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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43화 (143/379)
  • 143화

    “아…. 아니 자네 무슨….”

    태운은 화장실 칸의 문을 부수고 협회장에게 다가갔다.

    ‘사일런스 돔.’

    “여, 여기 누구 없나!”

    협회장은 태운을 본 순간 소리를 질렀지만 태운의 대처가 더 빨랐다.

    태운의 사일런스 돔은 협회장의 목소리를 밖으로 흘러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덜컥.

    ‘리페어.’

    태운은 부서진 화장실 문을 딱 맞춘 후 문에 손을 대고 리페어 마법을 사용했다.

    ‘뭐…. 어차피 11층이랑 12층에는 마나 감지기가 없었던 거 같으니까 상관없겠지.’태운은 화장실 칸 문을 잠그고 협회장과의 둘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너, 너 뭐야! 뭐 하려고 들어온 게냐!”

    협회장은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 의미 없었다.

    사일런스 돔은 안에서 폭탄이 터져도 밖에선 아무도 모를 정도로 강력한 소리 차단 마법이었으니까.

    “사일런스 돔을 사용했습니다. 여기선 무슨 짓을 해도 소리는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자네… 자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타국 헌터 협회의 출입 금지 구역에 들어온 것은 물론 협회장을 위협하고 있죠. 이 일로 문제를 제기하고 싶으시다면 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는 한번 들어보고 그래 주셨으면 좋겠군요.”

    “…….”

    협회장은 태운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수십 년간 능구렁이 같은 기업 총수들을 상대해온 협회장조차 이 상황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지 못했다.

    “카츠, 그 녀석 뭡니까?”

    “…….”

    마쓰다 협회장은 태운의 확신을 가진 듯한 언행에 변명을 생각하다가 이내 생각을 바꿨다.

    ‘변명이 통하지 않을 것 같군.’

    마쓰다는 이미 태운에 대해 파악을 했다.

    그는 어떤 말을 하든 자신이 얻어야 하는 정보를 얻기 전에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일은 정말 미안하네.”

    “괜찮습니다. 묻는 말에만 대답해주시죠.”

    “카츠 그 녀석은….”

    마쓰다 협회장은 방법이 없었기에 반쯤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반쯤은 하소연 삼아 카츠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태운에게 모조리 폭로했다.

    그동안 해왔던 거래들, 카츠의 본 모습, 그리고 이번 사건에 대한 전말까지 모두 폭로했다.

    “…혹시 카츠가 배반자들과 연락을 한다는 정황을 포착한 적은 없습니까?”“배반자들이라…. 한국에선 칠죄신교 녀석들을 그렇게 부른다지?”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의심이 되는 사건이 떠오르는군. 혹시 이번 사건이 칠죄신교들과 관련되어 있는 건가?”

    “제 판단은 그렇습니다.”

    “허….”

    마쓰다는 모든 걸 포기한 듯 허공을 바라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일들이 그렇게 싫어하던 칠죄신교를 위해 한 일이었다니.

    그 사실 하나만으로 인생의 회의감을 들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한숨을 길게 내쉰 마쓰다 협회장은 결심한 듯 태운에게 뭔가를 제시했다.

    “협회장으로서의 내 마지막을 명예롭게 끝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겠나.”태운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가볍게 웃어 보였다.

    “물론이죠.”

    * * *

    마쓰다는 카츠에게 문자를 보내 12층에 있는 ‘비밀 공간’으로 오라고 했다.

    이 비밀 공간은 설계도에도 없는 공간이다.

    평소에는 시멘트로 채워져 있다가 밖에서 조작을 하면 방이 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 때문에 태운이 수 시간 동안 뒤져 보아도 찾지 못한 것이다.

    “왔나.”

    “뭣 하러 부르나.”

    카츠는 비밀 공간에 도착하자마자 마쓰다에게 짜증을 냈다.

    애초에 기분이 딱히 좋은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

    “오늘 뭔가 기분이 안 좋은 것 같군.”

    “후…. 전대섭 녀석이 예상 이동 루트에서 크게 벗어났다. 고작 숙소로 이동하는 데 텔레포트를 사용할 줄 누가 알았겠나.”“유감이군. 자네가 전대섭을 죽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그럼 한국은 어쩔 수 없이 일본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카츠는 전과 달리 태도가 호의적으로 바뀐 마쓰다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왜 이래?”

    카츠는 마쓰다를 떠보았고 마쓰다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의심스럽나 보군. 그럴 만도 하지. 불과 3일 전까지만 해도 널 증오하고 있던 내가 호의적으로 나오니까.”“그래, 솔직히 말하지. 갑자기 왜 이래?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거 아냐?”카츠는 태도가 변한 마쓰다를 공격적으로 몰아붙였고 그 압박감은 마쓰다의 호흡마저 방해할 정도였다.

    하지만 마쓰다는 수십 년 동안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의 회담과 청문회에서도 잘 빠져나온 사람이었다.

    이 정도 압박감은 무난하게 버틸 수 있었다.

    “위협할 필요 없네. 난 자네와 아군이 되고 싶어졌을 뿐이니까.”

    “음?”

    마쓰다는 청산유수처럼 말을 이어나갔다.

    “난 이미 협회장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야. 지금도 내 협회장의 자질에 대해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

    “그래서?”

    “지금까지 자네가 날 이용했던 것처럼 난 자네를 한 번만 이용할 생각이야.”

    “뭘 어떻게 이용하겠다는 거지?”

    마쓰다는 침을 한번 삼키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까지의 정황을 보니 자네, 칠죄신교와 손을 잡은 것 같더군.”터업!

    마쓰다의 입에서 칠죄신교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카츠는 마쓰다의 목을 잡고 벽까지 밀었다.

    “커헉!”

    일반인인 마쓰다는 A급 헌터의 완력을 버틸 수 없었다.

    순간 목이 부러질 뻔한 마쓰다는 공중에 매달려 카츠의 팔을 잡고 허둥대고 있었다.

    “그걸 안 이상 넌 죽어야겠군.”

    “커억…. 후회할 거다.”

    “후회?”

    “증거들을…. 모두 전송 예약 해놨다. 국내 언론은 물론 해외 언론에까지 모두….”

    “뭐…?”

    “너라고… 해서 해외 언론까지… 꽉 잡고 있지는 않겠지….”마쓰다는 카츠에게 목이 졸리고 있는 상황에서 온 힘을 다해 말을 꺼냈다.

    그 말을 들은 카츠는 마쓰다를 놓아주었다.

    “그 말, 거짓말은 아니겠지?”

    “당연하지 않겠나. 이곳에서 죽은 뒤 시멘트로 덮어 버리면 난 평생 양지에 묻히지도 못할 테니까. 이 정도 보험을 들어놔야지.”

    “능구렁이 같은 놈….”

    “내가 수십 년 동안 배운 게 그것뿐인데 별수 있겠나.”

    “쯧.”

    카츠는 다시 마쓰다와 거리를 벌리고 벽에 등을 기댔다.

    “그래서 어쩌고 싶은 거지.”

    “나도 칠죄신교와 손을 잡고 싶다.”

    “흠…?”

    마쓰다는 의아해하는 카츠를 뒤로하고 말을 이었다.

    “배반자들은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나도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럼 그 힘으로 이런 사건을 한두 번 더 일으켜줄 수도 있겠지.”

    “아하….”

    카츠는 마쓰다의 의도를 파악하고 썩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그 사건을 일으키고 네가 막으면서 협회장으로서의 입지를 회복하겠다 그거지?”

    “이해가 빨라서 좋군.”

    “나는 괜찮지만 칠죄신교에서 너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여야 할 만한 중요 인물이라고 생각할까?”“한 나라의 헌터들을 움직일 수 있는 헌터 협회의 우두머리가 중요 인물이 아니라면 그 누가 중요 인물이지?”그 말을 듣자 카츠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합격이다.”

    카츠는 마쓰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바로 칠죄신교와 접촉을 하려 한 순간.

    “차단 결계.”

    이 방의 구석에서 투명화 마법과 은신을 사용해 대기하고 있던 태운이 마법을 사용했다.

    이제 이 방 밖으로 그 어떤 신호도 나갈 수 없다.

    “이런 씨….”

    카츠는 이변을 느끼고 바로 마쓰다에게 달려가 붙잡으려 했지만 그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프로텍트 돔.”

    이번엔 이 비밀 공간의 입구에 서 있는 누군가가 마법을 사용해 마쓰다를 지킨 것이다.

    “이번엔 또 누구야!!”

    분노한 카츠는 소리를 질렀지만 비밀 공간 밖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흐으….”

    소리를 지르고 뒤를 돌아본 카츠는 전대섭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아…?”

    카츠는 전대섭이 자신의 눈앞에 떡하니 서 있는 모습을 보고는 다시 화색을 되찾았다.

    “텔레포트로 숙소에 가서 네놈이 겨우 목숨줄을 연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등장해주면 아주 고맙지…!”카츠는 전대섭과 일대일 상황이 오면 자신이 이길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죽여온 수백 명의 C급 헌터들, 그들에게 빼앗은 힘이 분명히 전대섭을 능가할 거라고 생각했다.

    “환영격.”

    카츠의 신형은 전대섭에게로 빠르게 날아갔다.

    하지만 카츠가 실제로 노리는 건 태운이 가지고 있는 캠코더.

    그것을 확실하게 부순 후 전대섭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카츠가 태운을 무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판단이었다.

    “하이 부스트.”

    퍼-억!

    태운은 날아오는 카츠의 안면을 정확히 가격했고 카츠는 그대로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크윽…. 이게 무슨….”

    환영격은 환영을 소환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 후 자신의 몸은 숨겨 다른 대상을 공격하는 스킬이다.

    처음 본 사람들은 모두 공격을 허용하고 허둥대다가 자신에게 죽었다.

    ‘어떻게 안 거지…?’

    정답은 태운의 육감에 있었다.

    육감은 눈에 보이는 것과 상관없이 실제로 대상을 정확하게 감지해낼 수 있다.

    그 육감이 감지해낸 카츠의 공격을 파악해 완벽하게 카운터를 친 것이다.

    “내가 널 많이 얕잡아봤구나….”

    “고르세요.”

    “……?”

    분노를 표출하며 천천히 힘을 끌어모으던 카츠는 태운의 뜬금없는 말에 의아해했다.

    그 모습을 본 태운은 카츠에게 다시 말해주었다.

    “전대섭 헌터님과 저, 둘 중 누구와 싸우고 싶으십니까?”

    “그게 무슨….”

    카츠는 태운의 말에 의아해했지만 이내 그 말뜻을 알아채고 격노했다.

    겨우 C급 헌터에 불과한 녀석이 자신을 상대로 혼자 싸우겠다고 말한 것이다.

    “하… 무시를 당해도 정도가 있지!”

    카츠는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을 본 태운은 캠코더를 전대섭에게 넘기고 전투를 준비했다.

    카츠는 태운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고 태운은 그 주먹을 피함과 동시에 팔을 잡아 바닥에 메쳤다.

    하지만 카츠의 팔은 갑자기 빠졌고 태운은 힘없이 팔을 바닥에 휘두르게 되었다.

    카츠의 입장에선 태운이 등을 훤히 드러낸 상황, 카츠는 빠르게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헤이스트.”

    태운은 빈틈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도가 빨라지는 마법을 사용한 후 몸을 회전해 카츠의 후속 공격을 막아냈다.

    “제법인데!”

    카츠는 빠진 팔을 실로 연결해 다시 붙였고 그 팔로 태운을 다시 공격했다.

    태운은 어깨로 그 주먹을 흘려내고 녀석의 안면에 주먹을 그대로 꽂아 넣었다.

    “크웁!”

    하이 부스트에 결코 낮지 않은 근력이 합해지니 A급 헌터 중 상위권이라 불리는 카츠마저도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었다.

    “너… C급 아니구나…?”

    카츠는 그 사실을 알아챘지만 이미 늦었다.

    퍼억!

    태운은 빠른 속도로 달려들어 카츠의 복부에 주먹을 내질렀고 카츠는 그 공격을 허용했다.

    “크윽…!”

    카츠는 태운의 팔을 잡고 끌어당기며 태운의 안면에 주먹을 내질렀지만 태운은 목을 꺾으며 그 공격을 피해냈다.

    “흐읍!”

    공격을 피한 태운이 후속타를 날리려고 한 순간 카츠는 충격파를 발산해 태운을 밀어냈다.

    “캬악! 퉤!”

    카츠는 입안에 고인 피를 뱉어내고 그 피를 주시했다.

    “네 힘도 매력적이네…. 전대섭보단 못하지만 말이야.”카츠가 흡수한 특성 ‘광인’이 발현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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