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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36화 (136/379)
  • 136화

    태운은 전대섭과의 이야기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단순히 전대섭에게 지옥 병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연락한 것뿐이었지만 한국 헌터 협회에 배반자들과 내통하고 있는 자가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전대섭은 그들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거라며 안심하라고 말했지만 괜히 심란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른 방법은 없어.’

    태운이 지금 당장 누가 배반자들과 내통을 하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최대한 빨리 강해져 일본 헌터 협회에서의 일을 해결하는 것이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일본 헌터 협회의 배신자를 찾아내 본보기로 축출해내야 한다.

    그것이 모든 것의 첫걸음이 되어줄 것이다.

    태운은 그것을 위해 내일도 자신의 던전에 들어가 전투를 끊임없이 할 생각이었다.

    전투 감각을 끌어올리는 일은 오늘 하루로 끝날 일은 아니었으니까.

    * * *

    “후….”

    태운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10일이 지났나.’

    일본 헌터 협회와의 회의 날짜는 내일까지 다가왔다.

    그래서 태운은 그동안 갈고닦은 전투 감각을 테스트할 겸 두 개의 던전을 빠르게 클리어하기로 정했다.

    어차피 일본에 가면 얼마나 지나야 한국으로 돌아올지도 모르고 그동안은 관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미련 없이 클리어해 버리려는 것이다.

    ‘소유권을 다시 팔아 버리는 선택지도 있지만….’안에 있는 몬스터들을 싹 쓸어버린 던전을 살 사람이 많을 것 같지도 않았고 그리 비싸게 팔릴 것 같지도 않았다.

    어차피 그 두 던전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중 던전을 유지하면서까지 얻어야 할 만큼 중요한 물건은 없었으니까.

    태운은 던전 ‘거대한 자들의 우리’에 몸을 들였다.

    보스 몬스터를 제외한 거의 모든 몬스터를 태운이 이미 전부 제거해놓은 상태다.

    보스룸까지 다가가면서 몬스터는커녕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모두 태운의 감각 살리기 프로젝트의 희생양이 되었으니까.

    끼-익.

    태운은 보스룸의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3쌍의 팔과 3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트롤, 아수라 트롤이 태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 여기 내 생각에는 C++급 던전인 거 같은데?”그런 등급은 없지만 공략 난이도가 C+급 던전이라기에는 너무 높았다.

    그도 그럴 게 아수라 트롤이 왜 C+급 던전에서 나온단 말인가.

    주로 B+급 던전에서 보스로 나오는 아수라 트롤이 C+급 던전에서 나온 순간 이미 그건 C+급 던전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상위급 헌터들도 싸우기 꺼려 하는 보스 몬스터 1위, 2위를 다투는 몬스터니까.’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걸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태운은 열린 보스룸의 문 사이로 몸을 집어넣었다.

    보스룸에 들어서자 아수라 트롤은 6개의 팔에 각각 개성 있는 무기를 들고 태운에게 다가왔다.

    첫인상은 굉장히 살벌했다.

    빅포보다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날렵했고 그 거대한 몸 전체가 단단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겉모습만 봐도 레이드를 해야만 잡을 수 있는 수준의 몬스터라는 것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크어어어엉!!!!]

    아수라 트롤은 괴성을 지르며 태운에게 팔을 휘둘렀지만 태운은 그것을 가볍게 피해냈다.

    ‘역시 익숙해지니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네.’태운은 육감을 전체가 아닌 한 대상에게 집중해서 시전하는 것을 연습했었다.

    그렇게 되면 전체적인 대응력은 떨어지겠지만 육감의 감시를 집중적으로 받는 그 대상만큼은 태운에게 닿지 못할 것이다.

    ‘오른쪽 두 번째 팔, 왼쪽 세 번째 팔, 왼쪽 첫 번째 팔, 오른쪽 세 번째 팔….’태운은 아수라 트롤의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파악해 트롤의 공격을 계속해서 피해내고 있었다.

    ‘오른팔 두 번째 팔로 페이크를 주고 왼쪽 세 번째 팔과 오른쪽 첫 번째 팔의 동시 공격이군.’근육에 힘이 덜 들어가는 것까지 파악해 페이크까지 알아챌 수 있었다.

    쾅! 쾅! 쾅! 쾅!

    [쿼어어어엉!!!]

    아수라 트롤은 태운이 공격을 계속해서 피하자 답답했는지 바닥을 연신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마치 ‘날파리처럼 도망만 다니지 말고 싸워라!’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뭐, 나라고 도망만 치고 있던 건 아니지만 말이야.’태운은 아수라 트롤의 공격을 피해내면서 단검을 손에 쥐고 계속 녀석을 공격했었다.

    참격에 계속 스킬 ‘고정’을 시전하면서 말이다.

    “고정 해제.”

    서거거걱!

    태운이 고정 해제를 사용하자 트롤의 팔은 순식간에 잘려 나갔다.

    [크어어어어어!!!]

    녀석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괜히 트롤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아수라 트롤의 상처 부위에서 뼈가 자라나더니 바로 새살이 돋아나는 것이 아닌가.

    “진짜, 징글징글한 회복력이네….”

    이것 때문에 상위급 헌터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워하는 몬스터 1~2위를 다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그거’겠지만.

    “아, 시작했네.”

    아수라 트롤은 저장해놓은 생명력으로 상처를 회복한다.

    그건 아수라 트롤뿐만이 아니라 오우거나 트롤처럼 회복력이 기이할 정도로 빠른 몬스터들은 전부 그럴 것이다.

    아수라 트롤은 그 생명력 탱크가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에 계속해서 상처를 회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생명력 탱크도 언젠가는 바닥을 보일 때가 온다.

    그때의 아수라 트롤은 그 어떤 몬스터에게서도 볼 수 없는 ‘광기’를 보여준다.

    [크어어어어엉!!!!]

    아수라 트롤은 이제부턴 팔을 마구잡이로 휘두른다.

    하지만 한 번에 적어도 최소 3개의 팔을 휘두르기 때문에 쉽게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팔을 한 번에 휘두르면 몸의 균형이 망가질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광기에 젖은 아수라 트롤은 이상하게 자신이 어떤 자세를 하고 있든 절대 균형이 무너지지 않았다.

    쾅쾅쾅쾅쾅쾅!!!

    아수라 트롤은 태운이 서 있는 지면을 달의 표면처럼 엉망으로 만들었다.

    물론 태운은 아슬아슬하게나마 아수라 트롤의 공격을 피해내고 있었다.

    그때.

    터턱!

    아수라 트롤의 공격 때문에 생긴 작은 크레이터, 태운은 그곳에 발을 헛디뎌 뒤로 넘어졌다.

    [쿼어엉!]

    아수라 트롤은 기회라는 듯 징그럽게 웃으며 태운에게 무기를 휘둘렀다.

    쾅쾅쾅쾅쾅쾅!!!

    수십 번이나 공격을 당해 완전히 고깃덩어리가 되었을 것 같았던 때, 태운은 그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것도 아수라 트롤의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으면서 말이다.

    “이 정도 공격으로는 내가 진화시킨 하이 솔리드 아머는 못 깨지.”아수라 트롤은 그 모습을 보고 순간 공격을 멈추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옆에 헌터들이 있었다면 경악했을 것이다.

    광기에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의 아수라 트롤을 멈춘 것으로 모자라 뒷걸음질까지 치게 만들다니.

    “마법을 안 쓰고 했다면 한 번은 죽었겠네.”단순한 테스트였다.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테스트.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체술과 스킬을 적극 활용하며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그것을 테스트하고 싶었는데 딱 좋은 상대인 아수라 트롤이 나와주었다.

    “아쉽지만 이대로 끝내야겠네. 하이 라바 캐논.”태운은 아수라 트롤의 안면에 라바 캐논을 5개 동시에 시전해 머리를 날려 버렸다.

    보스룸을 열자마자 녀석과의 전투를 끝낼 수 있는 힘이 태운에게는 있었던 것이다.

    ‘물론 맞아줄지 아닐지는 다른 문제지만.’

    태운은 아수라 트롤의 사체에 가까이 다가갔다.

    육감에 의해 느껴지는 바에 따르면 특별한 마정석을 하나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태운은 아수라 트롤의 사체를 뒤진 끝에 중상급의 특별한 마정석을 찾아낼 수 있었다.

    “지금은… 오전 11시네.”

    간단하게 밥을 먹고 적당히 소화를 시키면 12시쯤 될 것이다.

    ‘그럼 간단하게 밥을 먹을 뒤 두 번째 던전을 클리어한다. 그 후는… 말 안 해도 알겠지.’자하르의 연구소에 가서 마정석을 흡수한다.

    감각이니 레벨이니 어쩌니 말해도 태운이 가장 빨리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정해져 있다.

    “일본 가기 전에 최대한 강해지라는 누군가의 계시 같네.”태운은 마정석을 챙겨 들고는 보스룸 뒤에 있는 포탈을 타고 던전 밖으로 나갔다.

    * * *

    “카츠… 어쩔 거냐… 네놈이 저지른 일 때문에…!”“내가 저질러? 난 네 명령을 들은 것뿐이야.”일본 헌터 협회의 협회장인 마쓰다는 카츠와 함께 그 누구도 모르는 비밀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쓰다는 너무나도 커져 버린 일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지만 카츠는 시종일관 여유가 있어 보였다.

    “내일 전대섭과 한국 헌터 협회의 협회장이 직접 일본에 와서 나와 담판을 지으려고 한다.”이런 일은 처음이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이미지가 보이지가 않았다.

    ‘항의는 많았지…. 하지만 우리가 100% 불리한 상황이었던 적은 없었어….’절대 이길 수 없는 담판이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절대로.”

    “그럼 징징거리지 말고 져라.”

    “뭐…?”

    마쓰다는 카츠의 입에서 나온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녀석들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라고. 난 그딴 거 관심 없으니까. 전대섭이 오는 게 확실하다면 난 상관없어.”

    “이, 이놈이…!”

    카츠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일본 전체를 뒤집어놓은 것이다.

    그것도 국제적인 따돌림을 받을 수준으로 위상을 끌어내리면서 말이다.

    이미 일본의 전년에 비해 수출액이 8%나 떨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일본의 불매운동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일본이 저지른 일은 한국에 테러를 가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으니까.

    “이런 젠장….”

    마쓰다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카츠의 멱살을 잡았다.

    “이 미친놈…. 내 진즉에 너와의 연을 끊어 버려야 했다.”

    “왜 이래? 한배 탄 사람끼리.”

    “한배…? 그 배가 뒤집히게 생겼다. 아니… 일본이라는 나라가 뒤집히게 생겼다. 이게 정말 상관없다는 건가?”

    “크…크하하하하하!!!”

    카츠는 마쓰다에게 멱살을 잡힌 채로 크게 웃었다.

    그러곤 순간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상관없다고. 이 대머리 새끼야.”

    퍼억!

    카츠는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마쓰다를 밀쳤다.

    가볍게 밀친 것 같았지만 마쓰다는 벽까지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크허억….”

    “상황 파악 좀 해. 여긴 우리 둘만 아는 방이야. 내가 널 여기서 죽이면 누가 알까?”

    “…큭….”

    “내가 널 살려두는 건 꼭두각시를 다시 만드는 게 귀찮아서일 뿐이야. 잘 알아두라고.”카츠는 마쓰다를 내버려 두고 비밀방 밖으로 나갔다.

    “전대섭…. 전대섭….”

    카츠의 특성은 ‘강탈’

    죽인 대상의 특성이나 스킬을 빼앗는 특성이다.

    지금 카츠의 특성은 무려 18개, 스킬은 60개가 넘어간다.

    하지만 그중에는 실제로는 잘 쓰이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잔챙이들만 죽여왔으니 당연한 거겠지….”지금까지 협회장의 보호 아래에서 일본의 헌터들을 죽이고 능력을 빼앗아 A급 헌터의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카츠가 죽인 대상 중 A~B급의 헌터는 없었다.

    국가 전력의 큰 손실이라며 협회장이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츠는 그래서 옆의 가까운 나라인 한국과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최근에는 중국의 B급 헌터 3명을 암살하고 특성과 스킬을 흡수했다.

    그리고 이젠 한국에 손을 대려고 하는 것이다.

    그의 가장 큰 목표, 그건 바로 전대섭이었다.

    “전대섭…. 네 특성과 스킬이 얼마나 강력할지 궁금해.”카츠는 한국의 첫 먹잇감을 전대섭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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