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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80화 (80/379)
  • 80화

    하이튼 왕국의 군사 수는 약 84,000명이다.

    그에 비해 골든 왕국의 군사 수는 약 138,000명

    단순한 힘 싸움이라면 질 수 없는 머릿수 차이지만 국경이 맞닿아 있는 아이온, 페튼, 라이언 왕국을 견제하기 위한 병력을 빼면 전쟁에 50,000~60,000명 정도밖에 기용하지 못한다.

    “그리고 하이튼 왕국의 병사의 수준은…. 다른 국가와 차원이 다르지….”창 하나도 잘 다루지 못하는 병사들과 달리 하이튼군의 병사들은 창, 도끼, 검, 쇠뇌까지 4개의 무기를 능숙하게 다룬다.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싸움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막아내는 게 한계야….”

    가도가 세라오니에서 헤온 왕국군을 막아낼 때와는 규모가 다르다.

    마법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 세계는 마법이 발견돼 100년 정도 연구도 진행된 상태라 마법이 꽤나 발전해 있었다.

    고도의 과학 문명을 바탕으로 빠르게 마법을 발전시킨 지구와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는 것보단 뭐라도 하는 게 낫지.”태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집 밖으로 나갔다.

    태운이 향한 곳은 마법 병단의 군영이었다.

    “충성!”

    마법병들은 태운을 보고 경례했다.

    태운은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시작했다.

    “소식은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곧 전쟁이 일어난다.”이곳은 하이튼 왕국과 거리가 멀다.

    전쟁이 일어났다고 해서 전장으로 투입되기에는 라이언 왕국과 너무 가까이 붙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탓에 병사들은 위기감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태운은 그들의 정신머리를 개조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훈련을 시작한다. 모두 연병장으로 집합해라.”태운은 마법병들을 모두 데리고 연병장으로 데리고 나왔다.

    “각자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고위력의 마법을 사용한다. 실시!”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이 실시된 훈련에 마법병들은 불만을 품었지만 태운의 말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특기 마법을 시전했고 태운은 그것을 관찰했다.

    ‘파이어 밤…. 각 속성 스피어 정도가 최고 마법인가….’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태운은 신경 쓰지 않았다.

    태운은 그들의 가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었으니까.

    “잘 봐라.”

    태운은 마법병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뒤 메테리얼을 생성했다.

    “익스플로전.”

    그리고 터뜨렸다.

    콰-앙!

    태운이 목표로 한 곳의 반경 5m가량은 폭발해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가 되었다.

    “…….”

    마법병들이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경악하고 있을 때 태운이 입을 열었다.

    “모두 내 말 잘 들어라.”

    태운은 그들을 세워놓고 말했다.

    “전쟁까지 2주가량이 남았고 우리가 투입될 때까지는 한 달 정도가 남았을 것이다. 그동안 내가 너희들을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마법사로 만들어주겠다. 잘 따라와 주길 바란다.”

    “…….”

    마법병들은 마른 침만 삼킬 뿐이었다.

    “대답해라.”

    “““알겠습니다!!!”””

    “그럼 훈련을 시작한다.”

    가망이 없어 보이지만 할 수 있는 걸 하다 보면 방법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태운이었다.

    * * *

    마법병단의 훈련을 시작한 지 1주일째 되는 날.

    태운은 마법병들에게 과제를 하나 내주고 실버렌을 만나러 왕도로 출발했다.

    3일에 걸쳐 왕도에 도착한 태운은 왕도를 둘러보았다.

    “알현 시간까지 1시간 정도 남았는데…. 뭐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그때, 태운의 눈에 상당히 큰 크기의 펍이 보였다.

    “정보나 좀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훈련을 시키며 동기화가 올라 레오의 기억을 더욱 많이 꺼내 볼 수 있게 되었지만 레오도 워낙 앞만 보며 사는 사람이었던지라 이런저런 지식이 많이 부족했다.

    덜컹.

    태운은 펍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때, 태운의 눈에 들어온 것은 상당히 진부한 장면이었다.

    한 테이블에서 두 덩치가 멱살을 잡고 말다툼을 하고 있던 것이다.

    바텐더는 흔히 있는 일인 듯 무심하게 잔을 닦고 있었다.

    “좀 터프하네.”

    태운은 중얼거리며 바텐더의 앞에 앉았다.

    “물 한 잔만.”

    바텐더는 물을 잔에 따라 태운에게 건넸다.

    “흔히 있는 일인가 봅니다.”

    “그렇습니다. 테이블과 의자값이 얼마 나갈지 계산 중이었죠.”

    “그렇군요.”

    태운은 물을 홀짝이며 바텐더에게 물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있나요?”

    “무슨 이야기를 원하시죠?”

    “어떤 거라도 괜찮습니다.”

    바텐더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재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 친구의 조상 이야기를 해드리죠.”

    “좋습니다.”

    “제 친구는 불을 굉장히 잘 다루는 마법사입니다. 집안 내력이라고 하더군요. 호전적인 성격이기도 하니 불이라는 것과 잘 맞는 것도 같군요.”

    “그렇죠.”

    태운은 바텐더의 이야기에 천천히 빠져들었다.

    “그 친구의 아버지의 할머니, 그러니까…. 증조할머니 정도 되겠군요. 그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약 100년 전, 다른 대륙에 있는 왕국의 왕실 마법사였다고 합니다. 제 친구는 그녀가 마법을 처음 발견했다는 말도 하더군요.”

    “사실이라면 대단하군요.”

    “하지만 그런 대단한 사람도 많은 병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고 합니다. 100년 전이었으니 지금처럼 고위력의 마법도 사용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죠. 그렇게 그녀는 나라를 잃고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다가 과거 자신의 동료를 만났다고 합니다. 그는 그녀와 함께 한 장군을 모신 적이 있어 매우 친한 사이였죠.”

    “으흠….”

    “둘은 동료를 떠나 사랑을 느끼게 됐고 결혼을 해 아이까지 낳았습니다. 뛰어난 기사와 마법을 창시한 천재의 사이에서 나온 아이는 부모를 뛰어넘는 천재였습니다. 5살에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죠.”

    “오호….”

    태운이 이야기에 심취해 있을 때 누군가가 태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꼬마야, 여기는 왜 왔니?”

    술 냄새를 풀풀 풍기는 거구의 남성이 다가와 태운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이야~ 이 친구 물 마시네! 우유는 뗄 나이는 됐나 보구나! 물 마시는 거 보니까!”

    “크흐흐흐!!”

    술에 잔뜩 취한 그들은 이상한 소리로 웃으며 태운을 자극했다.

    “꼴에 남자라고 검 하나 차고 있는 거 봐!”

    “그걸로 네 사타구니에 달린 그 쪼그마한 그거나 잘라라!”

    “크하하학!!!”

    삽시간에 태운을 조롱하는 분위기는 펍을 채워나갔고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 갔다.

    “하…. 이야기 재밌게 듣고 있었는데….”

    태운은 의자에서 일어나 태운의 어깨를 잡은 거한을 밀쳤다.

    그러곤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바텐더의 앞에 놓았다.

    “그 정도면 이야기 값에 부서질 가구값은 할 겁니다…”

    “이 자식이 밀….”

    퍼억!

    태운은 짧게 거한의 코에 잽을 날려 그의 말을 끊었다.

    “근데 이 자식이….”

    잽을 통해 생긴 짧은 틈에 가위차기로 중심을 무너뜨리고 다리 관절기인 힐훅으로 깔끔하게 연계했다.

    뚜-둑!

    “끄아아악!!”

    태운은 자비 없이 그의 다리를 확 꺾어 부러뜨렸다.

    “십자인대가 파열됐을 거다. 앞으로 걸어 다니는 것도 제대로 못 할 테니 강도짓은 못하겠군”

    “끄으으….”

    태운은 품에서 꺼낸 현상 수배지를 그의 가슴팍에 올려두었다.

    그러곤 현상 수배지 4장을 더 꺼내 술집 안에 있는 녀석들과 대조했다.

    “흠…. 3명은 여기 있네.”

    “이…. 이런 미친 새끼가….”

    “아무리 저놈이라도 3명은 무리일 거다! 한꺼번에 쳐!”태운은 옆에 있는 의자를 들어 가장 먼저 달려든 녀석의 안면에 휘둘렀다.

    그리고 머리채를 잡고 금속으로 된 갑옷을 착용한 무릎으로 가격했다.

    “크허억….”

    “나머지 두 놈은 어떻게 할래.”

    “이런 씨….”

    태운은 그렇게 현상 수배범 4명을 한 장소에서 검거했다.

    “바텐더 씨, 그 이야기 어디 종이에 적어줄 수 있어요? 제가 이제 시간이 없어서….”“알겠습니다. 그럼 적어둘 테니 볼일 보시고 들러주시죠.”

    “감사합니다.”

    그 이야기가 재밌기도 했지만 뭔가 낯선 이야기가 아니었다.

    태운은 그것이 신경 쓰였던 것이다.

    “자, 그럼 가자.”

    태운은 현상 수배범 4명을 끌고 왕성으로 향했다.

    * * *

    “충성!”

    태운은 왕성의 앞에서 경비병과 마주쳤다.

    레오는 군대 내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취급받기에 그의 얼굴을 모르는 병사는 없었다.

    “여기 현상 수배범 4명입니다.”

    태운은 경비병들에게 잡아 온 범죄자들을 넘겼다.

    “알현 시간이 10분 정도 남았습니다. 문을 열어주십시오.”경비병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는 듯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곤 경비병 중 한 명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레오에게 말했다.

    “전쟁에 반대하시려고 오신 거라면 생각을 바꾸시는 게…. 얼마 전에 데닌 경께서도 같은 말을 하셨다가….”경비병이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다.

    왕은 레오의 능력과 업적에 굉장히 위협을 느끼고 있고, 실수라도 한다면 트집을 잡아 유배를 보내거나 죽이기 위해 벼르고 있을 테니까.

    태운은 경비병을 지나치면서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툭 치고 말을 끊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쟁에 대해서 말하려고 온 것은 맞지만 폐하의 심기를 건드릴 일은 없을 겁니다.”

    “…조심하십쇼.”

    태운은 그들을 지나쳐 알현실로 걸어갔다.

    “후우….”

    태운의 입장에선 현실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폐하, 들어가겠습니다.”

    “들어오게.”

    덜컥.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의자에 왕이 거만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오랜만이군. 페헨 영지를 탈환한 뒤 찾아오지 않아 많이 섭섭했다네.”“죄송합니다. 전쟁 소식을 듣고 병사들의 훈련에 집중하느라 여력이 없었습니다.”

    “으흠….”

    왕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대는 짐의 선택을 나무라기 위해 온 것인가?”“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폐하께 한 가지 전략을 제안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흐음…. 한번 말해보게.”

    태운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전쟁이 벌어지면 우리 왕국이 불리하다는 건 알고 계실 겁니다.”“그 전략이 먼저 고개를 숙이자는 것이라면 그대의 목이 어깨 위에 남아 있지 못할 것이다.”태운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일이 있겠습니까. 제가 죽는 일이 있더라도 긍지 높은 조국의 얼굴에 먹칠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저의 병력만으로 라이언 왕국을 치겠습니다. 라이언 왕국을 견제하던 병력은 최소 병력을 제외하고 동원하셔도 됩니다.”

    “뭐라…?”

    레오의 병력은 약 12,000명이다.

    라이언 왕국의 병력은 약 60,000명이니 무려 5배에 달하는 병력 차이다.

    단숨에 격퇴당하지 않으면 다행인 수준.

    하지만 태운의 눈빛은 강경했다.

    “라이언 왕국을 어떻게든 붙잡아 둘 테니 남은 병력을 돌려라…. 내 눈에는 위험한 전선에서 빠져나오겠다는 의도밖에 읽히지 않는다만. 차라리 자네가 하이튼 왕국과의 전선에 참전하는 게 어떤가?”“제가 언제 라이언 왕국을 붙잡아두겠다는 말을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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