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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77화 (177/379)
  • 177화

    태운은 마스터 승급 테스트에 성공했다.

    전대섭은 태운이 마스터 승급 테스트에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미 마스터 승급 절차를 밟아두고 있었다.

    그 덕분에 승급 테스트 이후 하루 만에 마스터 등급으로 승급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도 일 처리가 빨라서 좋네.’

    태운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고작 1년이다.

    승급 절차라며 3일에서 일주일이나 허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마스터 등급으로 가서 마스터 등급의 학생들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었다.

    “오늘이 마스터 등급 생활 첫날인가.”

    태운은 승급 테스트를 한 직후 집으로 돌아가 잠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전투나 대련을 한 후에는 훈련을 하지 않는 것이 태운의 버릇이었다.

    좋은 대련에서 오는 실전 감각을 훈련으로 덮어 버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정신 차리고 제대로 해보자.’

    마스터 등급의 학생들이 아카데미 내에서 어떤 생활을 하는지는 조금도 알려진 것이 없다.

    가끔 물품 대여소에 망가진 훈련 물품을 가지고 오는 것 때문에 소문이 조금 흉흉하게 나 있다.

    태운은 살짝 긴장된 가슴을 붙잡고 마스터 등급의 교사에 들어서 자신이 배정받은 교실 문을 열었다.

    드르륵!

    “어…?”

    태운이 예상하고 있던 모습과 교실의 모습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니, 아무도 없으면 어쩌자는 거지?’

    예상하던 것과 다른 것은 둘째치고 8시가 넘었는데 교실에 아무도 없다는 게 놀라웠다.

    기숙사에 사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어째서 아무도 없는 것인지 태운은 당황스러웠다.

    그때, 당황하고 있던 태운의 뒤에서 누군가 나타난 태운의 어깨를 붙잡았다.

    “……?”

    태운은 어깨를 붙잡은 손을 따라 뒤를 돌아보았다.

    태운의 뒤에 있던 사람은 공전하였다.

    “안녕하세요…?”

    태운은 공전하가 왜 교실이 아닌 복도에서 나타났는지 궁금하면서도 당황스러웠다.

    8시면 지각은 아니지만 마스터 등급의 학생들은 전부 노력하는 천재인 줄 알았다.

    그들이 모두 이렇게 늦게 학교에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조금은 실망했다.

    하지만 공전하의 입에서 나온 말은 태운의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나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어.”

    “네?”

    “우리 교실이 있긴 한데 교실은 안 써.”

    “교실은 안 쓴다구요…?”

    “그래.”

    공전하는 태운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디서….”

    “빨리 따라오기나 해. 가면서 이야기해 줄게.”

    “아…. 네.”

    공전하는 뒤를 돌아 걸어가기 시작했고 태운은 그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마스터 등급에 처음 오는 애들은 다들 그러더라고.”

    “예?”

    “마스터 등급에 처음 오는 애들은 다들 쓰지도 않는 교실에 가서 기다려. 걔네들한테는 당연한 거지. 우리한테는 아니지만.”“그럼 어디로 가야 하죠…? 학생이 교실에 있지 않으면 어디에 있어야….”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평일 오전 9시에 있어야 할 곳이 교실이 아니라면 어디란 말인가?

    하지만 마스터 등급의 특이한 점이 이곳에서 나타났다.

    “너야 19살이라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23살에서 28살까지 있을 정도로 연령대가 높은 편이야. 너라면 28살까지 학교에 다니면서 교실에 묶여 있고 싶겠니.”

    “아… 뭐….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교실에 있어 봐야 아무런 도움도 안 되잖아.”

    “그런 그렇죠.”

    공전하의 말이 맞았다.

    교실은 단순히 학생들의 생각과 마음을 학교라는 곳에 집중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교실이 아니더라도 공부는 할 수 있다.

    오히려 교실이 아니라 더 공부가 잘될 수도 있다.

    게다가 그 공부의 내용이 단순 국어 영어 수학이 아니라 마법과 검술 창술 등 훈련이 필요한 것이라면 교실은 방해가 될 뿐이다.

    교실에서 마법을 쓰고 검을 휘두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우리는 교실이 아니라 체육관으로 등교를 하지.”

    “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교실에서 기다리느라 아침 훈련 시간을 잃어버리는 건 상당한 손실이었다.

    아침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하루가 결정된다고 할 정도로 아침 시간은 중요한 시간이었으니까.

    “그래서 이게 생겼지.”

    공전하와 태운은 어느새 체육관 앞에 도착했고 공전하는 옆에 있는 카드기를 가리켰다, 버스요금기 같은 모양새였다.

    “자, 여기에 네 학생증을 가져다대면 출석 완료야.”

    “아하….”

    “참, 너 훈련할 물품 필요하지 않아? 필요한 거 있으면 전부 물품 대여소에서 빌려 쓰면 돼. 부서져도 상관없으니까 마구 가져가서 쓰면 돼. 부서져도 변상 같은 건 안 해도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아….”

    마스터 등급에 지원이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이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 써주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참 부러웠다.

    ‘나도 1년 정도는 다녀볼 걸 그랬나.’

    이렇게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훈련에만 신경 쓸 수 있다면 익스퍼트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질 좋은 훈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아카데미 측에서 우리한테 일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으니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네요.”

    그들은 전부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헌터들이다.

    그들에게 의뢰를 하려면 돈이 상당히 많이 들 것이고 그 돈의 수수료를 받는다면 상당히 괜찮은 수입이 될 것이다.

    ‘그래도 수수료를 받는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는 사람은 없지.’수수료가 그리 높지도 않고 의뢰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이름으로 최대한 열심히 해결해주려고 하니까.

    그리고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이름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반인륜적인 행위를 덮어주는 게 아닌 이상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

    “물품 대여소 먼저 갈래?”

    “아뇨. 오늘은 마법 훈련하는 날입니다.”

    “마법?”

    공전하는 태운의 말을 듣고 이마를 좁혔다.

    태운은 그 순간 아차 싶었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훈련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알게 될 일, 태운은 그냥 말하기로 정했다.

    “아…. 그 제 특기는 마법입니다.”

    “뭐라고…?”

    태운은 특별 승급 테스트 당시 불을 만들어내는 정도의 기초 마법을 제외하고 마법은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진짜냐…?”

    검만을 사용해서 자신을 이겼던 사람이 사실은 마법이 특기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그건 공전하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너 뭐 하는 놈이냐…?”

    공전하는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굉장히 화가 나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가 태운에게 해코지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공전하는 가르쳐 달라고 하면 가르쳐 달라고 했지 그런 일을 벌일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하…. 진짜 미치겠다.”

    공전하는 엄청나게 복잡한 마음을 그대로 표출해내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가서 소리쳤다.

    “야! 조강현! 이설아! 이번에 새로 온 놈, 마법이 특기란다!”공전하는 나만 죽을 수 없다는 듯이 이 기쁜 소식을 조강현과 이설아에게도 전했다.

    “쟤 뭐라는 거냐.”

    “마법이 특기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그게 마법사의 움직임이냐?”

    “전투 센스 관련 특성을 서너 개는 각성한 것 같은 움직임이었는데 그게 마법사면… 난 나가 뒈질란다.”

    “아, 진짜라니까?”

    공전하의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공전하는 혼자 분통을 터뜨렸지만 그래도 다른 수는 없었다, “가위바위보 졌으면 얌전히 데리고 오지. 갑자기 무슨 헛소리야!”

    “데리고 왔어!”

    그들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니 왜인지 모르게 형제자매를 보는 것 같았다.

    그만큼 그들이 가깝고 친하다는 뜻이겠지.

    ‘일단 마스터 생활이 마냥 힘들지만은 않겠네.’태운은 이런 분위기에서 훈련하는 게 마냥 복잡하고 힘들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 * *

    “너 특기 진짜 마법 아니지?”

    “어… 그게….”

    다들 믿지는 않았지만 신경은 쓰였던 모양이다.

    태운이 체육관 안으로 들어오자 그들은 모두 하던 훈련을 멈추고 태운에게 달려들어 질문을 시작했다.

    ‘음….’

    그 질문의 답을 기다리는 조강현과 이설아의 표정에서 긴장감이 묻어나왔다.

    대련 때보다 더 긴장하는 것 같았다.

    “어… 음…. 마법이 특기인 건 맞는데요. 검술도 열심히 하기도 했고… 창술도 하고 이것저것 열심히 해서….”태운은 조강현과 이설아의 눈빛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말았다.

    “그게 어떻게 마법이 특기인 놈의 움직임이냐고….”

    “아…. 한강에 몸 던지러 갑니다.”

    “한강 물 다 얼려 버리게?”

    태운의 발언에 이설아와 조강현이 동시에 풀이 죽어 갔고 다른 사람들도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검술만 사용해도 우리 중 3명을 상대해서 이겼는데…. 마법까지 사용하면… 충분히 A급 헌터 딱지 달 수 있겠는데?”

    “그러게 말이다.”

    “한동안 한국 A급 헌터 안 나왔었는데 간만에 A급 헌터가 나오는 건가.”그들은 태운의 힘을 나름 정확하게 꿰고 있었다.

    지금 태운의 힘은 A급 헌터 중하위권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니까.

    “우리 마스터 등급에도 A급 헌터 유망주 두 명 정도 있는데… 둘이 동시에 해보면 이길 수 있으려나.”“야, 아무리 그래도 그 둘을 동시에 이기는 건 좀 무리일 것 같은데….”“하긴…. 그 두 명은 테러 단체 쳐들어가서 대장 멱살 잡고서 끌고 나오는 놈들이니까.”

    “오…. 많이 강한가 봐요?”

    옆에서 얌전히 듣고 있던 공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강하지. 익스퍼트 등급에서 두각을 드러내 올라온 우리와 달리 스카웃돼서 마스터 등급으로 올라온 사람이기도 하고 그중에서도 엄청 강한 사람들이니까.”

    “아…. 스카웃도 되나요?”

    “그래, 한 해에 1~3명 정도만 마스터 등급에 올라오는데 어떻게 30명 정도가 마스터 등급에 모였겠냐. 절반 정도는 스카웃돼서 온 사람들이야.”익스퍼트에서 올라온 사람들과 달리 다른 아카데미에서 엄청난 두각을 드러내 명운 헌터 아카데미 측에서 스카웃 제의를 한 것이다.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마스터 등급 학생이 되면 돈이 되는 일거리도 주선해주고 한국 1등 교육 기관이자 최고의 신뢰도를 가진 아카데미가 그들의 뒤를 봐준다.

    스카웃 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좋은 조건인 것이다.

    “오호… 신기하네요. 그런 건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그럴 수도 있지. 작정하고 파보려고 하지 않는 이상 정보가 쉽게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그나저나 그 사람들은 어디 있나요? 말하는 거 보니까 여기 없는 거 같은데.”공전하는 태운의 말에 잠시 시계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둘 중 한 명은 곧 오겠네. 어제 파견 나갔다가 돌아왔거든.”

    “으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체육관의 문이 열렸고 지금까지 마스터 선배들이 말했던 두 사람 중 한 명이 들어왔다.

    놀랍게도 그 사람은 태운이 아주 잘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라일렌?”

    마스터 선배들이 말하던 A급 헌터 유망주 중 한 명은 과거 태운의 동아리 ‘언더독’의 멤버로 고작 익스퍼트 실버 B반의 학생이었던 라일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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