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185화 (185/379)
  • 185화

    “들어가!”

    “뭐, 뭐야!”

    “저 새끼들 전부 잡아!”

    “이런 씨… 뚫어!”

    마약 수사 1팀은 또다시 마약 거래 현장을 덮쳤다.

    이번에는 저번처럼 작은 거래 현장이 아닌 나름 규모가 있는 거래 현장을 찾아냈다.

    태운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한발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렇다고는 하나 태운을 제외해도 엘리트 형사들과 헌터들이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제압이 진행되었다.

    그때, 마약 거래자 중 한 명이 이를 악물더니 능력 강화 마약에 손을 가져갔다.

    “어…?”

    형사 중 한 명이 그를 제지하려 달려들었으나 다른 공범에게 가로막혔고 녀석은 마약을 입에 가져갔다.

    주사를 사용한 방식이 효율이 좋을 뿐, 입으로의 복용도 마약의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으웁……! 우욱!!!”

    마약을 한 번에 다량으로 복용한 녀석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자신의 몸 주변으로 마나를 모았다.

    녀석의 특기나 스킬을 한 번에 터뜨리려는 모양새였다.

    저번에 태운이 잡았던 테러범처럼 말이다.

    “쯧….”

    태운은 그 모습을 보고 메테리얼을 하나 생성해 마법을 사용했다.

    “하이 솔리드 버블.”

    그러자 폭주하고 있던 녀석의 주변에 구 형태의 마나 벽이 생겨났다.

    ‘프로텍트 돔으로는 한계가 느껴지던 차에 완성된 마법이지.’그동안 돔 형태의 방어 마법은 처칠의 결계를 베이스로 만든 마법을 주로 사용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범위가 워낙에 넓어 사용하기 애매한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마다 프로텍트 돔을 사용했지만 강도가 태운의 마음에 차지 않았다.

    하지만 구 형태의 방어막에 강도를 높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솔리드 아머를 처음 만들 때만큼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얻은 수호신이라는 특성 덕분에 완성 시킬 수 있었던 마법, 그게 하이 솔리드 버블이었다.

    ‘강도는 하이 솔리드 아머보다 조금은 약하지만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어.’

    “모두 숙여!”

    강인철 헌터가 폭주하려는 징조를 보고 팀원들에게 지시했지만 태운은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뭐…?”

    그 말과 동시에 녀석의 마나가 폭주했고 녀석의 몸이 폭발하며 강력한 얼음 마법이 시전되었다.

    물론, 태운의 하이 솔리드 버블 덕분에 아무런 피해가 없었지만 말이다.

    쿠궁….

    태운이 하이 솔리드 버블을 해제하자 버블의 크기만 한 얼음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공범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항복했다.

    “묶죠.”

    “재능이 있는 수준이 아니구만… 졸업만 하면 A급 헌터는 떼놓은 당상이겠어.”

    “일단은 그게 목표였죠.”

    “그럼 그 목표는 이뤘군.”

    강인철과 태운은 실없는 대화를 하며 녀석들을 하나하나 결박하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녀석은 없었다.

    태운의 힘을 눈앞에서 보기도 했고 마약을 투약한 녀석의 최후를 보았으니까.

    부작용이 없다던 말을 믿고 거래했고 본인들도 투약했으니까.

    마나의 폭주로 몸의 형태를 잃어버리고 빨간색 얼음이 되어 버린 동업자의 최후를 보고 상당히 혼란스러울 것이다.

    태운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

    ‘끔찍하네….’

    마나의 폭주는 흔하지는 않지만 존재하지 않던 일도 아니다.

    마나가 폭주하면 자신이 주력으로 사용하던 속성의 힘이 몸을 폭발시킨다.

    헌터가 맞이하는 최악의 죽음 중 하나였다.

    “일단 서로 압송하겠습니다.”

    “방심하지 말고 계속 지켜보게. 언제 도망칠지 모르는 놈들이니까.”

    “알겠습니다.”

    형사들과 몇몇 헌터들이 녀석들을 차량에 태워 서로 끌고 갔다.

    남은 사람들은 현장에 남아 조사하기로 했다.

    협회 소속 헌터 중 하나가 녀석들이 거래하기 위해 가지고 온 돈 가방을 열어보고는 감탄했다.

    “돈 봐라….”

    “이게 얼마야…?”

    5만원권으로 가득한 가방을 본 헌터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 우리는 쎄빠지게 일해서 쥐꼬리만큼 버는데… 이놈들은 이렇게 큰돈을 움직이고 있네….”

    “인생 뭐 같다. 참….”

    녀석들이 불법적인 일로 벌어들이는 돈이 천문학적인 금액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 감정이 이상했다.

    녀석들이 잡혀가는 것을 봐서 부럽지는 않았지만 회의감 같은 것이 든 것 같았다.

    터억.

    강인철 헌터가 돈 가방을 닫고는 빼앗았다.

    “가지지도 못할 돈, 보지도 마라. 괜한 욕심만 생긴다.”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증거 물품 박스에 그대로 집어넣었다.

    “네, 알겠습니다.”

    헌터들은 강인철 헌터의 말에 돈 가방에서 관심을 떼어내고 다른 증거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강인철 헌터는 태운의 옆으로 돌아가 말했다.

    “잘 봐둬라.”

    “네?”

    강인철 헌터는 말 없이 턱으로 헌터들이 증거를 찾는 모습을 가리켰다.

    “힘으로만 따지자면 이 팀에서 너를 이길 사람은 없을 거다. 물론 나도 포함이다. 애초에 나는 B급 헌터 중에서 약한 편 속하니까.”태운도 알고 있었다.

    그는 가장 강하기 때문에 팀장이 된 것도 아니었고 지휘자 역할에 맞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팀장이 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팀장을 맡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너에게는 이런 능력이 필요할 거라는 직감이 드는구나.”

    “이런 능력이라 하면….”

    “증거를 찾고 단서를 찾아서 추리하고 범인을 찾는 능력 말이다.”강인철이 팀장을 맡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특성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확한 선견지명 덕분이었다.

    “내 직감일 뿐이지만 너는 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목표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더구나.”

    “예…?”

    정곡을 찔린 태운은 순간 깜짝 놀랐다.

    그러자 강인철 헌터는 허허, 하고 웃더니 태운을 놀렸다.

    “한번 떠본 것뿐이었는데 그렇게 놀라다니. 자네도 아직은 어리군.”

    “하… 하….”

    태운은 이 수사에 진심이었고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태운에게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었다.

    ‘내 진짜 목표는 현실에서 녀석들을 잡을 수 있는 단서를 찾는 거니까….’순간 강인철 헌터에게 사람의 마음을 읽는 스킬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그래도 나는 자네를 나무랄 생각은 조금도 없네. 자네의 능력은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고 범죄자에 대한 증오는 거짓이 아닌 것 같으니 말이야.”

    “감사합니다.”

    강인철 헌터는 태운의 속을 완전히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태운의 생각을 알아맞히고 있었으니까.

    ‘은퇴하시면 점쟁이 하셔도 되겠는데…?’

    태운이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강인철 헌터는 태운의 생각을 읽은 듯이 말을 꺼냈다.

    “자네 방금 ‘돗자리 펴도 되겠다’ 이런 생각하고 있었지?”

    “어… 예. 어떻게 아셨습니까?”

    “한두 놈이 아니거든.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놈들이.”강인철 헌터는 호탕하게 웃고는 아주 작은 소리로 태운에게 말했다.

    “자네에게는 내 비밀을 말해줘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구만.”

    “비밀… 말인가요?”

    “그래, 비밀 말이다. 비밀이라고 해야 할까…. 사실 내가 대장을 맡고 있는 던전 공략대의 대원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네.”강인철 헌터는 더욱 조심히 말을 꺼냈다.

    “나의 아내도 헌터였네.”

    “그렇습니까?”

    강인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트라우마 때문에 그만두고 말았지만 말이야.”

    “아….”

    “그래서 나에게 헌터일을 그만두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했었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 말고는 할 줄 아는 일이 없는 것을.”태운은 잠자코 강인철 헌터의 말에 집중했다.

    “내 뜻이 꺾이지 않자 아내는 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어.”

    “제안…?”

    “아내는 나에게 스킬을 하나 공유해주었네.”

    “스킬을 공유한다구요…?”

    “그 스킬의 특징 중 하나였어. 그 스킬의 이름은 ‘위험 감지망’이었지.”위험 감지망.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스킬이지만 그 효과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위험을 감지하는 스킬이야. 그런데 공유 과정에서 힘의 일부를 잃어 날 위험에 빠뜨릴 무언가만 감지할 수 있었지. 그것이 감지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던전에서 철수하는 걸 조건으로 헌터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어.”

    “그럼….”

    태운은 그 순간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설마… 위험에 빠뜨릴 사람도 감지가 됩니까…?”

    “음… 단 한 번 있었네.”

    그 순간, 태운은 과거 마르기가스의 의식을 막을 때를 떠올렸다.

    모두가 지금 당장 나가야 한다고 주장할 때, 태운 홀로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의견을 들어준 것은 강인철 헌터였다.

    결국, 그곳에서 강인철 헌터는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때, 감지망이 감지한 위험은 나였을까. 마르기가스였을까.’태운의 표정이 죽어가자 강인철은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날 위험에 빠뜨릴 사람으로 감지된 그 한 명은 김현우 헌터였네. 내가 아주 든든하게 생각하는 녀석이지.”

    “…….”

    “녀석이 감지되었을 때는 굉장히 혼란스러웠어. 녀석이 날 배신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강인철 헌터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는 일이더구나. 내가 믿는 놈이니 조금만 더 믿어주자고.”

    “그럼….”

    “상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나는 내 공략대와 함께 던전에 들어가서 공략 중이었다. 그러다가 녀석이 갑자기 자신의 특성이 활성화되었다며 주변을 탐색해보자고 하더구나. 난 당황스러웠지. 이제 몬스터의 개체를 줄이고 던전에서 나가려던 참이었으니까.”태운은 계속해서 강인철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 순간 녀석의 머리 위에 위험 표식이 뜨더구나. 녀석이 날 위험에 빠뜨릴 녀석이라고. 하지만 나는 녀석을 믿었어. 그래서 녀석의 말대로 해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죽을 뻔했지. 우리가 찾아낸 것은 범죄자들이 던전 안에서 만든 하나의 조직이었으니까.”

    “……설마 그 사건인가요?”

    “그래, 뉴스에도 크게 났을 거다. 조직명 ‘케이브’…. 여하튼 죽을 뻔했지만 녀석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지. 김현우를 믿지 못하고 그대로 나갔다면… 녀석들이 힘을 키울 시간을 줬을 것이고 녀석들이 던전 밖으로 나온 순간 서울에 많은 사상자가 났겠지.”강인철 헌터는 그렇게 말하고는 작게 웃었다.

    태운은 강인철 헌터의 웃음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로 태운은 분명히 알 수 있는 것도 있었다.

    ‘그날, 강인철 헌터님은 나에게서 위험을 감지했을 거야.’분명했다.

    강인철 헌터는 그럼에도 태운의 의견을 들어준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에서….

    태운이 이를 악물고 분해하고 있을 때 강인철이 말해주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분함의 대상이 나였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겠군. ‘헛생각하지 말고 네 앞가림이나 잘해’라고.”

    “…….”

    강인철은 알고 있었을까.

    그 말이 가장 태운의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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