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화
헌터 협회는 부산을 필두로 통영, 거제, 울산의 해안에 헌터들을 배치했다.
헌터 협회 부산 지부에 있는 이동식 레이더로는 넓은 해안 전체의 몬스터를 감지할 수 없었다.
일반적인 대공 레이더로는 몬스터들을 감지해낼 수 없어 특별하게 만든 레이더를 사용하는 것이다.
‘거제에는 몬스터 레이더가 있으니 괜찮겠지….’헌터 협회는 헌터 인력이 부족한 울산에 레이더를 보내기로 정했다.
몬스터가 제일 많이 올 부산에서 헌터를 빼내 다른 곳으로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여긴 위험합니다.”
태운이 해운대 해변에 들어서자 협회의 헌터가 앞길을 막아섰다.
“B급 헌터 강태운입니다. 지원 왔습니다.”
“지원 오셨군요. 감사합니다.”
태운은 헌터증을 내보였고 협회의 헌터는 그것을 확인한 후 태운을 들여보냈다.
‘이래서 내가 길드에 안 들어갔지.’
길드나 협회에 들어가면 좋은 점도 많지만 움직임이 제약된다.
그렇기에 태운은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은 것이다.
‘사람이 생각보다 많네.’
해운대에 있는 헌터들은 약 20명이다.
그리고 쓰시마섬에서 날아오는 몬스터들의 수는 약 시간당 10~15마리다.
공중형 몬스터들은 그 자체의 힘이 강한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정도 수의 헌터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좀 애매한데….’
대부분 검을 들고 있거나 방패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다들 근접 전투에 능한 헌터들인 것 같았다.
공중형 몬스터들이 많이 나타날 텐데 웨퍼들이 많지 않다는 건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공중형 몬스터들을 상대하는데 웨퍼들이 많지 않다는 게 불안한가 보군.”그때, 태운의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오랜만이다. 강태운.”
“정일준 선배님…?”
그는 바로 명운 헌터 아카데미 기사단의 전 기사단장이자 현재 마스터 등급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일준이었다.
“여긴 무슨 일로….”
“마스터 등급은 여기저기 파견을 나가니까. 이런 재난에는 빠질 수 없지.”정일준이라면 등 뒤를 충분히 믿고 맡길 수 있다.
“그런데… 혼자 오신 겁니까?”
“다른 사람들은 통영이랑 거제, 울산으로 나뉘어서 파견되었다. 부산은 다른 곳에 비해 인력 부족이 덜해서 나 한 명으로도 충분하거든.”말을 겸손하게 했지만 태운은 정일준이 이곳에 온 이유를 알고 있었다.
‘천리안 때문이겠지.’
정일준의 스킬 중 하나인 천리안으로 레이더가 없는 부산의 몬스터 감지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이네…. 내 육감으로도 대충 감지할 수 있었겠지만… 감지 범위는 천리안이 더 넓을 테니까.’천리안으로 볼 수 없는 은신형 몬스터가 있을 때는 태운의 육감이 감지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서로를 보완할 수 있으니 나름 좋은 조합이다.
“슬슬 오기 시작했군.”
정일준은 이미 천리안을 사용했고 멀리서 날아오는 몬스터들을 발견했다.
“몬스터들 옵니다! 8마리! 예정보다 많습니다!”한 시간에 10마리씩 오던 전과 달리 이번엔 한 번에 8마리씩 나타났다.
“몬스터 녀석들도 한국 쪽 결계가 해제되었다는 걸 알고 여기로 몰리는 것 같은데….”일본 본토 쪽 결계를 두드리던 녀석들도 결계가 열린 한국 쪽으로 흘러든 모양이었다.
“일단 끌어내립시다!”
그때, 태운의 육감에도 몬스터들이 잡히기 시작했다.
‘디텍팅 미사일, 마나 로프.’
공중형 몬스터들은 대부분 방어력이 약하다.
날개를 노리고 공격을 하면 날개가 부러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다.
‘디텍팅 미사일의 위력이 약화되더라도 속도를 더 빠르게….’피피핏!
태운의 디텍팅 미사일들이 멀리서 날아오는 몬스터들의 날개 관절에 정확히 적중했다.
몬스터들의 날개 관절이 부서졌고 그 때문에 몬스터들은 빠르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줄을 당겨야지.’
태운은 디텍팅 미사일에 달아두었던 마나 로프를 당겼다.
태운의 근력은 이미 마법사라고 믿기 힘들 정도.
몬스터들은 빠른 속도로 해안으로 끌려오기 시작했다.
“마무리해 주세요!”
“오, 오케이!”
갑자기 해안 바닥에 처박힌 몬스터들을 본 헌터들은 놀랐지만 빠르게 몬스터들의 숨통을 끊어주었다.
‘남은 건 4마리…. 쉽게 끝낼 수…. 찾았다.’육감으로 남은 몬스터들의 위치를 찾던 중, 태운은 자신이 찾고 있던 ‘인면조’를 찾을 수 있었다.
태운은 인면조를 빼고 나머지 몬스터들을 똑같은 방법으로 바닥에 처박았다.
그 후 헌터들이 몬스터를 가볍게 처리해주었고 인면조는 천천히 해안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 먹잇감은 내 거다.’
태운은 하이 부스트를 사용하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러곤 마나로 공중에 바닥을 만들어 그것을 밟고 한 번 더 뛰어올랐다.
두 번의 도약으로 인면조와의 거리를 좁힌 태운은 아공간에서 검을 뽑으며 동시에 인면조의 목을 베었다.
카-각!
인면조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자신의 목 주변에 높은 강도의 배리어를 쳤고 태운의 검을 막아냈다.
그 후, 인면조는 바로 태운에게 마법을 시전했다.
공격이 막힌 태운은 무방비하게 인면조의 공격에 노출되었지만 그렇게 쉽게 당할 태운이 아니다.
“치잇!”
태운은 인면조의 몸통을 잡고 몸을 비틀어 피해냈다.
‘전대섭 선생님처럼 비행 마법이라도 배워야 하는데….!’염력을 사용한 비행이라면 할 수 있지만 주변에 염력의 대상이 되어 줄 단단한 건물이나 나무 같은 것이 없다면 최대 10m밖에 비행하지 못한다.
리버스 그래비티도 마찬가지로 너무 불안정하다.
‘지금 그딴 거 생각해도 아무 의미 없으니….’태운은 검을 아공간에 넣는 동시에 단검을 빼 들었다.
그러곤 진동 인챈트를 걸어 초진동 절단기처럼 만들었다.
카가가가각!
태운은 그 단검을 그대로 인면조의 목에 가져갔고 단검을 빠르게 진동시키며 배리어를 두 동강 내었다.
서걱!
그다음 차례는 당연하게도 인면조의 목이었다.
인면조는 정신 계열 공격을 해온다.
그럴 틈을 주지 말고 빠르게 목숨을 끊어 버려야 한다.
태운은 바로 제로 그래비티를 사용하고 공중에 뜬 채로 육감을 사용했다.
‘…이 인면조는 마정석이 없네. 아쉽긴 하지만 괜찮아.’라온의 마정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부산에 온 것이긴 하지만 쉽게 얻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태운은 제로 그래비티의 강도를 줄이며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왔다.
“어이, 우리 일도 좀 남겨달라고.”
태운처럼 길드나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용병으로 일하는 헌터들이 칭찬 섞인 아쉬운 말들을 했다.
길드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약하거나 눈에 띄는 단점이 있는 헌터들도 용병으로 뛰긴 하지만 여기에 올 정도의 헌터들이라면 그렇게 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프리랜서인 본업을 가지고 겸업으로 헌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방금 그 몬스터가 정신 공격을 한다는 뉴스의 그 녀석 같아서 끌어내렸다가는 큰일이 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흐음…. 그런 녀석이 있었나?”
“형님, 뉴스도 안 보고 여기 오신 겁니까? 엄청나게 강한 정신 계열 공격을 해서 그 정신 계열 공격에 오래 노출되면 자결까지 하게 된다던데.”
“허어…. 그거 위험한 놈이구만.”
태운은 그들을 놔두고 원래 위치로 걸어갔다.
‘정보가 많이 부족한 상태야….’
어떤 몬스터가 나오는지 확인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몬베트가 많이 나오는 건 확인했어.’밤이라 그런지 몸길이가 2m에 달하는 거대한 박쥐 몬스터인 몬베트가 많이 나타났다.
태운은 한동안은 몬베트가 많이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대비를 하기 시작했다.
돌검에도 마나를 저장해놓았고 견갑을 착용했다.
‘그동안 견갑을 잘 활용하지 못했어…. 이번 전투에서는 최대한 활용해봐야겠어.’태운은 견갑을 한 번 쓰다듬어주곤 아공간에서 마정석을 흡수해 저장했다.
그때, 정일준이 천리안으로 몬스터를 확인하고 소리쳤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가 달랐다.
정일준의 떨리는 몸과 동공, 그리고 긴장으로 땀이 나기 시작한 손까지.
“프, 플라잉 더치맨이다!”
“뭐라고?”
플라잉 더치맨.
유명한 유령선에서 따온 이름이다.
말 그대로 유령선, 언데드들을 쏟아내며 바다를 유랑하는 배이다.
‘발견하지 못하고 바다를 떠도는 것보다는 낫지만… 하필이면 지금 왜…!’플라잉 더치맨은 A-2티어 몬스터이다.
즉, A급 던전의 준보스급 몬스터라는 뜻이었다.
“저건 못 이겨! 도망쳐야 해!”
“으아아!!”
모두 준 보스급 몬스터의 등장에 당황하며 도망치려 했지만 그래서는 안 됐다.
“도망치지 마!”
지금 여기서 헌터들이 도망친다면 부산은 박살이 난다.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날 것이다.
투-웅.
이내 플라잉 더치맨이 해운대에 정박했고 언데드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젠장…!”
좀비, 스켈레톤, 듀라한, 데스나이트 등 언데드라면 가리지 않고 모두 내보냈다.
[그르르륵….]
태운은 바닥까지 떨어진 헌터들의 사기를 끌어올릴 방법을 생각했다.
그 방법은 대규모 마법밖에 없었지만 아직 언데드들 사이에서 싸우고 있는 헌터들이 있었기에 사용했다가는 그들이 휘말릴 가능성도 있었다.
그들도 소중한 전력, 포기할 수 없었다.
그 순간, 정일준이 태운의 생각을 읽었는지 헌터들의 전력을 끌어올릴 방법을 생각해내고 바로 행동에 옮겼다.
“유령 병사.”
정일준이 허리에 차고 있던 ‘영가’에서 유령 병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플라잉 더치맨들이 쏟아낸 병사들의 양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수이지만 헌터들의 절망감을 줄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영가는 기사단장이 가지고 있을 텐데….”
“찬영이한테 빌려 왔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영가를 가지고 있는 정일준만큼 믿음직스러운 이는 없었다.
태운은 기세를 타고 확성 마법을 사용해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우리에게도 병사들이 있습니다! 싸워야 합니다! 여기서 물러나면 부산은 박살이 납니다! 모두가 죽어요! 지원을 요청했으니 버텨야 합니다!”태운의 목소리를 들은 헌터들은 발걸음을 돌렸다.
“새파랗게 어린놈들한테 추한 꼴을 보였네!”
“우리가 안 싸우면 누가 싸우냐!”
헌터들은 사기를 되찾았고 무기를 뽑아 들고 언데드들과 맞섰다.
“데스나이트들은 피하세요! 데스나이트들은 B급들이 상대하겠습니다!”이곳에 있는 헌터들은 B급에서 D급까지 다양하다.
C~D급의 헌터들이 데스나이트를 상대했다간 순식간에 죽어 버릴 가능성이 있었다.
E급 몬스터인 좀비와 스켈레톤을 상대해 주는 것이 전략상 유리했다.
태운은 데스나이트들에게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녀석들은 태운의 공격 하나하나에 뼈가 잘려 나가며 점점 힘을 잃어갔다.
‘다행이야. 레오의 데스나이트보다는 약해.’물론 태운이 강해진 것도 있었겠지만 데스나이트의 수준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태운에게 많은 뼈가 잘린 데스나이트는 마지막 일격으로 태운에게 검을 휘둘렀지만….
퍼-엉!
절그럭!
태운은 녀석의 검로에 견갑을 가져갔고 데스나이트의 검이 닿는 순간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데스나이트의 뼈가 산산조각이 나며 바닥에 떨어졌다.
‘데스나이트 하나 처리.’
쉽지는 않겠지만 어떻게든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