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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96화 (96/379)
  • 96화

    “잠시만요!”

    태운이 큰 소리로 그들을 말렸지만 태운의 한마디로 그들이 행동을 멈출 리가 없었다.

    그의 말을 들었다가 무슨 일을 당할 줄 알고 멈추겠는가.

    살짝 주춤하긴 했지만 웨퍼들의 마법이 날아갔다.

    “이런….”

    태운은 급하게 마정석을 흡수하고 프로텍트 돔을 시전했다.

    첫 번째 마법이 크록커의 몸에 닿는 순간 태운의 프로텍트 돔이 크록커를 감쌌다.

    “뭐 하는 거냐!”

    “멈추라고 했잖아요!”

    태운이 크록커에게 프로텍트 돔을 씌우고 그 때문에 공격이 차단되어 강인철이 큰소리를 낸 순간.

    콰과과과광!

    프로텍트 돔으로 감싼 크록커가 엄청난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무, 무슨….”

    폭발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태운이 사용한 프로텍트 돔이 깨지기 시작했다.

    ‘오버 서플라이…!’

    태운이 흡수해 저장해놓은 마나가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마정석 저장 스킬의 레벨이 꾸준히 올라 이젠 40,000의 마나를 6시간 동안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그 많은 양의 마나가 모조리 빠져나가 프로텍트 돔을 보수하고 강화하는 것에 쓰이고 있었다.

    “허억…. 허억….”

    태운의 마나를 몽땅 잡아먹고서야 폭발이 잦아들었고 태운은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게 무슨….”

    프로텍트 돔 안에서 일어난 폭발로만 봐도 이 일대가 날아갈 정도의 위력이었다.

    게다가 크록커에게 닿은 마법은 얼음 계열 마법이었다.

    크록커의 몸에 변이가 일어나 화약이 생겼다고 해도 폭발할 리가 없었다.

    “강태운, 어떻게 된 일이지?”

    강인철이 쓰러져 있는 태운에게 물었다.

    “크록커의 몸에 마나 화약이 가득 들어 있었어요.”

    “뭐…?”

    태운은 크록커의 울음소리가 들린 순간부터 관찰력을 극한으로 사용해 주변을 경계했다.

    그리고 크록커가 태운의 눈에 들어오자마자 알았다.

    고통스러워하는 움직임, 두툼하게 팽창해있는 복부, 가쁘게 쉬는 숨, 결정적으로 숨에 섞여 나오는 마나 화약.

    태운은 그것을 보고 크록커의 위장에 마나 화약이 가득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동시에 떠오른 [위장에 마나 화약이 가득 찬 크록커]라는 알림창으로 확신하게 되었다.

    “…위험했군.”

    하마터면 크록커의 폭발에 휘말려 전멸할 뻔했다.

    “그런데 마나 화약이 왜 크록커의 몸에 있었던 거지?”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확실한 건 마나 화약이 생명체의 몸에서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연구 끝에 만들어진, 물질 제조의 최고 난이도로 평가되는 물질이 마나 화약이니까.

    ‘그렇다고 누군가가 놓고 간 마나 화약을 먹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양이야.’그렇다면 나오는 결론은 한 가지밖에 없다.

    “누군가가 강제로 크록커의 위장에 마나 화약을 쑤셔 넣은 것 같습니다.”

    “뭐…?”

    “누가 그런 짓을…. 마법을 사용하면 폭발하는 크록커라니…. 끔찍하군.”크록커는 물리 공격에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흉폭하고 격한 싸움 방식을 가지고 있어 접근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렇기에 멀리서 마법으로 공격해 쓰러뜨리는 것이 유일한 공략법이었다.

    태운의 설명을 들은 강인철이 자하르에게 갔다.

    “자하르 박사님, 오늘은 그냥 돌아가는 게 어떻겠습니까.”던전에 들어가 변수가 나타났을 때 돌아올 수 있다면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자하르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야겠군. 너무 위험….”

    “아니요. 계속 가야 합니다.”

    하지만 태운은 이대로 계속 나아갈 것을 주장했다.

    “여기서 3명 정도만 지원을 요청하러 밖으로 나가고 나머지는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헌터가 역정을 내며 태운을 나무랐다.

    “야, 죽을 거면 너 혼자 죽어. 우리까지 끌어들이지 말고!”“미안하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더 큰일이 날 겁니다.”

    “그 근거가 뭔데!”

    태운이 이런 말을 들으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내 관찰력 스탯이 던전 안에서 엄청난 불길함을 느끼고 있어…. 하지만 강인철이 던전 밖으로 나가자고 한 순간…. 그 불길함이 엄청나게 커졌어.’그리고 태운이 계속 나아가자고 발언하자 다시 불길함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누군가 안에서 어떤 일을 벌이고 있어. 막아야 한다.’하지만 태운의 관찰력에 의한 추측은 다른 사람이 보기엔 감의 영역이기 때문에 태운의 말에 목숨을 버릴 사람은 없었다.

    두 명만 빼고 말이다.

    “그의 말에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누군가가 이런 일을 벌였다면 그는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런 자가 단순히 우리를 죽이려는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였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 어렵군요. 죽이고 싶다면 그냥 죽일 수 있었을 테니까요. 무언가 목적이 있다고밖에….”김현우 헌터가 태운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는 협회 헌터들 사이에서도 강한 편이고 정의감만큼은 최고였기에 그가 태운의 말에 동의하니 태운의 말에 상당히 무게가 실렸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이 안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고 우리의 접근을 막거나 돌려보내기 위해 마나 화약을 집어넣은 크록커를 보냈다고 생각한다면 이대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C급 헌터지만 B급 헌터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김수백도 태운의 말에 동의했다.

    둘의 합류에 몇몇 헌터들은 조금씩 흔들렸지만 다들 동의하지는 않았다.

    “둘 다 미친 거야? 그딴 추측에 목숨을 버리겠다고?”“게다가 크록커에게 강제로 마나 화약을 먹일 정도로 강한 상대를 우리가 어떻게 막아? 다 같이 나가서 지원을 기다리고 다시 들어오는 게 현명해.”헌터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니, 누가 봐도 그들의 말이 맞다.

    하지만 태운의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지금 당장 달려 가서 던전 안에 있을 누군가를 말려야만 한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태운이 그들을 설득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 강인철이 입을 열었다.

    “계속해서 나아간다.”

    “팀장님!”

    “고작 이 정도로 돌아갈 수 없다. 마정석 입수는 둘째치고 지금 개체 수 조절을 하지 않으면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수도 있다. 계속 진행한다.”강인철은 그렇게 말하곤 헌터들의 선두에 섰다.

    “황철수와 장동진은 자하르 박사님을 모시고 밖으로 나간 후 협회에 지원을 요청해라. 가능하면 유명 길드에도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해. 가능하면 A급 헌터가 있는 길드로.”

    “네…. 알겠습니다.”

    강인철은 태운의 말에 가장 큰 반발을 일으켰던 둘을 자하르와 함께 내보냈다.

    “잠깐, 나는 왜 내보내려는 건가!”

    자하르는 영어로 강인철의 선택에 반발했다.

    하지만 강인철은 그 선택을 번복하지 않았다.

    “평소의 우중충한 늪이라면 충분히 박사님을 보호하면서 던전을 공략할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박사님을 지킬 수 있을지…. 저희는 죽어도 박사님은 죽으시면 안 됩니다. 박사님이 죽으면 인류의 큰 손실이니까요.”

    “나도 여기 남아 있겠네!”

    “안 됩니다. 황철수, 모셔가라.”

    강인철의 명령에 황철수 헌터는 자하르 박사의 팔을 잡고 던전 밖으로 끌고 나갔다.

    60대인 자하르가 헌터의 힘을 이겨낼 리가 없었고 자하르는 그대로 던전 밖으로 끌려갔다.

    “됐습니다. 가시죠.”

    태운은 다시 마정석을 흡수하고 트롤의 피를 활성화해 피로를 회복한 뒤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결정되자 태운의 관찰력이 보여주는 불길함이 한층 줄어들었지만 태운은 더욱 불안해졌다.

    이 앞에서 누군가가 위험한 일을 꾸미고 있다는 추측이 사실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긴장하지 않으면…. 위험하겠어.’

    18명이 된 던전 공략조는 속도를 높여 던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분 정도 지났을까.

    강인철이 정면에서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나타난 것을 느꼈다.

    “정면에 대규모 몬스터 레트다! 약 50마리! 정신 똑바로 차려!”“젠장…. 몬스터 레트가 50마리라니….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해!”몬스터 레트는 몸길이가 2m에 달하는 거대한 쥐 형태를 하고 있는 몬스터다.

    “웨이브 포메이션!”

    헌터들은 파도처럼 몰려오는 몬스터들에 대항하기 위해 진형을 바꿨다.

    “강태운! 이번에도 마나 화약인가!”

    “아닙니다!”

    “그럼…. 웨퍼들 공격!”

    후위의 웨퍼들은 각자의 마법을 날렸다.

    ‘마력 강화.’

    태운은 오버 서플라이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강화 마법을 사용했다.

    오버 서플라이보단 효율이 좋지 못하지만 타인의 마법을 강화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콰콰쾅!

    “탱커들! 통곡의 벽을 시전해라!”

    웨퍼들의 공격이 성공적으로 적중하자 전열의 탱커들은 모두 방패를 사용해 통곡의 벽을 시전, 몬스터 레트의 진격을 막아냈다.

    “다시 공격!”

    콰콰쾅!

    ‘대단해.’

    싫은 소리를 하던 처음과 달리 몬스터 레트 무리를 간단히 처리했다.

    ‘이게 일류 헌터인가.’

    실력 자체는 태운이 더 나을지 모르지만, 수년간 목숨이 걸린 현장을 굴러다닌 그들의 완숙함은 태운이 따라갈 수 없었다.

    “최심부에 도달할 때까진 루팅을 하지 않는다! 한시가 급하다. 루팅은 돌아오면서 한다!”그리고 능숙하고 침착한 대장까지.

    태운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았다.

    “후….”

    앞으로 나아갈수록 불길함은 계속해서 강해졌지만 말이다.

    * * *

    우중충한 늪, 최심부.

    그곳에는 악어처럼 길고 흉측한 입을 가진 인간형의 괴물과 로브를 둘러쓴 6명의 사람이 있었다.

    “마르기가스 님, 침입자들이 물러가지 않았습니다.”

    “…그 작전을 제안한 녀석이 누구였나.”

    칠죄신교, 세상 사람들이 배반자라 말하는 집단의 대원로인 마르기가스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로브를 쓴 사람 중 하나가 벌벌 떨기 시작했다.

    “저, 접니다.”

    “왜 떨지.”

    “아, 아닙니다.”

    마르기가스는 제단 앞에 선 채로 손짓으로 크록커의 위장에 마나 화약을 채워 넣는 것을 제안한 사람을 불러왔다.

    “마침 내가 배가 고픈 것을 어떻게 알고 그런 쓰레기 같은 작전을 떠올린 거지?”

    “네…?”

    쩌-억.

    마르기가스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터-업.

    마르기가스에게 불려간 사람의 상체가 마르기가스의 입안으로 사라졌다.

    하체만 남은 시체는 마르기가스에게 발목을 잡혀 그의 입으로 들어갔다.

    “쯧, 간의 기별도 안 가는군. 아까 크록커나 먹을 걸 그랬어.”방금 마르기가스에게 잡아먹힌 사람은 최근 칠죄신교 원로회에 들어온 사람이다.

    그는 식탐의 좌를 맡고 있는 마르기가스의 성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고 잘 보이고 싶어 나섰다가 이런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신체 계열 능력으로 원로회에 들어온 녀석인데…. 이렇게 간단하게 찢어 버리시다니….’남은 5명의 사람도 모두 원로회 소속, A급 헌터에 비견되는 힘을 가진 자들이다.

    “녀석들이 오기 전에 의식을 시작한다.”

    마르기가스는 남은 5명 중 3명을 염력으로 끌고 왔다.

    그 3명을 고른 이유는 단순히 그들의 마기가 더욱 진했기 때문이었다.

    마기가 짙은 셋을 고른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을 제물로 바쳐야 했기 때문이다.

    “마르기가스 님?”

    마르기가스는 그들을 제단 위로 올려 무릎을 꿇렸다.

    “왜….”

    “너희 같은 미개한 것들이 어떻게 벨제부브 님의 제단에 올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느냐. 너희는 제물로 온 것이다. 영광으로 생각해.”“마르기가스 님!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끄아아아악!”

    그들의 비명은 뒤로하고 제단은 천천히 그들을 하체부터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나머지 두 명의 원로들은 공포에 질려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너흰 운이 좋군. 의식 종료까지 1시간 남았다. 지금 오고 있는 녀석들을 죽여라. 그놈들이 내 눈에 보인다면 다음 제물은 너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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