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110화 (110/379)

110화

눈앞의 적이 구찬영의 목을 잘라 버리려 하는 순간 순식간에 그 사이로 창영우가 끼어들었다.

“척력!”

그 순간, 구찬영과 적의 검이 동시에 튕겨 나갔다.

“괜찮아?”

“어…. 덕분에….”

창영우의 스킬은 ‘힘의 변형’이었다.

힘의 변형은 말 그대로 모든 물체에 작용하는 힘을 자유자재로 변형하고 조정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아까 보여주었던 부유와 지금 사용한 척력도 그 스킬을 활용한 것이다.

[크륵…?]

눈앞의 적은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다는 듯, 튕겨 나간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마치 힘센 어린애 같은….’

행동은 성숙하지도, 진지하지도 않았지만 그와 관계없이 힘은 상당했다.

‘내가 만든 무기를 몇 번 만에 부순 것으로도 힘은 위력적이라고 볼 수 있어….’태운이 배리어를 사용해 만든 무기는 웬만한 금속보다도 강한 강도를 가지고 있다.

그런 무기가 공격 몇 번에 반으로 부러진 것이다.

태운은 다시 무기를 만들어서 찬영에게 건넸다.

“무기로 막지 말고 피해야겠어. 저 녀석, 힘이 엄청나.”“그래도 다행이야. 힘과 속도로만 밀어붙이는 타입인 것 같아. 기술은 없어.”찬영은 방금 공방으로 녀석을 대부분 파악한 듯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겠는데.”힘과 속도 자체는 A급 헌터 중에서도 중위권, 그 이상에 속할 테지만, 그것을 온전히 사용하게 해주는 기술이 없다면 그렇게 어려운 상대는 아니다.

“하이 부스트.”

태운은 모두에게 하이 부스트를 시전했다.

“호오….”

창영우는 하이 부스트의 성능에 감탄했다.

자신의 길드에서도 이 정도 성능의 버프를 간단하게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저 검은 녀석한테 집중해.”

[크르륵….]

녀석은 가래가 끓는 소리를 잠깐 내고는 다시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창영우를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전과 달리 태운도 녀석이 창영우를 노릴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촤라라락!

녀석이 창영우에게 가기 위해 발을 내디디는 순간, 바닥에서 마나로 만들어진 밧줄이 튀어나와 녀석을 휘감았다.

“전격 강화.”

[크르르르륵!!!]

태운은 녀석을 휘감은 밧줄에 마나를 주입해 전류를 흘려보냈다.

녀석은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고통에 울부짖었다.

찬영과 영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마나 블레이드.”

찬영은 마나경을 활성화한 후 마나 블레이드를 사용했다.

전과 달리 엄청난 위력을 보이지는 않았다.

찬영은 그간 훈련을 통해 마나 블레이드의 위력을 더욱 낮추고 일반 스킬처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약해진 위력도 다른 어떤 스킬에도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지만 말이다.

찬영은 마나 블레이드가 둘러진 창을 녀석에게 쏘아냈다.

[크륵!]

녀석은 그 공격에 위험을 느끼고 밧줄을 끊어내고 옆으로 움직이려 했으나.

터억.

태운이 마나 프로텍트로 양옆에 벽을 만들어 공격을 피할 수 없게 만들어둔 후였다.

[크르륵!]

녀석은 피하는 것을 포기하고 몸을 뒤로 던졌다.

공격과 함께 날아가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생각인 듯했다.

“감이 좋은 녀석이네! 인력!”

창영우는 그것을 보고 인력을 발생시켜 녀석을 끌어당겼다.

끌어당겨 날아오는 순간 창이 녀석의 가슴에 박혔다.

“마나 버스트 아웃.”

태운은 찬영의 손을 떠나 녀석의 가슴에 박힌 배리어 창의 모양을 바꾸어 녀석의 몸 안으로 욱여넣었다.

그리고 배리어를 해제해 마나 덩어리로 만들었다.

그 순간, 녀석의 몸 안에 있는 마나들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며 태운의 마나를 밖으로 밀어내려 했지만, 태운은 그렇게 되기 전에 수를 썼다.

“마나 버스트 아웃.”

태운이 마법을 사용해 폭발을 일으키자 녀석의 몸 안에 들어 있던 태운의 마나가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녀석은 힘과 속도만 조금 뛰어났을 뿐 방어력은 보잘것없었다.

[크…륵….]

내부부터 폭발해 내장이 익어 버린 녀석은 그대로 쓰러져 생을 마감했다.

“후….”

“힘이나 속도를 보고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간단하게 끝났네.”“그러게. 방어력이 그리 높지는 않아서 할 만했던 거 같아. 기술도 없었고.”태운은 천천히 녀석이 나온 방을 들여다보았다.

녀석이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던전 포탈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저런 게 저 안에 더 있다는 건가…?”

상당히 위험했다.

2주 만에 던전 브레이크가 벌어졌다면 A급 던전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저런 게 안에 더 있다면 B급 던전은 될 것이다.

‘위험할 뻔했어.’

만약 이곳에 자신들이 없었다면 수많은 사상자들이 나올 뻔했다.

태운은 방금 자신들이 쓰러뜨린 괴물이 쥐고 있던 검을 들어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검이 아니었다.

‘검이 아니라…. 신체 일부였어?’

녀석의 무기는 굉장히 단단했다.

무기로 사용하는 부분만 단단했으니 망정이지, 몸 전체가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었다면 전투가 굉장히 힘들어졌을 것이다.

“그나저나 이 몬스터는 도감에서도 못 봤어.”“음? 너 혹시 몬스터 도감 외우고 다니냐?”

“어, 너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싸움을 못 했거든. 뭐라도 해야겠다는 강박이 있어서 죄다 외웠어.”“헌터가 도감을 외우고 다니는 건 처음 보네….”창영우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찬영이야 과거의 태운이 얼마나 약했고 보잘것없었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는 아니었으니까.

“혹시 모르니까 사진 찍어서 전대섭 선생님에게 보내놔야겠다.”“전대섭? 혹시 A급 중의 A급이라 불리는 전대섭 헌터님 말하는 거야?”

“어, 그 사람 맞아.”

태운의 말에 갑자기 창영우가 돌변해 달려들었다.

“전대섭 헌터님이랑 아는 사이야? 어떻게 아는 사이야? 명운 헌터 아카데미 교장 선생님이라고 하던데 직접 배운 적도 있어? 아니면….”갑자기 질문을 쏟아내는 창영우.

사실 그는 전대섭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는 각성을 했을 때부터 전대섭을 롤모델로 삼고 훈련을 해왔던 사람이니까.

“어….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고….”

“다들 괜찮으십…. 태운아?”

그때, 헌터 협회의 헌터들이 들이닥쳤다.

파견 나온 헌터들 중 김현우 헌터가 있었다.

“형이 왜 여기 있어요?”

“넌 왜 여깄냐? 아, 던전 입구 확보하고 피해 규모 조사해.”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김현우는 뒤따라 들어온 팀원들에게 명령하고 태운에게 다가왔다.

“형은 무슨 일 있는 곳마다 있는 것 같아요. 협회가 너무 부려먹는 거 같은데.”“워낙 협회 일손이 적으니까 어쩔 수 없지. 그런데 너는 왜 여기 있어?”“친구들이랑 놀고 있는데 사건이 터져 버려서요. 위로 올라왔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네요.”태운은 뒤늦게 죽은 경호원을 인지했다.

문 뒤에 깔려 두개골이 깨진 상태로 즉사한 그의 모습을 보며 자책했다.

“제가 반응이 더 빨라더라면 살릴 수 있었을 텐데….”“안타까운 일이지만 네가 모두를 살릴 수는 없는 거다. 너무 신경 쓰지 마.”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속으로 삼켜냈다.

김현우의 얼굴에도 분함이 보였으니까.

그때, 태운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대섭 선생님?’

요즘 바쁘다며 하루가 지나야 답장을 해주는 그가 5분도 지나지 않아 전화를 걸었다?

태운은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

-강태운! 그 괴물은 어디서 발견한 거지?

“예?”

전대섭은 전화를 받자마자 갑자기 굉장히 흥분한 목소리로 괴물의 출처를 물었다.

“친구들이랑 놀다가 던전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그곳으로 왔더니 마침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고, 그때 나타난 괴물입니다.”-던전 브레이크…. 거기 주소가 어디지?

“전화 끝내고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알겠네. 내가 갈 때까지 거기를 지켜주게.

“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그 괴물이 내가 아는 생명체라면 방금 그건 던전 브레이크가 아니야. 그 던전의 주인이 진짜 던전 브레이크를 터뜨리기 전에 보낸 정찰일 뿐이다.”

* * *

태운이 주소를 문자로 보내자 30초 만에 전대섭이 눈앞에 나타났다.

‘오…. 텔레포트….’

역시 전대섭이다.

다른 사람들은 극악의 난이도 탓에 불가능한 마법이라고들 말하는 텔레포트 마법이지만, 전대섭은 쉽게 해냈다.

“전대섭 헌터님….”

창영우는 전대섭을 보자 아이돌을 본 소녀팬 같은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전대섭도 그것을 눈치챘지만 애써 무시하고 태운에게 말했다.

“지금 허덕륜과 연정아, 강일환을 불렀다.”강일환, 전대섭의 제자이자 젊은 나이의 A급 헌터였다.

나머지 둘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들은 왜….”

“우린 적은 수의 정예 멤버로 저 던전에 들어간다.”

“네? 지금 당장이요?”

전대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태운에게 물었다.

“그 옆의 둘은 네가 판단하기에 연정아의 비밀을 말해도 될 만큼 믿음직한가?”

“둘이 믿음직하냐는 건….”

이번 던전이 연정아의 봉인을 전부 푼 후 싸워야 할 정도로 강한 던전이라는 의미였다.

‘그럼 적어도…. B+등급….’

A급 수준의 헌터 4명이 싸워야 하는 수준이라면 B+급 던전이라는 뜻이다.

“믿음직한가?”

“아, 잠시….”

찬영은 믿음직했다.

1년밖에 보지 못했지만, 평소 그의 모습을 보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태운이 믿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창영우였다.

과거 몇 년 동안이나 놀면서 친하게 지내왔지만 근 6년 동안 보지 못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는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믿지 못한다고 제대로 말하기는 어려웠다.

창영우는 그런 태운의 마음을 안 걸까?

“그럼 난 이만 피곤해서 가도록 할게. 한국의 던전에 관여했다는 게 밝혀지면 길드 차원에서 한국에 보상을 요청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복잡해져서 난 이만 가보는 게 좋을 거 같아.”

“어…. 알겠어. 좀 쉬어.”

창영우는 바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흠…. 그럼 구찬영, 자네에게도 연정아의 비밀을 알려주어야겠군.”

“연정아의 비밀…?”

전대섭은 연정아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물론, 다른 헌터들이 오지 않는 구석으로 가서 사일런스 마법까지 사용하고 말이다.

돌아온 찬영의 얼굴을 보니 상당히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아스모데우스의 혈통이라는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는 태운도 큰 충격을 받았으니까.

태운은 그런 찬영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별거 아니야. 그냥 든든한 동료가 생겼다고 생각해. 본인도 크게 의식하지는 않으니까.”

“어…. 알겠어.”

그때, 연정아가 도착했다.

“선생님, 저 왔습니다.”

연정아가 인사를 건넨 순간 허덕륜도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형님, 갑자기 급하게 오라고 해서 오긴 했는데 무슨 일입…. 형님, 저거 설마 지옥 병영의 새끼 아닙니까?”전대섭은 허덕륜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옥 병영의 새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