 한 번 더 웃었다.

    “네가 날 맞춰준다는 이야기를 할 줄이야.”

    “감상에 빠져 있을 시간은 없습니다.”

    “허, 많이 강해졌구나. 그래, 알겠다.”

    전대섭은 허허 웃으며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지금 전대섭이 시전하는 마법은 조금 전에 시전했던 롱기누스였다.

    “후….”

    태운은 한숨을 크게 한 번 내쉬고 확성 마법을 사용해 모두에게 전달했다.

    “칠죄신교의 졸개들이 등장했습니다! B팀 인원들은 모두 자리에서 벗어나지 말고 자리를 지켜주세요!”그 말을 들은 B팀의 헌터들은 당황했다.

    “칠죄신교라고…?”

    “이런 개 같은 놈들이….”

    A급 헌터들은 마기를 잘 감지할 수 있기에 대충 알아차리고 있었지만 B급 이하의 헌터들은 저 멀리서 다가오는 전사들의 마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태운이 말한 후 그제야 알아차리고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필 지금 나타나냐….”

    “우리는 어차피 드래이그 고흐에게 피해도 주지 못하는데 저놈들이라도 잡아야 하는 거 아니야?”B팀 헌터들은 태운의 명령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특히 근접 헌터들이 더욱 큰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근접 헌터들은 사실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우릴 내보내 줘라!”

    “우리도 싸우고 싶다!”

    “하….”

    태운은 그들의 불만에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다 닥치고 가만히 있어. 앞으로 나갔다가는 다 죽는다.”태운답지 않은 발언이었지만 신뢰를 쌓지 않은 상황에서 이 수많은 사람들을 한 번에 휘어잡기 위해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

    “크흠….”

    태운이 적의를 활성화한 상태로 말했기 때문에 태운보다 약한 B팀의 헌터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다이치 헌터님, 전격 차단의 땅을 부탁드립니다.”

    “음…? 지금은 전대섭 대장님의 턴이….”

    “부탁드립니다. 증폭의 룬.”

    태운은 다짜고짜 증폭의 룬을 걸어주었다.

    그에게까지 하나하나 설명할 시간은 없었으니까.

    “무슨 생각이 있겠지…. 전격 차단의 땅.”

    태운은 전격 차단의 땅이 주위로 펴지는 것을 확인하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드래이그 고흐를 직접적으로 공격했던 A팀의 근접 헌터들은 모두 돌아왔어. 그리고… 땅 밖에 있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다. 전대섭 선생님의 롱기누스도 거의 완성되었고… 좋아 이제 신경 쓸 건 없다.’태운은 옆에 쌓여 있는 마정석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한숨을 길게 내쉬고 눈을 감았다.

    “후…. 가능하겠지…?”

    태운은 마정석 흡수를 외쳤다.

    그리고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는 마나를 모두 메테리얼로 만들었고 그중 5개로는 연사의 룬을, 6개로는 광뇌격을 사용했다.

    그와 동시에 전대섭이 시전한 롱기누스 옆에 5개의 롱기누스가 생겨났다.

    “맙소사….”

    “미치겠구만….”

    그 압도적인 모습에 다른 헌터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짓기도 했고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태운은 그렇게 한가하지 못했다.

    “크윽…!”

    태운은 자신의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수식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마법과 마나가 순식간에 허공으로 날아갈 위기에 처하자 태운은 최후의 방법을 사용했다.

    ‘잘못하면 나도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래도….’태운은 초감각을 활성화했고 사고 가속을 사용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브레인 부스트까지 사용했다.

    ‘…….’

    그 순간, 태운은 엄청난 고양감에 사로잡혔다.

    두뇌 회전 속도를 높여주는 브레인 부스트에 반사 속도를 높여주는 사고 가속, 거기에 모든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어주는 초감각까지.

    이 모든 것을 사용하니 잠깐 동안 온 세계가 멈춰 있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이 정도면 할 수 있다. 아니, 너무나도 쉬워.’태운은 간단하게 모든 마법의 수식을 풀어내고 시전에 성공했다.

    그와 동시에 태운이 사용했던 초감각, 사고 가속, 브레인 부스트가 모두 풀렸고 시간이 제대로 가기 시작했다.

    “됐나…?”

    우우우웅.

    파지지지칙!

    태운의 우려와는 다르게 태운의 눈앞에는 광뇌격과 완전히 융합된 롱기누스의 모습이 보였다.

    “이게 무슨….”

    전대섭이 이 마법을 완성하고 스스로 이 마법의 위력을 인정하는 의미에서 신을 죽이는 창, 롱기누스라 지었다.

    하지만 지금 이 마법은 더 이상 롱기누스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을 가진 마법이었다.

    전대섭은 그 경이로운 위력을 보이는 창을 보자 생각나는 이름이 있었다.

    “아스트라페….”

    제우스가 가지고 있던, 번개를 떨어뜨리는 무기의 이름이었다.

    저릿! 저릿!

    “크윽…!”

    “모두 엎드려라!”

    “이게 뭐야…!”

    헌터들은 모두 전격 차단의 땅 안에 있었음에도 온몸에 정전기가 오르듯 감전을 당했다.

    B팀의 헌터들은 그제야 태운의 말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밖으로 나가면 죽는다고 한 것은 드래이그 고흐나 칠죄신교 녀석들에 의해 죽는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바로 저 마법의 여파 때문에 죽을 거라고 경고한 것이었다.

    “다이치 헌터님이 있어서 다행이야.”

    “없었으면 모두 몰살당했을 거야.”

    B급 헌터들은 모두 모두 다이치 헌터를 보며 존경의 눈빛을 보냈지만 다이치는 죽을 노릇이었다.

    “이런 미친…. 저거 해제해!!!”

    다이치는 전격 차단의 땅을 직접 시전하고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저 창이 드래이그 고흐의 몸에 닿아 광뇌격이 진짜 힘을 내뿜는 순간 전격 차단의 땅이고 뭐고 전부 죽어 버릴 거라는 것을.

    “해제하라고!!!”

    다이치는 소리치며 태운에게 경고했지만 이미 태운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이런 씨….”

    다이치는 태운에게 다가가 강제로 마법을 해제하게 할 생각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다이치의 어깨에 누군가의 손이 올라왔다.

    “괜찮다. 내가 도울 터이니.”

    “전 대장님…?”

    이미 연사의 룬과 광뇌격이 합쳐져 다른 마법이 된 순간 저 창의 제어권은 태운에게 넘어가 있었다.

    “저 녀석은 저 마법이 폭발을 일으키지 않고 드래이그 고흐에게 꽂히게 하는 것만으로도 벅찰걸세. 여기서 자네가 건드리면 마법은 폭발하고 모두 죽게 되겠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입니까.”

    “내가 말하지 않았는가. 내가 도와주겠다고.”전대섭은 간만에 이마에 흘린 땀을 닦아냈다.

    “녀석의 뒷바라지는 스승인 내가 하는 게 옳지 않겠나.”전대섭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마나를 다이치에게 일부 전해주었다.

    “전격 차단의 땅을 더욱 강하게 시전해 줄 수 있겠지?”

    “해본 적은 없지만… 해보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말해야지.”

    다이치는 전격 차단의 땅을 강하게 시전해 보았다.

    하지만 쉽게 되지는 않았다.

    원래 전격 차단의 땅은 1년에 두세 번 쓸까 말까 한 마법이어서 숙련도도 높지 않았고 단순히 출력을 강하게 한다고 강도가 강해지는 마법도 아니었다.

    그러나 다이치는 태운이 나타나기 전 버프 마법의 최강자 중 하나라고 평가받던 사람이었다.

    그는 이내 전격 차단의 땅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고 온몸을 저릿저릿하게 만들었던 전류는 이내 사그라들었다.

    “후….”

    그사이에 전대섭이 아무것도 하지 않던 것은 아니었다.

    전대섭은 온갖 마법을 사용해 주변 환경을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환경으로 만들었다.

    전대섭이 마법을 사용한 이 장소는 마치 사람이 1시간도 살아 있기 힘들 것같이 건조한 공간이 되었다.

    그 외에도 수백 개의 광란의 씨앗을 뿌린 후 그로우 마법을 사용해 헌터들을 감싼다거나 3~4중으로 전격 차단 방어막을 사용했다.

    그 덕분에 헌터들은 전류로부터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밖에 있던 칠죄신교의 전사들은 거의 모두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몇몇은 쓰러지지 않고 꿋꿋이 다가오고 있었으나 그것도 부질없는 일이었다.

    쿠구구구….

    태운과 전대섭의 합작, 아스트라페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아스트라페는 정확히 드래이그 고흐를 향해 움직였다.

    펄-럭!

    드래이그 고흐도 이 공격의 위험성을 깨달았는지 날개를 크게 움직여 위로 날아가려 했다.

    하지만 녀석의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셀에 의해 찢어진 익막, 애초에 무거운 몸체를 띄우기 위해 힘쓰고 있던 날개는 더욱 크게 찢어졌고 그 탓에 드래이그 고흐는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다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만 끝내자.”

    태운은 드래이그 고흐의 몸에 정확히 6발의 아스트라페를 모두 적중시켰다.

    아스트라페는 드래이그 고흐의 몸에 적중하자마자 전류를 폭발시켰다.

    [쿼어어어어엉!!!]

    엄청난 전격으로 인한 열에 드래이그 고흐의 비늘이 하나하나 떨어지기 시작했고 아스트라페는 천천히 녀석의 몸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후….”

    얼마 지나지 않아 6자루의 아스트라페는 드래이그 고흐의 몸을 관통했고 태운을 그것을 확인한 뒤 바로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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