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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83화 (83/379)
  • 83화

    태운은 결단을 내리고 밖으로 나가 정예병 막사로 갔다.

    “지금부터 야습을 시작한다. 10분 주겠다. 무장을 갖추고 막사에서 대기하고 있도록”

    “분부대로!”

    “이 임무는 보안이 생명이다. 최대한 은밀하게 준비하도록.”태운은 그들에게 명령하고 자신의 막사로 돌아와 자신의 더미를 만들었다.

    가까이서 보면 다르게 생겼지만, 코앞에서 보지 않는 한 들키지 않을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더미를 만들었다.

    ‘분신 마법이 쉽지는 않더라고….’

    몇 개월째 만들고 있는 마법이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도 완성도 높은 더미 마법을 만들었으니 움직이는 분신을 만드는 것도 가능은 할 거라고 생각된다.

    “음, 더미는 이만하면 됐고, 구상 좀 해보자.”병사들에게 10분을 준 이유에는 그들이 준비를 완전히 갖추길 바라서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머릿속으로 전투를 구상하기 위한 시간을 주기 위함도 있었다.

    ‘일단 성벽을 넘고….’

    태운은 전투 준비를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전투를 계속 구상하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을 해도 막상 전투에 들어가면 대부분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정말 위험할 때나 계획이 어긋나려 할 때를 대비해 차선책을 생각해놓으면 대처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대충 구상을 마친 태운은 다시 정예병들의 막사로 걸어갔다.

    “다들 준비가 됐군.”

    태운은 막사 안에 들어와 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번 야습은 은신에 특별히 신경을 쓰도록.”

    “알겠습니다.”

    태운은 그들에게 몸이 가벼워지고 눈에 띄지 않게 되는 마법인 배니싱 코트를 씌우고 막사 밖으로 이끌었다.

    그들은 천천히 움직여 라이언 왕국의 수도를 감싸고 있는 성벽으로 나아갔다.

    ‘마나 차단막.’

    적들도 바보는 아닌 이상 적이 쳐들어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감지 마법을 깔아두지 않을 리는 없었다.

    태운은 과거 찬영과의 대련에서 사용했었던 마나 차단막을 떠올렸고 그것으로 자신과 병사들의 몸을 숨겼다.

    마나 차단막을 사용한 채 20분 정도 걸어가자 성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서 5조로 나눈다. 위치로”

    태운의 말에 정예병 500여 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각자의 위치로 갔다.

    ‘제로 그래비티, 하이 부스트.’

    태운은 제로 그래비티로 중력의 영향을 줄인 후, 강화된 신체 능력을 활용해 단번에 뛰어올랐다.

    다른 병사들도 각자의 방법으로 성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성벽 위로 도착한 태운은 라이언 군의 병사 둘과 눈을 마주쳤다.

    “어…?”

    “적스…….”

    푸-욱!

    태운은 자신의 손에 샤프니스 인챈트를 하고 둘의 목을 찔러 단숨에 절명시켰다.

    ‘하마터면 들킬 뻔했네.’

    태운은 성벽을 올라오는 병사들을 바라보고는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망루에 있는 병사들을 먼저 처리하고 감지 마법을 사용하던 마법사들을 빠르게 처리했다.

    그렇게 2~3분이 지나자 성벽 위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수백 명의 병사들이 우르르 성벽을 기어 올라왔으니 소란스러워지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것이었다.

    “적습이다!”

    “그래! 적습이다!”

    촥!

    태운의 병사들은 혼란스러워진 틈을 타 성벽 위를 순식간에 점령했고 태운은 성문을 개폐할 수 있는 곳을 노렸다.

    그때, 태운의 눈앞에 누군가가 나섰다.

    “레오, 그대의 명성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소. 하지만 나의 상대는 되지 못하니 그만 항복하는 게 어떤가.”40대의 중년 남자 기사가 검을 뽑아 들고 태운의 앞을 막아선 것이다.

    “후…. 안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지구보다 마법의 수준이 낮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크게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오러였다.

    지구에서도 그 원리를 알아내지 못한, 단 한 명 만에 다룰 수 있는 오러가 이 세계에서는 존재했던 것이다.

    그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한 국가에 적어도 한 명씩은 오러 유저가 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태운은 검을 다잡고 효과가 떨어지기 시작한 신체 강화 마법을 다시 사용했다.

    “포기할 생각은 없어 보이는군. 내 이름은 가펠, 라이언 왕국의 수호 기사다.”

    “레오다.”

    가펠의 검에 푸른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저게 오러구나.’

    태운은 가펠의 검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관찰했다.

    ‘구성 자체는 마나와 별다를 게 없는데…. 느껴지는 기운은 훨씬 더 정순하고 날카로워.’마나가 몽둥이라면 오러는 잘 벼려진 칼 같았다.

    “한눈팔지 말게!”

    가펠의 검이 태운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고 태운은 몸을 뒤로 빼내 공격에서 벗어났다.

    “크윽….”

    겨우 피했지만 방금 공격에서 오러가 실린 검의 위력을 알 수 있었다.

    방금 허공을 가른 검을 피하지 않고 막아냈다면 검과 함께 목이 달아났을 것이다.

    ‘오러를 가지고 있는 검성 셀이 괜히 전세계 헌터 랭킹 2위인 게 아니었어….’태운은 오러 그 자체의 위력에 감탄했고 오러를 연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눈앞에 있는 상대를 이기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도망치지 말고 덤비게!”

    태운은 오러가 담긴 검을 들고 빠르게 검을 휘두르는 가펠의 공격을 모조리 회피하며 파훼법을 찾았다.

    하지만 별 방법이 없었다.

    정직하게 강한 힘에는 약점이라는 게 없었으니까.

    그래서 태운도 정공법으로 이 위기를 타파하기로 정했다.

    “라이트닝 스피어, 명중.”

    태운은 가펠의 공격을 전부 피하며 마법을 시전했다.

    어떤 전투든 한 가지 필승 공식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전부 피하고 전부 맞춰라’였다.

    푸-욱!

    가펠의 어깨에 라이트닝 스피어가 깊숙이 박혔다.

    그는 오러를 활용해 라이트닝 스피어를 흩어 버리고 다시 태운을 공격했다.

    “화폭, 라이트닝 인챈트, 다중 소환, 솔리드 아머.”

    “크윽!”

    “염구, 파이로 컨트롤”

    “이놈…! 쥐새끼마냥 도망만 치지 말란 말이다!”아무리 빠르고 화려한 공격이라 할지라도 검을 쥐고 있는 팔을 보며 공격을 예측할 수 있다.

    게다가 가펠은 오러를 가지고는 있지만 다양한 공격 옵션을 보유하고 있지 못했다.

    한평생 세로 베기만 하다 깨달음은 얻어 오러를 사용할 수 있게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좀 어색하긴 하지만 덕분에 쉽게 이길 수 있었다.’태운이 계속해서 거리를 벌리며 마법을 사용하자 가펠도 위협을 느꼈는지 공격을 멈추고 검을 쥐는 방법을 바꿨다.

    지금까지는 빠르고 유연하게 검을 휘두르기 위해 손잡이를 느슨하게 잡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모든 힘을 쏟아 버리겠다는 생각인지 검을 강하게 꽉 쥐었다.

    “이 공격으로 너와 나의 전투는 끝이 난다.”가펠의 몸을 보호하고 있던 오러는 빠르게 그의 검으로 옮겨 갔고 가펠은 위에서 아래로 베는 세로 베기를 준비했다.

    우-웅.

    가펠은 오러가 검에 충분히 응축되었을 때 검을 휘둘렀다.

    부-웅.

    콰-가가각!

    가펠의 검으로부터 응축된 오러가 엄청난 파괴력과 절삭력을 가지고 태운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태운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이런 거에 어울려줄 필요가 없잖아.”

    준비 자세에서부터 뻔히 보이는 공격 루트, 맞아 주려야 맞아줄 수가 없었다.

    태운은 공격 반경에서 슬쩍 빠져나와 다시 마법을 시전했다.

    “마나 캐논, 파이어 인챈트, 다중 소환.”

    “아….”

    쾅쾅쾅쾅!

    오러를 모두 소모한 가펠은 태운의 공격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고 그 상태로 즉사하게 되었다.

    “후…. 성문을 열어라.”

    태운은 천천히 열리는 성문을 보며 하늘을 향해 신호탄을 쏘았다.

    그 신호탄을 보자 레오의 부관인 체일이 군대를 이끌고 진격했고 오러 유저까지 잃은 라이언 왕국의 왕은 항복을 선언했다.

    그렇게 하룻밤 만에 라이언 왕국은 지도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 * *

    라이언 왕국 몰락 3일 후.

    “병사들의 피해가 생각보다 크군…. 좀 더 수비적으로 병력을 운용할 필요가 있겠어.”하이튼 왕국, 국왕의 집무실에서 하이튼 왕국의 제임스 하이튼이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예상보다 골든 왕국의 군사 수가 많고 병력을 잘 굴리는 장군이 있었던 탓에 병력들을 크게 잃었기 때문이었다.

    똑똑.

    그때, 왕의 집무실 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폐하, 레오 장군의 전갈이옵니다.”

    “들어오라.”

    책사가 문을 열고 레오의 편지를 한 손에 들고 집무실로 들어섰다.

    “레오 장군의 전갈입니다.”

    “읽어 보거라.”

    책사는 목을 가다듬고 읽기 시작했다.

    “긴급한 사정이 생겨 개시일을 12일 당겨야 할 것 같습니다. 페튼 왕국을 칠 시간적 여유가 되지 않기에 실버렌 12세를 제거한 후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면 페튼 왕국을 공격해 땅을 빼앗고 하이튼 왕국의 손에 넘기겠습니다.”

    “12일을 당기면…. 5일 후라는 말인가?”

    라이언 왕국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도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다.

    “흠…. 그럼 페튼 왕국은 치지 않고 골든 왕국을 치겠다는 것인데….”“페튼 왕국은 추후에 치자는 것 같습니다.”

    “흠…. 불편하군.”

    하이튼 왕국은 비옥한 페튼 왕국의 땅을 주겠다는 말에 혹해 레오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한데 거래 조건을 갖추지도 않고 먼저 자신의 목표를 이뤄야겠다니.

    하이튼 왕국의 입장에서는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좋게 보이진 않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럼 그대로 진행하지.”이제 와서 무를 수 없는 노릇이었다.

    라이언 왕국의 몰락으로 인해 골든 왕국의 힘이 더욱 강해졌기에 이대로 레오의 도움 없이 싸우면 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태운도 이것을 예상했기에 계획을 바꾸자고 제안할 수 있던 것이다.

    “그럼 5일 뒤에 총공격을 시작한다.”

    * * *

    라이언 왕국을 점령한 태운은 체일 부관과 자신의 병사 2,000명을 두고 바로 병력을 돌렸다.

    2일이 지나자 라이언 왕국의 입구였던 협곡을 지나 골든 왕국 국경에 도착했고, 쉬지 않고 하이튼 왕국과 골든 왕국의 전선으로 이동했다.

    도착하면 약 3일 정도의 시간이 남는다.

    단번에 공격이 끝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시간을 오래 끈다면 전쟁 도중에 독소가 살아날 수도 있고 그렇게 된다면 이번 마정석 흡수는 실패로 돌아간다.

    이번 마정석 흡수는 속도가 생명이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 1시간만 더 가서 쉰다.”태운은 계속되는 강행군에 힘들어하는 병사들을 다독이며 계속해서 나아갔다.

    ‘이번 전쟁에는 실버렌이 출장했다. 실버렌을 죽이면 반란은 성공이다.’실버렌에게 진심으로 충성하는 이는 많지 않다.

    폭군인 그가 두려워 충성을 하거나 그에게서 얻을 것이 있어 아첨을 하는 신하만이 실버렌과 가까이 지내고 있었다.

    ‘골든 왕국의 오러 유저이자 왕실 수호 기사인 버즈는 데닌이 팽형을 당하자 환멸을 느끼고 은퇴해 산속에 틀어박혔지.’실버렌 12세의 목을 지키는 이는 아무도 없다.

    골든 왕국의 마지막 남은 충신이자 방패는 칼로 변해 실버렌의 목을 노리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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