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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97화 (197/379)
  • 197화

    “후… 정신 나가겠네….”

    증폭의 룬과 광뇌격을 동시에 사용해 위력을 높이고 다이치에게도 증폭의 룬을 사용해주었다.

    마나 소모도 굉장했지만 마법의 난이도 때문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래도 덕분에 녀석한테 확실히 피해를 줄 수 있었어.”태운이 방금 사용한 광뇌격은 변이된 마나의 활용성을 알게 되자마자 구상한 마법이다.

    원래라면 불가능했을 고위력의 낙뢰를 떨어뜨리는 마법이 바로 광뇌격이었다.

    ‘원래 내가 사용하면 낙뢰 마법은 일반적인 낙뢰랑 위력이 크게 다르지 않았어.’하지만 지금 태운이 사용한 광뇌격은 일반적인 낙뢰의 수배의 전압을 가지고 있고 수배는 강한 전류가 흐른다.

    순간적으로 내리치는 낙뢰라곤 하지만 이 정도의 위력이면 아군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었다.

    ‘다이치 헌터가 없었다면 쓸 생각도 못 했겠지.’다이치의 특성인 강화의 땅은 생각보다 그 활용도가 훌륭했다.

    단순히 아군을 강화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보호하는 역할까지 완벽하게 해내었으니 이 스킬이 아니었다면 태운은 광뇌격을 사용하지 못했을 터였다.

    드래이그 고흐를 공격하겠답시고 아군들을 죄다 드러눕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쿼어어엉!!!]

    “다행히 먹힌 것 같네.”

    태운의 공격에 드래이그 고흐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나저나 진짜 엄청나게 튼튼하네.”

    전대섭, 셀, 태운의 전력을 다한 합공에도 비늘이 몇 개 벗겨지고 살갗이 찢어졌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으니까.

    하지만 분명히 데미지가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벗겨진 비늘 사이로 벌건 속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게 중요한 사실이었다.

    “지금입니다! 신장의 룬, 증폭의 룬!”

    태운은 바로 따로 선정한 10명의 헌터들에게 룬 버프 마법을 사용해주었다.

    ‘그때 당시에 더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들었지만, 그 사람들은 지금 공격을 맡는 것보다 다른 역할이 더 어울려서 따로 빼놨지.’태운이 신장의 룬을 걸어준 헌터들은 바로 드래이그 고흐에게 달려들었고 증폭의 룬을 걸어준 헌터들은 모두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을 쏘아냈다.

    모두 취하는 행동은 달랐지만 그들이 노리고 있는 곳은 같았다.

    ‘녀석의 비늘이 벗겨진 곳.’

    녀석의 비늘은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웬만한 마법들은 죄다 튕겨내며 물리력에도 엄청난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

    원래도 쉽게 뚫을 수 없는 비늘이었는데 거대화하면서 비늘이 더욱 두꺼워지고 단단해졌다.

    ‘그래도… 어떻게든 벗겨 냈으니 이제 남은 건 녀석의 속살에 공격을 욱여넣는 것뿐이다.’전대섭과 태운의 공격으로 비늘이 벗겨져 속살이 드러난 곳을 노리고 마법들이 먼저 날아들었다.

    드래이그 고흐의 몸집을 보면 비늘이 벗겨진 곳은 아주 일부에 불과했지만 실제로 녀석의 비늘이 벗겨진 곳의 면적은 원룸 서너 개를 붙여놓은 것만큼 넓었다.

    녀석의 크기가 워낙에 크기 때문에 작아 보이는 것뿐이다.

    거리가 멀다고는 하지만 그 넓은 면적에 마법을 박아넣지 못할 리가 없었다.

    명색이 정상급 A급 헌터들이니까.

    전대섭이 사용했던 롱기누스처럼 거대하고 느린 공격이 아닌 이상 그 공간을 적중시키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후읍!”

    하오와 허덕륜, 케빈 등 근접 헌터들은 태운의 버프 마법을 받고는 드래이그 고흐에게 달려들었다.

    퍼퍼퍽!

    증폭의 룬을 받은 헌터들의 공격이 드래이그 고흐의 속살에 박히자 드래이그 고흐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태운은 그것에 조금도 개의치 않고 증폭의 룬을 해제, 남는 메테리얼로 즉시 드래이그 고흐에게 근접한 헌터들에게 룬 마법을 씌워주었다.

    “비행의 룬.”

    태운의 신호에 헌터들은 하나같이 뛰어올라 드래이그 고흐에게 날아갔다.

    그들이 노리고 있는 것은 단 하나, 비늘이 벗겨진 곳에 자신의 최강의 공격을 꽂아넣는 것뿐.

    드래이그 고흐에게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는 그들의 머릿속에는 그것만 가득 차 있었다.

    그때, 드래이그 고흐가 몸을 크게 털었다.

    “크윽…!”

    단순한 움직임이었지만 녀석의 덩치가 워낙 큰 탓에 마치 산이 무너지는 것 같은 위압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몸 털기일 뿐 헌터들에게 조금의 피해도 줄 수 없는 쓸모없는 움직임이었다.

    “괜찮습니다! 그대로 진격하세요!”

    태운은 확성 마법으로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드래이그 고흐의 움직임으로 인한 소음에 묻혀 버렸다.

    전황을 정확히 읽은 셀, 하오, 허덕륜을 제외하고 다른 헌터들은 자신의 몸을 사리기 위해 잠시 멈칫했다.

    “멍청한 것들…!”

    “거기서 멈추면 어쩌라는….”

    셀, 하오, 허덕륜을 본 헌터들은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촤악!

    푸욱!

    쿵!

    셀이 베고 하오가 찌르고 허덕륜이 때리자 드래이그 고흐도 상당한 데미지를 입은 듯했다.

    녀석의 괴랄한 방어력의 이유는 비늘, 그게 없으니 이젠 공격이 제대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우리도…!”

    “안 돼!”

    다른 헌터들이 뒤따라 공격을 하러 달려들었지만 이미 가속도를 잃은 상태였다.

    게다가 피해를 입은 드래이그 고흐가 이곳을 신경 쓰기 시작한 때였다.

    허덕륜은 뒤늦게 달려들기 시작한 케빈의 어깨를 잡고 끌어내렸다.

    그 순간 케빈이 나아가고자 했던 곳에 드래이그 고흐의 팔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이런 미친….”

    허덕륜과 케빈뿐만이 아니었다.

    셀과 하오도 한 명씩 데리고 바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들의 임기응변으로 허무하게 작전의 핵심 인원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후… 다행이네.”

    태운은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태운은 드래이그 고흐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작전이 통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하지만 해봐야 인간으로 따지면 손가락 한두 개 잃은 수준의 피해만 입었을 거야.”전대섭과 셀, 태운의 합공은 녀석에게 각각 갑옷 파괴, 날개 손상, 전신 1도 화상 정도의 피해를 주었다.

    그러나 다른 헌터들이 한 공격은 그렇게 큰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녀석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으며 확실히 데미지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몰라도 언젠가 녀석은 쓰러진다는 것이었다.

    [쿼어어어엉!!!]

    드래이그 고흐의 고통스러운 괴성은 소름 끼치면서도 무서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헌터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었다.

    마치 절대 죽지 않을 것 같았던 녀석이 울부짖으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으니까.

    “우리도 싸우자!!!”

    “우오오오!!!”

    태운은 그들이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확성 마법으로 그들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당신들의 공격으로는 절대 녀석에게 피해를 줄 수 없습니다. 당신들의 임무는 산발적인 공격으로 드래이그 고흐의 시선을 끄는 일입니다!]

    그 말을 듣자 헌터 측 진영의 열기가 가라앉았지만 그들은 상황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는 창공 길드의 길드장인 장신에게 맡기기로 했다.

    첫 작전에서도 B팀의 지휘를 맡았으니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웨퍼들은 모두 공격을 드래이그 고흐에게 쏟아부어라! 되도록 비늘이 벗겨진 곳이 좋다!”장신의 명령이 떨어지자 드래이그 고흐를 향해 형형색색의 마법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후… 거대화하면서 지능이 떨어졌나? 전에는 굉장히 똑똑하게 우리의 공격에 대응했던 기억이 있는데 말이야.”롱기누스의 반동에서 벗어난 전대섭이 태운에게 말했다.

    “녀석이 이제 슬슬 반격을 시작할 거다. 전방 공격대를 철수시키고 공격에 대비해. 아마 첫 공격은 브레스일 거다.”“공격의 수준은 얼마나 될까요? 방어 마법은 어떤 것이 좋을지….”태운은 녀석을 상대해본 적이 있는 전대섭에게 전투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전대섭이 태운보다 경험도 많고 아는 것도 많기에 그 상황에 대한 판단은 잘해 줄 수 있을 테니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태운의 기대대로 전대섭은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빠르게 구상해 대답해주었다.

    “음, 마나 램파드를 다중으로 시전해라. 범위에 치중된 공격이니 그 정도면 막을 수 있을 게야.”

    “알겠습니다.”

    태운은 전방 공격대에 철수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신속의 룬.”

    태운은 기존의 버프 마법을 취소하고 속도에 치중한 신속의 룬 버프 마법을 사용해 전방 공격대의 빠른 철수를 도왔다.

    전방 공격대가 철수하자 태운은 즉시 장신에게 말했다.

    “B팀에게 공격을 멈추라고 해주세요. 방어 전략은 개인 방어입니다.”

    “알겠다.”

    태운은 장신에게 B팀에 대한 명령을 내려주었고 장신은 태운의 말을 따랐다.

    “공격 중지! 곧 녀석에게서 공격이 날아올 것이다! 개인 방어 실시!”장신의 말을 들은 헌터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개인 방어라고?”

    “방금 개인 방어라고 한 거 맞지?”

    “개인 방어로 저 녀석의 공격을 막아낼 수나 있겠어…?”개인 방어는 말 그대로 헌터 개개인이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방어 마법이나 스킬을 펼치는 것을 의미한다.

    방어 마법은 모이면 모일수록 단단해지는 만큼 개인 방어는 좋은 방어 전술이 아니었다.

    혼전 속에서 대열을 갖추지 못했을 때 적의 광역 공격을 막아내야 하는 상황에서나 사용되는 전술이다.

    “일단 시키는 대로 해보자고!”

    “젠장… 무섭네….”

    헌터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개인 방어를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드래이그 고흐가 입에 불꽃을 물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태운은 메테리얼을 모두 사용해 마나 램파드를 생성했다.

    엄청난 양의 마나를 사용했지만 튼튼하고 넓은 성벽이 헌터들과 드래이그 고흐의 사이를 가로막아주었다.

    ‘막을 수 있을까?’

    그런 의심이 생기기가 무섭게 드래이그 고흐는 첫 공격을 시작했다.

    화르르르륵!

    엄청난 열기와 범위를 가진 브레스 공격이 태운의 마나 램파드와 격돌했다.

    쩌-적 챙-!

    쩌-저적 챙-!

    쩌-저저적 챙-!

    순식간에 깨져 나가는 마나 램파드, 하지만 처음에 비해 브레스의 위력도 확실히 줄어들어 있었다.

    “크윽….”

    태운은 옆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마정석을 흡수, 저장한 후 깨져 가는 마나 램파드에 오버 서플라이를 시전했다.

    마치 둑이 터진 듯 마나가 흘러나갔지만 마나 램파드는 더 이상 브레스에 쉽게 깨지지 않았다.

    “후… 좋았어.”

    그렇게 태운은 드래이그 고흐의 브레스를 막을 수 있었다.

    “아슬아슬했다….”

    만약 성벽 갑주를 완성하지 않고 수호신 특성을 완성하지 못했다면 막기 힘들었을 것이다.

    특성 수호신 덕분에 모든 방어 마법의 효율이 매우 높아졌으니까.

    “나 지금 살아 있는 거지…?”

    “다시 공격 준비!!!”

    장신은 다시 헌터들에게 공격을 지시했고 다시 형형색색의 마법이 드래이그 고흐에게로 날아갔다.

    “자, 이제 이걸 반복하면 됩니다.”

    “준비됐나?”

    전대섭은 태운에게 물었다.

    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전대섭은 그 말을 듣고 롱기누스를 시전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 태운이 상상도 하지 못한 변수가 생겨났다.

    “저기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지원군인가?”

    태운의 눈에는 그들이 지원군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들이 조금 더 가까이 오자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짙은 마기, 어딘가 맛이 가 있는 눈.

    바로 칠죄신교의 전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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