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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56화 (156/379)
  • 156화

    “저거 진짜 가능한 거 맞아…?”

    “후… 미치겠네….”

    프랑스의 거대 몬스터 공략 캠프에 태운은 온몸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나타났다.

    사람들은 기자회견 때와는 사뭇 다른 그의 모습에 당황했다.

    ‘기자회견 때에는 믿음을 보여줘서 중국과의 거래를 끊도록 해야 했으니 깁스나 목발은 치워뒀지.’게다가 지금 헌터들이 태운을 어떻게 보든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이런 몸 상태로도 할 수 있으니까.’하지만 태운의 마음과 달리 프랑스의 헌터들은 불안함을 표했다.

    아무리 강한 전사라고 해도 전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고 회복하지 못한 전사는 그리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태운의 강함은 인정받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까지 신용을 받을 만큼 강한 힘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애초에 내가 웨퍼인지도 몰랐던 사람들이니까.’태운은 잡생각은 지우고 눈앞에 있는 적에게 집중했다.

    이번에 상대할 거대 몬스터는 처음 상대해보는 인간형 거대 몬스터였다.

    ‘더블 헤드 오크, 녀석의 힘은 충분히 알고 있다.’C-1티어의 강함을 가지고 있는 더블 헤드 오크.

    그런 몬스터가 거대해졌으니 적어도 A-2티어의 힘은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오크 특유의 난폭함은 상대하는 것은 물론 격리하는 것조차도 힘들게 만들었다.

    “오셨습니까?”

    “네, 부탁드린 건 준비가 되었겠죠?”

    프랑스 헌터 협회의 직원이 나타나 태운에게 말을 걸었다.

    태운이 프랑스 헌터 협회의 직원에게 부탁한 일은 탱커의 역할을 맡을 수 있는 B급 이상의 헌터 5명이었다.

    사실 그들이 없어도 더블 헤드 오크를 해치울 수는 있지만 공략의 안정성을 기하기 위해 이런 부탁을 했다.

    ‘그리고 이 정도 부탁은 들어줘야 프랑스 헌터 협회가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지.’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이 정도 부탁도 들어주지 않는다면 프랑스 헌터 협회는 태운을 믿고 있지 않는 것이다.

    그냥 중국에 손을 뻗기 전에 돈이나 좀 아낄 기회를 잡아보자.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이런 생각으로 태운에게 일을 맡긴 거라면 태운도 하기 싫었을 테니까.

    “그럼 슬슬 시작하겠습니다.”

    태운은 헌터 협회의 직원에게 헌터들의 인적사항을 전달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발을 짚는 게 마냥 어색하기만 했다.

    평소에 이 정도로 다쳤으면 바로 팩 인 디바인 포스를 사용해 회복했을 테니까.

    그 때문에 목발을 짚고 다닌 경험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번에는 뼈도 뼈지만… 장기 파열과 근육 파열 때문에 팩 인 디바인 포스로 몸은 회복할 수 없어.’하려면 할 수 있지만 급한 상황도 아닌데 팩 인 디바인 포스를 사용할 이유는 없었다.

    괜히 팩 인 디바인 포스를 사용했다가 몸에 문제가 생기면 수술을 하고 몇 달이나 회복 기간을 거쳐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었다.

    “이곳에 모여주신 헌터 여러분 반갑습니다.”태운은 단상 위에 올라가 헌터들을 집중시켰다.

    헌터들은 말을 멈추고 단상 위에 있는 태운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시간 관계상 생략하고 바로 공략 작전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프랑스 헌터 협회의 직원은 빔프로젝터를 켜려 했지만 태운은 그를 저지했다.

    “필요 없습니다. 작전이 생각보다 간단해서 말이죠.”

    “아… 예.”

    태운의 말에 빔프로젝터를 끈 직원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작전은 간단합니다. 이곳에 있는 탱커 헌터 여러분이 힘을 합쳐 ‘단 한 번’의 공격만 막아주시면 됩니다. 그럼 제가 그사이에 녀석을 해치우죠.”

    “뭐?”

    태운의 작전을 들은 헌터들은 황당해했다.

    그리고 곧 그 황당함은 점점 적의로 변하기 시작했다.

    “네놈에겐 고작 승진을 위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우리에겐 국가의 존망이 달린 일이다! 제대로 해라!”“네놈이 그딴 식으로 나오면 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들이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는 간단했다.

    첫 번째 이유는 고작 B급 헌터 5명의 헌터가 모여 40m가 넘는 덩치를 가진 녀석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헌터들의 나약함이 내세운 의견일 뿐, 태운은 알고 있었다.

    그들이 온 힘을 다하면 한 명의 헌터만 있어도 단 한 번의 공격은 완벽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껏 김수백을 보면서 C급 헌터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느꼈던 태운은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다고 안 된다고 생각하는 녀석들을 사지에 몰아넣을 수는 없는 노릇,’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투입해봐야 그들은 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그들의 뜻대로 하게 두면 될 뿐이다.

    “제 말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가셔도 좋습니다.”

    “뭐…?”

    그 말을 들은 헌터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우리 없이 혼자 저 녀석을 잡겠다고? 그 몸 상태로?”태운은 몸 상태를 운운하는 녀석을 살짝 비웃어 주었다.

    “웃어…?”

    “진지하게 못 해!”

    태운은 현실을 보지 못하는 그들에게 말해주었다.

    “난 지금까지 세 마리의 거대 몬스터를 혼자 상대했다. 물론 거대 몬플랜트를 상대하던 도중에 죽을 뻔했지만 지금까지 난 녀석들을 혼자 쓰러뜨렸다.”확 달라진 태운의 말투에 헌터들은 긴장했다.

    “그리고 난 그때 내 특기인 마법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어. 몸 상태? 마법만 쓸 건데 몸 상태가 왜 중요하지?”태운은 나약한 소리만 늘어놓는 그들에게 일침하듯이 말했다.

    “안 되는 이유만 찾지 말고 되는 이유를 찾아. 결국에 안 되더라도 그편이 훨씬 덜 머저리 같거든.”태운은 그렇게 말하고 목발을 짚고 공략 캠프를 나왔다.

    “흠….”

    태운은 캠프 밖에 나와 더블 헤드 오크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녀석들은 두려움을 느낄 만한 포스를 가지고 있긴 했다.

    하지만 헌터들은 이런 두려움을 이겨내고 나아가는 자.

    고작 이 정도의 두려움도 이겨내지 못한다면 헌터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아이스 헬.”

    태운은 마법의 이름을 작게 읊조렸다.

    그러자 일대의 기온이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태운의 마나도 빠르게 빠져나갔다.

    “끝났네.”

    더블 헤드 오크도 이변을 감지하고 태운이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곳의 기온도 영하가 되었다.

    하지만 더블 헤드 오크가 서 있던 장소는 그보다 낮은 기온이 되었고, 그 기온 자체가 흉기가 되어 더블 헤드 오크를 천천히 얼리기 시작했다.

    “콜드 데빌.”

    태운은 사람의 머리만 한 냉기 구슬을 만들어 더블 헤드 오크에게 날렸다.

    그러자 냉기 구슬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흠… 좀 더 화려하게 할 걸 그랬나.”

    냉기 구슬이 더블 헤드 오크에게 닿는 순간 모두가 경악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

    [크어어어엉!!!]

    냉기 구슬에 닿는 순간 거대한 더블 헤드 오크가 비명을 지르며 꽁꽁 얼어 버린 것이다.

    “이제 전 가겠습니다. 이대로 놔두면 녹을 테지만 세포들이 죄다 얼어서 파열되었을 테니 살아날 일은 없을 겁니다.”뒤늦게 태운을 따라 나온 그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게 무슨….”

    “고작 이 정도 가지고 뭘.”

    태운은 다시 한번 그들을 비웃어주고는 그 자리에서 비켰다.

    그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볼 시간을 줘야 하니까.

    ‘말은 그렇게 했어도 그들도 나름 힘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 헌터들이니까.’태운의 말을 그들이 직접 되새기며 마인드를 바꾼다면 그들은 한층 더 강해질 것이다.

    * * *

    “강태운….”

    그 시각, 쟝은 회의를 끝내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그때의 일을 다시 상기해보았다.

    자신이 방심을 하지 않고 바로 강태운을 공격했다면 강태운은 지금 이 세상에 남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애초에 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강태운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헌데 이 느낌은 뭐지…?’

    이제 와서 든 생각이지만 쟝은 자신이 강태운을 이길 수는 있지만 죽이지는 못할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생각의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지금껏 틀린 적이 없었던 자신만의 촉이었다.

    “직감일 뿐이야.”

    그리고 쟝은 지금까지 믿었던 그 촉을 처음으로 부정했다.

    자신의 힘과 비교하면 하찮을 정도로 약한 녀석이다.

    그런 녀석을 죽일 수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일단 녀석을 죽이는 건 뒤로 미뤄야겠군. 셀까지 나섰으니 제대로 일을 벌여야겠어.”전대섭과 허덕륜, 강태운의 활약만으로도 혼란의 수급이 상당히 어려워졌다.

    거기에 셀까지 가세하자 거대 몬스터 소환으로 얻는 혼란 수치가 소모하는 혼란 수치와 거의 비슷해졌다.

    “이제 슬슬 제대로 된 전쟁 병기를 소환할 때가 된 건가.”지금까지는 실험에 불과했다.

    거대 몬플랜트와도 비교할 수 없이 강한 녀석을 소환할 때가 된 것이다.

    “그 녀석은 나를 포함한 대원로들이 나름 힘을 써서 격리해놓은 녀석이지.”그 녀석을 거대화해놓은 뒤 격리해두었지만 너무나 강력한 나머지 녀석은 격리실 자체를 파괴하고 탈출했다.

    녀석은 고위 원로 수십 명을 잡아먹고는 대원로들이 나타나서야 조용해졌다.

    “녀석만으로 세상이 멸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쟝은 자신의 방에 있는 침대에 천천히 몸을 뉘었다.

    “혼란을 얻어 칠죄종님들의 강림이 빨라지는 건 좋지만… 강림 후에 지배할 인간들이 없으면 곤란하니까.”쟝은 자고 일어난 후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 녀석을 푸는 것을 안건에 넣기로 결정했다.

    “스읍….”

    그리고 슬슬 칠죄신교도 자리를 잡은바, 대원로 자리의 공석이 아쉬움으로 남기 시작했다.

    “연정아…. 슬슬 데리고 와야겠구나.”

    쟝은 비어 있는 음욕의 좌에 연정아를 넣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대원로들의 권유에도 음욕의 좌만큼은 넘겨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연정아는 아스모데우스 님의 핏줄이다….”쟝은 그게 가장 중요한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연정아가 칠죄신교에 적의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알고 있고 연정아의 세뇌를 실패한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쟝에게 그런 사실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대원로의 자리에 칠죄종님의 핏줄이 들어온다면… 전반적인 대원로의 격이 올라간다.’그렇게 되면 칠죄종님들도 대원로회를 인정해주고 더 강한 힘을 내려주시지 않을까?

    그게 쟝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쟝은 알고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애써 부정한 나머지 스스로를 세뇌해 버렸다.

    칠죄종들의 입장에서 자신들은 단순히 강림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쟝은 그 사실을 깨달은 후 스스로를 세뇌했고 칠죄신교 안에 소속된 모두를 세뇌했다.

    “일단 세상을 어지럽힌 후 연정아를 데려온다.”쟝은 머릿속으로 그 작전을 자세히 그려보았다.

    ‘절대 이 작전은 실패하면 안 된다.’

    * * *

    태운이 거대 몬스터들을 잡으러 다니기 시작한 지 벌써 1달이 지났다.

    태운은 그동안 40마리가 넘는 거대 몬스터들을 잡았고 레벨과 능력치도 상당히 많이 올랐다.

    “곧 꼬리를 내릴 때가 된 것 같은데….”

    그때, 태운의 휴대폰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전대섭 선생님?”

    “큰일이다. 지금 당장 중국으로 달려와!”

    “무슨 일이….”

    태운은 전대섭의 말에 TV를 켰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이게 무슨….”

    수백 마리의 거대 몬스터들이 중국을 파괴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몬스터 무리의 선두에 있는 것은….

    통칭 붉은 용.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것보다 더욱 거대해져 있는 드래이그 고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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