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189화 (189/379)
  • 189화

    “하…. 내가 고삐리가 시키는 거 그대로 해야 해?”

    “닥치고 하라는 대로 해.”

    카츠는 태운에게 신나게 얻어맞은 그 날 작전에 대해 설명받았다.

    태운의 목적과는 별개로 내용 자체는 카츠의 관심사였기 때문인지 의외로 협조적이었다.

    “그나저나 한국에는 그런 마약이 있었단 말이야? 뭐… 부작용 때문에 먹을 생각은 없지만.”“부럽다는 반응 하지 말지? 우리한테는 골칫거리니까.”

    “예예~.”

    퍼억!

    “끄어억….”

    태운은 능글거리는 카츠의 명치를 강하게 때렸다.

    “착각하지 마. 넌 그냥 내 뜻에 이용될 뿐이니까.”

    “젠장….”

    “하….”

    던전 안에서 맞을 때야 태운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 줄 몰랐으니 다짜고짜 살려달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제는 태운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까부는 것이다.

    ‘이놈 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도 없고…. 빨리 일 끝내고 죽이든가 다 까발리든가 해야지.’이 세상에서야 칠죄신교가 없으니 그들과 손을 잡지는 않았지만 그게 아니어도 카츠는 끔찍한 범죄자다.

    불과 며칠 전에 던전에서 C급 헌터를 죽이기 전에 그를 조롱하던 말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그가 아주 끔찍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범죄자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넌 일만 제대로 하면 돼. 그럼 네가 놓친 C급 헌터의 기억을 지워주고 네 범죄 행각들을 전부 묻고 넘어가 주마.”“그것만 아니었으면 그냥 도망쳐 버렸을 거다….”

    “마음대로 해봐. 어떻게 되는지 보자.”

    태운은 천천히 고개를 들며 카츠의 체면을 바닥에 처박아 버렸다.

    카츠는 혀를 찼지만 태운에게 반항할 수 없었다.

    약점을 잡은 건 태운이었으니까.

    “빨리 들어가서 연기나 잘해.”

    “쯧…. 알겠어.”

    카츠는 태운을 한 번 노려보고 방에서 나갔다.

    태운과 카츠는 현재 영화에서 나올 법한 일식당의 방을 하나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녀석이 눈치를 챌 가능성도 있어서 일본 경찰 측의 허가만 받고 3명의 인원만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한 국가의 최정상급 헌터와 거래를 하는데 리더가 직접 오겠지. 일본과 거래를 하고 싶다고도 했다니까….’이 거래는 태운이 직접 만들지 않아도 언젠가는 있을 일이었다.

    상상해보면 태운이 알기 전에 이 거래가 이뤄졌다면 상당히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 같았다.

    ‘이렇게 내 제어하에 거래를 진행하게 해 마약 조직의 리더를 잡을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태운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카츠는 옆 방으로 들어가 기다리기 시작했다.

    카츠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태운이 마련해준 옷이었다.

    어깨 부분에 도청 장치가 있고 가슴에 있는 자수 문양에 카메라가 숨겨져 있다.

    ‘카츠에게는 카메라 이야기만 했고 도청 장치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약점을 잡고는 있지만 태운은 아직도 카츠를 믿고 있지 않았으니까.

    혹시 모르니 도청 장치와 카메라가 있는 시계를 채워 보냈다.

    카츠는 그것에 신경 쓰느라 어깨에 있는 도청 장치를 신경 쓰지 못할 것이다.

    ‘어차피 옆 방이라 조금만 신경 쓰면 소리는 들을 수 있지만 녀석도 바보는 아닐 테니 사일런스 필드 정도의 마법은 쓰겠지. 도청 장치에 있는 녹음 기능도 쓸 날이 있을지도 모르고.’정작 태운 자신도 이 방 전체를 사일런스 필드로 도배해놓았으니까.

    “흐음…. 언제 오는 거야?”

    태운의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 카츠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일단 가만히 있어. 티 내지 말고. 대답도 하지 마.”누가 봐도 어색한 혼잣말에 태운이 주의를 주었다.

    카츠가 불만이 있는지 시계에 있는 마이크를 툭툭 쳤다.

    툭툭 친 것뿐이었지만 태운의 귀에는 폭탄이 터지는 소리처럼 크게 들렸다.

    ‘이 새끼가….’

    그러고 있는 와중에 카츠가 있는 방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건 태운이 있는 방에서도 느껴졌고 태운은 급하게 카츠에게 지시를 내렸다.

    “시계로 녀석을 비춰봐. 얼굴이나 한번 봐야겠어.”그렇게 말하고는 노트북을 열어 카메라 화면을 보았지만 카츠는 들어온 사람의 하반신만 비춰 보일 뿐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빨리 비춰 보라니까!”

    태운의 닦달에도 카츠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때, 옆 방에서 대화가 시작되었다.

    “아니, 이게 누구신가. 우리의 영웅 카츠 헌터 아닌가?”“참…. 나라 꼴 잘 돌아가네…. 헌터 협회 이사이자 국회의원인 양반이 이런 자리에 와?”카츠는 그 말을 꺼내고는 천천히 시계를 위로 움직였다.

    카메라 화면에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의 얼굴이 드러났고 태운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게이치로…?”

    게이치로는 현실에서 마쓰다 협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후 대신 협회장의 자리를 맡은 사람이었다.

    태운과 전대섭의 계획을 가장 먼저 알아채고 그것으로 태운에게 협상을 제안했던 사람이다.

    ‘그 사람이 마약 조직의 리더라고…?’

    태운은 순간 혼란스러워졌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럴 리가 없지. 게이치로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마약을 팔아넘길 이유가 없으니까.’헌터 협회의 이사직을 가지고 있기도 하며 대기업 대표의 자리를 맡고 있는 사위도 있었다.

    돈이라면 차고 넘치는데 이런 마약을 팔겠다고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면 마약을 사겠다는 쪽이네. 마약을 사기 위해 이곳에 온 거야.’태운은 이대로 카츠와 게이치로의 대화에 집중했다.

    “그 선하고 착한 영웅, 카츠 헌터가 이곳에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지.”“헛소리하고 있네. 너 정도 위치에 있는 놈이라면 내가 뒤가 구리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을 텐데.”

    “설마.”

    게이치로는 썩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나저나 너는 각성자도 아니면서 이런 마약을 왜 사려는 거지?”카츠의 질문이었다.

    게이치로는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말했다.

    “그 마약…. 그 마약의 진가는 각성자의 힘을 늘려주는 데 있지 않네.”

    “그렇다면…?”

    게이치로는 그제야 표정을 바꾸었다.

    아주 사악하고 소름 끼치는 미소로.

    “그 마약의 진정한 가치는 그 부작용에 있지.”

    “뭐…?”

    그 사이코 카츠 조차도 당황할 법한 답변이었다.

    태운은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카츠를 죽이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게이치로의 수행원들이 내게 보여줬던 사진 속 몬스터들이….’태운은 여기서 그와의 대화를 끝내면 안 된다는 직감이 강하게 들었다.

    “카츠, 내가 하는 말을 똑같이 따라 해라.”

    태운은 마이크에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츠는 태운의 말을 똑같이 따라 했다.

    “피차 같은 배를 탄 사이인데 좀 더 자세히 들려줄 수 있잖아?”“그래…. 자네도 조금 흥미가 동하나 보군”카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앉겠네.”

    “그래.”

    게이치로는 카츠의 옆자리에 앉아 말을 시작했다.

    “그 마약의 부작용은 들었을 게야.”

    “당연하지. 몬스터화, 대충 그런 거던데.”

    “그래, 몬스터화! 지능이 낮지만 신체 능력만큼은 발군인 몬스터! 난 테이밍 마법을 본 순간 깨달았다. 몬스터를 가장 먼저 군대로 만드는 국가가 세상을 지배할 거라는 사실을.”그 말을 듣고 태운은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 같았다.

    ‘설마 그 사진 속에 있던 몬스터가 사람이었다는 거야…?’이 세상에서 이 마약을 봤을 때, 현실에서는 아직 이 마약이 완성되지 않았을 거라는 안일한 추측을 했었다.

    하지만 달랐다.

    칠죄신교와의 테러, 전투, 기간트 에이지 등등 수사를 방해할 법한 요인들 때문에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던전 안에 있는 몬스터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것부터가 난관이었지.”그럴 법했다.

    던전 밖으로 끌고 와 잡아놓을 수 있는 몬스터는 고작해야 D급 헌터 수준이 한계였으니까.

    그 이상의 몬스터는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탈출할 것이다.

    “던전 안에 있는 풍부한 마나가 없으면 한 달 내에 죽는 녀석들도 수두룩하니까…. 그들을 군대로 키우기에는 무리가 있었지. 그러던 중에 이 마약에 대한 소문이 나에게 들어오게 된 거다.”“참…. 거기까지만 말해도 알 수 있겠군. 그래서 마약을 먹이고 몬스터를 만들어 그들로 군대를 만들겠다는 거야?”“정답. 이미 샘플을 좀 받아서 실험 중이다. 아직은 E-1 티어 몬스터 정도의 힘을 보이는 개체만 조금 만들어졌을 뿐이야.”태운이 충격에 오더를 내리지 못하자 카츠가 멋대로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참, 너도 종족만 인간이다 뿐이지 괴물이나 다름없는 녀석이야.”“자네는 뭐 다른가? 헌터를 죽여놓고 그 아내에게 접근해 위로하는 척 꼬셔서 불륜이나 저지르는 놈이.”“남편이 죽었는데 어떻게 불륜이야? 크큭”

    “그런가…. 그래, 뒷말 나오지 않게 처리만 잘했으면 됐어.”“나도 작가나 해봐야겠어. 헌터 일을 하다가 죽은 아내, 세상을 비관하여 자살.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스토리잖아?”카츠와 게이치로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토가 쏠릴 노릇이었다.

    “카츠, 닥쳐.”

    그러자 카츠는 시계의 카메라에 손가락 욕을 날렸다.

    대충 꼬우면 와서 행패라도 부려보라는 뜻인 것 같았다.

    ‘카츠….’

    태운은 진심으로 생각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카츠는 자신의 손으로 죽일 것이라고.

    드르륵.

    그때, 카츠와 게이치로가 있는 방의 문이 열렸다.

    “안녕하십니까. 연락드렸던 Z라고 합니다.”

    “코드네임같은 건가?”

    “그런 셈이죠.”

    태운은 그 말을 들으며 카츠에게 명령했다.

    “녀석의 얼굴을 비춰!”

    하지만 카츠는 태운의 말을 듣지 않았다.

    빠각!

    오히려 카메라와 도청 장치가 있는 시계를 박살 냈다.

    “이런 씨…. 카츠! 죽고 싶은 거냐!”

    카츠는 태운의 협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태운도 급하게 옷에 달린 카메라로 연결을 시작했다.

    “샘플은?”

    “가져왔습니다. 부작용에 대해서는….”

    “한번 보지.”

    “아, 네 알겠습니다.”

    카츠의 급한 말에도 Z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카츠의 요구대로 마약이 담긴 가방을 열어 보였다.

    “한 팩에 얼마지?”

    “일 회 분량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5만 엔입니다.”

    “좋아. 지금 당장 10개 사지.”

    탕!

    카츠는 주머니에 있던 현금 뭉치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10회 분량의 마약을 한 번에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 모습을 본 Z는 살짝 놀라며 말했다.

    “아무리 A급 헌터라도 10회 분량을 한 번에 투약하면 부작용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만….”“부작용은 의미 없어. 스킬 포식을 사용하면 되니까.”카츠의 스킬인 포식, 하루 1회에 한하여 위장에 들어간 무언가의 특성 중 원하는 특성을 없애는 스킬이었다.

    평소에는 쓰레기 중의 쓰레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부작용만 없앤다면 몬스터가 될 필요도 없이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옆에 있는 쥐새끼 먼저 쳐 죽이고 대화를 시작하자고.”

    “카츠…!”

    콰앙!

    “크읍…!”

    카츠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벽을 부숨과 동시에 태운을 공격했다.

    카츠의 몸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느껴지는 힘도 커진 상태였다.

    “이 흘러넘치는 힘…. 이거라면 네놈을 찢어 죽일 수 있다….”“하…. 너한테 이런 일을 시킨 내가 미친놈이지….”

    “까불지 마라!!!”

    카츠는 태운의 얼굴에 주먹을 내질렀다.

    엄청난 속도와 힘, 그것에 맞는 사람은 형체도 없이 사라질 것 같았다.

    그 순간.

    촥-.

    태운의 손짓 한 번에 카츠는 순식간에 고기 파편이 되어 사라졌다.

    “방어 마법이라도 두르고 덤벼들어라, 멍청한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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