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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41화 (141/379)
  • 141화

    태운이 들고 있는 성검은 악한 존재를 모조리 녹여 버리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신성력에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아수라도 잠깐 닿은 것만으로도 큰 타격을 입을 정도였으니까.

    사실 이 무기가 없었으면 기본적인 싸움이 성립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가펠은 집요하게 성검을 피해 태운에게 데미지를 누적했다.

    일방적으로 태운이 당하는 것 같았지만 오히려 태운이 가펠을 쫓고 있는 상황이었다.

    ‘가펠은 실력을 되찾았지만 그것으로도 커버가 힘든 신성 저항력을 잃었다.’즉, 열화가 담긴 검격 한 번에 녹아내릴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였다.

    시험 삼아 열화를 온몸에 퍼트려보긴 했지만 그 정도 신성력으론 공격받을 때 녀석의 피부가 조금 그을릴 뿐이었다.

    오히려 신성력이 담긴 열화를 검에 집중시킨 후 녀석의 공격 경로로 휘둘러 차단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어가 되었다.

    검을 공격 경로에 가져가기만 해도 녀석은 공격을 포기하고 다른 공격 루트를 찾으니까.

    ‘후….’

    태운은 검을 대충 휘두르고 아수라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틈을 찾았다.

    ‘한 번만 베면 승기를 잡는다.’

    지금의 가펠은 아수라처럼 경이적인 회복 능력이 없다.

    한 번의 공격만 성공하면 분명 녀석은 큰 타격을 입고 쓰러질 것이다.

    뚜-둑.

    물론, 태운도 상태가 좋은 건 아니었다.

    이미 수십 군데가 부러져 팩 인 디바인 포스를 사용했기 때문에 뼈가 이상하게 붙어 있었다.

    뼈가 이상하게 붙은 탓에 움직일 때마다 뼈가 어긋나는 것 같았고 그 때문에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단 한 번의 기회다.’

    태운이 사용할 기술은 64연격, 몸을 매우 격렬하게 움직이는 기술 중 하나다.

    지금 몸 상태로 사용하면 상체의 뼈와 근육이 모조리 끊어지고 부러질 게 분명했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순간, 가펠은 태운에게 무리한 공격을 시전했고 태운은 그 공격을 가볍게 피해냈다.

    태운이 지금까지 이런 공격은 죄다 맞아줬기 때문에 가펠은 당황했다.

    때문에 자세가 살짝 흐트러졌다.

    태운은 지금이 기회임을 알아챘다.

    태운은 열화가 집중된 성검을 바로 쥐고 검을 휘둘렀다.

    “64연격!”

    촤자자자작!

    가펠은 전 아수라였던 만큼 그에 걸맞은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급소에 닿을 것 같은 공격에는 팔다리를 대신 내어주었고 피할 가능성이 있는 공격은 모조리 피해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태운의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태운의 성검은 수많은 공격 중에 가펠의 가슴에 긴 상처를 남겼고 그 상처부터 시작해 가펠은 천천히 녹아내렸다.

    이미 팔다리도 전부 날아간 상태, 가펠에게는 더 이상 태운을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커허억….]

    가펠은 초록색 피를 토해내고는 죽기 직전에 모든 힘을 모아 태운에게 말했다.

    [즐거웠다. 다음에 또 만나 싸울 수 있다면 좋겠구나.]

    그렇게 가펠은 목숨을 잃었고 태운의 심정은 굉장히 복잡해졌다.

    만약 용사가 이 아수라를 이겼다고 해도 승리의 기쁨에 취할 수 있었을까.

    이미 세상은 멸망해 버렸고 아수라는 자신을 죽여줘서 고맙다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과연 이것을 복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게 스토리가 있던 마정석이었다면… 이번 임무는 실패다.’그때, 태운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클리어 조건을 완수하셨습니다. 흡수하시겠습니까?]

    태운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제스처를 취했다.

    [스킬 ‘열화’를 얻습니다.]

    [상위 특성 ‘용사’의 편린을 얻습니다.]

    태운은 그 문자들을 보고 현실로 돌아왔다.

    “후.”

    태운은 캡슐에서 나와 상쾌하게 기지개를 켰다.

    온몸에서 두두둑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오래 누워있었던 모양이다.

    “딱 10시에 끝냈군.”

    자하르는 태운의 눈앞에 나타나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 빨리 가서 자거라. 내일 일정이 있지 않나.”

    “네, 감사합니다.”

    내일 오전 10시에 비행기로 일본에 갈 예정이다.

    전대섭의 전용기로 간다고 하니 조금 흥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전용기의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태운의 입장에선 말이다.

    “감사합니다. 그럼 일본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오냐.”

    태운은 연구소 밖으로 나와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금 집에 가면 연정아가 집에 와있을 것이다.

    태운이 일본에 가 있는 동안 강윤아의 보호를 맡기기로 했으니까.

    ‘흠….’

    태운은 오른손의 문신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문질러 상태창을 열었다.

    강태운

    LV:48

    마나 총량:10

    체력(78+5) 근력(83+5) 민첩(78) 유연성(40) 지력(99) 변이된 마나(5) 감각(8) 마나친화력(11) 용기(7)

    특성

    상위 특성-명장(3개)

    상위 특성-용사(편린-비활성화)

    변이된 마력(LV.M)

    정직한 사냥꾼(LV.M)

    트롤의 피(LV.M)

    냉철(LV.1)

    스킬

    마정석 흡수(LV.6)[S]

    마정석 저장(LV.4)[S]

    상급 마법(LV.7)

    웨폰 마스터리(LV.4)[S]

    마법 파괴(LV.2)[S]

    명중(LV.3)[S]

    사고 가속(LV.3)[S]

    적의(LV.1)[S]

    고정(LV.4)[S]

    오버 서플라이(LV.2)[S]

    육감(LV.M)[S]

    도적의 기술(LV.3)[S]

    열화(LV.1)[S]

    “이 정도면 충분히 가능성 있을 것 같은데.”국내 TOP3의 안에 들 가능성말이다.

    1위와 2위는 이미 전대섭과 허덕륜으로 정해져 있다고 치면 TOP3 안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가 이렇게 많은 스킬과 특성을 가지고 있겠는가.

    ‘누군가를 죽여서 그 사람의 특성이나 스킬을 흡수하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면 나보다 많기는 어렵겠지.’태운은 집에 들어가기 전에 새로 얻은 스킬인 열화를 사용해보고 싶었다.

    신성력을 사용할 수 없는 지금의 자신이 열화를 사용하면 어떤 모습일지가 궁금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태운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골목으로 들어가 열화를 사용했다.

    그러자 마정석 안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하얀 불꽃이 아닌 짙은 붉은색의 불꽃을 뿜어냈다.

    열화는 자신의 몸 안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였고 몸 밖으로 쏘아내는 것도 가능했다.

    게다가 온도가 80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 같았음에도 태운은 전혀 뜨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이거 생각보다 쓰기 좋을 것 같은데?’

    태운이 열화의 쓰임새를 상상해 보고 있을 때, 밖에서 누군가가 골목에서 튀기는 불똥을 보고 놀라며 말했다.

    “헐, 저기 불난 거 아니냐?”

    “그런 거 같은데? 신고부터….”

    태운은 그 소리를 듣고 아차 싶어 바로 열화를 해제하고 밖으로 나왔다.

    “꺼졌는데?”

    “누가 나왔는데? 누구세요?”

    방금까지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던 골목에서 태연히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아, 불타는 냄새가 나서 골목에 들어가 봤는데 쓰레기에 불이 붙어 있더군요. 누가 담배꽁초를 저기에 버린 것 같더라구요. 일단 저도 헌터인지라 그냥 껐습니다.”태운은 손에서 물을 생성하며 말했다.

    “아하… 그렇군요.”

    “네, 그럼 이만.”

    태운은 불편한 분위기가 감도는 그곳을 빠르게 빠져나와 집으로 갔다.

    ‘하마터면 방화범으로 몰릴 뻔했네.’

    태운은 그 길로 곧장 집에 들어가 연정아와 강윤아를 맞이했다.

    하지만 바로 그녀들과 담소를 나눌 여유는 없었다.

    내일 일본에 가서 배반자와 손을 잡은 일본 헌터 협회의 관계자를 알아내야만 했으니까.

    태운은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 * *

    “늦지 않게 왔구나. 어제 늦게까지 연구소에 있던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자하르가 내 지인이다. 그 녀석에게 들었다.”태운은 전대섭의 전용기에 올라탔고 그 순간, 전대섭이 태운에게 말을 걸었다.

    “컨디션은 어떤가.”

    “최곱니다.”

    전대섭은 태운에게 이번 작전의 중요한 포인트를 전달해주었다.

    들키지 않을 것, 들키더라도 외교적인 문제로 번지지 않게 할 것, 확실한 증거를 잡을 수 있는 순간이 아니라면 전투는 절대 금할 것 등등 그리 어렵지 않은 수칙들이었다.

    ‘수십 명의 헌터들을 잃고 얻은 외교적 우위, 그걸 내 행동으로 날려 버릴 수는 없지.’태운은 일본 헌터 협회에 도착하면 최대한 행동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출발하지.”

    전대섭의 손짓에 전용기는 천천히 이륙을 시작했고 곧장 일본의 도쿄 국제 공항으로 날아갔다.

    ‘내가 살다 살다 전용기를 타보네.’

    전용기의 내부는 심플했다.

    영화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내가 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

    태운은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은 후 마법의 수식을 떠올리며 전투 감각을 계속 유지했다.

    태운은 자신을 범재라고 생각했기에 이런 일들을 강박적으로 해오고 있다.

    사실 이런 일이 가능한 순간부터 그건 이미 범재의 영역을 뛰어넘은 것이었지만 말이다.

    태운이 눈을 감고 마법 수식들을 떠올리고 있자 순식간에 도쿄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전용기로 2시간도 걸리지 않아 도쿄에 도착한 태운과 전대섭은 전용기에서 내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마스커레이드.’

    태운은 자신의 얼굴을 ‘김가도’로 바꾸었다.

    마스커레이드를 사용한 태운은 화장실에 들러 거울을 보았다.

    이 얼굴이 자신의 얼굴이라는 것이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참… 이 얼굴은 애매하게 잘생겼단 말이지.’태운은 거울을 보고 짧게 감평을 남긴 후 전용기에서 내렸다.

    “전대섭 님, 김가도 님. 맞으십니까?”

    “네, 맞습니다.”

    태운은 전대섭의 통역 및 수행을 명목으로 이곳에 온 만큼 그 역할만큼은 제대로 이행했다.

    어차피 전대섭도 일본어를 할 줄 알기 때문에 회의 시간은 태운의 자유 시간이 될 것이다.

    그사이에 일본 헌터 협회 내부를 이 잡듯 뒤져 증거를 찾아낼 생각이다.

    “일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쪽으로 오시면 입국 절차를 도와드리겠습니다.”태운과 전대섭은 입국 절차를 마치고 일본 헌터 협회에서 준비한 차량을 타고 협회 본부로 향했다.

    그 와중에 4개의 차량이 붙어 태운과 전대섭이 타고 있는 차량을 호위했다.

    육감으로 감지한 바로는 그 안에 B급 헌터가 4명씩 타고 있는 것 같았다.

    ‘확실히 길드에 비해 협회의 힘이 큰 나라답네. 이 정도 대우는 협회 차원에서 충분히 해줄 수 있다는 건가.’무언의 압박을 주려는 것 같았지만 전대섭과 태운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둘이 붙어 있다면 B급 헌터 100명이 달려들어도 무섭지 않았으니까.

    이런 종류의 압박도 압도적인 힘의 차이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호위가 아니라 호송되는 것 같군요.”

    전대섭이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말을 꺼냈다.

    그 말에 태운과 전대섭을 협회 본부까지 데려오는 임무를 맡은 비서는 빠르게 무전을 쳐 호위 차량들을 모두 물렸다.

    ‘이런 상황에는 이렇게 대처해라’라는 매뉴얼이 있는 것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죄송합니다. 저희의 호위가 불편하실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아닙니다. 좋은 의도였을 텐데 오히려 제가 미안하군요.”비서와 전대섭, 둘 다 서로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지만 그건 사과를 빙자한 기 싸움이었다.

    일본 헌터 협회와의 싸움은 일본에 도착한 순간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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