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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11화 (111/379)
  • 111화

    “지옥 병영의 새끼요?”

    “지옥 병정이라고도 불린다.”

    수십개의 몬스터 도감을 둘러본 태운도 처음 들어보는 몬스터였다.

    “몬스터 도감을 처음 만든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기재를 하지 않은 5개의 몬스터가 있다.”

    “의도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구요…?”

    태운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몬스터를 도감에 올리지 않을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몬스터를 도감에 기재하면 다른 헌터들에 의해 몬스터에 대한 정보가 갱신되면서 대응이 더욱 수월해진다.

    그것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강한 몬스터는 반드시 기재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기재하지 않은 5종의 몬스터들은 전부 다른 특징을 가진 몬스터들이지만 도감에 기재했을 때 예상되는 효과는 모두 똑같았지. 만약 그 몬스터들을 모두 기재했다면 활동하는 헌터들의 수가 지금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을 거야.”

    “절반…?”

    지금도 등록된 헌터는 3억 정도 되지만 실제 활동하는 헌터의 수는 1억이 되지 않는다.

    지금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헌터들은 돈이나 정의감, 책임감 등으로 던전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도감에 기재되어 있는 설명만 보고 겁을 먹고 헌터 일을 그만두었을 거라고?’태운은 쉽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잠깐 지옥 병영에 대한 설명을 해주지.”

    전대섭은 지옥 병영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지옥 병영은 장소나 건물이 아닌 거대한 한 생명체라고 한다.

    방금 태운이 찬영, 영우와 함께 쓰러뜨린 괴물을 한 번에 수십 마리씩 낳는다고 한다.

    그들은 태어나자마자 상당한 수준의 집단성을 보이기 때문에 그들을 생산하는 모체는 지옥 병영이라고 불린다.

    “이만큼 강한 녀석을 수십 마리씩 내보낸다는 것만으로도 위험하긴 하지만…. 그게 헌터들을 공포에 몰아넣기에는 좀 부족한 것 같은데요?”강한 괴물을 많이 생산하는 몬스터라면 A급 던전에서 종종 출몰하는 개미집이라는 몬스터도 있다.

    B급 1티어 몬스터인 자이언트 앤트를 한 번에 수백 마리씩 생산해내고 개미라는 특성상 집단성도 뛰어나다.

    그럼에도 개미집이라는 몬스터는 도감에 버젓이 올라와 있다.

    “그래…. 지옥 병영의 공략 난이도만 보자면 A급 던전보다 쉬워. 하지만 지옥 병영의 진짜 공포는 그게 아니다. 녀석들은 사람의 뇌를 빨아먹고 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다. 행동이나 습관까지도 모두 똑같이 따라 하지.”

    “네…?”

    “그리고 녀석들은 그 모습으로 그들의 가족에게 가서 몸에 알을 낳고 숙주로 삼는다. 물론, 몸에 알을 낳은 순간 몸의 주인은 죽게 되지. 알에서 깨어난 녀석도 숙주의 뇌를 빨아먹고 다시 사람처럼 행동한다네.”

    “무슨 그런….”

    태운은 그 말을 듣고 지옥 병영이 도감에 기재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헌터들이 목숨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던전에 들어가는 이유는 대부분 생계와 가족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지옥 병영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면 헌터 일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헌터 중에는 도피하고 싶지만 가족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어떻게 보면 과거의 고층 건물 청소부 같은 사람들이 헌터다.

    위험하고 무섭다.

    어쩌면 높이에서 오는 위험에 무감각해지고 익숙해져 몇몇에게는 만족스러운 직업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항상 위험이 따른다는 것 때문에 다른 직업으로 도피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 탓에 머리를 식히고 일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가족이 위험해서라는 도피의 이유가 생긴다면? 많은 사람들이 헌터 일을 그만둘 거야.’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데블스 에이지가 끝난 이후에 발견된 기록이 없어서 안심했건만…. 그래도 다행이야. 자네들이 이놈을 잡아줘서 말이지.”“이 녀석을 놓쳤다면…. 상상도 하기 싫네요.”단 한 녀석을 놓쳤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모른 채 반년만 지났으면 수천 명이 지옥 병정의 피해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때, 찬영이 전대섭에게 물었다.

    “그런데…. 사람과 지옥 병정을 구별하는 방법은 없나요? 없다면 지구에 있을 수도….”“그건 걱정하지 말게. 내가 마법을 만들어 지구에 있던 지옥 병정들을 모두 격리해 없앴으니까. 하지만…. 그 마법의 난이도가 워낙 높아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지. 그래서 조금 곤란하긴 하군.”

    “저한테 알려주세요.”

    그때, 태운이 나섰다.

    “텔레포트보다 한 단계 쉬운 정도의 난이도를 가진 마법인데…. 할 수 있겠나?”“해보고 싶습니다. 게다가 한 명만 사용할 수 있는 것보단 두 명이 더 확실하지 않겠습니까.”“음…. 알겠네. 일단 다들 주소를 알려주게. 내가 텔레포트로 자네들의 무기를 빠르게 가져올 테니까. 그때까지 강태운은 수식을 익히고 있게.”

    “알겠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수식을 외울 수는 있을 것이다.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전대섭은 태운에게 수식이 적힌 종이를 전달하고 텔레포트로 사라졌다.

    ‘5분 정도 걸린다고 했으니….’

    그 안에 5줄짜리 수식을 외우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다.

    ‘근데 무슨 수식에 변수가 왜 이리 많아…?’다른 마법의 경우에도 수식의 변수에 따라 그때마다 계산을 다르게 해줘야 하는데, 많이 사용하다 보면 수식의 변수가 익숙해져서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수식은 변수가 너무나도 많아서 제대로 계산을 할 수 있을지부터가 문제였다.

    “후…. 하루아침에 사용할 수 있는 수식이 아닌 거 같은데.”“음…. 난 몇 년이 걸려도 못 할 거 같은데…?”찬영은 그 수식을 보고 뭐가 뭔지 알지도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태운은 신경 쓰지 않고 그 수식을 죄다 외웠고 시험 삼아 사용해보았으나 제대로 시전되지 않았다.

    “확실히 어렵네….”

    비유해보자면 5융합 마법 3개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 같았다.

    ‘운 좋게 쉬운 변수가 만들어지면 성공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순전히 운이니까.’그렇게 시전에 성공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태운이 다시 한번 마법을 시전하려 했을 때 전대섭이 돌아왔다.

    “다들 장비를 갖추게. 각자의 무기들을 챙겨왔으니까.”찬영의 갑옷과 창, 태운의 견갑과 돌검, 임정국이 보내준 쓰레기 창과 반쪽짜리 건틀릿을 가져왔다.

    “임정국이 잡동사니들을 보낸 걸 보니 네가 마음에 들었나 보군.”

    “성능은 잡동사니 같지는 않지만요.”

    “그 완벽주의자 놈은 완벽하지 않으면 돈을 주고 팔지 않으니까. 대신 마음에 드는 녀석에게 선물로 보내곤 하지. 내가 너에 대해 귀띔을 해주긴 했지만 6개나 보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태운과 찬영은 전대섭이 가져온 자신의 장비들을 착용했다.

    태운은 그제야 싸울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여기 마정석도 챙겨두었네.”

    “감사합니다. 사실 좀 애매했거든요.”

    전대섭은 태운에게 중급 마정석이 가득 찬 파우치를 건넸다.

    이 정도면 원래 가지고 있던 것과 합해 100만 정도의 마나를 흡수해 저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다들 준비된 것으로 알고 들어가겠네.”전대섭은 태운과 찬영이 준비를 마친 것을 보고 던전 입구 앞에 섰다.

    이번 던전 공략은 전대섭이 다른 일정을 모두 던져놓고 달려왔을 정도로 위험하고 중요한 일이다.

    “다들 집중해야 한다.”

    전대섭, 허덕륜, 연정아, 강태운, 구찬영 그리고 전대섭의 제자인 A급 헌터 강일환까지.

    쉽게 볼 수 없는 강력한 라인업의 던전 공략대가 지금 출발했다.

    * * *

    던전에 들어서자 뜨거운 열기가 태운을 덮쳤다.

    ‘40도…? 아니 체감 온도는 50도를 넘는 것 같아.’숨을 쉬기도 쉽지 않은 뜨거운 기온이었다.

    옆에서는 용암이 들끓고 있었고 하늘에서도 뜨거운 직사광선이 내리쬐었다.

    “후…. 답답하네요.”

    “아이스 솔리드 아머.”

    태운은 모두에게 냉각 인챈트를 한 솔리드 아머를 씌워주었다.

    허덕륜은 태운을 칭찬했다.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겠구나.”

    “체온이 급격히 올라가면 신체 능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니까요.”

    “고맙습니다.”

    강일환은 태운에게 감사를 표했다.

    태운의 눈에 강일환은 굉장히 올곧은 사람처럼 보였다.

    눈빛부터 누군가를 배신하지 않을 것 같다는 강한 느낌이 들었다.

    ‘하긴…. 그런 사람이니까 전대섭 선생님이 제자로 삼았겠지.’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순간 전대섭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저 앞에 있는 거대한 살덩어리가 보이나?”약 1km 앞에 녹아 버린 듯한 거대한 살덩어리가 보였다.

    “저게 지옥 병영이다.”

    “맙소사….”

    태운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지옥 병영을 보고 순간 다리에 힘이 빠질 뻔했다.

    지형인 줄 알았던 것이 지금 쓰러뜨려야 하는 적이 된 순간 상당한 공포감이 밀려왔다.

    강원도 던전 사건 당시 거대 리자드맨을 상대한 적이 있지만, 지옥 병영은 규모가 달랐다.

    고작 15m에 불과했던 거대 리자드맨과 달리 지옥 병영은 120m는 족히 넘을 것 같은 크기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공격이 통할지부터가 의문이었다.

    하지만 전대섭과 허덕륜은 여유로워 보였다.

    “형님, 그럼 예전에 잡았던 방식대로 갈까요?”“아무래도 그래야겠지. 저 녀석을 잡을 만한 공격을 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을 테니까.”전대섭은 무릎을 꿇고 바닥에 손을 대고 무언가를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허덕륜이 나서서 작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작전은 간단하다. 전대섭 형님이 마법을 준비하고 있을 때 지옥 병정들이 방해할 수 없도록 막으면 된다. 그럼 형님이 다 알아서 해줄 거다.”

    “예, 알겠습니다.”

    그 순간, 앞에서 거대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쿼어어어엉!]

    “크윽….”

    “지옥 병영의 목소리다. 전대섭 형님의 마나에 위협을 느끼고 지옥 병정들을 뽑아내고 있을 거야.”

    [크르르르륵!]

    [크르륵!]

    [크르르르….]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지옥 병정들은 전대섭을 찾아냈고, 공격해 마법 시전을 끊으려 했다.

    “어딜!”

    쾅!

    허덕륜의 주먹에서 엄청난 충격음이 들렸다,

    마치 충차로 성벽을 가격한 듯한 소리였다.

    “흐아압!”

    찬영도 자신의 무기를 들어 전처럼 밀리지 않고 잘 싸우고 있었다.

    태운은 그에게 하이 부스트를 걸어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옥 병정 하나를 쓰러뜨렸다.

    강일환도 자신의 무기인 한 손 둔기를 양손에 들고 지옥 병정의 머리통을 부수고 다녔다.

    ‘지옥 병정의 수는 20마리 정도…. 이 정도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가끔 방어선을 뚫고 들어와 전대섭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녀석이 한두 놈 정도 있었지만, 태운이 설치해둔 전기 함정을 밟고 주춤거리는 사이 허덕륜에게 잡혀가 두들겨 맞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20분간의 혈투가 진행되었을 때.

    “완성되었다.”

    전대섭이 땀을 흘리며 고개를 든 순간, 지옥 병영이 서 있는 바닥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콰아아아아….

    그것은 화산 폭발 수준의 에너지를 응축해 한 대상에게 쏟아내는 전대섭의 시그니처 마법이었다.

    “맙소사….”

    태운의 시그니처 마법인 지옥의 칼날 폭풍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압도적인 위력이었다.

    “엄청나네요….”

    “나도 20분이나 집중해야 겨우 시전할 수 있는 마법이다. 효율이 좋지는 않지만, 이것만큼 뛰어난 위력을 가진 마법은 없어서 말이지.”전대섭은 옷에 붙은 먼지를 털고 일어났다.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네요….”

    찬영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도감에 기재되지 않은 5종의 괴물 중 하나라길래 매우 긴장했는데 타 던전의 보스를 잡는 것 정도의 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찬영이 크게 착각하고 있던 게 하나 있었다.

    “방금 하나 잡은 것뿐이다. 느껴지는 기운을 보니 앞으로 적어도 8마리는 더 있을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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