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원인 모를 거대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몬스터들의 모습은 C급 몬스터들이 거대해진 것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전투력은 A급 몬스터와 동급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태운은 이집트의 거대 몬스터를 해치우고 급하게 다음 국가로 향했다.
뉴스는 이동하는 길에 휴대폰으로 보고 있었다.
[거대 몬스터는 지금까지 12마리가 발견되었으며 현재 중국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 거대 오크 한 마리만 잡혔…. 속보입니다. 현재 한국의 헌터 3명이 각각 이집트, 중국, 멕시코에서 거대 몬스터들을 해치웠다는 소식입니다.]
“우리 얘기네.”
태운이 거대 몬스터를 해치운 지 10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역시 소식이 빨라.’
[그 헌터들은 신원이 방금 파악되었습니다. 중국의 거대 몬스터를 해치운 헌터는 한국의 A급 헌터인 전대섭, 이집트는 신정훈, 멕시코는 허덕륜 헌터라고 합니다.]
태운은 뉴스의 실시간 반응을 살폈다.
-전대섭은 알겠는데 나머지 둘은 누구임?
└듣보임;; 뭔데 거대 몬스터 잡냐.
└그러게 협회 사이트에 검색해보니까 둘 다 C급 헌터던데?
└나라에서 숨기고 있던 A급 헌터라든가 그런 거 아님?
-그나저나 전대섭은 왜 중국에 가 있냐. 이 시국에 한국만 지켜도 모자란데….
└이런 놈이 ㄹㅇ 멍청한 거임. 이렇게 다른 나라에 빚 지워두고 다른 나라에서 이권 빼 오면 훨씬 이득이지.
└그리고 한국에서 거대 몬스터 나오면 바로 복귀하려고 중국이나 일본처럼 가까운 곳만 가잖음.
전대섭을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의 헌터는 무명이었기 때문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것 같았다어차피 이번 일이 끝나면 신정훈이라는 이름은 버릴 것이기 때문에 상관없었지만 말이다.
‘다음 거대 몬스터의 위치는…. 이탈리아였지? 정확히는 몰타섬.’몰타섬. 몰타 공화국의 영토였지만 과거 B급 던전 두 개가 동시에 열린 장소이기도 하다.
몰타 공화국은 그것을 해결하지 못해 멸망 위기에 놓였고 이탈리아에 도움을 요청해 사실상 이탈리아의 속국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대 몬스터라니…. 참 기구한 운명을 가진 땅이네.’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좁은 땅덩어리에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느냐며 하늘을 탓할 것이다.
‘억울할 것 같기는 해. 제주도보다도 작은 땅에 이런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니….’태운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겼고 이내 이집트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한 태운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집트 헌터 협회의 직원들이었다.
“신정훈 헌터님, 출발하시겠습니까?”
태운은 이집트 헌터 협회에 헬기와 조종수를 요청했고 그들은 태운의 요구에 빠르게 헬기를 준비해주었다.
“지금 당장 출발하고 싶습니다.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탑승만 하신다면 지금 바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태운은 직원을 따라 헬기에 올라탔다.
태운이 헬기에 올라타자 조종수가 태운에게 물었다.
“목적지는 이탈리아 맞습니까?”
“예, 혹시 몰타섬의 상공을 지나도록 해주실 수 있습니까?”
“가능합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태운은 헬기의 뒷좌석에 앉아 잠깐 눈을 붙였다.
몰타섬의 상공에 도착하기까지는 수 시간이나 남았으니 말이다.
* * *
칠죄신교의 본거지. 오만의 제단에서 쟝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전대섭….”
오만의 좌를 맡고 있는 쟝은 다른 대원로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강력한 힘과 그가 하사받은 피의 특성 탓에 그는 긴장이라는 것을 하지 못했고 언제나 모든 생명을 자신의 아래로 보게 되었다.
말 그대로 ‘오만’.
그는 자신보다 약한 존재가 자신에게 위협이 될 거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고 자신과 비슷한 힘을 가진 존재를 상대로도 진다는 상상은 하지 않았다.
비슷한 힘을 가진 이를 상대로도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압도적인 ‘실력’이 그에게는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신경 쓰이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 사람이 바로 전대섭이었다.
자신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력 또한 자신보다 훌륭하다.
쟝의 몸에 흐르는 루시퍼의 피가 오만의 족쇄를 걸었지만 확실한 힘의 우위 앞에서는 별수 없었다.
쟝의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쟝은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얼굴을 떠올렸다.
빠-득.
쾅!
쟝은 이빨을 갈며 책상을 내리쳤다.
전대섭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함을 가지고 있던 사람.
자신이 오만을 느끼지 않는 것을 넘어 두려움까지 느끼게 만들었던 사람.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를 만났을 때는 마치 칠죄종을 알현했을 때나 느꼈던 경외감마저 느꼈었다.
“후우….”
쟝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러고는 금세 감정을 얼굴에서 지운 쟝은 자신의 직속 부하 둘을 불렀다.
그들은 고위 원로들로 모두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부르셨습니까.”
“몰타섬에 있는 거대 몬스터를 도와서 신정훈… 아니, 강태운을 처리해라.”
“분부대로.”
그들은 당연히 대원로보다는 약하다.
하지만 그들도 고위 원로다.
과거 연속으로 사고 가속을 사용하도록 태운을 몰아붙였던 김상연 수준의 강함은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쟝의 명령을 듣고 문밖으로 나갔다.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가 없었다.”그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자신에게 경외감을 안겨주었던 그 사람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겨우겨우 밀어내도 그에게 당한 상처를 보는 순간 그 사람이 떠올랐고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덮쳐왔다.
그가 지금 강태운에게 사람을 보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 한 일이었다.
“강철운… 네놈의 아들은 내가 죽이겠다….”쟝의 얼굴은 끔찍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얼굴은 미소를 연상시켰다.
* * *
“현재 몰타섬의 상공을 지나고 있습니다.”
태운이 잠깐 눈을 감고 쉬는 사이에 헬기는 금세 몰타섬의 상공에 도착했다.
“고맙습니다.”
태운은 그 상태로 헬기의 문을 벌컥 열었다.
태운의 돌발 행동에 헬기 조종수가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지, 지금 뭐 하시는….”
“이탈리아 본토에 가서 연료 보충하고 기다리세요. 5시간 안으로 가겠습니다.”태운은 그 말을 남기고 바로 헬기 밖으로 몸을 던졌다.
“저기요!”
헬기 조종수는 경악하며 떨어지는 태운을 내려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태운은 낙하산도 메지 않고 맨몸으로 떨어진 거니까.
하지만 헬기 조종수의 걱정은 하등 필요 없는 것이었다.
“플라잉 슈트.”
태운의 팔다리 사이에 마나로 만들어진 막이 생겨났다.
그와 동시에 태운의 몸은 바람을 타고 떠올랐다.
“이게 뭐야…?”
헬기 조종수는 어이없는 광경에 말을 잃었다.
반면 태운은 간만에 느끼는 해방감에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이런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쐐애애애액!
태운이 팔과 다리를 접고 자세를 곧게 펴자 태운은 빠르게 아래로 낙하했다.
처음 해보는 것이어서 자세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육감과 센스로 커버할 수 있었다.
‘뭐… 그냥 이대로 떨어져도 제로 그래비티를 사용하면 별일 없으니까…. 그래서 이런 과감한 선택을 한 거지.’태운은 몰타섬을 눈으로 보고 해안가를 쭉 스캔했다.
현재 몰타섬에 있는 거대 몬스터는 통칭 크라켄, C-2티어 몬스터인 몬토퍼스가 거대해진 모습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 헌터들이 해안에 잡아두는 데 성공했다고 했으니까….’태운은 이대로 떨어져 낙하하는 에너지를 그대로 거대 몬토퍼스에게 꽂아 넣을 생각이었다.
‘찾았다.’
태운은 해안가에서 격리되어 있는 거대 몬토퍼스를 발견하고 그쪽으로 몸을 틀었다, 정확히 녀석의 정수리 위에 도착하자 태운은 플라잉 슈트를 해제했다.
“중력 강화 극대(極大), 하이 부스트, 근력 강화 극대(極大), 플레임 인챈트, 범위 강화.”태운은 강해진 중력에 몸을 싣고 그대로 낙하했다.
태운의 주먹에는 커다란 불꽃이 피어올랐고, 태운은 마치 빠르게 낙하하는 운석과도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어…? 저거 뭐야?”
“운석인가? 피해야 하는 거 아니야?”
몬토퍼스 격리 성공 후 휴식 중이던 헌터들이 태운의 존재를 인지한 순간.
퍼-억.
후-두두둑.
태운이 거대 몬토퍼스의 머리를 관통해 들어갔고 태운의 주먹이 그 안에서 불꽃이 일으키며 녀석의 머리를 폭발시켰다.
거대 몬토퍼스의 머리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지만 거대 몬토퍼스의 다리는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뭐지…?”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이탈리아의 헌터들은 거대 몬토퍼스의 몸 안에서 나오는 태운의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상황 판단을 하지 못했다.
그때, 태운이 클리어 마법으로 자신의 몸을 정리하며 거대 몬토퍼스의 몸에서 나왔다.
“경계!”
그 모습을 본 헌터들은 태운을 경계하며 무기를 빼 들었지만 태운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진정하세요. 이탈리아를 지원하기로 했던 한국의 헌터 신정훈입니다.”“예…? 신정훈 헌터가 이집트에 있는 거대 몬스터를 해치운 게 불과 4시간 전인데….”
“바로 달려왔….”
터-업.
그 순간, 헌터들에게 걸어가던 태운에게 무언가가 날아왔다.
그 힘이 상당했는지 태운도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충격파.”
태운은 충격파를 사용해 자신에게 덤벼든 녀석을 밀어냈다.
일본의 A급 헌터 카츠의 스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마법이었다.
“크읏….”
태운은 날아가며 한 번 뒹굴고 나서야 균형을 잡고 착지할 수 있었다.
“사자…?”
태운을 덮친 것은 사람도, 몬스터도 아닌 단순한 동물이었다.
하지만 태운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녀석과의 짧은 공방 속에서 녀석의 완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으니까.
‘최소 나와 동급, 어쩌면 그 이상의 근력을 가지고 있다.’태운은 육감을 활성화해 녀석을 관찰했다.
태운의 눈앞에 보이는 상태창으로는 단순히 스탯이 과하게 높은 사자에 불과했지만 육감으로 자세히 관찰해본 결과는 달랐다.
겉모습은 사자지만 그 안에 내부 구조에서는 사람의 뼈와 장기의 구조가 훤히 보였다.
“안 속아. 네발로 서 있는 거 불편하지 않아?”
“아, 아쉽네….”
태운의 말에 녀석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뚜-둑, 뚜두-둑.
평범한 사자처럼 보였던 녀석이 몸을 일으키자 사자의 가죽을 뒤집어쓴 인간으로 변했다.
그리고 녀석의 가슴에는 떡하니 보랏빛의 문양, 칠죄신교의 전사임을 증명하는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멍청해 보이는 건 매한가지네.”태운은 칠죄신교의 전사들과 싸울 때는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다.
특히 고위 원로일수록 태운의 혐오감과 분노는 더욱 강해진다.
칠죄신교의 전사들은 강하면 강할수록 많은 사람을 죽여왔다는 이야기였으니까.
“하이 솔리드 아머.”
카-각!
“히익!”
태운은 이탈리아의 헌터 중 하나에게 하이 솔리드 아머를 씌워주었다.
그러자 태운이 갑옷을 씌워준 헌터의 목에 칼날이 들어왔다.
“내가 그것도 몰랐을 거 같아?”
“눈이 좋은데?”
“눈이 좋은 건 아니고… 감이 좀 좋아!”
태운은 마나 밧줄을 만들어 사출했고 이탈리아 헌터들 사이에 있던 칠죄신교 전사의 목을 휘감았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녀석을 끌어당겼다.
“켁!”
칠죄신교의 전사는 바닥을 뒹굴며 태운에게 끌려왔고 태운은 그대로 자신과 칠죄신교 전사 두 명을 둘러싸는 결계를 생성했다.
칠죄신교의 전사 둘은 그 상황을 보고 태운을 비웃었다.
“다른 헌터들의 도움은 필요도 없다는 건가? 이거 참….”“너처럼 애매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의 말로는 항상 이랬지. 만용을 부리다 처참히 죽는다.”태운은 둘의 말에 반대로 비웃어 주었다.
“고양이랑 좀도둑이 그런 말 해도 전혀 안 무서워.”어차피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태운은 이런 일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