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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69화 (169/379)
  • 169화

    “5분?”

    허덕륜은 태운의 발언에 당황했다.

    지금까지 태운이 수없이 무리하면서 훈련을 해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

    해봐야 정신력으로 5초 정도 버틴 것이 전부였으니까.

    “무리하지 말고 1분만 버텨보는 게 어떻겠나?”

    “부탁입니다.”

    “후… 그래도 전력으로 해달라는 말은 들어줄 수 없겠구나.”태운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최근에 2차 각성까지 했으니 앞으로 앞길이 창창할 일만 남았다고 허덕륜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태운이 갑자기 힘을 얻어 거만해져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허덕륜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곧 생각을 바꿨다.

    ‘그렇다면… 버릇을 고쳐줘야겠구나. 그것도 선생의 일이니까.’허덕륜은 태운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정했다.

    하지만 진심을 다하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전력을 다했다가는 태운이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 알겠다. 순식간에 기절해도 충격받지 말거라.”

    “예, 선생님.”

    태운은 허덕륜의 생각을 대충 읽고 있었다.

    ‘내가 자만에 빠져 이런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계시겠지.’하지만 태운은 그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자만? 지금까지 그런 것에 빠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이 그 사람보다 강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신보다 약한 것뿐이다.

    항상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 누구보다 적을 객관적으로 봐왔고 판단해왔다.

    자만 같은 것에 빠져 허비할 시간도 없었다.

    “먼저 가겠습니다.”

    태운은 지금 자신이 허덕륜에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강태운

    LV:21

    마나 총량:150,000

    체력(61) 근력(71) 민첩(51) 유연성(8) 지력(92)

    특성

    수호신(LV.1)

    스킬

    상급 마법(LV.9)

    상급 창술(LV.6)

    상급 단검술(LV.7)

    상급 장검술(LV.9)

    상급 박투술(LV.2)

    상급 방패술(LV.1)

    …….

    이게 지금 태운의 상태창이다.

    아마 허덕륜의 신체 관련 스탯은 죄다 120은 넘을 것이고 지금까지 쌓아온 전투의 경험도 차원이 다를 것이다.

    이기지 못할 줄 알면서 싸움을 건 이유는 있었다.

    ‘허덕륜 선생님의 진심을 끌어낸다.’

    그것이 태운의 목표였다.

    ‘그리고… 이길 자신은 없지만 5분 안에 지지 않을 자신은 있어.’태운은 몸에 성벽 갑주를 두르고 전투 자세를 취했다.

    ‘완성된 성벽 갑주는 허덕륜 선생님도 쉽게 깨지는 못할 거야.’몸이 허약한 늙은 마법사에게 대포알을 정통으로 맞아도 아무렇지 않은 정도로 높은 방어력을 안겨준 마법이다.

    쉽게 깨지지는 않을 것이다.

    “후….”

    태운은 자신의 몸속에서 빠져나가는 마나를 느끼면서 생각했다.

    ‘마정석의 마나를 끌어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사기적인 능력이었는지 이제야 알겠네.’방금 태운이 성벽 갑주를 시전하면서 사용한 마나의 양은 약 10,000.

    자신이 쓸 수 있는 마나의 1/15이 날아가니 갑자기 심적인 부담감이 들었다.

    “선공은 양보하마.”

    “감사합니다.”

    태운은 스텝을 밟으며 허덕륜에게 다가가 주먹을 날렸다.

    “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에 허덕륜은 감탄했다.

    파-악!

    허덕륜은 태운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고 태운의 복부에 주먹을 질러 넣었다.

    태운도 빠르게 주먹을 빼내 허덕륜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 직후 허덕륜은 태운의 얼굴을 향해 훅을 날렸고 태운은 뒤로 몸을 숙이면서 한 바퀴 회전해 뒤돌려차기로 허덕륜의 안면을 노렸다.

    부-웅!

    허덕륜은 예상치 못한 공격에 잠시 당황했지만 빠르게 반응해 태운의 공격을 피해냈다.

    ‘계속 내 차례다.’

    허덕륜은 아직 전력을 다하고 있지 않았다.

    외부적으로 알려진 C급 헌터 정도의 힘만 사용하면서 노련한 기술들로 태운을 상대하고 있었다.

    태운은 주먹과 발을 사용해 아주 빠르게 끊어치며 허덕륜을 압박해갔다.

    “오오!!!”

    “강태운 뭐야!”

    주변에서 태운이 선방하는 모습을 보더니 태운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태운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태운이 듣고 있는 것은 바람 소리와 허덕륜의 옷이 스치는 소리, 허덕륜이 발을 바닥에 박차는 소리 정도였다.

    다른 소리는 스스로 전부 차단하고 있었다.

    “폭권.”

    태운은 주먹에 폭발하는 마나를 담고 허덕륜에게 질러 넣었다.

    허덕륜도 그 공격에 담김 힘을 보더니 고민도 없이 태운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쾅!

    쩌-적!

    “크윽!”

    허덕륜의 공격은 아직 성벽 갑주를 부수지는 못했지만, 살짝 깨뜨렸고 그 사이로 태운에게 충격을 전달했다.

    태운이 순간적으로 공격을 멈추고 몸을 뒤로 날렸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성벽 갑주가 큰 손상을 입을 뻔했다.

    태운이 성벽 갑주를 보수하자 허덕륜이 입을 열었다.

    “5분… 그리고 전력…. 아주 허세는 아니었구나.”

    “전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래… 자만이 아니었단 말이지.”

    허덕륜의 온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피어올랐다.

    그 모습을 본 태운은 헛웃음을 지었다.

    ‘미친….’

    전대섭이 고고한 모습으로 적에게 압도감을 준다면 허덕륜은 정반대였다.

    허덕륜은 모든 것을 찢어발길 듯한 기세로 공포감을 주었다.

    “어이구, 실수.”

    허덕륜의 기세를 본 학생들은 순간 몸을 떨며 허덕륜에게서 도망을 가려 했다.

    마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느끼지도 못하는 그들이 공포감을 느꼈으니 허덕륜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대단하시네요.”

    “너만 하겠나.”

    전대섭에게 잠깐 들은 적이 있었다.

    셀도 과거의 허덕륜과 싸우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전성기 시절의 허덕륜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하긴 했지만 셀보다 강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허덕륜과 싸우는 것을 꺼렸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와 방금 본 허덕륜의 기운을 조합해 보니 과거 그의 성격이 어땠는지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후… 내가 널 얕봤구나. 전력을 다해도 죽지는 않겠어.”허덕륜의 그 말이 끝나자 그는 태운에게 달려가 주먹을 날렸다.

    태운의 가드를 우회해서 들어오는 허덕륜의 주먹에 태운은 그대로 공격을 허용했다.

    쾅!

    쩌-적!

    “크윽!”

    태운은 하이 부스트를 사용해 모든 신체 능력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크읍!”

    태운은 자신의 어깨 뒤로 넘어온 허덕륜의 팔을 잡고 둘러메치는 데 성공했다.

    “후우!”

    버티는 힘이 어찌나 강했던지 마치 나무를 뽑아 올리는 것 같았다.

    태운은 쓰러져 있는 허덕륜의 얼굴에 주먹을 내질렀고 허덕륜은 바닥을 한 바퀴 굴러 태운의 공격을 피해냈다.

    쿵!

    태운의 공격은 애꿎은 바닥을 강타했고 태운은 그대로 몸을 뉘면서 일어나고 있는 허덕륜의 복부를 가격했다.

    몸의 중심을 제대로 잡고 있지 못한 허덕륜은 태운의 공격에 중심을 잃고 뒤로 두 발자국 정도 밀려났다.

    태운은 그 상태로 달려가 허덕륜에게 태클을 시도했다.

    허덕륜에게 공격할 찬스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태운의 공격 턴은 거기서 끝나 버렸다.

    쾅!

    쩌-적.

    허덕륜의 가벼운 잽 공격이 정확히 태운의 턱에 맞았고 태운의 성벽 갑주는 천천히 부서져 갔다.

    ‘무슨 잽의 위력이….!’

    태운은 겨우 중심을 잡고 성벽 갑주를 보수하면서 허덕륜을 주시했다.

    허덕륜은 태운에게 달려들어 사커킥을 날렸다.

    푸-확!

    태운이 허덕륜의 킥을 막아내면서 큰 먼지가 날렸고 허덕륜은 그 먼지구름에 숨어 태운을 공격했다.

    쾅! 쾅! 쾅! 쾅!

    쩌저저저적!

    “크윽!”

    시야가 가려지자 태운은 허덕륜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공격 하나하나가 마치 포탄이 몸을 때리는 것 같았다.

    ‘무슨 사람이 맨손으로 방어벽을 때리는데… 폭탄 터지는 소리가….’성벽 갑주는 허덕륜의 공격을 완벽히 막아주지 못한다.

    게다가 성벽 갑주를 수복하는 속도보다 파괴되는 속도가 더 빨랐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금방 당한다…!’

    태운은 이성적으로 생각해 몸을 움직여 허덕륜의 공격을 천천히 하나씩 밀어내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 상황이었다면 이렇게 공격했을 것이다.

    내가 허덕륜이었다면 여기서는 이런 식으로 공격했겠지.

    이런 것들을 순식간에 생각하고 판단해 방어법까지 생각해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반격까지 성공했다.

    빠-악!

    태운은 팔꿈치로 허덕륜의 턱을 정확히 가격했다.

    그 순간 태운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아로새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스킬 ‘직감’을 얻었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얻은 것이다.

    ‘이건 나중에 생각하고…!’

    태운의 팔꿈치에 턱을 맞은 허덕륜도 충격이 아예 없지는 않았는지 순간 다리에 힘이 빠진 모습을 보였다.

    태운은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퍽퍽!

    태운은 잽은 가볍게 날리고 어퍼컷을 날리는 척하면서 몸을 눕혀 자신의 다리로 허덕륜의 다리를 걸었다.

    그리고 몸을 회전시키며 생기는 힘으로 허덕륜을 넘어뜨렸다.

    그러고는 다리를 건 반대편 다리의 무릎에 넘어지는 힘을 실어 목을 노렸다.

    쾅!

    “커컥!”

    허덕륜은 넘어지는 힘 그대로 목을 가격당했고 콜록거리며 목을 부여잡고 일어났다.

    “후….”

    “크… 크흠.”

    태운이 하이 부스트의 효과가 끝나 거리를 벌리자 허덕륜도 목을 가다듬고 다시 전투 준비를 했다.

    “2분 남았습니다.”

    “그래, 이제 진짜 전력으로 가마.”

    “네, 부탁드립니….”

    쾅!

    차차창!

    허덕륜은 말이 끝나자마자 태운에게 달려들어 바디블로우를 적중시켰다.

    그러자 수복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성벽 갑주는 완전히 박살이 났고 허덕륜의 주먹은 정확히 태운의 옆구리에 박혔다.

    “크… 크헉!”

    태운은 입에서 피를 토했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신체 능력 차이가 난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태운의 생각보다 허덕륜의 힘은 훨씬 더 강했다.

    지금의 몸으로 이길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격차라니.

    이 정도일 줄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태운이 잡생각을 한순간 태운의 안면에 허덕륜의 공격이 한 번 더 날아왔다.

    ‘성벽 갑주!’

    쾅!

    “크윽!”

    태운은 급하게 성벽 갑주를 하나 더 시전해 허덕륜의 공격을 겨우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충격에 의해 태운의 바닥에 쓰러져 버렸고 허덕륜은 계속해서 태운을 공격할 생각인 듯했다.

    ‘브레인 부스트.’

    태운은 어쩔 수 없이 브레인 부스트를 사용했다.

    ‘리버스 그래비티, 중력 강화.’

    태운은 역중력 마법을 사용함과 동시에 중력 강화를 사용해 허덕륜의 몸을 띄웠다.

    순간 몸이 공중에 떠버린 허덕륜의 공격은 허공을 갈랐고 태운은 그사이에 일어나 몸을 일으켰다.

    ‘리버스 그래비티 해제.’

    태운이 리버스 그래비티를 해제하자 허덕륜은 자리에 똑바로 설 수 있었고 허덕륜은 한 번 더 태운에게 공격을 시도했다.

    ‘파이어 월, 헤이스트.’

    태운은 파이어월을 사용해 허덕륜의 시야를 가림과 동시에 헤이스트를 사용해 빠르게 몸을 움직여 허덕륜의 공격을 피해냈다.

    ‘파이로 컨트롤.’

    태운은 그사이에 파이어 월의 불꽃을 조종해 허덕륜의 팔을 휘감았다.

    “이런 걸로는 뜨겁지도 않다!”

    “알고 있습니다.”

    허덕륜은 불꽃이 감겨 있는 팔로 태운을 공격했다.

    ‘워터.’

    태운은 허덕륜의 팔에 물을 뿌려 순식간에 뿌연 수증기를 만들었다.

    ‘이제 내 홈그라운드다.’

    허덕륜이 먼지 사이에서 자신을 공격했던 것처럼.

    태운은 수증기로 허덕륜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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