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119화 (119/379)
  • 119화

    김현우의 특성인 정의의 파동은 단순히 김현우의 스탯을 올려주는 특성이 아니다.

    본래는 주변의 모든 요소들로 하여금 김현우가 악인이라 판단한 사람을 죽이려 들도록 한다는 것이 그 특성의 내용이었다.

    태운도 그 특성의 설명을 한 번 읽어본 적이 있었고 그 뜻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악인을 판단하는 것도 김현우인데, 그의 정의에 의해 주변의 요소가 악인을 죽이려 한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어쩌면 그의 무의식이 주변을 조종한다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것이 맞다면 김현우의 가능성은 단순히 강한 헌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장민혁, 신유승…. 내가 누군지는 잊어버리고 내 앞에 나타난 건가?”김현우는 협회 내에서 영향력이 있는 강한 헌터지만 원래는 범죄자들을 던전 안에서 죽이는 것 때문에 협회의 골칫거리이기도 했었다.

    평소에는 온화하고 합리적인 그이지만, 그만큼 그는 악인에 대한 적의가 엄청난 사람이다.

    그리고 과거 동료였던 사람이 배신을 한 것도 모자라 오늘 아침 있었던 테러 사건의 주범이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 김현우에게는 그들이 그 누구보다도 악한 사람으로 보였다.

    “잘 알지…. 네가 범죄자들만 보면 머리가 돌아 버린다는 것도 알고 있어.”장민혁이 김현우를 도발했다.

    그 도발의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김현우와 강태운의 거리를 벌리기 위함이었다.

    “장민혁!!!”

    역시 김현우는 검을 빼 들고 달려들었고 태운과의 거리가 빠르게 멀어졌다.

    그 순간, 뒤에서 김상연이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강태우우운!!!”

    “……!”

    태운은 식겁하며 벨트에서 돌검을 꺼내 대응했다.

    카가가가각!

    돌검과 김상연의 검이 부딪혀 듣기 싫은 마찰음이 크게 울렸다.

    “우린 우리끼리 놀자고!”

    쿵!

    김상연은 뒤돌려차기로 태운의 명치를 노렸고 태운은 검으로 막아내며 뒤로 크게 날아갔다.

    ‘묵직해….’

    가볍고 말라 보이는 외형과는 달리 김상연의 뒤돌려차기는 엄청난 무게를 싣고 있었다.

    태운은 약 30m가량 날아가 착지했다.

    착지에 성공하고 균형을 잡자마자 김상연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항상 네놈을 주시해왔다!”

    “갑자기 나타나서 무슨……!”

    쾅!

    ‘무슨 힘이….’

    김상연의 검격은 검을 휘두른 것 같지 않았다.

    무게가 상당한 둔기로 바닥을 내려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으니까.

    쾅! 쾅! 쾅! 쾅!

    태운은 돌검으로 김상연의 공격을 겨우겨우 막아내었다.

    몇 번 합을 겨뤘을 뿐인데 팔이 부들부들거릴 정도로 무거운 공격이었다.

    카-앙!

    “나를 주시해왔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태운은 김상연의 검을 밀어내고 거리를 벌려 틈을 만들어 말을 걸었다.

    모두가 긴장을 풀고 쉬려고 했던 타이밍의 급습이다.

    ‘녀석들은 우리의 정보를 알고 있고 우리는 녀석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몰라.’정보전에서 크게 뒤떨어진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상황만큼은 파악해야 하지 않겠는가.

    태운은 이를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김상연에게 말을 건 것이다.

    “명운전 당시의 너를 보고 참을 수가 없더군….”

    “무슨….”

    김상연은 검을 허공에 휘둘렀다.

    촤악!

    “크윽…!”

    “전력을 다한 끝에 죽어가는 네놈의 표정이 너무 궁금하단 말이다!”김상연은 기괴하다고 느낄 정도로 큰 미소를 지으면서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태운은 그사이 잠깐의 대화 사이에 상황 파악을 모두 마칠 수 있었다.

    길게 베어진 가슴에 회복 마법을 걸어 지혈을 한 후, 하이 부스트와 솔리드 아머를 사용했다.

    쾅!

    태운은 김상연의 검을 막아냄과 동시에 검을 튕겨냈다.

    동시에 검 손잡이로 그의 가슴을 가격했다.

    “크윽….”

    살과 근육이 얇은 김상연의 갈비뼈는 그대로 부서졌고 동시에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리고 육감을 활용해 멀리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의 양상을 체크했다.

    ‘장민혁과 김현우 헌터는 일대일로 진행되는 것 같고…. 나머지 10명과 신유승이 싸우고 있어….’태운은 육감으로 전투를 확인하다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장민혁도 그렇고 신유승도 그렇고 시간을 오래 끌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목표는 나다.’

    그들의 작전은 장민혁과 신유승이 시간을 끄는 사이 김상연이 강태운을 끌고 가 혼자 싸우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강태운이 김상연을 일대일로 이기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근데 내가 그렇게 해줄 필요는 없잖아?’

    태운은 그 즉시 멀리 떨어져 자신의 양쪽 허리 옆에 자기장 레일을 만들어냈다.

    골렘을 만들기 위한 수식을 시험하느라 자기장 마법은 도가 튼 상태였다.

    자기장의 세기 조절로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도 할 수 있게 된 태운에게 단순히 물체를 쏘아내는 것쯤은 누워서 떡 먹기였다.

    태운은 벨트 안에서 단검 6개를 꺼내 자기장 레일 위에 올려주었다.

    피피피픽!

    그러자 단검들이 엄청난 운동 에너지를 가지고 날아갔다.

    “크읏….”

    김상연은 오로지 감과 엄청난 동체 시력을 활용해 단검을 피해냈다.

    “역시… 대단하구나….”

    김상연은 태운의 공격에 감탄하며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태운은 그런 김상연을 비웃어주고는 턱을 까딱거렸다.

    “뒤를 봐.”

    김상연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눈에 들어온 광경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장민혁과 신유승이 단검에 맞아 온몸이 찢어져 죽어 있었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일대일 대결을 해줄 것 같았어? 목숨이 달린 거잖아.”태운은 평소의 그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히죽거리며 김상연을 비웃었다.

    “형님들 공격하세요!”

    김상연이 그 말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 순간.

    푸-욱.

    “비겁한 걸 좋아하진 않지만 네가 원하는 게 나랑 제대로 싸워보는 거 같아서 말이야. 그걸 이뤄주고 싶진 않았어.”김상연이 원하는 것은 태운과 피 튀기는 싸움을 하는 것뿐이다.

    이기면 좋겠지만 지고 죽어도 그렇게 싫을 것 같지는 않았다.

    “너한테는 정정당당하게 지는 것보다 이편이 더 싫겠지.”

    “으아아아!!!”

    김상연은 오른손에 들린 검을 꽉 쥐고 태운에게 휘두르려 했지만, 태운이 그것을 가만둘 리가 없었다.

    태운은 검을 잡고 뒤를 돌아 엎어치기 하듯 위로 베었다.

    “꺼……꺼억….”

    김상연은 그 상태로 상체가 반으로 갈라져 바닥에 쓰러졌다.

    “강하긴 했지만… 엄청 싱겁게 끝났네.”

    태운은 그가 저번에 만났던 큰 팔을 가지고 있는 원로보다 약하다고 생각했다.

    “태운아! 괜찮냐!”

    김현우와 다른 헌터들이 다가왔다.

    “단검 그거 네가 한 거 맞지? 무슨 위력이….”

    “강태운….”

    김현우가 태운에게 말을 건 순간 김상연이 천천히 일어났다.

    “강태운… 내가 너를 잘못 봤구나…. 그냥 찢어 죽여 버려야 했어.”

    “젠장…! 도망치세요!”

    김상연은 반으로 갈라진 상체를 대충 붕대로 떨어지지 않게 감은 다음 검을 휘둘렀다.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태운의 육감이 말해주었다.

    지금 당장 이 공격을 막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다고.

    “마나 램파트!”

    서거거거거걱!

    약 3만의 마나를 소모하는 태운의 최강의 방어마법, 그것이 김상연의 검격에 무 썰리듯 잘려 버렸다.

    “무슨….”

    이렇게 되면 솔리드 아머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공격 한 번에 마나 램파트가 무너지는데 그보다 약한 솔리드 아머는 절대 버틸 수 없을 것이다.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온다…! 사고 가속!’

    태운의 의지가 꺾이지 않는 한 절대 부러지지 않는 돌검, 그것으로 하나하나 막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좌상단, 우상단, 좌하단, 좌중단, 좌상단….’검로에는 효율적이고 편한 검로가 있다.

    예를 들어 좌상단에서 우하단으로 베었으면 우하단에서 파생되는 공격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김상연은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고 그 때문에 검로를 예측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쾅! 쾅! 촤악! 쾅!

    게다가 엄청난 무게의 검격.

    막는다고 해도 다음 공격을 막기 위해 검을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후욱….”

    사고 가속을 사용한 1초 사이 약 120번의 검격을 막아내고 30번의 검에 베인 태운의 몸은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됐다.

    하지만 김상연은 그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다시 오는 거냐…!’

    그는 지치지도 않고 순식간에 다시 검을 휘둘러 태운의 목숨을 위협했다.

    이미 뒤에 있는 사람들은 녀석이 일으키는 날카로운 풍압에 의해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다.

    김현우만 빼고.

    푸-욱!

    김현우는 태운이 김상연의 공격을 막아내는 틈을 타 접근을 한 후 단검을 심장에 찔러넣었다.

    그리고 단검을 움직여 내장을 휘저었다.

    “끝인….”

    퍼억!

    김상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른 팔을 휘둘러 김현우를 쳐냈다.

    “무슨….”

    김상연의 몸은 이미 죽어 있는 상태였다.

    그가 대원로에게 받은 힘은 바로 소생이다.

    하지만 칠죄신교가 말하는 소생은 사람들이 말하는 소생과 많이 달랐다.

    죽은 자의 몸에 마기가 깃들고 그 마기와 영혼이 결합되어 마기를 연료로 몸을 움직이는 것, 그것이 칠최신교에서 말하는 소생이었다.

    “크윽….”

    김현우는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가슴을 감싸고 일어났다.

    “…죄다 죽여주마.”

    김상연은 다시 연속으로 검을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전과 달리 이번에는 검기가 실려 있었다.

    태운과 김현우는 물론, 뒤에 쓰러져 있는 헌터들의 목숨까지 끊어 버리려는 것이다.

    그때, 태운은 무모하고 위험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승부수를 던졌다.

    ‘사고 가속, 사고 가속, 사고 가속, 사고 가속, 사고 가속.’한 시간 내에 두 번만 사용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스킬인 사고 가속을 5번 연속으로 시전한 것이다.

    사고 가속을 사용해도 빠르게 보였던 김상연의 검격이 이번에는 아예 멈춘 것처럼 보였다.

    멈춰 버린 세상 속에서 태운은 해결 방법을 생각했다.

    ‘몸이 죽어 있으니 뇌나 주요 장기를 부숴버리는 건 의미가 없어….’태운은 그의 상태도, 힘도 모르고 있다.

    하지만 방금 김현우가 심장을 찔렀음에도 움직이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내장을 갈아 버린다고 해도…. 녀석은 움직일 거다.’그럼 과연 몸 전체를 가루로 만들어 버려도 움직일 수 있을까?

    “블레이드, 폭풍, 강화, 가속.”

    태운은 메테리얼을 만들고 마법을 시전하고 다시 메테리얼을 만들고 마법을 시전하는 것을 반복했다.

    그렇게 약 1,000,000의 마나를 모조리 사용해 녀석을 갈아 버릴 믹서기 수백 개가 완성된 순간 사고 가속이 풀렸다.

    콰자자자작!

    사고 가속이 풀리자 태운의 마법에 김상연의 몸이 갈리기 시작했고 그는 육편이 되어 사방에 흩뿌려졌다.

    역시,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태운은 그것을 확인조차 하지 못하고 고통에 울부짖었다.

    “끄아아아아악!”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엄청난 고통에 태운은 정신을 잃어버렸다.

    “엄청나네….”

    그 자리에 유일하게 정신을 차리고 있던 김현우가 절뚝거리며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모아 캠프로 데려갔다.

    그리고 그 주변에 광란의 씨앗을 심어두고 마나를 주입해 자연 목책을 만들었다.

    ‘나 혼자 이 사람들을 운반할 수는 없으니….’김현우는 부러진 갈비뼈와 다리를 애써 무시하며 던전의 입구로 달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