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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01화 (101/379)

101화

“빨리 나와!”

경비병들은 태운을 어제 여기로 끌고 올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제압해 콜로세움의 대기실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다양한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오늘은 무기를 챙겨라.”

“무기를 챙기라니. 오늘은 누군가와 싸워야 하는 건가?”

“닥치고 챙기라면 챙겨라.”

“쯧….”

경비병은 태운의 질문에 거칠게 대답했다.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더 이상 대들어서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한 태운은 진열장을 보면서 무기를 골랐다.

‘나한테 제일 익숙한 무기는 장검이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검만으로 처음 보는 적의 공격을 막기는 어려울 거야. 그럼…. 숏소드와 방패가 좋겠어.’태운은 무기를 정한 후 대기실에 앉아 대기했다.

가만히 대기할 수는 없어 눈을 감고 마력실을 통해 주변을 살피며 감각을 갈고 닦았다.

아마 이번 마정석 흡수를 마치면 마력을 통해 느끼는 감각이 굉장히 발달할 것 같았다.

“헥티르, 나와라. 시간이 됐다.”

태운은 경비병에게 경기장으로 끌려가는 와중에도 눈을 뜨지 않고 마나 감각으로만 움직였다.

어차피 경기장에 들어가면 감각은 없어진다.

갑자기 감각이 없어지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그만큼 불리하게 시작한다.

반대로 미리 적응을 시작해두면 그만큼 유리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들의 도전자! 헥티르가 나타났습니다!]

“와아아아!!!”

“헥티르! 헥티르!”

관중들이 헥티르의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했지만, 태운은 그것을 그저 소음으로 인식했다.

‘애써 청각을 무시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시끄러우면 무시할 수가 없잖아.’

[약 30초 뒤! 헥티르는 무감각의 제2 시련에 도전합니다! 헥티르는 시각, 청각, 후각이 제거된 상태로 콜로세움의 전사 5명을 상대해야 합니다! 물론 나머지 5명의 전사는 모든 감각이 살아 있는 상태입니다.]

“뭐라고?”

말이 안 되는 조건이었다.

전투 능력이 비슷한 사람 5명을 시각, 청각, 후각을 차단한 상태로 제압해야 한다니.

태운이 이 몸에 들어와 마력실을 활용해 주변을 감지할 수 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경기다.

‘헥티르는 이 경기에서 목숨을 잃은 걸까.’태운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주변을 감지하는 능력이 한순간에 뛰어올랐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태운은 그것을 느끼고 마력 실을 모두 거둬들였다.

그럼에도 태운은 그 주변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이질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감각 기관이 하나 더 생긴 듯한 느낌이었다.

그때, 태운의 머릿속에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깊은 집중으로 헥티르의 스킬 ‘육감’이 발동했습니다.]

‘헥티르의 스킬이었군.’

태운은 마력 실로 괜한 마나를 소모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앞에 있는 녀석들이 얼마나 강한 전사들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으니까.

태운의 앞에 있는 문이 열렸고 그곳에 발을 내딛자 귀를 찌르던 관중의 함성도, 희미하게 느껴지던 흙냄새도 사라졌다.

하지만 육감 덕분에 적들이 어느 곳에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세 놈은 조무래기고…. 두 놈이 좀 치는 놈들이군.’태운은 육감을 통해 적들이 다가오는 것을 확인했다.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조무래기 1이었다.

그는 검을 휘둘렀고 태운은 방패로 그의 공격을 막고 바로 급소를 찔러 절명시켰다.

태운의 다음 목표는 그놈 뒤에 있던 덩치 큰 조무래기 2였다.

조무래기 1을 죽이고 옆으로 치운 후 바로 달려들었다.

조무래기 2가 당황하는 모습은 육감이 없어도 느낄 수 있었을 것 같았다.

그의 움직임은 그만큼 정돈되어 있지 않았다.

‘복부에 검을 꽂아 녛고 후에 머리를 잡고 니킥.’태운의 생각대로 전투가 흘러갔고 남은 3명 중 하나가 소리를 지르는 것이 느껴졌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저거 감각이 안 없어진 거 아냐?’ 같은 말이겠지.’태운은 그가 지르는 소리 때문에 육감이 흐트러질까 걱정되어 조무래기 3을 내버려 두고 소리 지르는 덩치에게로 달려갔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하이 부스트를 사용해두었기에 태운의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배리어.’

태운은 주먹이 다치지 않게 주먹을 배리어로 감싸고 달려오던 속도를 그대로 실어서 그의 안면에 꽂아 넣었다.

그 공격으로 뒤로 쓰러지는 상대에게 붙어 팔꿈치를 그의 안면에 가져갔다.

그는 그대로 넘어지며 지면과 팔꿈치 사이에 끼어 두개골이 박살 났다.

그 모습을 본 좀 치는 놈 2가 도끼를 휘둘렀다.

‘솔리드 아머.’

솔리드 아머에 부딪친 도끼는 날이 나가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겁에 질린 녀석은 날이 나간 도끼로 계속 솔리드 아머를 가격했지만, 태운에게는 아무런 충격이 가해지지 않았다.

그는 결국 전의를 상실하고 도끼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태운은 마법을 사용해 그를 편안하게 보내주었고 남은 조무래기 3도 똑같이 보내주었다.

그러자 전날처럼 똑같이 모든 감각이 돌아왔다.

“와아아아아!!!”

그러자 똑같은 레퍼토리, 시끄러운 관중의 함성이 들렸다.

[내일은 헥티르가 무감각의 제3 시련에 도전합니다!]

“도대체 무감각의 시련은 얼마나 있는 거야?”헥티르의 기억을 아무리 찾아봐도 그것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럼 그냥 계속 달리는 수밖에 없겠네.”

태운은 전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독실에 옮겨졌다.

그러곤 또 똑같은 식사를 먹고 또 똑같은 콜로세움 대기실로 옮겨져 무기를 고르고 전과 조금은 다른 시련을 통과했다.

매일 똑같은 생활을 하며 지루함을 느낄 때마다 헥티르와의 동기화율이 올라갔다.

그렇게 태운은 60일 동안 60개의 무감각의 시련을 통과했다.

* * *

매일 똑같은 음식과 똑같은 공간, 똑같은 생활 패턴, 자그마한 일탈조차 할 수 없는 삼엄한 경비.

태운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무려 60일이라는 시간 동안 매일 같은 일을 하다 보니 거의 똑같지만 조금씩 다른 시련이 태운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어주었다.

처음에는 상대해야 하는 상대방의 수가 늘어나더니 10번째 시련에서는 괴물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25번째 시련부터는 괴물들과 사람이 같이 나타났고, 45번째 시련에서는 첫 번째 시련 때 보았던 공격하는 방 안에서 수십 마리의 괴물들과 싸워야 했다.

태운은 점점 어려워지는 시련에 상처를 입고 고통스러워했지만, 다음 시련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태운에게는 마치 마약과도 같은 자극이었다.

“9시다. 나와라.”

태운은 매일 아침 9시가 기다려졌고 경비병의 말에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응했다.

방금 눈치챘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경비병이 태운을 제압할 때 사용하던 U자 창을 볼 수 없었다.

“크흐….”

어느덧 태운과 헥티르의 동기화율은 70%가 넘어 있었고 헥티르의 감정과 태운의 감정은 이미 동화해 있었다.

“헥티르! 헥티르!”

경기장에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지만, 관중들은 이미 헥티르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소음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들의 함성은 시련이라는 자극을 받기 전에 들을 수 있는 종소리와 같았다.

태운은 경기장에 나서고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헥티르! 헥티르! 헥티르!”

“네가 최고다! 모든 시련을 클리어해 버려!”태운은 문 앞에 서서 시련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이미 60번이나 겪은 무감각, 그리고 60일 동안 매일 사용한 육감은 태운에게는 이미 눈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번 무감각의 제60 시련은 시각, 청각, 후각은 물론이고 촉각과 균형 감각까지 없앱니다. 헥티르는 그 상황에 공격하는 방안에서 30여 마리의 괴물과 사투를 벌일 예정입니다.]

“““와아아아아!!!”””

촉각과 균형 감각까지 없애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사실상 외부로부터의 감각을 전부 차단하고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게 만들어 버리겠다는 뜻 아닌가.

평소의 태운이었다면 이번만큼은 어렵겠다며 긴장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후우…. 후욱….”

새로운 자극의 등장에 무척이나 흥분해 있는 모습이었다.

마치 마약에 중독된 사람처럼 보였다.

그때, 한 관중이 헥티르를 자극했다.

“헥티르! 정신 똑바로 차려라! 발정 난 강아지마냥 헉헉거리지 말고!”태운은 그제야 위화감을 느꼈다.

‘지금 내가 왜 이러지…?’

태운은 지금까지 자신의 이런 행동들이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새로운 자극을 찾아 앞뒤 가리지 않고 나아간다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느꼈었다.

‘정신 차려라. 하마터면 이곳에 평생 있을 뻔했어….’

[헥티르와의 동기화율이 일시적으로 30%까지 떨어집니다.]

“후우…. 큰일 날 뻔했다.”

태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시련만 클리어하고 잠깐 밖에 나갔다 와야겠어.’태운은 그렇게 결심하고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정말 촉각까지 느껴지지 않…. 어?’

태운은 육감을 활성화한 상태였기에 주변에 무슨 물체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뭐야…. 몇 발자국 왔다고 벌써 벽이…. 아니, 잠깐.’벽이 아니었다.

자신의 발바닥 밑에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보아 지금 태운의 앞을 막고 있는 것은 벽이 아닌 바닥이었다.

‘젠장…. 촉각도 균형 감각도 없어서 넘어진 줄도 몰랐어.’태운은 육감에 의존해 겨우 일어났다.

‘괴물들이 온다.’

지금까지 수십 번이나 상대해온 괴물들이다.

이 정도는 가볍게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태운은 검을 휘두르기 위해 보법을 밟으려 했지만, 바닥이 아니라 허공에 발을 올려놓았다.

휘청거리다가 결국 넘어졌고 괴물들의 공격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다.

‘하이 프로텍…. 아니, 솔리드 아머!’

균형 감각이 망가진 상태다.

적의 위치가 느껴진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하이 프로텍트를 정확한 위치에 생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젠장…. 막고 있는 거 맞아?’

적들이 공격은 하고 있지만 촉각이 느껴지지 않아 막고 있는지 아니면 데미지를 받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별수 있겠는가.

솔리드 아머가 괴물들의 공격을 제대로 막고 있어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태운은 솔리드 아머를 믿고 자신이 이길 방법을 강구했다.

‘검으로 상대할 수 없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검을 휘두를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럼 마법밖에 없다.’헥티르는 마법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신체가 아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태운의 실력으로 커버가 가능한 정도다.

태운은 헥티르의 두뇌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마법을 시전했다.

‘인페르노, 폭풍, 블레이드.’

태운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 위력의 마법이다.

이거라면 괴물들을 한 번에 죽여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지옥의 칼날 폭풍.’

육감으로도 충분히 느껴졌다.

그 마법에 순식간에 갈려 나가는 괴물의 모습이.

그 순간, 태운의 모든 감각이 돌아왔고 만신창이가 된 헥티르가 콜로세움 바닥에 누워 있었다.

[세이브 포인트에 도달했습니다. 세이브하시겠습니까?]

“세이브하고 잠깐 나갔다 오겠다.”

[세이브되었습니다. 흡수를 중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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