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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94화 (94/379)
  • 94화

    태운은 택배로 온 장비들을 모두 관찰하고 노트에 정리했다.

    “일단 다 괜찮네.”

    사실 괜찮은 수준이 아니었다.

    죄다 가져다 팔면 2~30억은 챙길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무구들이었으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태운은 이 무기들을 팔 생각이 없었다.

    모두 자신이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니까.

    “이걸 가지고 다니려면 아공간 주머니 정도는 있어야 하겠는데?”총 6개.

    가방에 들고 다니기에는 부피를 너무 많이 차지하고 쉽게 꺼내 쓸 수도 없다.

    “그럼 일단 쓸 건 창이랑 건틀릿 정도겠네.”건틀릿은 무기의 용도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방어의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게다가 내구성과 방어력이 상당하지만 움직이기 편하게 만들어져 건틀릿을 장착하고 무기를 사용해도 거슬리지 않을 것 같았다.

    “허…. 할 일이 갑자기 많아진 느낌이네.”

    표창장도 받으러 가야 하고 임정국 공방에도 한 번 들러야 한다.

    일주일 뒤에는 자하르와 함께 마정석을 구하러 던전에 들어가야 한다.

    그 와중에도 훈련과 마정석 흡수를 빼먹을 수 없으니 매일 5시간은 잡아먹는다.

    “학교는 안 갈 수 있어서 다행이긴 한데….”명운전에서 우승한 뒤로는 자하르의 연구소에서 일하는 것으로 결석계를 내서 학교에 가진 않지만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스케줄이다.

    “일단 차근차근하다 보면 언젠가는 끝나 있겠지.”태운은 무기와 같이 온 무기 진열장을 조립한 후 무기들을 진열해놓고 방 밖으로 나갔다.

    거실로 나가자 소파에 누워 뉴스를 보고 있는 윤아가 보였다.

    “네가 웬일로 뉴스를 다 보냐.”

    “드라마 보고 있는데 갑자기 뉴스로 바뀌어서…. 근데 좀 심각한 거 같은데?”태운은 윤아의 말에 뉴스를 보았다.

    -현재 서울 노원구에 있는 달동네라 불리는 설구 마을에 배반자들이 테러를 감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침 설구 마을에 취재를 나가 있던 박대….

    “…….”

    설구 마을은 저번에 배반자의 테러가 있었던 홍대에 비해 유동 인구가 적다.

    사람을 많이 죽일수록 강해지는 배반자들의 목표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달동네라는 특성상 노인들과 어린아이들이 많이 살고 있다.

    배반자들은 그것을 노린 것이다.

    “이 새끼들이….”

    “오빠…?”

    태운은 다시 방으로 들어가 처칠에게 받은 견갑과 건틀릿을 착용하고 창과 검을 챙겨서 나왔다.

    “아니…. 잠깐 저기 가려고?”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말고 기다려.”

    “헌터들이 알아서 할 거 아냐!”

    태운이 하나밖에 남지 않은 혈육이기 때문일까?

    윤아는 태운이 설구 마을에 가는 것을 격하게 만류했다.

    “저기에는 헌터 사무소가 없어. 지금도 그곳에서는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고.”설구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헌터 사무소는 차로 달려도 40분이나 걸린다.

    하지만 태운이 지금 길을 신경 쓰지 않고 최단 거리로 달리면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그 20분 사이에 살릴 수 있는 목숨은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윤아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만에 하나 태운이 죽으면 그때는 정말 혼자가 되는 거니까.

    괜찮은 척하고 있지만, 저번 홍대 사건 때도, 강원도 던전 사건 당시에도 가장 걱정한 사람은 윤아였다.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하지만 태운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윤아에게는 미안하지만 앞으로도 그녀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바꿀 일은 없을 것이다.

    ‘솔리드 아머.’

    태운은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그녀에게 솔리드 아머를 씌워주었다.

    그때 윤아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였다.

    “어? 이건 뭐야?”

    윤아가 자신의 몸에 둘러진 솔리드 아머를 느낀 것이다.

    “너…. 방금 마나를 느낀 거야?”

    “뭔지는 모르겠는데….”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은 마나를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윤아가 방금 솔리드 아머를 느꼈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경우는 단 한 가지였다.

    “이번 일 끝나면 각성 판정이나 받으러 가자.”태운은 그 말을 끝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 밖으로 나왔다.

    지금은 급한 일이 있었으니까.

    “하이 부스트.”

    태운은 하이 부스트를 사용하고 설구 마을로 달렸다.

    달리는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자리하고 있었다.

    * * *

    “저리 가라! 이놈아!”

    “으아아아앙!”

    배반자들이 설구 마을을 노린 것이 이런 것 때문이었다.

    노인들과 그들 밑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아이들.

    저항을 해도 하나 마나인 나약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편하니까.

    “울지 마! 애새끼야!”

    배반자가 다가오자 자신의 손자를 감싸고 있는 할아버지는 주변에 있는 물건을 던지며 저항해 보았다.

    하지만 기력이 쇠한 할아버지가 인간의 힘을 뛰어넘은 각성자로부터 자신의 손자를 지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배반자는 노인과 아이를 향해 검을 휘둘렀고 그들은 죽음을 직감하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들이 기다리는 운명은 다가오지 않았다.

    카앙!

    “크윽….”

    배반자의 검을 가로막은 것은 헌터 협회 소속 C급 헌터 김수백이었다.

    “뭐야. 벌써 헌터들이 온 건가?”

    “그렇다! 지금 밖에 수십 명의 헌터들이 설구 마을을 포위하고 있다. 살아 돌아갈 생각하지 마라!”허풍이었다.

    홍대 테러 당시에 자신을 살려준 학생 중 한 명을 만나러 가는 길에 이런 일이 터져 급히 달려온 것뿐.

    지금 이곳에 헌터는 자신뿐일 가능성이 높았다.

    ‘확률상 각성자는 10명 정도 있을 수도 있지만…. 훈련받지 않은 각성자는 힘이 조금 센 일반인과 마찬가지야….’하지만 자신의 눈앞에 있는 배반자의 힘이 생각보다 강하다.

    적어도 B급 헌터 한 명의 힘은 가지고 있는 듯했다.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능력이 뛰어나 겨우 C급의 명찰을 달게 된 김수백이 상대하기에는 무리인 적이다.

    게다가 자신은 여기까지 오면서 어중이떠중이 배반자들을 처리해 체력을 상당히 많이 소모한 상태였으니까.

    김수백은 이대로 적이 물러나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적은 김수백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럼 빨리 이 3명만 죽이고 빠져나가야겠군,”김수백의 생각은 틀렸다.

    빨리 강해져서 원로회에 들어가는 것만 생각하고 있는 배반자의 사고 회로는 일반인과 달랐다.

    “젠장…!”

    김수백의 앞에 선 배반자의 검에 마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저건 못 막는다….’

    마기 감지 능력의 수준이 높지 못한 자신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마기다.

    자신이 막는다고 해도 검과 함께 두 동강이 나버릴 것이고 동시에 뒤에 있는 두 사람도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죽기 싫….’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배반자의 검이 눈앞까지 다가왔으니까.

    죽음을 피할 수 없다고 느낀 순간, 김수백은 자신의 몸이 마나로 코팅되는 것을 느꼈다.

    카앙!

    배반자의 검이 닿았지만 김수백은 뒤로 날아가기만 했을 뿐 아주 작은 상처조차 나지 않았다.

    “어…?”

    “엉? 뭐야!”

    “아이시클 스피어.”

    “크억!”

    그 순간, 배반자의 등으로 얼음 창이 날아와 박혔다.

    “어떤 자식이….”

    “하이 부스트.”

    촤-악!

    갑자기 나타난 남자는 배반자의 가슴을 베었고 그 뒤로 5개의 마법들이 날아와 배반자를 공격했다.

    직후 쓰러지는 배반자의 목에 검을 꽂아 넣었다.

    “메테리얼이 하나라도 부족했다면 한 번에 못 끝냈을지도 모르겠네…. 아, 괜찮으세요?”갑자기 나타나 배반자를 제거한 사람은 강태운이었다.

    “강태운 씨?”

    강태운을 본 김수백은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과거에도 한 번, 강태운에게 목숨을 부지받은 일이 있던 김수백에게 그의 존재는 상당한 안도감을 주었다.

    “지금까지 고생하셨습니다.”

    태운은 설구 마을의 중심인 이곳까지 오면서 생각보다 피해가 크지 않다는 사실에 의아해하고 있었다.

    그런 차에 김수백 헌터를 보니 납득이 갔다.

    “하지만 지금부터 적어도 20분은 더 뛰어야 할 겁니다.”태운은 지쳐 있는 김수백에게 팩 인 디바인 포스를 사용해 회복시켜 주었다.

    “오….”

    김수백은 단번에 활기를 되찾게 해주는 태운의 마법에 감탄했다.

    “먼저 가겠습니다. 이분들을 마을 밖으로 모시고 나가주세요.”

    “알겠습니다.”

    김수백은 강태운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뒤로 미루기로 했다.

    그때, 밖에서 배반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 있으면 헌터들이 온다! 최대한 빨리 죽이고 빠지자고!”태운은 그 말을 듣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3명의 배반자가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찾고 있었다.

    “저기 사람이다! 죽여!”

    그들은 태운을 보고 달려들었고 그 순간 태운은 3명을 관찰했다.

    ‘양손 검 한 명, 한손 검에 방패, 마법 웨퍼…. 전부 C~D급 수준이다.’태운은 가장 먼저 달려오는 방패를 든 적에게 마법을 날렸다.

    그는 마법을 방패로 막았고 태운은 그 틈을 타 공격했다.

    “크윽…!”

    마법을 막느라 반응이 느려진 적은 태운의 공격을 고스란히 허용했다.

    그 순간, 위험을 느낀 적은 몸을 움츠렸다.

    ‘하이 부스트, 파워 인챈트.’

    쾅!

    태운은 적이 움츠린 탓에 검으로 공격할 각이 나오지 않자 건틀릿에 인챈트를 하고 적의 머리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그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머리가 부서져 사망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은 두 명도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이 건틀릿 정말 괜찮은데?”

    내구성도 괜찮고 움직이기도 편하면서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

    게다가 임정국 공방의 무기들 대부분이 그렇듯 마나와의 호응이 뛰어나 인챈트 마법을 잘 빨아들인다.

    그야말로 훌륭한 성능의 무기다.

    ‘마나 탐색.’

    태운은 마나 실을 길게 늘어뜨려 사람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움츠려 있는 사람들은 적이 아니다.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움직이는 사람을 찾아라…. 그게 배반자다.’만약 이곳이 홍대거리처럼 넓고 탁 트여 있는 장소라면 광역 마법으로 배반자들을 죄다 밀어 버렸겠지만, 이곳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달동네의 특성상 시야 확보가 어렵고 대피가 어려워 주민들이 휘말릴 수밖에 없다.

    “찾았다.”

    태운은 약 100M 정도 거리에서 4명의 배반자 무리를 찾았다.

    그들 근처에 있는 주민들에게 마나 아머를 씌워주고 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마나 아머에 충격이 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배반자가 태운이 마나 아머를 씌워준 주민 중 누군가를 공격했다는 의미다.

    사용하지 않았다면 아마 비극이 벌어졌을 것이다.

    더욱더 빨리 발을 움직여야 한다.

    “이거 뭐야? 여기 헌터가 숨어….”

    빠악!

    마나 아머 위를 강타하고 당황하고 있는 배반자의 머리를 태운이 건틀릿으로 가격했다.

    하이 부스트를 사용해 B급 헌터 이상의 속도를 내고 있는 태운의 공격을 어중이떠중이 배반자가 반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 헌터 새…. 크억!”

    퍽! 퍽! 퍽!

    눈으로 보기도 어려운 속도로 명치, 오른쪽 턱, 왼쪽 턱을 가격당한 배반자는 그대로 쓰러졌다.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전격, 포박, 강화.”

    마음 같아선 모조리 죽여 버리고 싶지만, 배반자를 포박해 심문한다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론 생포하는 것이 배반자의 집단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생포하는 건 한 명이면 충분하다.

    “라바 랜스, 다중 시전.”

    나머지는 살려둘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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