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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18화 (118/379)
  • 118화

    “음…. 다들 왔군요.”

    저번 던전 공략 당시에 죽은 강인철을 대신해 김현우가 팀장급 헌터로 승격되었다.

    헌터 협회에는 다른 길드와는 다른 공략대 구성 방식이 있다.

    B급 헌터 중에 팀장급 헌터들을 뽑고 공략대를 구성할 때 공략할 던전의 특성에 맞춰 팀장급 헌터 한 명과 나머지 헌터들로 구성해 파견을 보낸다.

    인력이 많이 부족해 모든 팀이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공략대를 맞출 수 없어서 만들어진 한국 헌터 협회만의 공략대 구성 방식이었다.

    “그럼 5분간 준비 시간을 가진 후 던전 공략을 시작하겠습니다.”이번 던전 공략은 전과 달리 10명의 B급 헌터만 공략대에 편성되었다.

    저번 공략대는 던전의 보스까지 잡기 위해 20명의 많은 인원이 편성되었지만 지금은 던전의 보스를 잡을 필요가 없었다.

    저번 소탕 당시 마르기가스가 이미 죽여놨으니 아직은 보스가 다시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는 단순히 몬스터들의 수를 조정하는 작전이었기에 인력을 많이 투자할 이유가 없던 것이다.

    태운은 김현우 헌터가 준비 시간을 주자 벨트를 두드렸다.

    그러자 그 옆에 투명한 막이 하나 생겨났고 태운은 그 안에 손을 넣어 장비들을 하나씩 꺼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평범한 가슴 갑옷을 착용하고 용장의 견갑을 착용했다.

    그러곤 컨틀릿을 끼고 돌검을 꺼내 옆구리에 채워놓았다.

    ‘마정석 저장.’

    그다음, 마정석을 흡수해 5만 정도의 마나를 저장했다.

    ‘벌써 마정석 저장의 레벨이 올랐네.’

    태운은 그동안 상당히 많은 경험을 쌓았다.

    던전에 들어가 전투도 많이 해보았고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다.

    그 과정에서 태운은 상당한 성장을 이루었고 그것은 태운의 상태창이 보여주고 있었다.

    강태운

    LV:43

    마나 총량:10

    체력(81+5) 근력(83+5) 민첩(81) 유연성(41) 지력(99) 변이된 마나(5) 감각(6) 마나친화력(12) 용기(5)

    특성

    상위 특성-명장(3개)

    변이된 마력(LV.M)

    정직한 사냥꾼(LV.M)

    트롤의 피(LV.M)

    냉철(LV.1)

    스킬

    마정석 흡수(LV.7)[S]

    마정석 저장(LV.5)[S]

    상급 마법(LV.8)

    웨폰 마스터리(LV.5)[S]

    마법 파괴(LV.3)[S]

    명중(LV.4)[S]

    사고 가속(LV.3)[S]

    적의(LV.2)[S]

    고정(LV.4)[S]

    오버 서플라이(LV.3)[S]

    육감(LV.M)[S]

    ‘이 정도면 A급은 확실하네.’

    이 정도로 많은 특성과 시그니처 스킬을 가지고 있는 헌터는 A급 중에서도 흔치 않을 것이다.

    한 달 전쯤에 변이된 마력의 스탯이 5로 올랐고 느낌이 이상해 오랜만에 ‘백만서고’를 사용했다.

    그리고 그것 덕분에 확실히 알게 된 것이 하나 있었다.

    변이된 마력 스탯은 태운의 마나의 격을 올려주는 스탯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마나의 격을 올려준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감이 잘 안 잡혔지만 마법을 재차 사용해 보니 바로 감이 왔다.

    마법의 위력은 크게 세 가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알려져 있다.

    마나의 질, 마법사의 실력, 마나의 양.

    하지만 아니었다.

    그것을 모두 뛰어넘는 요소가 한 가지 있었다.

    그건 바로 마나의 격이었다.

    태운은 백만서고를 사용해 마나의 격이라는 것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고 그에 대한 설명은 이랬다.

    마나의 질과 마법사의 실력을 극한까지 갈고닦으면 벽이라는 이미지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벽을 깨부수면 마나의 격이 한 단계 올라가게 된다고도 쓰여 있었다.

    마나의 격을 높이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마법도 실현할 수 있고 대상보다 마나의 격이 높으면 제어력에 구애받지 않고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변이된 마력이 고작 5 정도 올랐다고 내 마나의 격이 오르진 않겠지만….’참고로 지금 지구에는 마나의 격이 높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쓰여 있기도 했다.

    지금도 격이 다르다고 느껴지는 전대섭조차 마나의 격을 높이기 위한 벽을 깨부수지 못했다는 뜻이다.

    ‘정말 벽을 부수고 마나의 격을 높이면 소설에서나 보던 초월자가 되는 건가…?’태운은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그때 벌써 5분이 지났는지 김현우 헌터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다들 준비가 됐다고 판단하고 들어가겠습니다!”김현우는 태운을 포함해 11명의 헌터들을 데리고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태운은 과거 보여주었던 모습을 인정받아 리플렉터와 버퍼의 웨퍼, 세 가지 역할을 모두 맡는 일명 커맨더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던전에 들어가자 전과 똑같이 통로가 좁은 동굴로 나왔고 그 동굴을 따라가자 익숙하지만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우중충한 늪의 전경이 들어왔다.

    “후….”

    김현우도 전 소탕 때의 기억이 머리에 남는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태운은 그에게 팩 인 디바인 포스에 웜 인챈트를 한 후 사용해주었다.

    그는 순간 깜짝 놀라는 듯했지만, 태운과 눈을 마주치곤 씨익 웃었다.

    “그럼 경계하면서 움직이겠습니다.”

    김현우는 팀장이다.

    모두에게 믿음을 줘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불안하거나 긴장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팀장급 헌터가 되고 항상 생각하고 있던 것이지만 막상 두 명의 동료를 잃었던 그곳에 도착하니 그것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태운아, 고맙다.’

    가끔 보면 태운이 자신보다 어른스러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김현우였다.

    “약 150m 전방에 몬스터 프로그가 정확히 30마리 출몰했습니다!”“그래, 처음엔 이런 몬스터가 나와야지. 저번에는 초장부터 크록커 같은 놈이 나와서….”“전투 준비! 웨퍼들의 지휘는 강태운에게 맡긴다!”김현우가 웨퍼들의 지휘를 태운에게 맡기자 태운은 즉시 지시를 내렸다.

    “웨퍼들 동시에 라이트 캐논을 하나씩 시전 준비해주세요. 제가 신호하면 동시에 시전하시면 됩니다.”웨퍼는 총 3명, 그들은 모두 태운의 실력을 눈앞에서 본 사람들이다.

    그랬기에 그들은 강태운의 지시를 즉각 이행했다.

    팀장을 맡은 순간부터 웨퍼들의 지휘를 태운에게 맡길 거라고 생각하고 태운의 말을 들을 것 같은 웨퍼들을 공략대에 추천 것이다.

    “지금입니다.”

    태운은 몬스터 프로그 떼의 선두가 수풀을 헤치고 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신호를 했다.

    그들은 ‘조금 빠른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태운의 지시에 따랐다.

    “사고 가속, 컨케이브, 컨벡스, 다중 시전, 복사.”태운은 사고 가속을 사용하고 컨케이브로 그들의 라이트 캐논의 범위를 넓히고 컨벡스를 다중 시전해 넓어진 범위의 마법을 다시 집중시켰다.

    그 과정을 거치자 3개의 라이트 캐논이 30개로 나뉘어 몬스터 프로그들을 공격했다.

    그 후, 한발도 놓치지 않고 적중, 전투가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

    “확인 사실과 루팅을 하시면 됩니다.”

    태운은 사고 가속이 풀리자마자 멍하니 태운을 바라보는 헌터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어…. 알겠다.”

    이 중에서 태운의 실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김현우 헌터도 그 모습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전에 배반자 원로 둘과의 전투에서는 공격을 하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지금 자세히 보니 생각보다도 엄청났다.

    “그럼 루팅을 시작한다.”

    김현우의 지시가 떨어지자 모두 하나같이 단검을 꺼내 몬스터 프로그의 배를 가르기 시작했다.

    태운도 루팅은 처음이지만 교과서에서 수십 번도 더 봤던 내용이었기에 능숙하게 루팅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태운의 귀에 무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강태운 저거 진짜 물건인데? 반년 안에 A급 헌터 달겠어.’‘난 물건이 아니라 괴물이라고 본다…. 10년이면 전대섭을 따라잡고도 남겠어.’‘와…. 어떻게 저런 놈이 나왔지? 역시 강철운의 아들이라 그런가, 피는 못 속이나 보네.’헌터들은 몬스터의 사체를 루팅하면서 태운에 대해 수군거리고 있었다.

    작은 소리로 말해봤자 감각 스탯을 가지고 있는 태운에게는 매우 잘 들렸지만 말이다.

    ‘강철운 헌터의 아들이라 그런가, 피는 못 속인다….’세상 사람들이 평소에는 그렇게도 욕을 하는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 대상이 되었을 때만큼은 달랐다.

    대단한 실력의 헌터가 나왔을 때는 전대섭이나 강철운보다는 못하지, 라는 말이 항상 따라붙었다.

    ‘이럴 때는 보면 전대섭 선생님만큼의 인정을 받고 있는데 평소에는 왜 그럴까….’태운에게 이런 모습은 세상의 큰 모순 중 하나였다.

    뭔가 무난한 스토리를 하나 짜두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무언가를 누군가가 비틀어두었더니 전체적인 개연성이 망가진 듯한 모순이었다.

    태운은 그래서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부모님의 추락한 명성에는 이상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했으니까.

    “루팅은 끝났습니다.”

    “그럼 계속 진행한다.”

    이번 던전 소탕은 전과 다르게 던전 전체를 지그재그로 훑으면서 몬스터들을 처리한다.

    몬스터를 많이 만나는 만큼 몬스터 부산물들을 많이 얻을 수 있다.

    ‘헌터 협회들이 클로징이 되지 않는 던전들을 관리하느라 돈을 많이 쓰긴 하지만… 부산물들로 커버를 하고도 남으니까.’우중충한 늪 던전을 한 번 소탕하면 몬스터 부산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약 5,000만 원에서 1억이다.

    보스까지 잡고 그 부산물을 얻을 수 있다면 1억은 가볍게 뛰어넘지만, 오늘은 던전에 보스가 없으니 그런 큰돈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보스가 없어서 소탕이 쉬워지긴 했지만, 협회도 참 골치 아프겠어.’우중충한 늪의 보스인 ‘장군 빅포’의 부산물은 얼마 되지 않는 헌터 협회의 주 수입원이다.

    그것을 마르기가스가 먹어 치워 버렸으니 헌터 협회는 6,000만 원이 넘는 수익의 공백을 어떻게든 채워야 했다.

    ‘뭐,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지만.’

    그 이후로 약 6번의 전투가 있었지만, 태운의 서포트 덕분에 쉽게 전투를 끝낸 헌터들은 루팅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기로 정했다.

    취사 준비를 하며 헌터들이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을 보니 보이스카웃을 온 것 같은 분위기도 느껴졌다.

    그때, 김현우 헌터가 태운의 옆자리로 다가왔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냐?”

    “저야 잘 지냈죠. 그동안 활약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팀장급까지 올라간 걸 보니 거짓말은 아닌가 보네요.”김현우는 웃으면서 태운의 어깨를 툭툭 때렸다.

    “그나저나 이 배반자 놈들이 드디어 미쳤나 봐.”“아…. 오늘 아침에 그 뉴스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오늘 아침에 아파트 한 개 동에서 살던 사람들이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살해당했다는 뉴스가 나왔었다.

    CCTV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런 일을 벌일 놈들이라고 하면 배반자 녀석들밖에 없었다.

    “지금 협회에서도 완전 골머리를 앓고 있어. 불안함을 넘어서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는데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어? 가장 만만한 협회에다 민원을 넣기도 하고 정문에서 시위도 하고 있거든.”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집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데 누가 무섭지 않겠는가.

    하지만 협회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협회의 헌터들은 3일 1공략이라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주거시설의 경비라는 임무까지 포함한다면 정말 과로로 쓰러질 것이다.

    “정말 곤란하겠군.”

    “전 동료들의 일을 늘려준 것 같아서 미안하네. 크흐.”그때, 수풀 뒤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들은 장민혁 헌터와 신유승 헌터였다.

    “장민혁? 신유승?”

    “여긴 어떻게 왔어? 안 온다더니.”

    “근데 그건 무슨 소리야? 우리 일을 늘렸다니.”다른 헌터들은 그들에게 살갑게 다가갔지만.

    “다들 동작 그만!”

    김현우는 그들을 말렸다.

    “마기가 느껴진다.”

    “그게 무슨….”

    그 말을 들은 다른 헌터들은 눈만 끔뻑거릴 뿐이었다.

    “오…. 역시 너는 감이 좋구나.”

    “아파트…. 너희였냐….?”

    김현우는 직감적으로 그들이 오늘 아파트 사건의 주범임을 알아차렸다.

    “오, 정답.”

    장민혁이 장난스럽게 대답에 긍정했고 김현우 헌터는 이를 갈았다.

    “너희들이 왜…. 왜…!”

    그 입으로 직접 확인받자 김현우의 주변이 특성 ‘정의의 파동’에 의해 일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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