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146화 (146/379)
  • 146화

    태운은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을 발견했다.

    공항 입구와 각 플랫폼에 버젓이 서 있는 태운표 골렘들을 말이다.

    현재 한국 헌터 협회의 특허 관리 부서와 연구 부서는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한 후 골렘의 안정성을 인정했다.

    태운이 준 골렘 제조법으로 30개의 골렘을 시범 생산한 후 주요 시설에 우선 배치했다.

    커다란 덩치의 골렘은 충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게 골렘이라는 거지?”

    “이야, 이거 진짜 움직이는 거지?”

    사람들은 골렘의 옆에 서서 사진을 찍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내왔다.

    그때, 뉴스에서 골렘에 대한 이야기를 보도했다.

    [속보입니다. 당일 명운 은행에서 3인의 능력 범죄자들이 범행을 시도했습니다. 그들은 B급 헌터와 C급 헌터 한 명을 빠르게 제압하고 은행원들에게 현금을 요구했으나 현장에 배치된 골렘에게 순식간에 제압되었습니다. 체포된 그들은 골렘에 의해 배치된 헌터들의 수가 줄어든 틈을 노린 것으로 판단되며….]

    명운 은행은 평소 B급 헌터 2명과 C급 헌터 2명이 배치되었으나 골렘의 배치로 그 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범죄자들은 그것을 노리고 은행을 습격했으나 그들은 골렘의 전투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B급 헌터와 C급 헌터를 기습으로 빠르게 제압했다고 한 것을 보면 그들의 전투력도 그들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최소 C급 수준의 각성자 셋.’

    그 정도를 상대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태운은 방금의 뉴스로 골렘의 힘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실험하기 전에도 충분히 그 정도 힘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힘의 크기와 싸움의 승패가 어떻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으니까.’태운이 만든 골렘은 사실 A급 하위 헌터를 상대할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설계도의 디테일로는 그 힘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한다.

    “그래도 C급 헌터 수준의 각성자들은 떼거리로 달려들어도 아무 상관 없을 것 같네.”이 정도면 충분히 생산 단계에서 투입된 비용 이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 태운의 휴대폰으로 문자가 하나 왔다.

    [(주)한협에서 300,000,000원이 입금되었습니다.]

    “골렘 한 기당 1,000만원….”

    골렘 한 기가 얻어낼 수 있는 인력은 B급 헌터 둘셋 정도다.

    한국 헌터 협회는 골렘에게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한 달에 약 3,000만 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었다.

    골렘의 생산 단가는 약 3,000만 원.

    헌터 협회는 골렘의 생산 권한을 잠깐 넘기는 조건으로 한 기당 1,000만 원을 주기로 했다.

    “이건 일단 급전이 필요해서 한 일이고, 나중에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해야지.”꼭 한국 헌터 협회가 아니더라도 여러 대기업도 골렘의 설계도를 노리고 있다.

    지금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태운은 3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맺을 생각은 없었다.

    골렘의 설계도를 활용해 번 돈으로 직접 회사를 차린 후 직접 생산을 할 생각이었으니까.

    ‘골렘의 수명은 2년, 회로에 손상이 가면 바로 수리를 해줘야 하고 부식이 시작되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태운이 만든 골렘은 굉장히 섬세한 도구였기에 회로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간다면 골렘의 팔다리가 전부 분리되어 날아갈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굉장한 인명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기에 수명을 길게 잡을 수가 없다.

    골렘의 수요는 날이 가면 갈수록 많아질 것이다.

    이런 엄청난 사업을 다른 회사에게 넘기고 그 수익의 일부를 떼어먹는 것으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그때까지도 태운은 김가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젠 이 얼굴도 딱히 위화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진 태운이었다.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서 마스커레이드를 해제하려고 한 태운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김가도 씨, 잠깐 시간 되십니까?”

    검은 정장과 검은 선글라스를 쓴 사람 두 명이 태운에게 다가왔다.

    “누구시죠?”

    태운은 갑자기 다가온 그들을 경계했다.

    그들은 그런 태운을 안심시켰다.

    “경계하실 것 없습니다. 저희 소속을 밝히겠습니다. 저희는 현재 일본 헌터 협회의 이사직을 맡고 있는 게이치로 님의 수행원입니다. 가도 님을 만나 뵙고 싶어 급하게 전용기로 따라왔습니다.”

    “게이치로….”

    태운은 머릿속에서 그의 정보를 끄집어냈다.

    ‘현재 차기 일본 헌터 협회의 협회장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 마쓰다 협회장과는 사사건건 부딪쳐왔던 사람이지.’태운은 그런 사람이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 수 없었다.

    감사를 표하든 문제를 제기하든 전대섭을 찾아야 하지 태운에게는 용건이 없어야 하니까.

    “게이치로 씨가 저에게 무슨 용건이 있으시길래 한국까지 따라오셨습니까?”“복잡한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조금 예민한 이야기입니다. 따라오시죠.”

    “흠.”

    태운은 둘의 전투력을 대충 가늠해보았다.

    느껴지는 힘으로는 B급 헌터 중상위권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딱 정의의 파동이 발동되지 않은 상태의 김현우 헌터 정도의 힘이다.

    “알겠습니다.”

    고작 이 정도 수준의 헌터들이 무슨 짓을 하든 빠져나올 자신이 태운에게는 있었기에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태운이 그들을 따라 들어간 곳은 공항 옆에 있는 인적이 드문 산책로였다.

    평소에도 인적이 드물긴 하지만 지금은 정말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였다.

    “손을 쓰셨군요.”

    “예,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이 길에는 우회로도 있고 굳이 이 길을 걸을 이유도 없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 길 자체에 결계를 설치해 사람들이 오지 않게 만든 것이다.

    “괜찮습니다. 문제를 일으킬 생각은 없으니까요.”타국의 헌터들이 와서 일반인들에게 영향력을 끼친 일은 굉장히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사건이지만 태운은 그냥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태운도 그들이 자신을 따라온 이유를 대충 직감했기 때문이다.

    “본론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김가도 씨, 저희는 당신이 그날 헌터 협회의 본부에서 무슨 일을 벌였는지 알고 있습니다.”

    ‘역시….’

    그들은 그날 태운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태운을 찾은 것이다.

    몰랐다면 태운이 아닌 전대섭을 찾아갔겠지.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으신 겁니까?”

    일방적으로 항의를 하고 싶었다면 그들이 직접 한국에 올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사람들이 태운에게 꼬투리를 잡힐 짓 따위는 하지도 않았겠지.

    ‘이런 결계를 설치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꼬투리를 잡혀서 전세가 역전될 수 있지.’그들이 그것도 모르고 일을 저지를 멍청이들은 아닐 테니 그들에게는 다른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는 게 현명했다.

    “게이치로 씨는 김가도 씨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셨습니다.”

    “제안… 말입니까?”

    그들은 태운에게 한 봉투를 넘겼다.

    그 봉투를 뜯어보니 그 안에는 수많은 괴물들의 사진과 함께 게이치로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

    놀랍게도 게이치로는 그 괴물들과 매우 친근하게 붙어 있었다.

    “이게 뭐죠?”

    “현재 게이치로 님이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몬스터 길들이기 사업입니다.”“이걸 나에게 보여주는 이유를 묻고 있는 겁니다.”태운은 그들이 자신에게 이것을 보여주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태운이라면 그들을 테이밍해서 실험을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물론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CCTV 영상을 전부 보았다고 해도 김가도라는 헌터가 그런 능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할 것이다.

    테이밍 종류의 마법은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차차 알아가면 될 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럼, 제가 그날 일본 헌터 협회의 본부에서 한 일을 볼모로 잡고 절 부려먹겠다는 겁니까?”태운의 날이 선 말에 그들은 손사래를 쳤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건 단순히 협상의 도구일 뿐입니다. 저희는 김가도 씨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고 이 실험에 동참해주길 바랄 뿐입니다.”육감으로 느낀 그의 맥박과 심장 박동을 보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음. 일단 알겠습니다. 연락처를 주시죠.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겠습니다.”

    태운은 일단 곰곰이 생각을 해봐야 답이 나올 것 같아 그들의 연락처를 받고 빠르게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굳이 나일 필요가 있나?’

    테이밍 마법을 쓸 수 있는 헌터들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테이밍 마법이 쉬운 건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귀한 마법은 아니었다.

    그런데 굳이 옆 나라 C급 헌터의 약점을 잡아가며 사용하려 한다?

    ‘미치겠네.’

    이건 자신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전대섭이 한국에 돌아오면 그때 그와 상의를 하고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머리 좀 식혀야겠네.”

    태운은 휴대폰을 켜고 헌터넷에 들어가 현재 공략 허가가 나 있는 던전을 둘러보았다.

    “C+급 던전이네.”

    태운은 바로 그 던전의 공략 권한을 웃돈을 주고 구입한 후 택시를 타고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 * *

    서거거걱!

    태운의 검에 흉포 사마귀들의 팔다리가 우수수 떨어졌다.

    “열화.”

    이 던전의 테마는 곤충인 듯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단순했다.

    이곳에 나타나는 몬스터들이 죄다 곤충이었기 때문이다.

    던전에 들어서자마자 2,000마리 규모의 거충 파도가 일어나는가 하면 수십 마리의 몬티스들이 나타나고 몸길이가 15미터가 넘는 거대한 지네도 나타났다.

    “후. 진짜 정신이 피폐해지는 거 같네.”

    그 몬스터들이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워낙 징그럽게 생겼다 보니 당장 이 던전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그래도 별수 있나. 5,000만 원 뽕은 뽑아야지.”공략 권한을 구입한 태운은 몬스터들의 부산물을 열심히 챙겼다.

    지금은 전처럼 전투의 감각을 세우기 위해서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해 던전에 들어온 것이었으니까.

    태운은 벨트 안의 아공간을 열고 몬스터들의 부산물을 집어넣었다.

    “음…?”

    쿵.

    그때, 태운의 눈 앞에 엄청난 크기의 그림자가 지나갔다.

    약 30m 가량의 거대한 그림자였다.

    “와… 이게 뭐야…?”

    태운의 눈앞에 보인 것은 엄청난 크기를 가지고 있는 전갈이었다.

    독침이 있는 꼬리를 8개나 가지고 있었고 머리는 3개나 달고 있었다.

    “이 정도면 C+급 던전에서 보스급인 것 같은데… 보스가 보스룸에 안 있고 돌아다니는 건 처음 보네.”태운은 이곳에서 나가면 협회에 보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30미터의 거대한 몬스터였지만 태운에게는 그리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마법은 써야겠네. 워낙 덩치가 커서 검으로는 힘들 것 같아.”태운은 하이 부스트를 사용하고 거대한 전갈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태운은 그때까지만 해도 모르고 있었다.

    그 전갈의 등장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인류에게 어떤 재앙이 닥칠지를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