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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75화 (175/379)
  • 175화

    “뭐야…?”

    “이게 말이 되냐…?”

    공전하와 조강현은 멀쩡히 서 있는 태운을 보고 당황했다.

    그 공격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낸 태운을 보고 놀란 사람은 그 둘만이 아니었다.

    ‘저 둘의 공격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막아낸다고?’뒤에서 가만히 보고 있던 이설아도 태운의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이설아와 공전하, 조강현은 같은 마스터 등급 동기로서 서로의 힘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황금 세대라고 불리면서 한 해에 5명이나 마스터 등급에 진출한 우리 중에 공격력만큼은 발군인 공전하의 공격을….’공전하뿐만 아니라 거인화한 조강현의 공격력도 만만치 않다.

    날카로움은 없지만 거인화한 거대하고 무거운 팔을 휘두르는 것만 해도 엄청난 공격력을 자랑했다.

    그런데 태운은 그것을 아주 간단하게 막아낸 것이다,

    ‘사실 간단하기만 했던 건 아니지만.’

    성벽 갑주는 태운이 사용할 수 있는 방어 마법 중에 가장 높은 강도를 가지고 있는 마법이다.

    이것보다 강도가 서너 단계는 낮은 하이 솔리드 아머도 A급 헌터의 공격을 무리 없이 막아낼 수 있다.

    그것보다 훨씬 높은 강도를 가지고 있는 성벽 갑주는 아카데미에서 치트키에 가까웠다.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한 것 같네.”

    태운은 성벽 갑주를 해제하면서 갑주가 부서지는 듯한 이펙트를 보여주었다.

    둘의 공격이 방어 마법을 부쉈다는 것을 보여줘야 적극적으로 공격을 할 테니까.

    그들이 바로 전의를 잃어버리면 태운도 조금은 아쉬울 것 같았다.

    “생각보다 강하시네요. 제 방어 마법을 부수다니.”약간의 거짓말까지.

    태운은 둘의 공격이 아예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숨겼다.

    ‘방어 마법은 안 써야겠다. 쓰면 쉽게 이길 수는 있겠지만….’언제까지나 쉽게 이겨 버리고 쉽게 해결해 버리면 성장을 이룰 수 없다.

    이번 마정석을 흡수하면서 가장 빠르고 확실한 성장을 이룬 것은 허덕륜과의 5분간의 전투 때였으니까.

    한두 달 동안 스탯을 기르고 연습을 하면서 스킬과 특성을 하나 익혔지만 허덕륜과의 전투를 하면서 5분 동안 하나의 스킬을 얻었다.

    게다가 이곳에서의 성장을 이루지 못하면 현실의 태운이 가져갈 보상도 줄어들 게 분명했다.

    ‘그러니 조금은 제약을 걸고 싸워 보자.’

    제약을 걸고 싸워도 못 이길 것은 없었다.

    ‘음… 어디까지 제약을 걸어볼까…?’

    태운은 자신의 힘과 그들의 힘을 비교해보고 얼마나 제약을 걸어야 할지 생각했다.

    ‘막상 제약을 걸어보려고 하니 어떻게 제약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네.’마스터 승급에 문제가 생겨서도 안 되고 너무 쉽게 이길 정도가 되어도 안 된다.

    ‘그냥 중급 이상의 마법을 전부 봉인하자.’지금까지 태운이 상대에 따라 제약을 걸었을 때 신체 강화 마법과 기초 마법을 제외한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약을 걸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체 강화 마법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태운이 결심하자 조강현과 공전하는 뒤로 물러나 이설아와 이야기했다.

    “마냥 이길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겠는데?”“그러게. 강해 봐야 마스터 등급 수준에 턱걸이로 올라오는 정도일 줄 알았는데.”“방금 공격을 막아낸 스킬, 적어도 A급 헌터 수준이었어. 방어 전문이라고 해도 방심할 수는 없겠어.”태운의 힘을 본 그들은 태운에 대한 평가를 빠르게 수정하고 전략을 다시 짰다.

    그들이 마스터에 들어온 지 2년 차, 어중이떠중이 헌터들보다 실전 경험이 많은 그들이었기에 상황 판단 만큼은 굉장히 빨랐다.

    ‘하지만 이제 난 전투 스타일을 바꿀 거거든.’태운은 자신이 가장 많이 사용했고 가장 익숙한 무기인 검을 빼 들었다.

    명운 헌터 아카데미에서 무상으로 대여해주는, 평범하지만 잘 벼려진 검이었다.

    하지만 태운의 눈에는 차지 않는 무기였다.

    ‘이제 보니 돌검이 얼마나 좋은 무기였는지 알겠네.’자신의 의지가 꺾이지 않는 한 무기는 절대 부러지지 않고 사용자가 가장 익숙하고 사용하기 편한 이상적인 형태로 변형하는 돌검은 엄청난 무기였다.

    돌검이 얼마나 대단한 무기인지 항상 손에 들려 있었을 때는 모르고 있었다.

    태운은 검을 빼 들고 정면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뭐, 뭐야?”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매우 평범한 속도.

    방금까지 긴장을 하고 있던 그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주기에는 충분했다.

    공전하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는 발도를 준비했다.

    조강현은 처음에 정했던 대로 이설아를 보호했고 이설아는 광범위 얼음 마법을 준비했다.

    ‘좋아.’

    태운은 빠르게 그들의 의중을 알아채고 그들의 공격에 대비했다.

    “아이스 필드.”

    이설아는 자신의 전방에 있는 모든 적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드는 아이스 필드를 시전했다.

    하지만 태운은 이 마법의 파훼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태운은 이설아의 아이스 필드가 시전되기 직전 공중으로 뛰어올랐고 그와 동시에 마나를 검을 주입한 후, 화속성 마나로 전환해 바닥을 향해 쏘아냈다.

    그러자 아이스 필드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쏟아졌다.

    누가 봐도 방금 움직임은 일반적인 학생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지.’

    태운은 땅에 착지하는 순간 몸을 확 숙였다.

    그 순간, 태운의 머리가 있던 자리에 공전하의 검이 지나갔다.

    “무슨….”

    태운은 공전하의 검을 피해내고 즉시 검을 버린 후 공전하의 팔을 잡아 바닥에 메다꽂았다.

    “크윽….”

    ‘아직도 끝이 아니야.’

    공전하를 메다꽂은 태운의 등 뒤로 조강현의 주먹이 날아왔다.

    태운은 주먹을 감듯이 회전해 피해냈고 버려두었던 검을 들어 조강현의 팔에 휘둘렀다,

    “큭!”

    조강현의 팔에는 커다란 자상이 남겨졌고 동시에 데미지를 입은 조강현의 팔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물론, 상처는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것이었고 고통도 결계의 수식으로 만들어진 가짜였지만 말이다.

    ‘대련 결계는 참 잘 만드셨단 말이지.’

    이 대련 결계는 한없이 실전에 가까운 대련을 추구하는 전대섭의 작품이었다.

    “공전하! 정신 차려!”

    그 와중에 이설아는 마법을 시전하면서 공전하를 불렀다.

    그녀의 말에 공전하는 빠르게 태세를 정비해 태운에게서 멀리 물러났다.

    정면에는 이설아와 조강현, 등 뒤에는 공전하를 두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이설아가 시전하고 있는 마법은 얼음 지옥, 아이스 헬이었다.

    수백 개의 고드름이 태운을 향해 있었고 곧바로 태운에게 날아들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설아는 태운에게 공격을 쏟아내지 않고 있었다.

    무언가는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 공격이 끝나면 내 턴이다.’

    태운이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설아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수백 개의 고드름이 순차적으로 태운을 공격했다.

    파바바박!

    하지만 태운은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았다.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유려한 움직임으로 모든 공격을 피하거나 검으로 쳐냈다.

    지금, 관중석은 아주 조용했다.

    이번에 태운이 보여주는 모습은 환호할 만한 것이 아니라 경악할 만한 것이었으니까.

    “무슨 저런 미친놈이 다 있어…?”

    이설아는 태운이 자신의 공격을 피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마치 자신의 생각을 모두 읽고 피해내는 것 같았으니까.

    ‘사실 그게 맞아.’

    태운은 며칠 전 허덕륜과의 전투에서 직감이라는 스킬을 얻었다.

    직감이라는 스킬은 패시브 스킬에 가까웠다.

    집중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ON/OFF가 되기는 했지만 태운은 항상 직감을 활성화할 정도의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직감은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그다음 움직임을 예측하는 스킬이다.

    처음에는 몸을 움직이면서 싸우는 상대에게만 통하는 스킬인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게, 근육의 움직임과 어깨의 각도 등등 신체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는 스킬이었으니까.

    하지만 하루 종일 활성화하고 있으니 알 수 있었다.

    이 직감이라는 스킬을 잘만 활용하면 상대방의 생각 그 자체를 읽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눈빛, 동공, 떨림, 혈색, 고개의 각도 등등 여러 가지 신체적 요소로 심리적인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지.’예를 들자면, 어제 태운이 동생인 윤아의 거짓말을 알아차린 것도 있었다.

    “발도 섬(嬐).”

    챙!

    태운은 이설아의 얼음 공격을 피해내면서 등 뒤에 있는 공전하의 공격도 가볍게 막아냈다.

    ‘자신의 공격을 가볍게 피했으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빠른 공격을 시도하겠지.’그리고 공전하가 가지고 있는 발도술 중 가장 빠른 공격은 발도 섬(嬐).

    하지만 그 기술은 빠르지만 매우 가벼운 공격력을 가지고 있었다.

    ‘속도를 극한으로 생각한 기술이라 자세가 불안정해서 그렇다고 알고 있어.’검이라는 것이 적이 막아내지 못하고 맨살에 그대로 공격이 들어가면 어차피 큰 부상을 당하는 무기니까.

    ‘하지만 이렇게 검의 경로에 검이 들어가기만 하면 막기 아주 쉬워져.’게다가 속도를 극한으로 추구하느라 불안정해진 자세, 그것이 태운에게 찬스를 만들어주었다.

    태운은 공전하의 멱살을 잡고 앞으로 끌고 와 이설아의 공격을 막았다.

    “저 멍청이가…!”

    이설아는 빠르게 공격을 멈췄지만 이설아의 공격에 몇 차례나 적중당한 공전하는 비틀거리며 태운의 손에 들려 있었다.

    태운은 그 상태로 공전하를 확실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바닥에 메치려 했다.

    그 순간.

    쿵!

    “크윽!”

    조강현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어 태운을 밀쳤다.

    어찌나 빠른 속도였는지 예측에 성공했음에도 검과 팔을 교차로 해 막아내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뼈가 부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네.’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

    태운은 벌어진 거리를 빠르게 좁히기 위해 다시 달려들었다.

    중급 이상의 마법을 모두 봉인한 태운에게 원거리전 만큼 불리한 것은 없었으니까.

    이설아는 마법사고 조강현도 거인화로 거리의 이점을 살릴 수 있다.

    지금 반쯤 쓰러져 있는 공전하도 발도술로 빠르게 거리를 좁히며 공격할 수 있으니 태운이 거리를 벌려도 얻는 이득은 하나도 없었다.

    “방금 그걸 또 막았다고? 진짜 미치겠네.”

    조강현의 태클은 같은 마스터 등급에서도 반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거인화로 인해 만들어진 근육을 압축해 한순간에 폭발시키듯이 달려드는 태클을 누가 쉽게 막아낼 수 있겠는가.

    태운은 거리가 어느 정도 좁혀지자 다시 직감을 활용해 조강현의 움직임을 읽었다.

    ‘반쯤 거인화된 팔을 휘두르고 다시 태클을 걸겠네.’이런 지근거리에서 태클이 날아온다면 아무리 태운이라고 해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부-웅!

    태운은 조강현이 휘두르는 팔을 아래로 숙여 피해냈다.

    그와 동시에 조강현의 체중이 앞으로 쏠리는 순간.

    ‘지금!’

    태운은 조강현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며 조강현의 태클을 피해냈다.

    “무슨!”

    마스터 등급에서도 쉽게 파훼하는 사람이 없던 기술을 단 한 번만 보고 파훼해 버린 태운의 실력에 조강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때 태운은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보고 씨익 웃고 있었다.

    [특성 ‘회피의 귀재’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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