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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98화 (98/379)
  • 98화

    김수백은 모두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던 지옥의 문을 닫고 쓰러졌다.

    남은 사람들은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이 중 가장 약한 사람이 나서서 문을 닫을 때까지 자신은 무엇을 했나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움직이지 못했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지옥의 문은 그 자체만으로 생명체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주고 고통을 준다.

    그것에 대항하겠다고 생각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김수백 형이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시그니처 스킬인 용기 때문일 거야.’김수백의 시그니처 스킬인 용기는 자신이 사용한다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야만 할 상황에, 필요한 상황에만 자동으로 발동되는 스킬이다.

    김수백의 특수 스탯인 용기와 의지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태운은 방벽을 내리고 펠타의 생사를 확인하러 갔다.

    그는 기력을 모두 빨린 채로 죽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까 그 비명이 이런 뜻이었군.”

    시신을 확인하던 태운의 옆으로 강인철이 와서 말했다.

    “아까 그 녀석이 대충 ‘나까지 죽일 셈이냐’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나서 말이지.”

    “아…. 그랬군요.”

    태운은 펠타의 시신을 확인하고는 다시 일어났다.

    강인철도 태운의 움직임을 보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2명이 전투 불능 상태에 빠졌다. 김기둥은…. 슬프게도 명을 다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슬퍼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이곳에 3명의 헌터를 남겨두겠다. 시신과 김수백을 보호해. 강태운 포함 남은 16명은 나를 따라와라.”태운은 긴장한 표정으로 강인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최심부까지는 약 10분.

    꽤 긴 거리가 남았지만, 태운이 느끼는 불길함은 엄청나게 커져 있었다.

    짧은 고민 끝에 태운은 결정을 내렸다.

    “달려야 합니다.”

    “지금 몸 상태로 달리면….”

    “팩 인 디바인 포스.”

    태운은 팩 인 디바인 포스를 사용해 헌터들의 체력을 채워주었다.

    “이 정도면 됩니까.”

    “…신기하군. 나오는 몬스터는 무시하고 달린다! 최심부까지 멈추지 마!”태운과 공격대가 달리기 시작한 때, 마르기가스의 의식은 10분도 채 남지 않은 상태였다.

    * * *

    “전격, 포박, 강화, 다중 시전.”

    태운은 마정석을 흡수한 후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전격 포박으로 저지했다.

    달리는 페이스를 잃으면 피로감이 한 번에 몰려오니까.

    ‘팩 인 디바인 포스는 효과는 좋지만 연비가 뛰어지나 못해서…. 이젠 마정석을 아껴야 한다.’방금의 전투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마정석을 소모했다.

    지금 주머니에 있는 마정석을 전부 흡수하고 저장해도 150,000 정도의 마나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실력이 엄청난데…?”

    “놓치는 게 없잖아.”

    헌터들은 달리는 와중에도 정확한 포인트에 마법을 적중시키는 태운의 실력에 감탄했다.

    ‘오랜만에 적중의 스킬 효과를 톡톡히 보네.’그렇게 3분 정도 달렸을까.

    던전의 최심부로 가는 입구가 보였다.

    엄청난 음산함과 불길함이 문을 뚫고 나와 태운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후….”

    “이거 진짜 미친 거 같아….”

    “살아나가면…. 헌터 일 그만두고 아내랑 같이….”이번에는 이 불길함을 태운만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방 안에서 엄청난 힘을 가진 존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문 열겠습니다.”

    끼-익.

    문을 열자 제단 위에 목만 남아 허억거리고 있는 사람과 입이 악어처럼 길게 나와 있는 괴물이 보였다.

    “카학…. 시간 끄는 것도 제대로 못 하는 놈들이었다니…. 쓰레기 같은 놈들이군.”

    “……!”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두가 얼어붙었다.

    물리적으로 얼어붙었다는 뜻이 아니었다.

    압도적인 힘, 공포, 위험을 감지한 몸이 방어 기제를 상실한 것이다.

    “의식을 방해하려고 온 거냐.”

    ‘움직여라…. 움직여. 제발…!’

    태운은 손가락부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을 마르기가스가 기다려주지 않았다.

    “뭐, 마침 출출했으니….”

    터-업.

    마르기가스는 인지도 하지 못할 속도로 다가와 누군가의 상체를 물어뜯었다.

    그 대상은 강인철 헌터였다.

    “팀장!”

    “강 팀장님!”

    강인철 팀장은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고 상체가 없어진 하체는 그대로 힘없이 쓰러졌다.

    “쓰레기 같은 맛이군.”

    까드득!

    “지옥의 칼날 폭풍, 마나 블레이드, 오버 부스트, 근력 극 강화.”태운은 40,000의 마나를 온몸의 근육에 욱여넣었다.

    동시에 마나 블레이드를 시전한 상태로 마르기가스에게 달려들었다.

    “죽어어어!!!”

    콰아아아앙!!!

    뜨거운 열기와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엄청난 위력….”

    “이거…. 설마….”

    헌터들은 위력을 보고 공격이 먹혔을 거라고 생각했다.

    태운이 낼 수 있는 최대 공격력을 가진 공격이었고 위력도 상당했으니까.

    “크…. 크흐흑….”

    하지만 마르기가스는 멀쩡했다.

    “꽤나 화끈한 공격이군.”

    마르기가스의 말에 몇몇 헌터들은 전의를 잃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한 번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 안 했어.”

    콰아아앙!

    태운은 그 상태로 다시 검을 휘둘러 마르기가스를 공격했다.

    “아무리 공격해도 의미 없다!”

    마르기가스는 입을 크게 벌려 태운의 상체를 삼켜 버리려 했다.

    “솔리드 아머…!”

    태운은 자신의 몸에 솔리드 아머를 7겹으로 씌웠다.

    콰차차창!

    마르기가스의 이빨이 닿는 순간 솔리드 아머는 과자처럼 부서졌지만 태운은 솔리드 아머가 부서지는 틈을 타서 마르기가스의 입 밖으로 나왔다.

    “으아아아!!!”

    입 밖으로 나오면서 입안에 검을 찔러넣고 그 상태로 지옥의 칼날 폭풍을 쏘아냈다.

    쿠우우우웅!

    마르기가스의 입안에서 재앙이 일어났고 태운은 뒤로 물러나 몸을 추슬렀다.

    ‘…조금만 몸을 늦게 빼냈으면 왼쪽 팔이 잘려 나갈 뻔했어….’태운은 어깨에 깊게 팬 상처를 부여잡으며 생각했다.

    ‘저건 우리가 그동안 상대했던 단순한 원로가 아니야…. 저건 대원로다.’연정아가 말해준 사실이다.

    원로는 단순히 사람을 죽이면서 힘을 얻어 원로로 인정받는 것뿐이지만 대원로는 다르다.

    데블스 에이지 당시에 칠죄종의 악마들에게 직접 힘을 하사받은 사람들이 대원로의 자리에 앉아 있다.

    연정아가 말하기를, 힘을 직접 받은 만큼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진짜 어마어마한 힘이네….’

    폭발의 연무가 걷히고 마르기가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뚜-욱.

    마르기가스의 입안에서 피가 맺혀 떨어졌다.

    그것을 본 마르기가스는 태운에게 극도의 분노를 느꼈다.

    “내…. 내 혀를…. 내 입안을 엉망으로 만들어!!!”쿼어어엉!

    엄청난 괴성이 방을 울리며 태운의 고막을 때렸다.

    “크으윽…!”

    “네놈은 내가 친히 산 채로 갈아마셔 주마! 내 뱃속에 들어가 소화되기 전까지 넌 의식이 있을 거다!”‘무슨 소리 지르는 걸로…. 몸이 움직이지 않아…!’태운은 트롤의 피를 믿고 계속 마나를 몸에 굴렸다.

    마르기가스가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 태운의 몸도 동시에 경직에서 풀려났다.

    “됐…어…?”

    사고 가속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시야가 천천히 움직였다.

    마르기가스의 입 안, 자신이 낸 상처, 화상 자국 모든 것이 자세히 보였다.

    ‘아…. 나 죽는구나….’

    이 정도 속도로 보인다면 반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태운은 거기서 지금 보는 것이 주마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최후에 임박했을 때 본다는 주마등 말이다.

    하지만 아직 태운에게 최후는 다가오지 않았다.

    쾅!

    마르기가스의 이빨이 태운에게 닿기 전에 누군가의 주먹이 마르기가스를 강타해 태운에게 아주 짧은 시간을 주었고 그사이에 태운이 입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미안하다. 태운아. 혼자 싸우게 해서.”

    그 주먹의 주인은 김현우였다.

    김현우는 마르기가스의 힘을 목도하고 순간 전의를 상실했다.

    동시에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자 패닉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공격이 통하지 않음에도 계속해서 달려드는 태운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덕분에 싸울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김현우는 그 언제보다도 강했다.

    김현우의 특성이 마르기가스의 몸에 있는 벨제부브의 힘에 반응해 극도로 활성화되어 있는 것이다.

    “오버 부스트라는 거, 나한테도 써줘.”

    “네.”

    현재 김현우 헌터의 체력 스탯은 약 130, 오버 부스트를 충분히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으아아아!”

    쾅! 쾅! 쾅!

    김현우는 검을 버리고 주먹으로 마르기가스의 급소를 공격했다.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마르기가스의 공격을 보고 피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기본적인 전투 조건이 성립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마르기가스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말이다.

    “크큭…. 내가 팔을 왜 사용하지 않았는 줄 아나?”덥썩!

    마르기가스는 공격하는 김현우의 손목을 잡았다.

    “어차피 입에 들어갈 거, 두 번 움직이고 싶지 않아서다.”마르기가스에게 손목을 잡힌 김현우는 순식간에 날아가 벽에 처박혀있었다.

    “크헉!”

    “멍청한 녀석…. 조금 맞아주니까 이기는 줄 알고 신나서는….”

    “태운아! 준비 다 됐냐!”

    마르기가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현우가 소리쳤다.

    태운도 엄지를 치켜올리며 그에 화답했다.

    “이 녀석들 뭘 꾸민….”

    “악어 봉인.”

    그것은 태운이 남은 마정석의 마나를 전부 흡수해 만든 돔 형태의 방어벽이었다.

    즉석으로 만든 거라 이름은 급조한 것이다.

    그리고 대량의 마나로 강제로 방어력을 높인 거라 그렇게까지 단단하지는 않다.

    “이 자식들이….”

    “지금이에요! 제단을 부숴 버려요!”

    “오케이!”

    태운은 돌검에 저장해두었던 2만의 마나를 끄집어내 다시 한번 지옥의 마나 폭풍으로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어냈다.

    “이놈들이…!”

    쾅!

    쩌저적!

    마르기가스의 공격에 방어막은 한순간에 금이 갔다.

    앞으로 단 한 번이면 부서질 방어막이다.

    하지만 태운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정도 시간만 벌어주면 제단을 부수는 데에 충분하니까.

    “흐아압!”

    쾅!

    태운의 공격에 제단이 반 토막이 났고 제물이었던 사람도 방금까지 살아 고통스러워하다가 제단이 박살 나는 순간 사망했다.

    쾅!

    콰창!

    동시에 마르기가스를 막고 있던 방어막도 깨져 버렸다.

    “화내는 걸 보니 제단이 엄청 중요한 거라는 건 확실하네.”마르기가스는 격노해 몸이 떨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다 필요 없다. 그냥 너희들을 전부 죽이겠다.”

    “나도 이제 필요 없어. 죽이든가.”

    김현우는 계속해서 마르기가스를 자극했다.

    그 도발에는 노골적인 목표가 있었다.

    ‘제발 날 먼저 공격해라…. 강태운이 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여야 한다…. 태운이는 한국의 미래야…!’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한 거니까.

    “오냐…. 널 죽여주마.”

    ‘태운아…. 꼭 살아라….’

    “안 돼!”

    마르기가스가 빠르게 김현우에게 다가가 그의 상체를 뜯어먹으려는 순간.

    퍼-억!

    이번에도 마르기가스의 얼굴에 주먹이 날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전과 달랐다.

    마르기가스가 날아가 벽에 처박힌 것이다.

    “현우야, 태운아, 둘 다 괜찮느냐.”

    “허덕륜… 선생님…?”

    마르기가스를 공격하며 나타난 사람은 허덕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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