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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09화 (109/379)
  • 109화

    태운과 창영우는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20분 정도를 보냈다.

    그 후, 찬영이 그곳에 도착했다.

    “나 왔어.”

    “어, 왔어?”

    “음? 근데 이분은 누구야?”

    역시 찬영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의 얼굴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태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와…. 진짜 아무도 못 알아보네.”

    창영우는 찬영과 태운에게 서운하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그야 마지막에 본 게 초6 때였으니까…. 못 알아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초6…? 어, 설마….”

    찬영은 그 말에 무언가 힌트를 얻은 듯 창영우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음…. 닮은 점은 안 보이는데…. 혹시 영우야?”

    “오오. 알아본 거야?”

    “맞아?”

    구찬영은 그가 창영우라는 사실을 알고는 굉장히 기뻐했다.

    부모가 없던 창영우는 가끔 보육원에서 자기 싫을 때마다 찬영의 집으로 놀러 갔으니까.

    구찬영에게는 창영우가 거의 가족처럼 느껴질 것이다.

    “진짜 영우야…?”

    찬영은 어느새 창영우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럼 가짜겠냐.”

    “너 폰도 없어서 연락도 못 했는데…. 그래도 그동안 잘 살았나 보네.”

    “당연하지. 너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나야….”

    둘은 오랜만에 만나 하고 싶은 대화가 많이 쌓여 있었던 모양이다.

    구찬영과 창영우는 대화가 끊어지지도 않게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낄 필요는 없겠네.’

    어차피 영우와의 대화는 20분 동안 충분히 했고 찬영의 근황이야 당연히 알고 있으니까.

    “근데 그 능글거리는 말투는 여전하네.”

    “그런가?”

    “근데 얼굴은 알아볼 수가 없게 바뀌었는데?”확실히 과거 창영우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가 창영우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대부분 나이를 먹어도 어렸을 때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의문을 느꼈는지 창영우는 둘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괜찮지? 이거 중국에 병원 차린 한국 출신 성형외과 의사가 해준 거야. 역시 성형은 한국이 원탑이야. 독일에서도 이 정도는 안 나오거든.”

    “성형했어?”

    “응, 2년 전, 헌터가 되고 처음 들어간 던전에 있던 샐러맨더 드레이크한테 공격당해서 얼굴 반쯤이 녹아내렸거든. 복원 수술하는 김에 좀 잘생기게 바꿨어.”

    “아….”

    갑자기 숙연해지는 분위기에 창영우는 당황했다.

    “그렇게 신경 쓸 일도 아니잖아? 던전에 들어가려면 팔 한 짝은 두고 나올 각오쯤은 하고 있어야지. 뭐, 결과적으로 잘생겨졌으니까 난 만족하고 있어.”그런 건 태운도 굉장히 잘 알고 있었다.

    최근에 들어간 던전에서도 한 명이 생을 마감했으니까.

    찬영도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순간 잊고 있던 모양이다.

    창영우의 말을 듣고 눈빛이 달라진 것을 보니 다시 그 사실을 상기한 것 같았다.

    “그래….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 그런 길이었지…. 잠시 내 머리가 꽃밭이 되었었나 봐.”“뭐, 이상한 것도 아니야. 매번 생사를 넘기면서 통장에 꽂히는 돈을 보면 나도 던전의 위험을 잊게 되니까. 그리고 샐러맨더 드레이크의 심장이 15억에 팔려서 그중에 3억이 내 거였거든. 그때 당시 C급 헌터였던 걸 생각해보면 엄청난 수익이었지.”고위험 고수익 직종이다.

    대부분의 헌터들은 돈 때문에 그 위험하디위험한 던전에 들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헌터들은 그 직업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

    크게 다쳐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이 되거나 죽게 되면 헌터일은 끝이니까.

    실제로 10년 이상 헌터 일을 지속한 헌터는 10%도 되지 않는다.

    70% 이상의 헌터는 첫 던전에 들어간 후 충격을 받고 헌터일을 그만두기도 한다.

    ‘그래서 등록되어 있는 헌터의 수에 비해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헌터 수가 엄청 적은 거겠지.’죽음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자자,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런 무거운 이야기는 그만하고 자리 옮길까?”

    “어디로?”

    “다들 성인 됐잖아. 내가 술 한번 살게.”

    * * *

    “여기 맥주 3,000cc랑 소주 3병 더 주세요.”

    태운, 찬영, 영우는 주변의 술집에 들어가 맥주 10,000cc와 소주 15병을 마셨다.

    일반인의 기준에서 봤을 때는 기겁할 양의 술이지만 세 명은 의외로 멀쩡했다.

    그중에 특히 태운은 술을 마시지도 않은 것처럼 멀쩡했다.

    ‘트롤의 피 때문에 술에 취하고 싶어도 취할 수가 없어….’트롤의 피가 알코올을 유해물질로 파악해 그 즉시 분해해주고 있었으니까.

    찬영도 신장의 영향 덕분인지 살짝 어지러운 정도로만 취한 것 같았다.

    그렇게 그중 제일 취한 건 창영우가 되었다.

    그마저도 정신은 멀쩡했지만 말이다.

    “근데 영우가 그렇게 잘나가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네.”“뭘 잘나가…. 그냥 조금 괜찮은 조건으로 던전 들락거리는 거뿐이야.”

    “그게 잘 나가는 거야.”

    애애-앵!

    그때, 건물 전체에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현재 이 건물 3층 창고에서 언제 생성되었을지 모를 던전의 입구가 발견되었습니다. 고객 여러분들은 최대한 빨리 대피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전해드립니다. 현재 이 건물….

    그 방송을 들은 셋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조금이나마 취해 있던 둘은 일어나자마자 취기가 싹 날아갔다.

    찬영과 창영우는 마나를 빠르게 운용해 취기를 날려 버린 것이다.

    “3층 창고라고 했지?”

    “응.”

    “가보자.”

    태운은 둘이 3층 창고에 가보겠다는 의사를 표하자 술집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인솔해 밖으로 내보내려 했다.

    “좀 꺼져봐!”

    “빨리 가!”

    “아! 아파! 밀지 마!”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며 빨리 나가려 했으나 저런 상황에서는 밖으로 나가기는커녕 뒷사람의 발에 밟혀서 죽는 사람이 나올 것 같았다.

    비교적 공간이 넓고 사람이 적은 이곳에서 이 정도인데 통로가 좁고 사람이 많은 노래방이나 PC방 같은 곳은 어떻겠는가.

    그 모습을 본 창영우는 구찬영에게 물었다.

    “찬영아, 목청은 여전하지?”

    “기차 화통 두어 개는 더 삶아 먹었어.”

    “그러냐. 그럼 한마디 해줘. 증폭”

    영우는 자신의 손을 찬영의 입 앞에 가져갔다.

    그러곤 자신의 머리에 사일런스 필드 마법을 작게 사용했다.

    “다들 진정하세요!!! 침착하지 않으면 다 죽습니다!!!”찬영의 우렁찬 목소리가 건물 전체를 흔들었다.

    순간 엄청나게 큰 소리에 깜짝 놀란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움직임을 멈추고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증폭 마법을 해제하고 사이렌 마법으로 바꾸었다.

    아무래도 증폭 마법을 사용하면 소리가 너무 커서 전달하는 바가 잘 전달되지 않을 테니까.

    “저희 세 명은 모두 B급 헌터입니다. 저희는 저 위에 있는 던전이 언제 생겼고 어떤 등급의 던전일지는 모르지만 여러분들이 천천히 대피하셔도 저희가 막아둘 수 있을 만큼 강합니다. 그러니 대피 상황에서 부상자가 나오지 않도록 침착하게 대피해주십시오.”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나마 질서를 지켜 대피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한숨 돌린 영우는 태운에게 물었다.

    “혹시 다른 헌터들이 있을까?”

    “있을걸. 하지만 나오고 싶어하진 않을 거야. 어차피 은퇴한 사람들이 대부분일 테니까.”“뭐, 헌터가 있어도 이 상황에 끼어서 도망치고 있는 사람이라면 도움은 안 돼.”

    “맞네. 일단 우리끼리라도 가자.”

    하지만 나가려고 해도 문제가 있었다.

    통로는 단 하나. 다들 나가려고 하는데 그것을 역행해 올라간다면 큰 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

    ‘제로 그래비티나 리버스 그래비티를 사용해서 나가려고 해도… 그 마법들은 사람이 아니라 영역을 대상으로 발동하기 때문에 쓸 수 없어. 사람들이 휘말릴 테니까….’그때, 태운의 걱정을 눈치챈 창영우가 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괜찮아. 내 스킬이 좀 다재다능하거든. 부유.”창영우가 스킬을 사용하자 둘은 가볍게 공중에 떴다.

    “오?”

    “마나로 저항할 수 있어. 마나를 조금 사용하면 더 높이 뜨고 많이 사용하면 내려와. 해제도 할 수 있으니 참고해둬.”“아까 증폭도 그렇고 신기한 마법들을 많이 알고 있네.”“뭐…. 마법은 아니지만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일단 가자.”태운과 찬영, 영우는 사람들과 천장 사이로 날아 단숨에 3층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미 건물 내부 경호원이 침을 삼키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도 각성자이자 헌터이긴 했지만, 고작 E~D급에 그칠 것이다.

    애초에 몬스터들과 싸우려고 고용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고용된 사람들이었으니까.

    “누구십니까. 여긴 위험합니다.”

    그들이 길을 막아서며 태운의 신분을 묻자 지갑에서 헌터 등록증을 꺼냈다.

    창영우도 중국어로 된 헌터 등록증을 꺼냈다.

    “B급 헌터들이셨군요! 덕분에 살았습니다.”경호원은 둘의 헌터증을 보고 안심하며 길을 내어주었다.

    “지금 신고는 했습니까?”

    “네, 경보를 울리고 즉시 신고를 했습니다. 앞으로 10분이면 도착할 거라고 합니다.”다행히 이곳은 인접한 길드 사무소들이 꽤 많다.

    지금 당장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다 해도 조금만 막으면 지원이 온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창고를 확인한 게 언제죠?”

    “음…. 마지막 청소는 2주 전입니다.”

    “최악의 경우… 지금 당장 터질 수도 있겠는데요?”

    “그런 살벌한 소리는….”

    쾅!

    그 순간, 창고 문이 부서지며 문 앞에 있던 경호원을 벽에 처박아 넣었다.

    “이런 미친….”

    그리고 무언가가 그 사이로 걸어 나왔다.

    몸길이는 2m 50cm 정도, 호리호리한 몸에 그에 맞는 장검 두 자루를 손에 들고 있었다.

    문과 벽 사이에 끼인 경호원은 머리가 부서져 즉사했다.

    ‘빠르고 힘까지 있다. 풍기는 기운으로 봐선 A급 그 이상이야.’전대섭 정도? 허덕륜 정도의 수준?

    태운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다행히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아…. 그럼 3명이서 충분히 할 수 있다!’태운은 마정석에서 마나를 뽑아 저장하고 배리어 검을 만들어냈다.

    그러곤 창도 만들어냈다.

    “구찬영, 이거 받아. 강도가 그리 강하지는 않으니까. 너무 힘주지 말고.”

    “알겠어.”

    “내 건 됐어.”

    창영우의 것까지 만들어주려 했지만 그는 주머니에서 방패와 숏소드를 꺼냈다.

    아공간 주머니에 무기를 보관하고 있던 것이다.

    ‘나도 저런 거 하나 사야 하는데…. 돈 좀 벌리면 사둬야겠어.’눈앞의 적은 움직이지 않고 셋을 탐지했다.

    ‘이 녀석…. 방금 움직임으로 봐선 굉장히 빨라. 여기서 멀리 나가면 큰일 날 거야. 움직이지 않는 틈에….’태운은 돔 형태의 결계를 사용해 3명과 눈앞의 적을 가뒀다.

    이렇게 하면 움직이는 데 불편할 순 있지만, 아직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남아 있어 크게 형성할 수는 없었다.

    ‘싸우면서 다들 대피하면 영역을 조금 늘리면 되니까.’그때, 눈앞의 적이 탐색을 마쳤는지 찬영에게 달려들었다.

    카-앙!

    “크윽….”

    제대로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손이 저릿저릿했다.

    [크륵…?]

    찬영과 적의 눈이 마주쳤고 적의 눈에는 의문이 한가득 떠올랐다.

    “조심해!”

    그 의문은 왜 한 번에 죽지 않는지, 한 번에 무기가 부러지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누구든 그런 의문을 가진 후에는 조금 더 강한 공격을 할 것이다.

    카-앙! 카-앙! 카-앙!

    적은 계속 찬영이 들고 있는 배리어 스피어를 난타했다.

    “라바 윔블! 다중 시전!”

    태운이 마법으로 공격을 해보았지만, 그 공격들은 모두 녀석의 호리호리한 몸을 비껴갔다.

    “무슨... 저런 속도로 공격하면서….”

    태운의 마법이 빗나가고 뒤늦게 달려들어 봤지만 이미 늦었다.

    카-앙! 쩌-적.

    뒤로 물러날 시간도 주지 않는 탓에 찬영은 막을 수밖에 없었고 창은 부러져 버렸다.

    “크윽…!”

    적의 검이 찬영의 목을 벨 기세로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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