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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65화 (165/379)
  • 165화

    태운은 교실에 들어가 가방을 챙긴 후 학교 밖으로 향했다.

    학교 밖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브론즈 C반 담임인 이현을 만나긴 했지만 그는 어딜 가느냐는 말 한마디 없이 태운을 지나쳤다.

    오히려 드디어 자퇴하나 싶었는지 휴대폰으로 신나서 어딘가로 톡을 보내는 것이 보였다.

    ‘저런 걸 선생이라고….’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졸업률이 낮은 이유는 저런 썩은 선생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런 선생을 일부러 배치해놓은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네.’명운 헌터 아카데미는 한국 최고의 헌터 양성 시설이다.

    명훈 헌터 아카데미를 나오면 높게는 B급 헌터로 시작하기도 하고 적어도 E급 헌터로 시작해 1년 내로 C급 헌터가 된다.

    종종 F급 헌터로 시작해도 곧 C~D급 헌터가 된다.

    졸업생의 80% 이상이 F급 헌터로 시작하는 다른 아카데미들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그런데 입학 커트라인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어.’태운은 필기 만점자로 특례 입학 덕분에 각성 사실만 확인하고 명운 헌터 아카데미에 들어왔지만 다른 학생들은 신체 능력과 동체 시력, 상황 판단 능력, 특성과 스킬의 자질 수치를 확인하고 들어오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론즈 C반으로 분류되는 소위 자질이 없는 사람도 명운 헌터 아카데미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런 자질 없는 사람을 걸러내기 위해 저런 선생을 배치해놓은 것이 아닐까….’학생을 걸러내기 위해서라면 시험을 치러 퇴학시키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겠지만 전대섭의 신조 때문에 그건 시행되지 않았다.

    ‘대기만성, 큰 그릇을 만드는 데에는 필연적으로 의지가 필요하고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빨리 만들어지는 그릇은 작거나 부실하지.’이것이 전대섭의 신조였다.

    언제나 통용되는 말은 아니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무관심하고 멍청한 선생들을 배치해 의지를 시험하고 퇴학 시험을 치르지 않고 학생에게 긴 시간을 주면서 스스로 큰 그릇이 되길 기다리는 것이다.

    어찌 보면 학생에게는 굉장히 잔인한 처사였다.

    스타지에르에서 1년, 챌린저에서 3~4년, 익스퍼트에서 3년.

    보통의 학생들은 이렇게 아카데미를 다니다가 졸업한다.

    많은 학생들이 챌린저 단계에서 3~4년 정도 재학하다가 자신의 성적을 보고 자퇴를 선택한다.

    그럼 20~21살에 중졸인 상태로 사회에 던져지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이 잔인하네.’

    학생들은 아직 그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중3이 되어 진학할 고등학교를 고를 때가 되면 교사들을 그들에게 명훈 헌터 아카데미의 현실을 알려준다.

    이게 훈련 시설과 기숙사 시설, 복지, 커리큘럼이 다른 아카데미에 비해 압도적으로 뛰어난 명운 헌터 아카데미가 미어터지지 않는 이유였다.

    ‘뭐, 지금의 내가 신경 쓸 건 아니지.’

    태운이 자신이 나온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지하 훈련장의 입구에 도착했다.

    ‘찬영이가 있으려나?’

    현실에서 찬영과 만났을 때와는 시간도 다르고 날짜도 달랐다.

    ‘잘하면 만날 수도 있겠네.’

    찬영은 지금 아카데미에 있겠지만 찬영은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카데미 일정이 끝나면 이곳으로 와서 적어도 3시간의 훈련은 했으니까.

    “나도 이곳에서 오늘이 끝날 때까지 훈련을 할 거니까 오면 만나겠네.”지하 훈련장으로 들어가 누군가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역시 지하 훈련장은 텅 비어 있었다.

    “이제 훈련을 좀 시작해볼까.”

    태운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바로 태운의 근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팩 인 디바인 포스.”

    태운은 일단 팩 인 디바인 포스를 사용했다.

    하지만 팩 인 디바인 포스는 시전되지 않았다.

    “뭐지…?”

    지금까지 수만 번이나 사용해왔던 마법이다.

    실수할 리가 없었다.

    “팩 인 디바인 포스.”

    “팩 인 디바인 포스.”

    “팩 인 디바인 포….”

    태운은 계속해서 마법을 사용해 보았지만 팩 인 디바인 포스는 제대로 발현되지 않았다.

    “화폭.”

    태운은 화폭을 사용해 보았지만 이것은 제대로 발현되었다.

    “화폭은 되고 팩 인 디바인 포스는 안 되고…. 도대체 무슨 차이지?”태운은 자신의 가방에 있는 노트를 꺼내 팩 인 디바인 포스를 만들 때 썼던 페이지를 폈다.

    그러고는 수십 번이고 수식이 나온 과정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태운은 팩 인 디바인 포스의 수식에서 잘못된 점을 하나 찾아낼 수 있었다.

    “마나의 특성을 잘못 생각하고 수식을 짰어.”수식이 나오는 과정에서 마나의 특성을 과하게 유동적으로 만들었다.

    그 때문에 실제 마나는 태운이 명령한 대로 변형하지 못하고 그대로 소멸해 버린 것이다.

    “그럼 도대체 왜 현실에선 쓸 수 있었던 거지…?”태운은 팩 인 디바인 포스를 사용할 수 없는 이유를 알아냈지만 이젠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던 이유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마정석의 마나로만 사용할 수 있다든가… 아니, 잠깐.”태운은 자신이 잊고 있었던 한 가지 특성을 떠올렸다.

    변이된 마력: 일반 마나과 다른 마나인 변이된 마나를 받아들임으로써 일반 마나를 받아들일 수 없는 몸이 되었다. 하지만 변이된 마나는 일반 마나와 격이 다른 활용도를 지니고 있다.

    “이거다.”

    변이된 마나는 일반 마나와 격이 다른 활용도를 지니고 있다.

    태운이 수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나의 특성을 잘못 생각한 실수를 커버하고도 남을 활용도가 변이된 마나에는 있었던 것이다.

    “그럼… 변이된 마나는 일반 마나보다 한 단계 격이 높은 힘이라는 건가?”오러, 신성력, 마기처럼 마나에서 진화해 마나보다 더 좋은 성능을 가지는 힘 말이다.

    마기는 상당한 출력을, 오러는 침입할 수도, 범접할 수도 없는 순수한 힘과 절삭력을 가지는 것처럼 변이된 마나는 격이 다른 활용도를 가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마나에 특성 하나가 얹어진 줄 알았더니….”지금 보니 엄청난 특성이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태운은 이것을 활용해 여러 위기에서 빠져나왔다.

    쟝과의 전투에서 마나 램파드를 압축해 자신의 몸에 씌운다든가, 스킬로만 사용할 수 있던 것을 마법으로 바꾸어 사용한다든가….

    이것들은 태운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것들이다.

    아니, 변이된 마나를 가지고 있는 태운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거… 재밌겠는데?”

    태운은 신난 듯이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현실로 돌아갔을 때 자신이 변이된 마나를 어떻게 활용할지 두고 보라며 세상에 말하는 것 같았다.

    “일단 이거 먼저 어떻게 해야겠는데…. 이거 빼고 이걸 넣으면… 좀 어긋나는데?”태운은 수식을 둘러보면서 틀린 곳을 수정하고 새로운 수식을 추가했다.

    팩 인 디바인 포스의 성능은 조금 떨어졌지만 일반 마나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는 김에 마법의 가성비도 조금 높였다.

    성능이 조금 떨어진 정도는 아무 상관 없었다.

    어차피 팩 인 디바인 포스에는 사람 한 명의 몸을 회복하는 데 충분하고도 남는 힘이 있었으니까.

    “시작하자.”

    태운은 오랜만에 자신의 근육 사이사이에 마나를 끼워 넣고 그대로 근육을 찢어 버렸다.

    “크윽!”

    태운은 염력을 사용해 팩 인 디바인 포스로 만들어진 구슬을 끌어와 흡수했다.

    “후… 오랜만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힘드네.”지금까지 수천, 수만 개의 마정석을 흡수하고 저장하면서 마정석 흡수의 레벨이 올라 고통도 덜해졌다.

    그래도 통증에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잠깐 고통을 덜 받으니 예전처럼 고통에 예민해졌다.

    태운은 서너 시간 동안 계속 근육을 강화했고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근육을 빠르게 기를 수 있었다.

    “크… 역시 편하긴 해.”

    태운은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해 보았다.

    강태운

    LV: 8

    마나 총량: 150,000

    체력(48) 근력(63) 민첩(41) 유연성(5) 지력(21)

    특성

    없음

    스킬

    없음

    “레벨도 올랐네?”

    마나가 10에 불과했을 때는 경험치를 제대로 얻지 못해 훈련만으로는 레벨을 올리기 쉽지 않았었다.

    하지만 마나양이 15만이 되자 경험치도 제대로 얻고 훈련으로 레벨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정확한 원리는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마나양에 비례해 훈련으로 얻는 경험치도 높아진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태운의 레벨이 2년 동안 1도 오르지 않은 것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오케이… 근력도 높였겠다… 이제 마법을 제대로 훈련해볼까.”태운은 수십 개의 마법을 연달아 사용했고 마나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4만의 마나가 줄어든 시점에서 태운의 상태창은 변화를 맞이했다.

    [스킬 ‘초급 마법’을 획득합니다.]

    [‘초급 마법’에 대한 지식이 너무 많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스킬 ‘중급 마법’을 획득합니다.]

    [‘중급 마법’에 대한 지식이 너무 많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스킬 ‘상급 마법’을 획득합니다.]

    [‘상급 마법’에 대한 지식이 많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상급 마법 LV.1 → 상급 마법 LV.9]

    태운이 마법을 사용하자 마법 관련 스킬의 숙련도가 빠르게 올랐다.

    “오케이 복구했고…. 이제 무기를 들어야지.”태운은 훈련장의 창고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창, 장검, 단검, 숏소드, 방패 등등 손에 잡히는 대로 모두 들고나왔다.

    죄다 훈련용으로 만든 나무 무기였지만 말이다.

    그 후, 태운은 무기를 쥐고 휘두르며 검술과 창술 등의 다양한 무술을 펼쳤다.

    태운의 동작에는 어색함이란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았고 넋을 놓고 볼만큼 충분히 아름다웠다.

    그렇게 두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니 태운의 상태창이 또다시 변화를 일으켰다.

    [스킬 ‘상급 창술 LV.6’을 얻습니다.]

    [스킬 ‘상급 단검술 LV.7’을 얻습니다.]

    [스킬 ‘상급 장검술 LV.9’을 얻습니다.]

    [스킬 ‘상급 박투술 LV.2’을 얻습니다.]

    [스킬 ‘상급 방패술……]

    태운은 수많은 무기술의 레벨을 올렸고 웨폰 마스터리로 통합되느라 확인하지 못했던 개별 무술의 객관적인 수준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박투술의 수준이 조금 낮은데…. 마법의 힘을 빌려서 한 번에 적들을 쓰러뜨려서 그런 거 같아. 앞으로 조금 더 단련해야겠어.”태운은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며 앞으로 훈련 플랜을 잡았다.

    “박투술이 부족하다고?”

    “어…?”

    그때, 땀을 흘리며 훈련하고 있던 태운의 뒤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바로 구찬영이었다.

    “박투술 수준이 나보다도 높던데?”

    태운이 주먹과 발차기를 사용하며 훈련한 지는 한 시간도 더 넘었었다.

    구찬영은 그 시간 동안 가만히 태운을 바라만 보고 있던 것이다.

    “참… 내가 누군지 궁금하지도 않았어? 이곳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도?”“이름은 대충 알아. 유명하잖아. 최악의 열등생으로. 근데 지금 보면 절대 아니던데?”“그냥 그런 이유가 있어. 근데 이곳은 어떻게 알았냐, 이런 질문도 안 하네?”“여기는 내 것이 아니거든. 워낙 자연스럽게 사용하길래 그냥 원래 주인인가 싶었는데.”

    “아이고야….”

    지극히 구찬영스러운 대답이 참으로 반가웠다.

    현실에 존재하는 실제의 찬영은 아니지만 이곳에서도 그를 막 대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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