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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73화 (73/379)
  • 73화

    마나경 상태인 찬영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신속.”

    하지만 공진영의 특기는 속도.

    구찬영에게 속도 만큼은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 빠른 편이었다.

    펑- 펑– 펑!

    공진영은 구찬영의 품 안으로 들어가 복부에 짧게 세 번의 주먹을 날리고 찬영의 공격을 한 번 더 피한 뒤 두 번의 공격을 안면에 박아넣었다.

    하지만 구찬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우직하게 공진영을 공격했다.

    “후….”

    공진영의 공격은 계속 적중하고 있지만, 찬영의 공격은 계속 빗나갔다.

    하지만 밀리고 있는 건 구찬영이 아닌 공진영이었다.

    구찬영의 공격은 한 번만 맞아도 치명타로 이어질 정도로 위협적이었으니까.

    그 순간 구찬영은 창을 버리고 주먹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공진영이 거리를 내주지 않고 바짝 붙어 공격을 하고 있었기에 창을 사용하기 애매했기 때문이다.

    터-업.

    찬영은 창을 버리자마자 공진영의 머리를 잡았다.

    그 상태로 공진영이 빠져나갈 수 없게 조인 후 무릎을 사용해 그의 복부를 강타했다.

    “크억!”

    공진영은 가드를 뚫고 들어오는 공격에 복부를 적중당하고 피를 토했다.

    ‘미친, 무슨 힘이….’

    공진영은 자신의 목을 잡고 있는 찬영의 팔 힘 때문에 빠져나가지 못하고 공격을 계속 허용했다.

    치-이익….

    공진영은 염군을 더욱 강하게 시전해 자신을 잡고 있는 찬영의 팔을 태웠지만, 찬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계속 공격했다.

    “크윽….”

    가드가 의미 없다고 판단한 공진영은 오른팔을 빼내 찬영의 턱을 노린 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찬영은 공격을 멈추고 공진영을 잡고 있는 팔 하나를 빼내 그의 어깨를 감아 공중으로 던졌다.

    “어…?”

    쾅!

    그리고 공중에서 멍때리고 있는 공진영의 턱에 주먹을 제대로 꽂아 넣었다.

    그대로 날아가는 공진영의 팔을 잡고 다시 끌어와 후속타를 가했다.

    “끄어어….”

    큰 충격에 정신이 아득해진 공진영은 염군마저 풀렸고 팔다리에 힘이 빠졌다.

    구찬영은 그것을 눈치채고 뒤에 던져둔 창을 들어 공진영의 목 아래에 창날을 가져갔다.

    “대충 1분 50초 정도 걸린 거 같네요.”

    “허억…. 후우….”

    “힘이 많이 빠졌었나 보네요.”

    당연하다.

    공진영은 기사단원과의 전투를 하다가 여기까지 전력으로 달려와 강유 동아리와의 전투를 하고 쉬지도 않고 구찬영과 싸웠다.

    구찬영과 전투를 시작했을 때부터 공진영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던 것이다.

    구찬영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공진영을 리타이어시켰다.

    리타이어 직전, 공진영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미 90점이나 올라있는 기사단의 점수였다.

    * * *

    “이야…. 미치겠네.”

    “기사단 점수가 90점…. 아, 120점 올랐네. 진영이 형까지 당했나 봐.”박성윤과 연정아가 함께 달리면서 점수판을 보았다.

    그들은 점수를 보고 기사단이 남은 언더독 멤버들을 모두 리타이어시켰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발을 더욱 빨리 움직였다.

    “깃발 받아.”

    “응?”

    연정아는 멀리서 매우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정일준을 느꼈다.

    박성윤은 정일준의 공격을 단 한 번도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연정아가 대신 정일준을 막아서기로 한 것이다.

    ‘30% 정도 쓰면…. 버틸 수 있을 거야.’

    남은 시간은 고작 2분.

    하지만 이 속도대로라면 10초 내로 따라잡힐 것이다.

    연정아는 달리다가 박성윤에게 신호를 줬다.

    “3…. 2…. 1…. 뛰어!”

    채앵!

    말 그대로 날아온 정일준의 검을 연정아가 막아냈다.

    “흐음…?”

    정일준이 연정아가 자신의 공격을 쉽게 막아내는 것에 감탄했다.

    “언더독, 이거…. 완전 보물창고였군….”

    “뭐라는 거야?”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얘기하지.”

    채앵!

    정일준의 검이 연정아의 무기인 긴 손톱을 연속으로 강타했다.

    “64연격.”

    카가가가각!

    연정아는 순간 위협을 느끼고 봉인의 수준을 낮췄다.

    그 후에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휘두르는 검을 전부 막아냈다.

    “일도양단.”

    채앵!

    “크윽…!”

    연정아는 정일준의 묵직한 공격에 침음을 흘렸다.

    “언더독에는 정말 인재가 많군.”

    연정아는 그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손톱을 휘둘렀다.

    ‘마기만 쓸 수 있었으면 아무것도 아닌 게….’“여기서 계속 싸우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유령 기사.”정일준은 빠르게 연정아를 처리하고 박성윤을 따라가기 위해 유령 기사를 소환했다.

    그때 연정아는 유령 기사를 보고 충격에 빠져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왜…. 그 아티팩트에서 마기가 느껴지는 거지?”연하긴 했지만 유령 기사를 소환할 때 마기가 느껴졌다.

    그 말을 듣고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던 정일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네가 마기를 어떻게 느낄 수 있는 거지?”

    “아니, 어떻게 마기를 사용하는 아티팩트를 네가 사용하는….”“닥쳐라! 네가 마기를 어떻게 느낄 수 있는지 먼저 알아야겠다.”정일준이 이성을 반쯤 놓고 연정아에게 달려든 순간

    [깃발 빼앗기 종목이 끝났습니다. 모두 대기실로 이동됩니다.]

    깃발 빼앗기 종목이 끝났고 연정아와 정일준은 격돌 직전에 강유도 밖으로 역소환 됐다.

    * * *

    깃발 빼앗기가 끝나고 연정아는 대기실로 돌아왔다.

    “1등이야!”

    “단체전에서 1등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성윤아! 정아야! 진짜 수고했다!”

    이미 리타이어당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언더독 멤버들은 1등을 차지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었지만 연정아는 아니었다.

    방금 강유도에서 본 기사단의 아티팩트에서 느껴진 마기가 계속 신경 쓰이는 것이다.

    “태운아, 와봐.”

    “응?”

    연정아는 태운을 불러 작은 소리로 정일준의 아티팩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뭐…? 확실해?”

    “응, 확실해. 정일준이 유령 기사를 소환했을 때 약하지만 분명 마기가 느껴졌어.”연정아는 마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기에 아주 연한 농도의 마기도 감지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연한 마기였어. 나도 아티팩트를 사용했을 때 아주 연하게 느낄 정도였으니까.”

    “흠…. 조사를 해봐야겠는데….”

    기사단의 아티팩트를 사용한 역대 기사단장 중에 배반자가 있던 걸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언더독 대기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정일준…?”

    기사단장 정일준이 언더독의 대기실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왔다.

    “연정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따라와 줄 수 있겠나?”

    “허?”

    정일준은 역소환 되자마자 달려온 듯 급한 모습이었다.

    “닥치라고 욕하던 때는 언제고 갑자기 왜 그러지?”

    “미안하다. 내가 너무 흥분했었다.”

    “흠…. 일단 알겠어. 근데 강태운도 같이 들을 수 있을까? 너한테도 도움이 될 텐데.”정일준은 그 말을 듣고 태운을 바라보고는 잠깐 고민했다.

    “알겠다. 대신 지금 들은 말은 모두 발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줬으면 하는데.”

    “그건 당연합니다. 일단 밖으로 나가죠.”

    태운은 벙쪄 있는 언더독 멤버들에게 말했다.

    “오늘 모두 잘해주셨습니다. 오늘의 성적은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입니다. 오늘부로 그 누구도 우릴 무시하지 않을 겁니다. 오늘은 이만 집으로 돌아가서 푹 쉬고 내일을 준비합시다.”

    “어…. 어, 알겠어.”

    “어, 태운아, 너도 수고했어.”

    태운은 언더독 멤버들에게 인사를 하고 모두 밖으로 내보냈다.

    “사일런스 필드.”

    태운은 언더독 대기실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처리하고 의자에 앉아 정일준에게 물었다.

    “그 아티팩트에서 느껴지는 마기에 대한 이야기죠?”

    “…벌써 말했나 보군.”

    “나는 네가 적이라고 생각했었거든.”

    정일준도 접이식 의자를 끌어다가 앉아 말을 이어나갔다.

    “먼저 자네에게 사과하고 싶군. 마기 때문에 아티팩트의 성능이 떨어져 가고 있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차에 마기를 느끼는 사람들 발견해 좀 흥분했었어. 미안하네.”정일준은 연정아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알겠어. 일단 무슨 일인지 설명부터 해줘.”“설명하지. 이 아티팩트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정일준은 허리에 채워두었던 벨트 모양의 아티팩트를 꺼냈다.

    “이게 기사단 대대로 내려온 아티팩트인 영가(靈家)다.”영가(靈家).

    유령의 집, 성능 그대로의 이름이다.

    “나는 최근에 습격을 당했다. 배반자들에게 말이지.”

    “습격이라면 혹시….”

    “맞다. 홍대 테러 사건 때 나도 거기에 있었다. 나는 5구역에서 유령 기사를 소환해 배반자들과 싸우고 있었지.”“음…. 그때 5구역에 한 명만 지원을 간 이유가 당신 때문이었군요.”태운은 그때를 회상하며 정일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때 나도 엄청 지쳤었지. 유령 기사의 제어권을 잠깐 잃어버렸을 정도니까. 문제는 거기서 발생했다. 사령술을 사용하는 배반자 한 명이 내 유령 기사 하나의 제어권을 빼앗은 거야. 마기를 사용해서 억지로….”

    “그게 뭐가 문제라는 거지?”

    “마지막에 전대섭 선생님이 모든 배반자들을 기절시켜 내가 다시 유령 기사의 제어권을 빼앗으려 했지만 나도 이미 한계여서 그렇게 하지 못하고 바로 기절했지. 하지만 제어권과 관계없이 아티팩트에 귀속되어있는 유령 기사가 마기를 가지고 아티팩트 안으로 들어온 거야.”“그리고 그 마기가 아티팩트 전체에 섞여 버렸다는 건가?”

    “그렇지.”

    하지만 그것에는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홍대 테러 사건에 가담했던 배반자들은 모두 잡혀서 사형 당했을 텐데 말이죠…. 마기의 주인이 죽으면 그 마기는 흔적은 전부 소멸하지 않나요?”그렇다.

    마기는 마기 보유자마다 모두 다른 종류의 마기를 가지고 있고, 마기는 오로지 사용자로부터 나온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기는 사용자가 해제하거나 죽지 않는 한 1년이고 10년이고 계속해서 남아있다.

    하지만 마기 사용자가 죽으면 그 마기는 순식간에 세상에서 흔적을 감춰버리는데, 아티팩트를 오염시킨 마기 사용자는 죽었기에 아티팩트에서 마기는 없어져야 했다.

    “그래서 고민인 거다.”

    “흠…. 일단 전대섭 선생님께 도움을 좀 요청해봐야겠습니다.”“나도 그러고 싶었다만 전대섭 선생님이 그렇게 막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닌지라 그러지 못했네.”전대섭은 한국 최고의 헌터이자 최고의 교육자로서 할 일도 많고 연구할 것도 많다.

    누군가를 쉽게 만나주지 않는 것이 그였지만 강태운과 연정아는 달랐다.

    “뭐,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태운은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 전대섭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지금 시간 되십니까?”

    * * *

    “흠…. 그랬단 말이지….”

    태운과 연정아 그리고 정일준은 전대섭에게 아티팩트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아티팩트 좀 볼 수 있겠나.”

    “네, 여기 있습니다.”

    전대섭은 정일준에게 아티팩트, 영가(靈家)를 받아 들고는 그것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0초나 지났을까 전대섭은 속 시원한 해답을 내놓았다.

    “간단하네. 그때 유령 기사의 제어권을 빼앗은 건 한 명이고 그 녀석은 이미 죽었지만, 그 배반자를 도와준 자가 있었고 그자의 마기가 아티팩트에 잔류해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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