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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49화 (149/379)
  • 149화

    태운과 허덕륜은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대섭은 이미 전용기를 타고 중국으로 출발했다.

    “멕시코부터 가신다고 했죠?”

    “그래. 너는 이집트에 간다고 했었지?”

    “네.”

    멕시코에서 거대한 몬스터가 하나 나타났다고 한다.

    이번엔 거대한 몬티스가 나타났고 멕시코 헌터들이 겨우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격리를 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워낙 단단한 외피를 가지고 있는 몬스터인 데다가 몬스터가 거대해지면서 외피도 더 단단해지고 두꺼워졌다.

    그 외피를 뚫기 위해서는 강한 힘을 좁은 영역에 꽂아넣어야 하는데 멕시코의 헌터 중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A급 헌터인 검사, 페레스밖에 없었다.

    ‘근데… 거대 몬티스의 품 안으로 들어가서 공격을 한다는 건 좀 무리가 있지.’몬티스는 자신의 공격 영역에 들어온 적을 공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태운도 몬티스가 자신의 품 안에 들어온 적을 갈가리 찢어 버리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그 어떤 누구보다도 그 모습을 많이 봤을 것이다.

    “거대화를 해도 그 정밀하고 정확한 공격 능력은 떨어지지 않은 모양이더라고요.”

    “조심해야겠구나.”

    그때, 방송으로 멕시코행 비행기의 승객들은 비행기에 탑승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그럼 가보겠네.”

    “스페인 어를 못하셔서 좀 걱정이긴 한데….”“영어 쓰면 알아서 해주겠지.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말이 안 되면 행동으로 보여주면 되니까.”어차피 한국 헌터 협회에서 공문을 보내두었기 때문에 허덕륜의 헌터증만 보여줘도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다.

    “이 일이 끝나면 나는 A급 헌터가 되어 있을 거다.”

    “네. 알고 있습니다.”

    허덕륜은 태운처럼 마스커레이드를 사용할 수 없으니 위장 신분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일을 진행하면 어쩔 수 없이 허덕륜의 얼굴이 세상에 알려질 것이다.

    그의 강함은 이미 평범한 A급 헌터를 뛰어넘은 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화려한 데뷔라고 생각해야겠구나. 대신 뒷세계에서는 발을 빼야겠지만 말이다.”그가 말하는 뒷세계의 일이라 하면 배반자를 포함한 능력 범죄자들을 막는 일이다.

    그동안 그가 C급 헌터로 활동한 이유가 뒷세계의 능력자들을 막는 일을 하기 위해서였으니까.

    “힘내거라.”

    “알겠습니다.”

    허덕륜의 말은 얼핏 듣기엔 이집트에 나타난 거대 몬스터를 잡는 일에 힘을 내라는 것으로 들릴 수 있지만, 그의 상황을 알고 있는 태운에게는 다르게 들렸다.

    ‘…앞으로 뒷세계의 일은 내가 맡아야겠지.’믿을 수 있는 A급 헌터 중 자신의 얼굴을 바꾸어 다중으로 신분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태운밖에 없다.

    앞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뒷세계를 돌아다니며 칠죄신교의 음모를 막을 수 있는 건 태운밖에 없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허덕륜은 그 말을 끝으로 뒤를 돌아 비행기 탑승 플랫폼으로 발을 옮겼다.

    그와 동시에 태운이 타야 할 비행기도 곧 출발한다는 방송이 나왔고 태운도 탑승 플랫폼으로 향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태운은 한 가지 다짐을 하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 *

    이집트에 도착한 태운은 공항을 돌아다니며 휴대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전대섭에게 전달받은 거대 몬스터의 정보를 불러와 읽어 보았다.

    “이집트에 나타난 거대 몬스터는… 일단 20m 크기의 몬스터 레오파드인 것 같네.”몬스터 레오파드, 빠른 속도와 질긴 가죽과 근육을 가지고 있는 고양잇과 동물을 닮은 몬스터이다.

    하지만 단순한 고양잇과 몬스터와는 달리 훨씬 빠르고 온몸이 강철과도 같은 우둘투둘한 가죽으로 덮여 있어 상대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몬스터이다.

    ‘원래도 B-3티어 몬스터지. 중급 마법도 종종 튕겨낼 정도의 마법 저항력도 가지고 있으니까.’어중간한 검과 검술 실력으로는 녀석의 몸에 흠집도 내지 못한다.

    물리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을 두루 갖춘 약점이 없는 몬스터인 것이다.

    ‘그나마 약점이라고 볼 수 있는 둔기가 있지만… 녀석의 속도에 맞춰 둔기를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그 정도 힘과 속도를 가지고 있는 헌터라면 검으로도 녀석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신정훈 헌터님이십니까?”

    그때,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태운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네, 맞습니다.”

    신정훈은 태운의 새로운 신분 3개 중 하나였다.

    어차피 이번 일이 끝나면 유명해질 이름이었기에 마지막에는 행방불명 처리를 할 예정이었다.

    한 몸으로 A급 헌터 둘의 역할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따라와 주시죠. 바로 현장으로 모시겠습니다.”

    “네.”

    현장으로 가는 차의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은 전부 침울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가 녀석에 의해 완전히 박살이 났다고 하니까….’몬스터 레오파드를 사람이 없는 곳으로 유인을 하던 도중 거대한 피라미드가 녀석의 레이더망에 들어왔다고 한다.

    헌터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녀석의 강철같은 표피와 20m나 되는 거구에 피라미드는 박살이 나버렸다고 한다.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하던 관광 자원 중 하나가 박살이 났으니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던 주민들의 수익은 반 토막이 나버릴 것이다.

    ‘안쓰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이것까지 태운이 해결해줄 수는 없으니 말이다.

    ‘좀 더 빨리 대처해야 해.’

    사람이 많이 죽지 않아도 이런 일이 생기면 혼란 수치는 올라가게 되어 있다.

    아무런 피해도 없이, 사람들이 인지하기도 전에 녀석들을 처리해야만 태운의 생각대로 일이 진행될 것이다.

    “이곳입니다.”

    “아… 아예 이곳을 격리 구역으로 정한 겁니까?”거대 몬스터 레오파드는 아예 쿠푸왕의 피라미드 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 주변에 있는 다른 피라미드는 복원이 가능한 수준의 손상만 있을 뿐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

    “이곳에서 녀석을 유인하다가 다른 피라미드에 피해를 주거나 인명 피해를 입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좋은 판단이다.

    한 곳에 관심이 팔린 녀석을 억지로 끌어내려다가 헌터들을 잃거나 다른 피라미드도 파괴되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거니까.

    태운이 차에서 내리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멀끔한 인상의 남자가 다가와 태운에게 말을 걸었다.

    “이런 시국에 지원을 보내준 한국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네.”

    “아, 감사합니다.”

    이집트 헌터 협회의 고위 인사인 모양이었다.

    그는 태운을 보고 다른 헌터들은 없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 후발대는 언제 오는지 알 수 있나?”

    “이집트에 온 지원 헌터는 저밖에 없습니다.”“흠…? 진짠가? 나는 농담을 좋아하지 않네만.”

    “진짜입니다.”

    “이 무슨….”

    태운은 현재 A급 헌터다.

    A급 헌터를 보내준 거라면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절을 해도 모자랄 판이지만 지금 태운은 신정훈이다.

    신정훈은 기록상 C급 헌터다.

    그것도 헌터 등록을 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신입 헌터다.

    고작 C급 헌터 한 명을 지원해놓고 생색을 부린 거란 말인가?

    이집트 헌터 협회의 고위 인사인 무하마드는 열불이 끓어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후… 당장 돌아가게! 고작 C급 헌터 한 명 보내놓고 온갖 생색을 다 부리고 이권이란 이권은 다 챙겨가려고 해? 이건 이집트라는 국가 자체를 우롱한 사건이다. 내 이 자리와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하겠다. 이 일은 기필코 가벼이 넘기지 않….”

    “싫습니다.”

    “뭐, 뭐라?”

    태운은 뒤를 돌아 몬스터 레오파드 쪽으로 몸을 향했다.

    “저도 이 녀석을 잡아야 할 의무가 있고 이유가 있습니다.”

    “그게 무슨….”

    태운은 하이 부스트를 사용하고 거대한 몬스터 레오파드에게 달려들었다.

    달려가는 사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장비를 꺼내 착용했다.

    ‘검을 쓰지 않는다. 주먹이 오히려 더 잘 먹힐 거야.’이번에는 건틀릿과 어깨 견갑만 착용했다.

    순식간에 격리 구역을 구분하고 격리 벽을 뛰어넘어 녀석의 가슴 밑까지 도달한 태운은 강력한 한 방을 준비했다.

    “근력 강화 극대(極大), 중력 강화 극대(極大).”근력 강화 마법으로 팔을 집중 강화 했고 중력 강화 마법으로 몬스터 레오파드를 무릎 꿇게 하여 녀석의 가슴을 땅으로 끌고 왔다.

    “폭권, 오버 서플라이.”

    태운의 오른팔이 붉은색의 마나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 빛은 점점 커져 200m 앞의 격리 벽에서도 보일 정도가 되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

    쾅!

    [쿼어어어엉!!!]

    태운의 주먹이 녀석의 가슴에 적중했고 거대한 몬스터 레오파드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아직 안 끝났어.”

    태운은 그 상태로 뛰어올랐다.

    ‘녀석의 박살 난 표피, 그 사이에 녀석의 무방비한 맨살이 드러난다.’위협을 느낀 몬스터 레오파드는 태운에게 앞발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파-앙!

    태운은 녀석의 앞발에 견갑을 가져갔고 견갑이 충격을 흡수하며 모든 운동 에너지가 소멸함과 동시에 충격파를 발산해 녀석의 앞발을 밀어냈다.

    덕분에 공중에 있던 태운은 조금의 방해도 받지 않고 녀석의 드러난 약점을 노릴 수 있었다.

    “스파이크 피스트.”

    태운은 건틀릿 위에 마법을 덧씌워 공격력을 높였다.

    “폭권, 오버 서플라이.”

    태운의 주먹은 녀석의 표피가 박살 나면서 만들어진 틈을 비집고 들어갔고 몬스터 레오파드의 몸속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퍼-억!

    몸 속에 파묻혀 일어난 폭발인 탓에 화려하지도, 큰 소리가 나지도 않았지만 태운은 확신할 수 있었다.

    녀석은 이번 공격으로 목숨이 끊어졌다는 것을 말이다.

    “이게 무슨….”

    무하마드를 포함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강태운만 빼고 말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이 정도 힘을 보여줬으면 앞으로 자신을 무시할 만한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 * *

    칠죄신교의 본거지, 하늘섬.

    그곳에선 대원로들의 식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지금 한국의 헌터 세 명이 우리가 만든 거대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다닌다고 한다.”오만의 좌를 맡고 있는 쟝이 이번 회의의 주제를 꺼냈다.

    “그 세 명이 누구지?”

    “전대섭, 허덕륜, 신정훈이라고 하더군.”

    “신정훈? 나머지 둘은 들어봤지만 신정훈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군.”다른 대원로들도 같은 의견인 듯했다.

    “그럼 앞으로 신정훈에 대한 정보도 좀 알아봐야겠군.”쟝은 회의의 주제가 다른 곳으로 흘러가지 않게 적당히 끊은 후 말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세 명의 활약을 보고 검성 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거다. 그건 위험해.”“그래도 꾸준히 혼란 수치는 올라가고 있다. 헌터들의 인력도 분산시킬 겸 아직까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쟝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이 방법을 포기하기에는 그동안 연구해 왔던 비용들이 너무 아깝지. 그럼 이 건에 대해서는 현행 유지로 결론 짓도록 하겠다.”

    “알겠다.”

    쟝은 그렇게 1차 안건을 끝마치고 마법으로 화면을 띄웠다.

    “이게 신정훈이라는 녀석의 전투 영상이다. 느껴지는 게 있다면 바로 말해주게.”그때, 말없이 먹기만 하던 마르기가스가 영상을 보더니 먹는 것을 그만두고 입을 열었다.

    “저거… 강태운인가 하는 녀석인 것 같은데….”

    “알고 있나?”

    마르기가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은 다르지만 확실하다. 힘의 운용 방법이 녀석과 똑같아.”그 말을 들은 쟝은 사악하게 웃었다.

    “이거 일이 재밌게 흘러가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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