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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74화 (174/379)

174화

태운은 교실에 들어가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방금 13명에게 시비가 걸린 사람 같지 않게 매우 태연한 모습이었다.

‘나한테는 시비 같지도 않았지만.’

오늘 아침에 태운에게 시비를 건 학생들은 죄다 태운에게는 아무런 피해를 줄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이 형편없었다.

그중 미래의 인재가 나올 수도 있지만 그리 기대되는 녀석은 없었다.

‘마정석 안이라서 크게 신경이 안 쓰이는 것도 있지만… 애초에 별로 기분이 나쁘지가 않아서.’태운은 워낙 이런저런 괴롭힘을 많이 겪어왔기 때문에 이런 괴롭힘에는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카데미에 다니던 시절 태운을 가장 괴롭게 했던 것은 그들의 괴롭힘이 아니라 그들의 말에 반박할 수 있는 힘이 없는 자신이었으니까.

힘이 생긴 지금은 그 괴로움이 없어졌으니 이런 일들이 있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일단 잠이나 좀 자둬야겠네.’

어제도 찬영과의 대련을 하면서 늦게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각성자라서 조금 잠을 자지 않은 것 때문에 몸 상태가 망가지지는 않지만 태운의 정신적인 컨디션은 다른 이야기였다.

태운은 병원에서 쉬면서 정신적인 컨디션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정신적인 컨디션이 좋으면 마법을 시전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마법의 효율도 늘어난다.

그것뿐만 아니라 정신도 맑아져 전투 시 판단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태운이 2교시까지 내리 잠을 잔 후 일어나 대련장으로 향했다.

‘조강현, 교내 최강의 딜탱커지. 탱커의 역할만 봤을 때는 조강현보다 뛰어난 사람은 있지만 딜러의 역할까지 맡아서 할 수 있는 사람 중에서는 조강현이 최고지.’조강현은 현실에서 유명 길드의 1군에 들어가 탱커의 역할을 맡고 있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탱커의 전열이 무너졌을 때는 거인화를 사용해 탱커들이 다시 전열을 수습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도 있다.

조강현은 웨퍼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든든한 탱커였다.

‘이설아, 이번 전투에서 가장 까다로운 사람이지. 마나양이 평균에 그쳐서 A급 헌터가 되지는 못했다지만 얼음 마법을 사용하는 실력만큼은 A급 헌터 못지않다고들 하지.’이설아는 설녀라는 이명에 맞게 얼음 마법을 아주 잘 사용한다.

자신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다수를 상대하는 데 아주 특화되었고 자신보다 강한 상대의 발목을 붙잡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만에 하나 변수가 생긴다면 이설아에 의해 생길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가장 위협적인 사람은… 당연히 공전하지.’발도술사. 발도라는 비주류 검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는 인물이다.

보통 발도술은 적의 허점을 노리거나 적의 방어를 유도하기 위해 부가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공전하는 발도술을 주 검술로 삼았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발도술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모두가 생각했지만, 공전하는 달랐다.

공전하는 단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을 선택했고 그것을 성공시켰다.

그 결과 공전하는 적이 검을 뽑기도 전에 벤다는 말을 실현시키는 검사가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발도에 마법을 도입했다.

검을 뽑을 때의 모습과 마법의 수식을 하나로 이미지화했고 결국에는 발도의 스킬화를 성공했다.

자신의 기술을 스킬로 승화시킨 사람은 전 세계에서도 100명이 넘지 않는다.

그런 업적을 고작 20대 초반에 이룬 것이다.

‘나 다음에 한국에 A급 헌터가 나온다면 공전하겠지. 그다음은… 시저나 정일준이겠지.’정일준은 전 기사단장으로 압도적인 무위를 보여주었고 A급 헌터가 될 수 있는 자질을 보여주었다.

기사단장에게 대대로 내려지는 아티팩트인 영가에 과하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힘을 숨기는 치밀함까지 보여주었다.

‘시저도 대련에서는 힘없이 패배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 실력만큼은 인정해줘야지.’애초에 시저는 1 대 1에서 힘을 크게 쓰지 못하는 유형의 탱커다.

1인 요새라고 불리는 시저의 진가는 다수와 맞설 때 드러나는 법이니까.

‘예선전 당시에 여러 동아리에 동시에 공격을 당할 때 보여줬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수적 열세에 빠져 있음에도 보여주었던 기세와 힘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하기 충분했다.

‘내가 길드를 만든다면 가장 먼저 스카우트하고 싶은 사람 TOP 5에 드는 사람 중 하나니까.’공격대의 대장이 되기에는 머리가 조금 좋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탱커로서의 역할은 확실하게 맡을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에 A급 헌터 중에는 탱커가 없으니 더 소중하지.’태운은 아카데미를 거닐다 보니 과거의 일들이 새록새록 기억났다.

그 때문에 아카데미생들의 실력에 대한 평가가 저절로 나온 것이었다.

짝짝!

태운은 자신의 뺨을 치면서 특별 승급 테스트가 있다는 것을 다시 상기해냈다.

“집중하자. 집중!”

태운은 마정석 안이라고 해서, 분명히 지지 않는다고 해서 대충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 방심이 실전에서는 곧 죽음으로 이어지니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멋있고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까도 생각해 놔야 하니까.

“현실에서 뽐내지 못한 거, 여기서라도 풀어보자고.”자신도 인지하고 있지는 못했지만 태운은 생각보다 사람들의 관심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살짝은 어린아이 같은 생각일 수 있지만 자신의 강함을 보면서 경악하는 동시에 박수를 보내줬으면 하는 마음이 태운의 마음속에 있던 것이다.

[10분 뒤 스타지에르 브론즈 C반 강태운 학생의 특별 승급 테스트가 있겠습니다. 이 테스트는 전 교실의 모니터로 생중계됩니다.]

어쩌면 태운의 그 어린아이 같은 소망이 쉽게 이뤄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자, 재밌게 놀아보자고!”

* * *

“네가 강태운이냐.”

“음… 스타지에르 학생인데 비해 몸도 좋고 눈빛도 똘망똘망한데?”

“얼굴은 마스터급이긴 하네.”

태운이 대련 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마스터 등급의 학생들이 태운에게 달려들어 이곳저곳 뜯어보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여자들도 꽤 많이 있었기에 상당히 부담스럽고 불편했던 태운은 그들을 밀어냈다.

“곧 테스트라서 집중을 하고 싶습니다. 조금 떨어져 주시겠습니까?”

“아… 미안.”

그들은 악의는 조금도 없이 호기심으로 그랬던 것인지 태운의 말에 순순히 물러났다.

대신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뭐 특별한 거 느꼈어?’

‘아니. 그런 건 없었는데…. 몸도 스타지에르에 비해 좋다는 거지 익스퍼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피지컬이고 마나양도 딱 150,000. 평균이잖아.’‘그런데 어떻게 마스터 등급 학생 세 명을 동시에 상대한다는 거지?’

‘게다가 조강현, 공전하, 이설아잖아.’

‘으윽… 조합만 봐도 토 쏠린다. 이설아에 조강현만 있어도 일당백인데 거기에 공전하까지…. 답도 없네.’태운은 집중을 핑계로 눈을 감은 뒤 그들이 속닥이는 소리를 들었다.

태운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것 같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이 태운의 힘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스터 등급 학생 세 명의 조합이 너무나 잘 어울리기 때문이었다.

‘끔찍하긴 해.’

하지만 태운은 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마스터 등급의 객관적인 전력은 B급 헌터 한 명이야. 그럼 B급 헌터 세 명과 싸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건데, 내가 질 일은 없지.’현실에서 A급 헌터와 비견되는 칠죄신교 원로 서너 명과 동시에 싸워 이긴 경험도 있는 태운이다.

힘이 조금 약해졌다고는 하나 B급 헌터 수준의 상대에게 질 리가 없다.

[특별 승급 도전자! 강태운 학생이 입장하겠습니다!]

명운 헌터 아카데미가 잘하는 것이 이런 것이었다.

아카데미의 네임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런 재미있는 이벤트들을 죄다 대회나 축제 무대처럼 조성해준다.

그리고 그 장면을 모두 녹화해 편집한 후, 영상을 영상 사이트에 게시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승부욕도 자극하고 명운 헌터 아카데미에 대한 관심도 끌 수 있다.

‘명운 헌터 아카데미가 이런 건 참 좋단 말이지. 다른 학교처럼 틀에 박혀 폐쇄적이지 않아서.’태운은 방송을 듣고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대련장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태운은 대련장으로 나가자 과거 익스퍼트 등급으로 특별 승급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관심이 지금 쏟아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익스퍼트와 마스터 등급의 차이인가?’

태운은 그렇게 생각하며 대련장에 올라서 모퉁이에 섰다.

그러자 사회자의 입에서 마스터 등급의 학생들을 부르는 말이 들려왔다.

[마스터 등급의 특별 승급 테스트 상대, 조강현, 이설아, 공전하입니다!]

‘드디어 나오네.’

태운이 나온 곳의 반대편에서 조강현과 이설아, 공전하가 천천히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런 시선이 익숙한지 아무렇지 않게 대련장 위에 올라섰다.

“빨리 끝내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막타 친 사람은 얻어먹기? 콜?”

조강현과 공전하는 실없는 농담을 치면서 태운을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진의는 사뭇 달랐다.

그들이 서 있는 대형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연스럽게 맞추고 있는 대형은 웨퍼인 이설아를 중심으로 탱커 조강현과 근접 딜러인 공전하를 배치해 이설아를 보호하는 대형이다.

자신이 무시하는 대상의 앞에서 저렇게 자연스러운 방어 대열을 갖추고 있을까.

태운은 공전하와 조강현이 심리전을 펼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무시하는 척하면서 정보 빼내기인 건가?’어느 쪽이든 태운에게 좋은 건 아니었다.

“빨리 시작하죠.”

태운은 상대가 올라서자 심판에게 조용히 말했다.

심판은 잠시 기분 나빠하는 것 같더니 대련장 밖으로 나가 휘슬을 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심판은 양측의 OK 사인을 받고는 휘슬을 입에 물었다.

삐익!

심판의 휘슬이 울렸고 태운은 그와 동시에 양팔을 활짝 벌리고 가슴을 열었다.

“……?”

“뭐야?”

그 모습은 대련 상대는 물론이고 관중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태운은 그 상태로 가슴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저게….”

태운의 오만방자한 모습에 대련 상대 세 명은 태운에게 짜증을 느꼈다.

“네가 지금 얼마나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널 올해 마스터급에는 못 보내겠다.”“5~6년 동안 착실하게 실력도 키우고 자기 객관화도 잘해 놔라. 그때에나 마스터 노려라. 넌 아닌 것 같다.”공전하와 조강현은 일격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지금 태운의 행동은 자신의 강함에 취해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조금 다르지.’

“거인화.”

“발도 백(白), 발도 호(虎), 백호(白虎).”

공전하와 조강현의 일격이 동시에 태운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다.

조강현의 강력한 주먹과 공전하의 날카롭고 빠른 일격이 태운의 가슴에 정확히 꽂혔다.

쾅!

둘의 공격에 대련장 바닥이 부서져 흙먼지가 피어올랐고 태운은 그대로 쓰러진 것 같았다.

“성벽 갑주.”

모두가 태운의 리타이어를 예상했지만, 태운은 아무렇지 않게 처음에 서 있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리고 태운의 입이 열렸다.

그 말은 대련 상대에게 말한 것 같았지만 지금 태운의 모습을 보고 있는 모두에게 한 말이었다.

“무시하지 마세요. 저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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