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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06화 (106/379)
  • 106화

    태운은 허덕륜의 집에서 나와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아직 시간이 5시밖에 안 됐는데…. 연구소 가서 마정석 흡수나 하자.’최근에 특별한 마정석 후보군에서 특별한 마정석을 4개나 발견했다.

    죄다 최하급 마정석이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빨리 흡수하고 내가 직접 던전에 들어가서 찾아야지.’태운은 그 길로 자하르의 연구소로 목적지를 정했다.

    그때, 태운을 몰래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칠죄신교 원로회의 멤버인 벨이었다.

    ‘흐음…. 저 녀석이 뭐길래 김상연 그 녀석이 그렇게 좋아한 거지?….’벨은 아직도 그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다.

    강원도 던전 사건 당시 강태운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안 김상연의 환희에 찬 그 표정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다.

    벨에게는 단순히 실력이 괜찮은 헌터 정도로만 보였다.

    김상연의 눈에는 자신이 볼 수 없는 무언가가 보였던 걸까?

    3일 연속으로 따라다녔지만 특별한 일은 없었다.

    “흠…. 한번 싸워봐?”

    그의 실력은 딱 A급 중하위 수준이다.

    그 정도라면 자신보단 강하지만 도망치려면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는 정도다.

    “흠…. 일단 보류, 오늘은 이쯤 해야겠군. 밀레가 잔소리를 하니 말이야.”벨은 그렇게 태운에게서 멀어졌다.

    “연구소에 가기 전에 한적한 곳으로 끌어내서 처리하려고 했는데…. 안 걸리네.”그리고 태운은 벨이 자신을 쫓아다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육감이 있는 태운에게 걸리지 않고 따라다닌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까.

    “항상 육감을 활성화하고 다니니까 두통이 좀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감각 스탯은 장난 아니게 잘 오르네.”감각 스탯은 2개월이 지난 지금 벌써 8까지 올랐다.

    감각 스탯이 오를 때마다 오감이 발달하고 육감의 성능도 올라갔다.

    지금의 태운은 육감에 집중하면 반경 200m 내에 있는 모든 것들을 인지할 수 있다.

    “어으, 춥다. 빨리 연구소로 가자.”

    태운은 바로 연구소로 달렸다.

    “박사님, 저 왔습니다.”

    “오냐.”

    “마정석 3개 남았었죠?”

    “그래. 이것만 흡수하면 흡수할 게 없어지니 던전에 가야 할 게다.”“그럼 오늘 그거 다 흡수하고 갈게요. 내일 던전 일정이 잡혔거든요.”

    “너, 헌터 등록 오늘 하지 않았냐?”

    “등록하자마자 바로 일정 잡았죠.”

    “허어…. 그래, 그럼 빨리 준비해라.”

    자하르는 모니터 앞에 앉았고 태운은 마정석을 든 채로 캡슐 안에 누웠다.

    그리고 마정석 흡수를 사용했다.

    * * *

    E+급 던전 입구 앞에서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근육질의 남자가 자신의 공격대의 인원을 점검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정현석이었다.

    “이윤호 씨.”

    “여기 있습니다.”

    “김형욱 씨.”

    “예.”

    “김예리 씨.”

    “있어요.”

    “마지막으로…. 강태운 씨?”

    “예.”

    정현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름이 명운 헌터 아카데미 천재 졸업생이랑 똑같네?”“예…. 동명이인이라…. 주변 친구들한테도 비교를 좀 당합니다.”“크큭…. 하긴…. 이름은 같은데 한 명은 F급 헌터고 하나는 명운 헌터 아카데미에서 졸업할 때 상을 싹 쓸어버리고…. 비교될 만하네요.”태운은 마스커레이드를 사용해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

    정현석은 그 둘이 동일 인물이라는 건 죽어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그럼 들어갑니다. 강태운…. 아니 강에프 씨, 조심하세요. E+급 던전이라 F급한테는 좀 버거울 수 있습니다. 크큭….”

    “아, 감사합니다.”

    태운은 애써 웃음을 참으며 그의 말을 들었다.

    정현석 그는 D급 헌터로 저등급 던전 공략자 중에서는 나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여자 헌터 앞에서 다른 남자들에게 무안을 주어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참 운도 안 좋아. 헌터가 되고 처음 만난 공대장이 모양이라니.’어차피 E+등급 던전은 혼자서도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의 던전이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진입합니다.”

    밖에서는 치고받고 싸워도 던전 안에서는 모두가 하나같이 힘을 합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정현석은 던전 안에서도 계속 시비를 걸었다.

    “F급은 뭐 솔직히 일반인이랑 다를 게 없잖아요. 힘 조금 더 세고 마법 쓸 줄 아는 일반인? 딱 그 정도니까요. 그냥 F급 헌터는 지능 있는 짐꾼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아, 물론 우리 강에프 씨는 어제 등록하셨으니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으니 제외하는 걸로 합시다!”

    “하…. 하….”

    태운은 실력이 뛰어났으니 망정이지 진짜 F급 헌터가 들었다면 속에서 열불이 났을 것이다.

    그때 공략대의 눈앞에 거충들이 나타났다.

    “거충입니다! 발가락 안 잘리게 조심하세요!”

    “예!”

    거충의 수는 약 20마리, 일반적인 E+ 등급의 던전에 비해 조금 많이 나오는 것 같았다.

    물론, 거충은 굉장히 약한 몬스터이기 때문에 다른 멤버들은 딱히 신경을 쓰는 것 같지는 않았다.

    퍽! 퍽!

    태운도 거충들을 밟아 죽이며 나름의 역할을 잘하고 있었다.

    “강에프 씨, 좀 성의 있게 하시죠? 고양이도 아니고 발로 꾹꾹이 합니까?”‘내 꾹꾹이가 네가 칼로 찌르는 거보다 더 아플 거다’라는 말을 애써 삼킨 태운은 웃으며 말했다.

    “예! 죄송합니다!”

    태운은 60cm 길이의 숏소드를 꺼내 이미 죽인 거충들의 목을 자르며 확인 사살을 했다.

    “으…. 거충이 좀 징그럽긴 하네요.”

    “에이, 예리 씨 이게 뭐가 징그러워요.”

    정현석은 살아 있는 거충을 하나 잡아 김예리 헌터의 얼굴 앞으로 가져갔다.

    “꺄아악!”

    ‘미친…. 저런 위험한 짓을….’

    태운은 순식간에 달려가 정현석이 잡고 있는 거충의 머리를 반으로 갈랐다.

    “아니, 강에프 씨 뭐 하시는 겁니까? 위험하게. 장난 좀 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검을 휘두르면 제가 놀라잖습니까.”정현석은 두 눈을 부릅뜨고 태운을 노려보았다.

    “거충으로 그렇게 장난치는 게 훨씬 위험합니다. 거충은 F급 최하급 몬스터지만 몬스터는 몬스텁니다.”“쯧…. 빨리 거충이나 처리하고 앞으로 갑시다!”정현석은 거충을 모두 처리한 후에 태운을 나무랐다.

    “하…. 짐꾼…. 아니, 강에프 씨, 에프 씨가 제대로 안 하면 우리가 더 힘들어져요. 앞으로는 열심히 해줘요. 능력이 안 되면 열심히라도 해야지. 안 그래요?”방금 거충을 가장 많이 잡은 사람이 태운이었다.

    정현석은 태운이 F급 헌터라는 것과 방금 무안을 준 것 때문에 꼬투리를 잡고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 가겠습니다. 근데 가는 길 심심하지 않으세요? 제가 고등학생 때 있었던 일 얘기해드릴까요? 제가 고등학생 때 좀 날려줬거든요. 도봉산 호이 주먹이라고 하면…….”

    ‘아, 제발 좀 조용히 해줘….’

    재미도 감동도 스토리도 없는 정현석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제발 몬스터가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 태운의 간절한 마음이 닿은 걸까.

    멀리서 고블린 무리가 나타났다.

    태운은 육감을 활용해 고블린 무리의 수를 세어보았다.

    ‘15마리…. 생각보다 큰 무리네. E+급 던전 맞아? 이 정도면 D급 던전에서 나올 법한 무린데….’지금 공격대는 5명이다. 15마리의 고블린 떼를 본 정현석은 어떤 오더를 내릴까?

    “아니, 그래서 그때 제가 어떻게 했냐면요……”

    “하아….”

    태운은 저절로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현석은 100m 앞까지 접근한 고블린 무리를 감지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어두워서 눈으로는 보기 힘들지 모르지만 적어도 D급 정도 되는 헌터라면 청각이나 후각으로라도 눈치채야 정상이다.

    ‘진짜 무식하게 힘으로 던전을 공략하고 있었나 보네….’이대로라면 진짜 코앞에 나타나기 전에는 눈치도 못 챌 것 같았다.

    “어, 공대장님, 고블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정현석은 태운이 말을 꺼내자 그제야 고블린을 감지해내고 오더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 오더는 없는 게 나은 수준이었지만.

    “5마리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15마리 같습니다.”

    “100m 정도 떨어져 있으니 준비하십쇼.”

    “50m도 안 남았습니다.”

    “고블린들은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니….”“돌팔매질을 합니다. E+급 던전에서는 종종 활도 사용하죠.”정현석이 말하는 것 중에서는 맞는 말이 없었다.

    ‘아니…. 이렇게 틀리는 게 더 어렵겠다….’정현석은 태운이 틀린 정보를 교정해주는 것이 기분이 나빴는지 인상을 쓰더니 태운을 앞으로 데리고 왔다.

    “그렇게 잘 알면 강에프 씨가 잡아보세요.”정현석은 태운의 팔을 잡고 강제로 앞으로 끌어와 고블린이 다가오는 방향으로 던져 버리려 했다.

    “하아….”

    태운은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한숨을 쉬어? 이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이거 놔.”

    태운은 오랜만에 스킬 ‘적의’를 사용했다.

    “흐아악!”

    정현석은 기겁을 하며 뒤로 넘어졌다.

    동시에 고블린들도 도착했다.

    [키에에에엑!!!]

    “으아악! 왜 이리 많아! E급 던전에는 최, 최대 8마리라고….”정현석은 방금까지 보이던 기세를 잃어버리고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

    “사, 살려줘….”

    정현석은 고블린에게 공격당하기 직전이었다.

    행실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죽일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니 살려주기로 마음먹었다.

    “마나 아머.”

    태운은 정현석에게 마나 아머를 씌워주었다.

    터터텅!

    고블린들의 공격이 모두 튕겨 나가자 정현석은 벌떡 일어나 고블린들에게서 도망쳤다.

    “아니…. 어디 가?”

    “저렇게 많은 수를 어떻게 이겨! 난 죽고 싶지 않아!”

    “하…. 이제 난 몰라.”

    태운은 정현석에게 씌워준 마나 아머를 벗겨냈다.

    이 주변에 있었다면 어떻게든 살려주긴 했겠지만 이렇게 도망가 버리면 태운의 관할이 아니니까.

    태운은 고블린들에게 적의를 사용했고 고블린들은 멀리 도망쳤다.

    “여러분, 정현석 씨가 도망갔으니 어떻게 하실 거예요?”태운의 질문에 이윤호가 답했다.

    “그…. 정현석 씨가 없으면 어차피 던전을 클리어하기 어려우니까 그냥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저도… 똑같은 생각이에요.”

    태운은 그들의 한심함에 짜증이 났다.

    “다들 진짜 정현석 씨만 믿고 온 겁니까? 여러분은 헌터 아니에요? 하…. 저는 클리어할 거니까 살고 싶으면 따라와요. 나가다가 죽으면 제 탓 아닙니다.”태운은 그들을 무시하고 던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남은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모두 태운을 따라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흠…. 이거 아무리 봐도 헌터 협회에서 등급 측정을 잘못한 거 같은데요…. 최소 D+등급이에요.”태운은 육감을 사용해 주변 몬스터들을 파악하고 던전의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몬티스도 있네…. 그때는 진짜 끔찍했지.’만약에 정현석이 몬티스 무리를 만났다면 꼼짝없이 죽었을 것이다.

    “몬티스…. 12마리네.”

    [프스스스스!!!]

    “으아악!!!”

    “저, 저게 뭐야!”

    정현석을 제외한 3명은 E급 헌터들이다.

    E급-1티어 몬스터인 몬티스를 하나씩은 상대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무리를 만나면 이기기 힘들 것이다.

    “추억이네.”

    예전에는 몬티스를 처리하기 위해 돌을 던지고 창으로 찌르고 스텝을 밟으며 겨우겨우 처리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미니 익스플로젼.”

    콰-앙!

    몬티스들은 태운의 마법 하나에 모두 산산조각이 나 절명했다.

    “뭘 그리 쫄아 있습니까. 오세요. 던전 보스룸까지 많이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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