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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30화 (130/379)
  • 130화

    “이 쓰레기 새끼가…!”

    퍼억!

    잭로프는 벨자하의 이야기를 듣고 격노해 벨자하의 가슴을 발로 짓밟았다.

    “끄으윽….”

    벨자하는 그 이후 인면조를 풀어주었고 아직까지는 그 인면조를 다시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끔찍한 악취미군.’

    태운은 벨자하의 잘린 팔을 잭로프에게 건네주었다.

    “내가 궁금해하던 건 이미 다 알아냈어. 나머진 네가 알아서 해.”

    “…….”

    잭로프는 그것을 집어 들고 잠깐 고민을 하더니 바닥에 던지고 그대로 짓밟았다.

    꽈작!

    “끄아아…….”

    서-걱!

    잭로프는 벨자하의 비명이 울려 퍼지기 전에 도끼로 그의 머리를 잘라 버렸다.

    “그걸로 괜찮겠나?”

    “예, 괜찮습니다.”

    벨자하에게 가장 큰 원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잭로프다.

    세상의 모든 것이었던 부모님을 잃어버린 당시의 잭로프가 어떤 마음으로 길을 나아갔을지.

    태운은 그의 마음을 쉽사리 상상할 수 없었다.

    “복수는 잠시 미뤄야겠습니다. 검과 마법을 배우고 일류가 될 때까지….”잭로프는 눈앞의 복수에 집착하지 않았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이뤄내지 못할 복수를 만끽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옆 대륙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제대로 된 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저의 세력을 만들어 헤온 제국을 무너뜨릴 생각입니다.”

    “많이 힘든 길이 될 거야.”

    누가 들으면 치기 어린 청년의 비현실적인 포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그편이 맞는 생각이기도 하다.

    평민 출신인 18살의 청년이 세력을 키워봐야 얼마나 큰 세력을 일궈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겔릭 님처럼 시작하려고 합니다. 바닥에서 시작해 자그마한 세력으로 귀족들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일 겁니다.”잭로프는 처음으로 자신의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몸을 제외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니까.

    “네 앞길은 응원하마.”

    진심이었다.

    그때, 태운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마물의 숲 탈출’의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흡수를 진행하시겠습니까?]

    태운은 잠깐 그 알림창을 옆으로 치워놓고 잭로프에게 말을 걸었다.

    “참, 혹시 그 조셉이라는 삼촌에 대해 알려줄 수 있나?”레일로프와 헤어지기 직전 그의 입에서 나왔던 ‘잭와 콩나무를 넘어뜨려 다리를 만들어달라’라는 말은 태운에게 너무나도 의도적이라고 느껴졌다.

    조셉이라는 사람이 혹시 잭은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잭과 연관되어 있는 사람일 것 같았다.

    “아…. 조셉 삼촌은 아버지가 방랑 시절에 구해줬던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대륙에서 유일하게 다른 대륙으로 넘어가는 항로를 알고 계셨던 분이죠.”“음…. 혹시 생긴 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나?”“나이는 아버지보다 10살은 많았고… 머리를 밀고 문신을 하고 계셨습니다.”아무래도 잭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단서는 얻었으니 만족하자.’

    태운은 욕심을 버리고 바로 흡수를 진행했다.

    “수고했다. 앞으로 열심히 살아라.”

    “감사합….”

    잭로프의 마지막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태운이 서 있던 세계는 뒤틀리고 무너졌다.

    그리고 재구성되어 태운의 눈앞에 나타난 세상은 익숙한 흰 공간이었다.

    “제법이구나.”

    태운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겔릭이었다.

    * * *

    [스킬 ‘상급 양손 단검술’을 얻습니다.]

    [스킬 ‘상급 양손 단검술’이 스킬 ‘웨폰 마스터리’에 흡수됩니다.]

    [스킬 ‘웨폰 마스터리’의 레벨이 오릅니다.(LV.4->LV.5)]

    [스킬 ‘상급 은신술’을….]

    [스킬 ‘상급 운반술’을….]

    [스킬 ‘상급 생존술’을….]

    …….

    [스킬 ‘도적의 기술’을 얻습니다. 관련 스킬이 통합됩니다.]

    * * *

    취이….

    태운은 흡수를 마치고 캡슐 밖으로 나왔다.

    ‘겔릭도 대충 나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네.’하지만 다른 점은 분명히 있었다.

    겔릭은 잭로프를 과소평가했고 그를 보호하여 그의 실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게 했다.

    결국에는 겔릭은 체력을 잃고 벨자하로부터 살아남지 못했다고 한다.

    잭로프는 겔릭과 추적자의 희생으로 살아남았고 그 때문에 폐인이 되어 버린다고 했다.

    그 이후로는 세상과 단절된 채 마정석 안에 갇혀 있었기에 어떻게 되었을지는 모른다고 한다.

    ‘잭로프라면 털고 일어났겠지.’

    태운은 그를 믿고 있었다.

    “수고했다.”

    흡수를 마치고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있는 태운에게 자하르가 말을 걸었다.

    “감사합니다. 다음 마정석은 3일 정도 있다가 흡수하겠습니다.”이번 마정석에서 얻은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기술이다.

    그 기술들이 몸에 완전히 정착하기 전에 다른 마정석을 흡수하느라 감각을 잃어버릴 순 없다.

    태운의 의도를 읽은 자하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다시 네 파일을 정리하도록 하겠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곧 있으면 내 연구의 성과가 나올 것 같구나.”

    “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태운의 마정석 흡수를 연구한 자하르다.

    슬슬 성과를 보여줄 거라는 생각이 든 때였다.

    “어떤 건데요?”

    “놀라지나 마라.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일회용 마나 아티팩트다.”

    “예…?”

    마나 아티팩트는 마나를 운용해 내장된 효과를 일으키는 장비다.

    즉, 마나를 운용하기는커녕 마나가 체내에 존재하지도 않는 일반인은 아티팩트를 사용할 수가 없다.

    “아티팩트에 마정석을 끼워놓으면 된다. 사실 시제품은 이미 만들어두었지.”

    “정말입니까?”

    “그래, 보여줬으면 좋겠나?”

    태운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인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아티팩트라니.

    아무리 일회용이라지만 엄청나지 않은가.

    “따라오게.”

    자하르는 연구소의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안에 있는 홍채 인식 센서에 눈을 가져갔다.

    그러자 터치 패드로 되어 있는 엘리베이터의 버튼 화면에 8개의 버튼이 추가로 떠올랐다.

    ‘지하 10층…?’

    자하르의 연구소는 지하 2층까지밖에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규모라고 생각했는데 8층이 더 있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하르가 누른 버튼은 지하 7층이었다.

    ‘보통 이런 건 아래로 내려갈수록 중요한 거 아닌가? 일반인도 마법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아티팩트보다 중요한 게 있다라….’자하르의 비밀 연구 중에는 생각을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했다. 내려도 돼.”

    자하르를 따라 내린 그곳에는 냉장고만 한 기계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약 300개 정도 될 것 같았다.

    “이것들이 모두 그것들일세.”

    자하르가 그 기계 중 하나에 마정석을 넣고 버튼을 눌렀다.

    그 기계는 엄청난 소리를 내며 망가졌고 과녁으로 파이어 불릿을 날렸다.

    “와….”

    “아직은 성능도 뛰어나지 못하고 크기도 커서 사용하기 어렵지.”스스로의 발명품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고 있었지만 자하르는 전혀 자신감이 떨어져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단점을 말하면서도 당당한 그의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에니악이라고 아나?”

    “알고 있습니다.”

    진공관으로 만들어진 엄청난 크기의 컴퓨터이다.

    “그 엄청난 크기를 가지고 있던 녀석이 지금은 우리의 손안에 쏙 들어오지 않았나.”자하르는 스마트폰을 들고 태운에게 말했다.

    “일단 만드는 건 성공했으니 성능을 키우고 크기를 줄이는 건 시간문제야.”자신의 세대가 아니더라도, 다음 세대가 아니더라도, 그 후의 세대가 아니더라도, 과학이 살아 있는 한 언젠가는 이 물건이 주머니 안에 들어오는 날이 올 것이다.

    “그래도 박사라는 놈이 오기는 있어야 할 것 아니냐. 내가 죽기 전에 무조건 소총 정도의 크기로 줄이고 말 거다.”자하르는 형체 없는 무언가에게 승부수를 날렸다.

    ‘대단하네….’

    태운은 오랜만에 진심으로 자하르가 존경스러워졌다.

    “그럼 이제 올라가지. 모양은 이래도 상당히 섬세한 물건이라 진공 상태로 보관해야 하거든.”

    “알겠습니다.”

    둘 모두 엘리베이터에 타자 반대편에서 공기가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진공으로 만들고 있는 모양이었다.

    1층으로 되돌아온 자하르는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연구원들에게 말을 걸었다.

    “오랜만에 휴식이다. 그 자료만 정리하고 3일 동안 쉬어라. 기껏 한국에 왔는데 놀러 다녀야지.”

    “진심이십니까?”

    “그래. 마음 바뀔 것 같으니까 되묻지 마.”

    “감사합니다!”

    자하르의 말에 연구원들의 손이 더욱 빨라졌다.

    “사람은 이렇게 다루는 거란다.”

    “그동안 얼마나 굴렸으면….”

    태운은 연구소의 카운터에 앉아 TV를 틀었다.

    ‘일단 라온의 마정석은 인면조에게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네.’인면조도 지옥 병정과 마찬가지로, 멸종 후 혼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여 도감에 기재하지 않은 몬스터 중 하나다.

    인면조도 지옥 병정처럼 나타날 수도 있지만 평생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면 데블스 에이지 시절에 누군가가 이미 인면조를 죽여 라온의 마정석이 어딘가에 널브러져 있을 수도 있지. 에휴….’태운의 머리가 복잡해지던 순간 TV의 예능 프로그램이 갑자기 뉴스로 바뀌었다.

    -급보입니다. 일본의 쓰시마 섬에서 A급 던전의 브레이크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뭐…? 갑자기?”

    일본은 A급 던전이 나타났다는 소식도 없던 나라다.

    보통 1년이 지나야 브레이크가 나타나는 A급 던전의 특성상 모르고 있던 던전이 브레이크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일본 정도의 나라라면 항상 던전 탐지기로 순찰을 돌 터, A급 던전을 찾지 못할 리가 없었다.

    ‘또 배반자 녀석들이 손을 쓴 건가….’

    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A급 던전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을 숨기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현재 사망자는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었고 그중 한국인 관광객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현재 일본의 A급 헌터들은….

    “허어…. A급 던전이 터진 거면 큰일이네….”중국에서 A급 던전을 방치했다가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 수백만의 국민이 사망했다.

    그렇게 중국은 국토의 5%를 격리 구역으로 지정해 천천히 던전을 공략해나가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곳은 섬이기 때문에 격리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겠지만 사람을 구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격리를 하고 결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A급 헌터가 적어도 셋은 필요할 터.

    그렇게 되면 다른 지역의 던전을 공략하고 관리하는 일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일본 헌터 협회에는 A급 헌터가 셋이나 있으니… 자국 헌터 길드에게 벌벌 길 일은 없겠네.’그나마 다행인 일이었다.

    협회가 벌벌 기느라 대응이 늦어졌다면 일본 본토는 물론, 가까운 한국에도 피해가 생겼을 수도 있으니까.

    그때, 태운은 귀를 의심할 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뉴스의 아나운서가 한 말이었다.

    -또 다른 속보입니다. 쓰시마 섬에서 탈출한 몬스터 중 사람의 얼굴을 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정신 공격을 하는 새 형태의 몬스터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찾았다.”

    인면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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