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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81화 (81/379)
  • 81화

    “그럼….”

    “전 라이언 왕국과 다른 국가를 무너뜨릴 생각입니다. 라이언 왕국을 정복하고 페튼 왕국을 무너뜨린 후 흡수한 병력을 전선으로 돌리겠습니다.”

    “흠….”

    그것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전황을 뒤집을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냐?”

    “불가능하다면 제 머리에서 나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건방지군.”

    태운은 식은땀을 흘렸다.

    왕과의 대화에서 선을 잘 타야만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재가 거슬리게, 죽일 만한 명분을 주지만 지금 당장 죽이기는 망설여지게 행동해야만 했다.

    ‘국왕도 레오를 믿고 전쟁을 벌인 것일 테니 전쟁이 끝나기 전에는 쳐내지 못하겠지.’생각해보니 참 책임감 없는 선택이다.

    자신의 선택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받을지 조금이라도 생각해봤다면 전쟁이라는 선택은 하지 않았을 테니까.

    “허가하마.”

    “폐하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실패한다면 그 혓바닥을 잘라 버리겠다.”

    태운은 고개를 조아리고 바로 물러났다.

    지금은 저 멍청한 왕의 비위를 맞추고 있지만 다음에 만날 때는 다를 것이다.

    * * *

    “성문을 열어라.”

    레오의 병력 12,000명에 영지민들을 추가 징집해 총 20,000명의 군대가 천천히 열리는 성문 앞에 서서 레오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들을 지켜보는 군중 사이에서 환호 소리와 함께 통곡 소리가 들렸다.

    개중에는 레오를 욕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아마도 징집된 사람의 부모님일 것이다.

    레오의 인망이 아무리 깊다 해도 자식을 사지로 데려가는 사람을 욕하지 않고는 버티기 힘들 테니까.

    “진군한다.”

    태운의 말에 출진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나긴 군사 행렬이 성문을 지나자 천천히 성문이 닫혔고 병사들은 멀어져가는 고향을 보며 전쟁에 나간다는 사실을 천천히 실감했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전쟁은 뒤로 물릴 수 없었다.

    태운이 선두에 선 부대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8시간의 행군 후 점점 해가 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 주변에서 야영을 한다.”

    태운의 말을 들은 병사들은 능숙하게 텐트를 치고 취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마법병들은 돌아가며 탐지 마법을 사용하고 거수자가 접근하면 3번의 경고 후 즉시 처치 후 보고하라.”

    “알겠습니다.”

    근 한 달간 태운이 직접 키운 마법병들은 상당한 기량의 발전을 이뤘다.

    웬만한 적은 빠르게 처리하고 보고할 정도의 수준은 된다.

    생각보다 강한 적이 나타나면 큰 전투가 벌어질 테니 그때는 태운이 나서면 된다.

    ‘그래도 암살당할 가능성도 있으니….’

    태운은 보초를 설 병사들과 마법병들을 자신의 천막으로 불렀다.

    “보초를 교대할 때는 나에게 보고를 하도록.”그리고 처음에 보초를 설 병사들에게 마법을 걸어두었다.

    ‘솔리드 아머의 열화판, 방어력은 크게 떨어지지만 공격을 당하면 나에게 강한 신호가 오지. 이걸로 암살자의 위험을 줄였다.’태운은 레오의 특성인 ‘트롤의 피’를 믿고 오늘 밤 잠을 자지 않기로 정했다.

    실제로 전에 레오의 몸으로 3일 정도 자지 않은 적이 있는데 그때도 컨디션의 저하가 없었다.

    “그럼 해산.”

    “충성.”

    태운은 천막 밖으로 나가는 그들을 보고 자신도 밖으로 나갔다.

    병사들은 제공한 재료들로 스튜를 끓이고 있었다.

    그들은 많은 양의 고기와 채소들로 풍성한 한 끼를 만들어 냈다.

    태운은 병사들의 사기가 음식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음식에 신경을 썼다.

    그 덕분에 진영 내의 분위기는 축 처지지 않았다.

    “그럼 이제 나도…. 잠깐.”

    태운은 스튜를 만들고 있는 병사 하나가 어색하게 움직이는 것을 포착했다.

    “동작 그만.”

    태운은 그에게 빠르게 다가가 그를 멈춰 세웠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등 뒤에 숨긴 게 뭐지?”

    그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태운은 그를 놓치지 않고 바로 달려들어 그를 제압했고 그가 등 뒤에 숨긴 물건을 빼앗았다.

    그가 들고 있던 것은 작은 나무 조각이었다.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병사는 억울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태운은 그것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독극물에 절여둔 나무 조각이군.”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건 그저 평범한….”

    “그럼 증명해 보거라.”

    태운은 그 즉시 그 병사의 입을 벌려 나무 조각을 넣고 닫았다.

    “으으으읍!!!!”

    그 병사는 기겁하고 몸부림을 쳤지만 이내 숨이 끊어져 팔다리가 축 처졌다.

    “……이게 무슨….”

    그 모습을 본 병사들은 기겁하며 뒤로 쓰러졌다.

    “제임스…. 왜…. 도대체 왜….”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인 모양이다.

    태운은 병사들을 시켜 시체를 치우고 취사 준비를 속행하게 했다.

    그러자 부관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렇게 죽여도 됐던 겁니까? 누가 시킨 일인지 심문이라도….”

    “필요 없다.”

    그게 누구든 태운에겐 상관이 없었다.

    “누군지 안다 한들 그에게 제대로 된 보복을 할 수도 없을 테니까.”태운은 전장에 나와 있는 몸.

    알아낸다 한들 정치로 누군가에게 보복을 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심문을 하겠답시고 고문을 하면 병사들의 사기가 어떻게 되겠는가.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죽이는 것으로 충분하다.”

    “과연…. 알겠습니다.”

    “쉬게.”

    “네, 장군님”

    태운은 부관을 물리고 자신의 막사에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오늘 밤은 조용했으면 좋겠는데.”

    그 후, 보초를 설 병사들이 교대 전에 몇 번이고 태운의 막사에 찾아왔지만, 다행히 그날 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 *

    3일간의 행군 끝에 첫 번째 격전지가 될 협곡에 도착했다.

    태운은 협곡에 들어서기 전에 병사들에게 전달했다.

    “이곳에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는다면 죽음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명령대로 움직여준다면 이 협곡을 사지 멀쩡하게 통과할 수 있다. 그럼 출발하겠다.”태운과 병사들은 거대한 협곡으로 발을 들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엄청난 높이의 수직 벽에 나 있는 거대한 길, 그 사이로 병력을 이동시켰다.

    ‘이런 지형이 다 있냐…. 다른 나라들이 라이언 왕국을 칠 생각조차 못 하는 이유가 있었네….’이 협곡이 군사력이 가장 약한 라이언 왕국을 지켜주는 천연 성벽이었다.

    이곳을 지나가다가 위에서 마법 폭격을 날리거나 바위라도 굴리면 병사들은 모두 몰살이다.

    협곡의 중간을 지나자 위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골든 왕국의 장군 레오여! 고작 이 정도의 병력으로 우리 왕국을 치겠다고 나선 것이냐!”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의 주인은 라이언 왕국의 장군, 렉사르였다.

    그는 용맹하지만 상대방의 술수에 쉽게 넘어가는 큰 단점을 가지고 있는 무장이었다.

    “너의 그 어리석음이 너의 병사들을 모두 죽이게 되었구나!”레오를 자극하는 렉사르의 말에 태운은 확성기 마법을 사용해 대꾸했다.

    “그것이 너의 유언이더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렉사르의 목소리완 다르게 무겁게 가라앉은 태운의 목소리는 왠지 모를 위압감을 주었다.

    “독 안에 든 쥐가 자신의 처지도 모르고 짖어대는구나! 오냐. 저승으로 가서 너의 부모에게 안부 인사나 전하거라!”“독 안에 든 쥐가 누군지는 알고 말하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태운은 오른팔을 머리 위로 들었고 그 신호에 맞춰 마법사들이 마법을 외우기 시작했다.

    “무슨 헛짓을 하려고! 공격해라!”

    렉사르는 그 모습을 보고 빠르게 공격을 명령했다.

    마법병들은 불꽃 마법들을 쏘아댔고 일반 병사들도 돌을 굴리고 화살을 쏘아 태운의 병사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것은 태운과 태운의 병사들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제로 그래비티.”””

    “““하이 프로텍트.”””

    떨어지던 돌덩이들은 그 자리에서 멈춰 힘을 잃어버렸고 마법들은 투명한 방벽에 막혀 사라졌다.

    “제로 그래비티의 강도를 천천히 줄여라.”

    거대한 돌덩이들은 힘없이 천천히 떨어져 위력을 잃어버렸다.

    “…이, 이런! 계속 공격해라! 마나가 떨어질 때까지 계속 공격해!”돌덩이를 계속 떨어뜨리면 아무리 태운이 키운 마법병이라고 해도 전부 막는 건 무리다.

    하지만 태운이 그것을 계산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그건 곤란하지.”

    “으악!!!”

    “크악!”

    라이언 군의 뒤에 태운과 그가 엄선하여 키운 정예병 100명이 서서 병사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이 무슨…. 너, 너는 분명 아래에 있….”

    “아래? 아래에 왜 내가 있어?”

    태운은 골든 왕국의 장군에게 내려지는 화려한 투구를 다른 병사에게 씌우고 선두에 서게 했다.

    그리고 자신은 리버스 그래비티 마법을 사용해 정예병들과 협곡을 등반해 여기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한 달 만에 리버스 그래비티까지 알려주기엔 난이도가 너무 높지. 중력의 힘을 0에 가깝게 줄이는 거랑 아예 바꿔 버리는 거랑 차원이 다른 난이도니까. 어쩔 수 없이 내가 할 수밖에.’채-앵!

    렉사르는 태운을 노려보며 검을 뽑아 들었다.

    “해봤자 고작 100여 명이다! 쳐라!”

    “근데 그 100명이 보통이 아니라는 말이야. 하이 부스트”태운은 같이 올라온 병사들에게 하이 부스트 마법을 사용해 신체를 강화했다.

    그들은 황소와 같은 힘으로 라이언군의 진영을 무너뜨리고 다녔다.

    “이…. 이게 무슨….”

    렉사르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라이트 익스플로전.”

    퍼-엉!

    태운은 그런 렉사르의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그러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너희들의 장군, 렉사르가 죽었다! 항복하는 자는 살려주겠다!”

    * * *

    무사히 협곡을 통과한 레오군은 계속 나아갔다.

    협곡을 통과했다고 해서 쉴 수는 없었다.

    협곡 바로 앞에 라이언 왕국의 타이거 요새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방금 통과한 협곡이 신이 내린 천연 요새라고 불린다면 타이거 요새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요새라고 불린다.

    20m의 높고 두꺼운 성벽, 그리고 15,000명의 병력과 그들을 통솔하는 노련한 장군.

    성벽 앞에 4미터 너비의 해자까지 있어 뚫는 게 어려운 정도가 아닌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까지 도는 요새였다.

    하지만 태운에게는 그리 어렵다고 여겨지지 않았다.

    “마법병 1군 하이 프로텍트 전개.”

    요새 위에 자리하고 있는 마법병들과 궁수들의 사정거리에 들어가기 전에 태운은 병력 전부를 보호하는 방벽을 세웠다.

    “마법병 2군 해자의 물을 얼려라.”

    그리고 성벽까지 접근을 막는 해자의 물을 얼려 그 역할을 하지 못하게 했다.

    그 후는 간단했다.

    “돌격!”

    태운은 말을 타고 말과 자신에게 솔리드 아머를 입힌 후 돌격했다.

    [본체 ‘강태운’의 특성 ‘선봉장’이 발현됩니다.]

    [선봉장의 발현으로 모든 스탯이 향상됩니다.]

    [선봉장의 발현으로 지휘 아래 병사들의 사기가 대폭 상승합니다.]

    “레오 장군님을 따라라!”

    “““우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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