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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97화 (97/379)
  • 97화

    “후….”

    “아이고…. 힘들다….”

    벌써 6번째 전투다.

    상당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지만 전투가 많다 보니 2km밖에 오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은 그뿐이었다.

    평소보다 더 자주, 더 많은 수의 몬스터가 나타날 뿐, 공략대의 생명을 위협할 만큼 엄청난 몬스터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30분 내에 최심부에 도착할 것 같아.’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최심부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태운의 레이더에 잡히는 불길함이 커지는 속도도 생각보다 빨랐다.

    태운은 그때 김현우 헌터에게 몰래 말했다.

    “…더 빨리 가야겠습니다. 강인철 헌터님께 대신 말해주실 수 있나요.”

    “알겠다.”

    김현우 헌터는 바로 강인철 헌터에게로 가서 말했다.

    “팀장님, 더 빨리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흠….”

    김현우 헌터가 말하자 강인철 헌터는 태운을 슬쩍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강인철도 김현우가 말하긴 했지만 태운의 의견이라는 것을 직감한 듯했다.

    “몬스터가 나타나기 전에 더 빨리 진행한다.”

    “알겠습니다.”

    공략대는 강인철의 지시에 따라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이대로라면 20분도 지나지 않아 최심부에 도착할 것 같았다.

    그렇게 10분 정도 걷기 시작했을 때 다른 몬스터가 나타났다.

    “이번엔 빅포인가.”

    빅포는 하마의 얼굴을 가진 3m 크기의 인간형 몬스터다.

    “빅포…. 다행히 3마리군.”

    “빅포가 다른 몬스터처럼 10마리 이상이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빅포가 10마리라….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잡담은 그만! 상대는 빅포다! 미리 짜놓은 조대로 나눠서 싸운다!”

    [쿠어어어어!]

    빅포는 괴성을 지르며 커다란 몽둥이를 휘둘렀다.

    “김기둥!”

    “알았어!”

    쾅!

    그 몽둥이는 전열 탱커의 방패에 막혔고 그 때문에 생긴 빈틈에 웨퍼들의 공격이 꽂혔다.

    “빅포는 멍청한 놈이다! 단순한 패턴이니 집중해서 막아내고 천천히 공략해라!”쾅!

    전열의 헌터들이 빅포의 공격을 막고 웨퍼들이 공격해 빅포의 체력을 깎는 일방적인 전투 양상이 이어졌다.

    워낙 덩치가 크고 체력이 넘쳐나는 몬스터여서 쉽게 쓰러뜨리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매직 라이플.”

    퍼퍼퍼퍽!

    [쿠어어어!]

    물론 태운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태운은 사전에 조 편성에 참여하지 않았기에 어떤 조에도 들어가지 않고 모든 빅포를 골고루 공격하고 있었다.

    태운은 매직 라이플로 빅포들의 안구를 공격했다.

    빅포는 무른 피부와 가죽을 가지고 있지만, 재생력만큼은 트롤 못지않다.

    하지만 안구에 공격을 당하고 생기는 빈틈에 다른 헌터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을 해준다면 그 재생력을 뚫고도 남는다.

    “나이스!”

    빛을 잃은 빅포가 당황하며 손을 눈으로 가져간 순간 전열에서 공격을 막아내던 김기둥이 방패를 옆으로 밀어내고 그 뒤에 붙여둔 도끼로 빅포의 발목을 잘라내려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판단을 해서는 안 됐다.

    “암흑포.”

    빅포의 뒤에서 엄청난 속도로 검은 구체가 날아와 김기둥의 왼쪽 가슴을 관통했다.

    “어….”

    풀썩.

    김기둥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기둥아!”

    “젠장! 누구냐!”

    김기둥과 같은 조였던 사람들은 김기둥을 들쳐메고 뒤로 물러났다.

    “다들 물러나세요!”

    “강태운의 말대로 해라!”

    강태운이 메테리얼을 만들면서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강인철도 다른 헌터들이 말을 듣지 않을까 봐 소리쳐 명령했다.

    강인철이 말하자 다른 헌터들도 전부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지옥의 칼날 폭풍, 다중 시전!”

    다른 헌터들이 뒤로 물러난 것을 확인하자 태운은 바로 자신의 필살기를 날렸다.

    그 공격에 빅포들은 모조리 갈려 버렸지만, 그 뒤에 있던 의문의 인물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리고 느껴지는, 숨이 턱 막히는 탁한 공기.

    그것은 마기였다.

    “배반자다!”

    “저 새끼들이!”

    멀리 있음에도 느껴지는 마기. 상대는 상당한 실력자였다.

    “피하세요!”

    태운은 순간적으로 그들의 마나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말해주었다.

    다른 헌터들도 대충 그것을 느끼고 몸을 웅크리거나 방어 마법을 사용하는 등 각자 자신을 보호했다.

    그러자 검은 칼날 수십 개가 공격대의 진영을 난타했다.

    강인철은 방금의 공격으로 그들의 실력과 힘을 깨달았다.

    “적은 원로급이다! 긴장해라!”

    강인철의 말에 모두가 마른 침을 삼켰다.

    배반자들에게 원로급은 헌터들의 기준으로 말하면 A급 헌터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젠장…. 괜히 들어와서….”

    “하지만 난 들어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저 배반자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안에서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는 거니까.”김현우는 그 말을 남기곤 검을 뽑아 들고 앞의 원로들에게 달려들었다.

    “너희의 목을 따주마!”

    김현우가 달리는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과거 강원도에서 배반자들을 소탕했을 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였다.

    그때보다도 김현우의 특성이 더욱 활발하게 활성화되어 있다는 뜻이다.

    지금 상태의 그는 A급 헌터 못지않게 든든하다.

    “지원하겠습니다!”

    “알겠다!”

    태운은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성능의 버프들을 사용해 김현우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펠타, 저 녀석 B급 주제에 생각보다 빠르다. 조심해.”

    “닥쳐라. 알아서 할 테니까.”

    “그러다 네가 당하면 나까지 마르기가스 님에게….”

    “알았으니까 닥치라고!”

    펄-럭.

    두 원로 중 한 명, 펠타가 로브를 벗어던지고 등에 메고 있던 거대한 대검을 꺼내 들었다.

    “성가신 자식들…. 모조리 죽어 버려!”

    후-웅!

    펠타는 마기가 흘러넘치는 대검을 휘둘러 정면에 커다란 마기를 쏘아냈다.

    “크읏….”

    김현우 헌터는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도 그 특유의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으로 마기를 피해냈다.

    이제 펠타와 김현우 헌터와의 거리는 약 3m, 김현우는 움직임에 급제동을 걸고 펠타의 얼굴을 향해 들고 있던 단검을 던졌다.

    “이런 장난은…!”

    파악!

    펠타는 대검을 들어 그의 단검을 막으려 했지만 김현우는 단검의 동선에 이미 대검이 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회수했다.

    ‘염력이 아니라…. 마력 실로 회수한 건가…?’1개월 전만 해도 염력을 사용해 단검을 회수하고 조종했던 김현우였다.

    하지만 염력을 세밀하게 조정하느라 마나가 많이 든다고 말은 한 적도 있었다.

    ‘벌써 해결한 건가.’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나!”

    “진형 유지하면서 돌격한다!”

    강인철이 헌터들을 데리고 달려갔다.

    “후….”

    태운은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인원을 케어하면서 싸운 적이 없었다.

    조금 잔인하지만, 그들을 버리고 싸운다 해도 혼자서는 이길 수 없는 적이다.

    그리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솔리드 아머.”

    태운이 지금 동시에 다룰 수 있는 메테리얼은 11개.

    솔리드 아머 하나가 지속되는 동안 메테리얼 하나를 사용하지 못한다.

    즉 태운이 모든 메테리얼을 사용한다고 해도 11명밖에 솔리드 아머를 씌워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11명에게 솔리드 아머를 씌워주면 자신은 싸울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리니 좋은 방법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태운이 생각한 방법이 있었다.

    “조심해!”

    김현우 헌터의 스텝이 꼬였다.

    다행히 김현우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 대검으로 베기 힘든 거리까지 파고들었다.

    터-업.

    “젠장!”

    하지만 펠타는 대검을 버리고 김현우를 잡은 후 니킥을 날렸다.

    쿵!

    “흠?”

    사람의 몸에서 날 수 없는 소리가 났다.

    김현우 헌터에게도 큰 충격이 전해지지 않았다.

    ‘이건…. 태운이의 솔리드 아머?’

    “라바 랜스!”

    태운은 펠타에게 마법을 사용해 김현우를 놓치게 했다.

    김현우가 펠타에게서 벗어난 것을 확인한 태운은 솔리드 아머를 회수해 다른 헌터에게 입혔다.

    물론 공격당하기 직전의 헌터들에게 말이다.

    “전격, 캐논, 고정.”

    “하이 부스트.”

    “컨케이브, 컨벡스, 리플렉션.”

    태운은 공격당하기 직전의 사람들에게 솔리드 아머를 씌워주면서 웨퍼와 버퍼, 리플렉터의 역할까지 모두 소화해내고 있었다.

    ‘무슨 저런 괴물이….’

    김현우는 그런 태운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까드득….

    하지만 태운도 이 일을 쉽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중급 마정석을 흡수해 마나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오는 고통을 참아내고 집중력을 유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당연하게도 배반자의 입장에선 태운이 굉장히 거슬렸다.

    -휴엔! 저 거슬리는 녀석 좀 치워봐!

    -말은 쉽지…!

    펠타와 휴엔은 칠죄신교의 원로들만 사용할 수 있는 텔레파시망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휴엔과 펠타가 원로회에서도 나름 강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특성 덕에 A급 수준으로 성장한 김현우와 십수 명의 B급 헌터들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게다가 태운의 완벽에 가까운 서포트까지, 둘이 이들을 막기란 쉽지 않았다.

    -틈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럼 내가 틈을 만들 테니 어떻게든 해봐!

    펠타는 대검을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렸다.

    김현우는 그것을 틈이라 생각하고 단검을 휘둘렀지만, 칼이 들어가지 않았다.

    “크, 큰 공격이 온다! 다들 대비해!”

    “그냥 싸우세요!”

    태운은 지금까지 하던 역할 중 리플렉터의 역할을 내려놓았다.

    “마나 램파트.”

    그리고 자신이 세울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방벽을 펠타의 앞에 세웠다.

    “이까짓 거…. 부숴 버리겠어!”

    펠타는 마치 성벽처럼 높고 두꺼운 마나 방벽을 부숴 버릴 기세로 검을 휘둘렀다.

    쿠구궁….

    하지만 방벽은 조금 흔들렸을 뿐, 파괴되지 않았다.

    “지금입니다! 둘이 나뉘어 있는 지금 한 놈을 처리해야 합니다!”

    “이놈…!”

    휴엔은 한국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이들이 자신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고 한다는 사실만큼은 알 수 있었다.

    휴엔은 그것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혼자 죽을 수는 없다…. 지옥의 문을 열어두고 가겠다.”

    “휴에에에엔!!! 나까지 죽일 셈이냐!”

    푸푸푸푸푹!

    휴엔은 헌터들이 날리는 공격을 모두 고스란히 받아냈다.

    “데몬스 피어!”

    휴엔은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삼아 지옥의 문을 조금, 아주 조금 열었다.

    “크억!”

    “끄아아악!”

    “크으으으으으!”

    그러자 헌터들은 고통스러워하며 주저앉았다.

    지옥의 문이 개미 한 마리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조금 열렸을 뿐인데 이 정도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고통스러운 것은 태운도 마찬가지였다.

    “마법 파괴!”

    태운이 마법 파괴를 사용했지만, 지옥의 문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건 마법이 아니라 저주였으니까.

    “문을 닫아야 해!”

    “다, 다가갈 수가 없어!”

    다른 헌터가 문을 닫기 위해 문 쪽으로 가려 했으나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어떻게…. 이걸 어떻게 해야….”

    태운은 머리가 깨질 것만 같은 고통 속에서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다.

    “크윽…. 사고 가속!”

    사고 가속을 사용하자 머리의 고통이 조금 사라져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괜찮은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방법을…. 방법을 생각해내…!”

    사고 가속이 끝날 때까지 생각을 해보았으나 방법은 찾을 수 없었다.

    스킬의 지속시간이 끝나자 다시 엄청난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끄으으윽! 문으로 다가갈 수도 없….”

    태운이 문 쪽을 돌아본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타-악.

    김수백이 인상을 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가 문을 닫은 것이다.

    “흐억…. 허억….”

    고통이 사라지자 김수백은 그대로 쓰러지듯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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