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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15화 (115/379)
  • 115화

    촥!

    [크르르륵!]

    태운은 지옥 병정의 손목을 잘라서 얻은 무기로 지옥 병정을 공격했다.

    “역시 이 무기는 괜찮은 무기였어.”

    지옥 병정의 시커먼 몸에 붙어 있는 검을 처음 봤을 때는 지옥 병정이 들고 있는 무기인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옥 병정을 죽이고 난 뒤 살펴보니 그것은 지옥 병정의 팔의 연장선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굉장히 강력한 무기였다.

    ‘내 배리어로 만든 무기를 박살 낼 정도였으니까.’태운이 배리어로 만든 무기는 웬만한 강철보다도 강한 강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간단하게 부숴 버린 지옥 병정의 팔은 방금까지 쓰고 있던 싸구려 숏소드보다는 훨씬 나은 무기였다.

    ‘숏소드로는 쉽게 타격을 줄 수가 없었지만 이런 무기가 있다면 말이 다르지.’

    [크르륵!]

    쾅!

    지옥 병정은 성을 내며 남은 팔을 휘둘렀다.

    다행히 피해긴 했지만 어찌나 강하게 휘둘렀는지 날카로운 검이 닿은 바닥이 둔기와 부딪힌 것처럼 푹 파여 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강하게 휘둘렀다면 이미 몸의 균형은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태일 터, 그 상태에서는 태운이 무슨 공격을 해도 대응할 수 없다.

    태운은 지옥 병정의 팔로 녀석의 가슴을 크게 베었다.

    [크륵!]

    녀석은 고통에 신음을 내었지만 방금 공격에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몸이 단단하지는 않지만 생명력만큼은 엄청난 녀석이었으니까.

    ‘어떻게든 한 번에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하지만 그게 쉬운 것은 아니었다.

    마법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폭약 없이는 한 번에 녀석에게 큰 타격을 주기란 쉬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 태운은 계속해서 지옥 병정을 몰아붙였다.

    “계속 공격해!”

    태운의 명령에 창술사는 적당한 거리를 벌리고 창으로 지옥 병정을 괴롭혔다.

    검사는 팔을 끊어낸 이후로는 계속 다리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하지만 도적은 멀리 서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저 개….”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저러고 있으니 화가 안 날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언쟁을 할 여유는 없었다.

    그때, 태운은 지옥 병정의 가슴에 난 큰 구멍을 보았다.

    ‘저런 큰 상처를 낼 수 있는 기술만 있었다면….’그런 생각이 난 순간 태운의 머리에 무언가 번뜩였다.

    “다 빠져!”

    태운은 걸리적거리는 창술사와 검사를 뒤로 보내고 지옥 병정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크륵!]

    지옥 병정은 화들짝 놀라며 남은 팔을 크게 휘둘렀다.

    그 틈에 태운은 가슴에 난 큰 구멍에 검을 집어넣었다.

    그러곤 반대편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말했다.

    “반대편 잡고 아래로 내려!”

    “어…. 어!”

    그중 한 명이 나와 칼등에 손을 대고 칼날을 아래로 내렸다!

    [크르….]

    가슴을 기준으로 아랫부분이 완전히 반으로 갈라진 지옥 병정은 그대로 쓰러졌다.

    목숨은 붙어 있었지만 서서 몸을 지탱할 수가 없었기에 바닥을 기며 태운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후우…. 저거 뭐야? 왜 아직도 살아 있는데?”태운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가락만 빨고 있던 놈들 덕분에 쉽게 끝낼 수 있는 걸 훨씬 어렵게 만들었다.

    ‘그나저나 길드장이라는 양반이 거의 빈사 상태로 만들어놓지 않았더라면… 절대 못 이겼을 것 같은데?’멀쩡한 상태에서는 잠시나마 B급 헌터 수준의 세 사람 중 하나를 죽일 뻔했었던 괴물이다.

    지금의 몸은 아무리 잘 쳐줘야 C급 헌터 수준이다.

    그럼에도 사지 멀쩡히 녀석을 잡은 걸 보니 지옥 병정의 몸 상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태운은 검을 버리고 다시 배틀 액스를 들어 녀석의 머리에 내려놓듯이 찍었다.

    검으로 확인 사살을 하려고 했다가는 힘이 많이 필요해 더욱 가까이 가야 하니 멀리서도 무게로 확실히 죽일 수 있는 배틀 액스를 사용한 것이다.

    머리에 배틀 액스가 꽂히자 그렇게 명줄이 질기던 지옥 병정도 몸을 부르르 떨더니 목숨이 끊어졌다.

    동시에 태운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쉽게 클리어했…. 뭐야?’

    클리어 알림창이라고 생각하고 알림창을 본 태운의 눈앞에 이상한 문장이 떠올라 있었다.

    [지옥 병정을 1마리 찾아내 처리하셨습니다.]

    ‘1마리…?’

    그렇다.

    지옥 병정이 한 마리뿐이었다고 말하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후…. 상급 마정석이 주는 미션인데 이렇게 쉬울 리가 없지.’이번 마정석의 임무는 이제 시작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 * *

    “후…. 일단 이것 좀 치워봐.”

    태운은 남은 3명에게 지옥 병정의 사체를 치우라고 명령했다.

    방금 지옥 병정과의 전투 덕분에 이곳에서 자신의 입지는 왕보다도 강력했다.

    ‘일단 지옥 병정이 한 마리가 아니라는 것은 알겠어. 그럼 누구지?’태운은 첫 번째 지옥 병정을 찾아낼 때는 물을 마시느냐 마시지 않느냐로 구분해냈다.

    하지만 지금을 그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눈치를 챈 것인지 특이 체질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은 세 명은 모두 물을 마셨으니까.

    ‘곤란한데….’

    태운은 머리를 쥐어짜 내며 지금까지 그들이 보였던 특별한 행동을 곱씹어 보았다.

    그리고 가장 처음으로 떠올린 것은 창술사를 움직이게 했을 때였다.

    태운이 창술사의 뒤에 숨어 있을 때 지옥 병정은 아무런 고민 없이 무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 사실은 지금 당장은 아무런 증거가 되지 못했다.

    ‘지옥 병정에게 동족

    의식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그것은 허덕륜에게 듣지 못한 내용이었다.

    사실 허덕륜도 모르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지옥 병정이 자주 출몰하던 때는 데블스 에이지 시절이다.

    그때는 한 공략대가 하루에 2~3개의 던전을 클로징해야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던전이 만들어졌었다.

    최대한 속전속결로 전투를 끝내야 했기에 양질의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허덕륜의 정보는 전투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얻게 된 정보들이 많았다.

    ‘어려워….’

    도감에 기재를 하지 않은 이유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도감에 기재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도감에 기재를 했다면 더 많은 표본이 없더라도 연구원들의 가설들이 많이 세워졌을 것이고 그에 따라 정보가 많이 늘어났을 것이다.

    ‘가설이라 확실하지 않은 정보들이었겠지만….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것들이 많았을 거야.’하지만 한탄해 봐야 뭘 하겠는가.

    지금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치, 치우고 왔어.”

    그때, 남은 3명이 지옥 병정의 시체를 치우고 돌아왔다.

    “어, 그래. 일단 쉬어. 탈출하려면 힘을 비축해야 하니까.”지옥 병정이 더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다.

    태운이 지옥 병정을 더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쪽에서도 분명 무슨 수를 쓸 테니까.

    태운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구석에 앉아 쉬기 시작했다.

    ‘일단 나도 쉬는 척을 하며 생각해보자.’

    태운은 벽에 기대어 앉아 고개를 떨구고 눈을 감았다.

    그때, 이상한 기척이 느껴져 몸을 오른쪽으로 던졌다.

    카카캉!

    그러자 병장기들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 미친 것들이……”

    창술사와 검사, 도적이 합을 맞춰 태운을 찌르려고 했던 것이다.

    “기껏 살려줬더니…. 은혜를 이딴 식으로….”

    “크윽….”

    태운은 계속 손에 쥐고 있던 지옥 병정의 팔을 녀석들에게 겨눴다.

    “어떤 놈이지? 나를 죽이자는 아이디어를 낸 놈이.”그러자 창술사과 도적은 동시에 검사를 바라보았다.

    “네놈이구나.”

    창술사였다면 자신을 죽일 뻔했다는 생각에 복수심으로 이런 행동을 한 것일 수도 있었다.

    도적이었다면 강한 물욕 때문에 자신의 몫을 늘리기 위해 태운을 죽이려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검사는 아니었다.

    그녀는 물욕이 강한 것도, 태운에게 위협을 받은 적도 없었다.

    ‘네가 지옥 병정이기 때문에 내가 위협적이었던 거야.’태운은 순식간에 달려들어 검사의 목을 날려 버렸다.

    “어…?”

    그 옆에 있던 도적과 창술사는 멍하니 서서 구경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속도는 방금 봤던 필의 속도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태운은 자신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했다.

    태운의 머릿속에는 검사가 지옥 병정이 맞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3…. 2…. 1….’

    지옥 병정은 큰 타격을 받거나 죽으면 3초 후에 자신의 본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하지만 검사의 시체는 여전히 그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태운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지금 당장 지옥 병정을 특정해낸다고 해도 2 대 1이다.

    지옥 병정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손의 무기가 없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수월하다.

    게다가 지옥 병정은 들키지 않기 위해서 임의적으로 자신의 신체 능력을 제한하고 있을 터.

    하지만 지금은 당장 들통이 나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만 한다면 어렵지 않게 둘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를…. 최대한 빨리!’

    남은 건 창술사와 도적이었다.

    ‘그렇다면 둘 중에 지옥 병정일 확률이 높은 사람이 누구지?’창술사일까, 아니면 도적일까.

    태운은 짧은 시간 동안 수십 가지 가설을 세웠다.

    ‘창술사는 첫 번째 지옥 병정의 공격에 죽임을 당할 뻔했다. 동족

    의식이 있다고 가정하면 그럴 일은 없겠지…. 그리고 창술사는 3명 중에 나름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기도 했어.’반면에 도적은 경직이 풀린 후에도 공격은 하지도 않고 뒤에서 얼쩡거리기만 했다.

    ‘그러니…. 확률이 높은 쪽이라면 도적이다!’태운은 생각이 정해지자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도적의 목을 날려 버렸다.

    “너……. 너……!”

    창술사가 기겁했지만, 태운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로지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을 뿐.

    ‘3…. 2…. 1…. 아니야…?’

    태운의 생각과 달리 도적은 죽었음에도 지옥 병정의 모습을 돌아오지 않았다.

    “치잇!”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1 대 1이라면 지옥 병정에게 이길 가능성은 한없이 낮으니까.

    카-앙!

    “그만해! 미안해!”

    창술사는 겁을 먹고 태운의 검을 겨우 막아냈지만, 태운은 멈추지 않았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전에! 최대한 빨리…!’카-앙! 캉! 캉! 카-앙!

    태운의 강력한 공격에 창술사는 결국 창을 떨어뜨렸고 그대로 태운의 검에 몸이 반으로 갈라져서 죽고 말았다.

    태운은 어김없이 이번에도 숫자를 세었다.

    “3…. 2…. 1….”

    하지만 창술사의 시체 또한 지옥 병정으로 변하지 않았다.

    ‘어…?’

    태운은 그제야 눈치챘다.

    자신의 신체 능력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것, 그리고 평소의 자신과 다르게 넘겨짚는 추리.

    거기에.

    찰-랑.

    아직 한 번도 마시지 않아 ‘가득 차 있는 자신의 물통’을 방금 눈치채고 말았다.

    그때, 태운의 머릿속에서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르륵…. 크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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