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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66화 (66/379)
  • 66화

    태운의 분석이 끝나자 시저는 김진성을 데리고 풀숲 밖으로 나갔다.

    “시, 시저다!”

    “팀장님한테 알려!”

    시저와 김진성이 나타나자 경비를 서고 있던 월령 팀원들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오합지졸이 따로 없군.”

    “일단 하나 리타이어.”

    시저는 특성 ‘대장군’을 발동, 시저 본인이 아군으로 인식한 모든 사람의 능력치를 모두 올려준다.

    그와 동시에 언더독의 멤버들도 능력치가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

    시저가 아직까지는 언더독의 멤버들을 아군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뜻.

    ‘일단 시저는 우리를 아군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다른 놈들은 어떨까….’

    “조, 조심해!”

    “크헉!”

    시저와 김진성에 의해 경비원들이 한 명씩 리타이어당하기 시작했을 때, 언더독과 적사단의 본거지에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야, 김효신. 너는 어떻게 예선에서 살아남았냐?”적사단의 케빈이 언더독의 멤버인 김효신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김효신은 현재 실버 B반 12위의 학생으로, 케빈과 알던 때에는 브론즈 B반의 학생이었다.

    케빈은 그때부터 김효신을 무시해왔었다.

    “케빈, 너는 여전히 사람 속 긁는 방법이 유치하네.”“너는 예전부터 입은 잘만 나불거렸지. 입술 나불거릴 시간에 훈련을 했으면 그 비루한 삶을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라.”과거의 김효신이었다면 그 말에 반박을 할 수도 없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케빈이라는 녀석보다 자신이 더 강하다는 확신이.

    “아, 맞다. 진영이 형한테 덤볐다가 그대로 리타이어당했던 거 관중들한테 볼거리 제공해주려고 일부러 그런 거였지? 설마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멍청하게 달려들겠어?”

    “이 자식이 입술을 뽑아….”

    “케빈, 그만해라.”

    케빈이 영역의 교집합에 발을 내딛으려 하자 셀이 그를 말렸다.

    그가 시저에게 받은 부탁은 팀의 점수를 위해서 움직여 달라는 말이다.

    ‘지금 싸워봤자 의미가 없다. 혹시 지금 싸웠다가 지친 상태에서 다른 팀을 만나면 탈락하게 될 가능성만 높아지는 꼴이니까.’셀은 시저와 김진성이 점수를 많이 벌어올 때까지 다른 팀으로부터 팀의 전력을 보전하는 데 언더독 방어조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때 마침 언덕 너머로 어떤 무리가 나타났다.

    “뭐야? 적사단이랑…. 언더독…?”

    “왜 저놈들이 같은 자리에…. 설마 팀 먹은 건가?”그들은 기사단, 적사단, 언더독, 마령을 제외한 나머지 4팀의 연합체였다.

    마령은 이번 연도에 전력이 상당히 강해져 연합에서 제외되었다.

    “와…. 적사단…. 속도 좋지. 어떻게 본인 팀을 이 모양으로 만든 놈들이랑 팀을 하냐….”

    “그 입 다물어라….”

    케빈은 적사단은 모욕하는 그들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들의 말에 반박할 수는 없었다.

    그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고 사실 적사단과 언더독의 동맹은 그의 마음에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 안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데 웬 잡것들이 튀어나와서 성질을 긁고 난리냐….”케빈과 마찬가지로 이 동맹이 마음에 들지 않는 적사단의 멤버, 성병국이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시저에 버금가는 거대한 몸과 그를 감싸고 있는 적색의 갑주.

    “성병국…. 적사단의 두 번째 방패.”

    성병국은 시저의 뒤를 잇는 적사단의 탱커다.

    적사단에서 시저가 부재일 경우 팀의 메인 탱커는 맡는 자일 만큼 탱킹에는 일가견이 있다.

    그때 지휘를 맡은 셀이 성병국의 등을 툭툭 쳤다.

    이니시에이팅을 하라는 신호였다.

    “입 털려고 왔냐. 덤벼!”

    쿵!

    성병국은 방패를 땅에 내리치면서 도발의 마력이 섞인 함성을 외쳤다.

    그의 도발은 현직 헌터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만큼의 성능을 가진바, 그들은 그것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윽….”

    “시저도 없고 언더독 괴물들도 없어! 어떻게 보면 지금이 기회야!”4팀 연합의 공격팀은 총 25명, 적사단, 언더독의 연합 측은 12명이다.

    두 배가 넘는 차이.

    게다가 공격대 중간중간에 보이는 상위 랭커들.

    2차 예선 당시 적사단이 극복했던 그 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상황이었지만.

    “적사단, 다들 기사단과의 결전을 위해 힘을 분배하라.”“다들 알죠? 우리는 태운이가 말한 대로만 하는 겁니다.”절대 질 것 같지 않았다.

    * * *

    “대열 유지하면서 달려들어!”

    “우와아아아!!!!”

    언더독과 적사단의 연합에게 4팀 연합 공격대가 달려들기 시작했다.

    “철 형! 형이 메인 탱커 해줘!”

    “오케이, 갑옷이나 잘 씌워!”

    방어팀의 지휘를 맡은 신동연이 김철에게 명령했다.

    김철은 언더독의 유일한 탱커로 현재 실버 A급 3위에 랭크되어 있다.

    그리고 그는 명운 헌터 아카데미 내에서 유일하게 방패를 쓰지 않는 탱커다.

    “후우….”

    탱커는 양성하기 쉬운 편이고 다른 영역에 비해 단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태운이 팀의 기둥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탱커를 대충 키웠을 리가 있겠는가?

    “피부 골격.”

    김철은 자신의 시그니처 스킬, 피부 골격을 활성화했다.

    자신의 뼈와 동일한 강도의 외골격을 자신의 피부에 생성하는 능력이다.

    “흐음…. 괜찮은 능력이군.”

    옆에서 보던 셀이 그에 대한 평가를 짧게 내놓았다.

    그러자 신동연이 그에게 한마디 했다.

    “이걸로 괜찮다고 하면 곤란한데.”

    그는 태운이 심혈을 기울여 키워낸 언더독 멤버.

    당연히 거기에서 끝일 리가 없었다.

    “본 이터.”

    김철은 주머니에서 수많은 쇠구슬을 꺼냈고 그것들을 삼켰다.

    그와 동시에 그의 외골격이 뼈 갑옷에서 상당히 높은 강도의 철갑옷으로 바뀌었다.

    뼈를 자신이 삼킨 물질과 똑같은 재질로 바꾸는 김철의 시그니처 스킬이다.

    카각!

    4연합팀의 전사의 칼이 김철의 몸에 닿았지만 김철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고뻐-억!

    도리어 칼을 회수하는 적의 복부에 정권이 꽂혔다.

    “커윽….”

    높은 강도는 높은 공격력으로도 이어지는 법.

    김철은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빠-악! 퍽! 퍽!

    방금 자신에게 공격을 한 녀석의 머리를 후려치고 멱살을 잡고 끌고 와 다시 때리기를 반복.

    그는 반격도 시원하게 하지 못하고 리타이어당하고 말았다.

    “다 덤벼!”

    방금 처참하게 리타이어당한 녀석과 김철의 기세.

    그 누구도 그에게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마력이 담긴 함성을 듣는 순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친…. 언더독은 그 4명 말고는 별 볼 일 없는 놈들이라고 했잖아!”

    “아니…. 랭킹만 봐도 다 실버급이고….”

    “그럼 저놈은 뭔데! 딱 봐도 골드 A급 수준이잖아!”예상치 못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적사단과 언더독이 동맹을 했을 거라는 생각도 못 했을뿐더러 언더독에 저렇게 수준 높은 탱커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도 못 했다.

    게다가 그 탱커는 방어력이 뛰어난 것과 별개로 공격력도 상당했다.

    대부분의 탱커들은 대방패를 사용해 공격 방법이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그는 방패를 사용하지 않는다.

    탱커들의 고질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지 않은 사람이 바로 김철이었다.

    까앙!

    카-각!

    둔기로 내려쳐도 튕겨 나오고 창으로 찔러도 박히지 않는 신체는 역설적이게도 그를 더욱 공격적으로 만들었다.

    퍽!

    적들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낸 김철은 가까이 있는 적의 팔을 잡아끌고 안면을 날려 버렸다.

    “빙살(氷虄).”

    김철의 공격으로 무방비하게 드러난 적의 가슴에 라인렌이 얼음으로 만들어진 화살을 쏘았다.

    말이 화살이지 실제로는 창과 같은 크기를 가진 거대한 화살이었다.

    “커윽!”

    그 화살을 맞은 녀석은 가슴부터 천천히 얼어붙어 갔고 그 위로 김철이 쐐기를 박았다.

    “망치질.”

    따-앙!

    김철의 주먹이 화살의 뒷부분을 때리자 화살은 더욱 깊게 박히며 그를 완전히 얼려 버렸다.

    “확인 사살.”

    쾅!

    쩌-적!

    “어? 생각보다 단단하네. 그럼….”

    김철이 얼어붙은 그를 산산조각 내려는 순간 그는 리타이어당했고 빠르게 역소환됐다.

    “뭐야, 재미없게.”

    “적당히 해. 대회야. 아무리 목숨에는 문제없다고 해도 TV에 나오는 거라고.”명운전의 결계를 설명하자면 신체의 피해는 정신적인 피해로 넘겨주고 순식간에 공격의 종류를 분석해 그에 맞는 이펙트까지 표현해주는 수준 높은 결계다.

    이 결계는 A급 헌터 중 최강이라 불리는 전대섭이 설계하고 B급 헌터 10명이 관리하고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안전은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명운전에서 사망자나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커녕 가벼운 타박상을 입은 사람도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까.

    “라일렌, 관통력이 많이 약한데. 컨디션 별로인가 봐?”연정아는 방금 라일렌의 빙살을 보고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그 말에 라일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지금 옵저버가 여기 상황을 안 보고 있는 거 같아. 특성 활성화가 잘 안 되는데.”“그래? 근데 25명이나 쳐들어왔는데 옵저버가 여길 안 본다고…? 좀 이상한데….”신동연은 의아함을 표했다.

    25명은 참가 인원의 4분의 1, 그 많은 인원이 공격대로 몰려다니는데 옵저버가 여기를 시야도 잡지 않는다?

    “이곳만큼 재밌는 곳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 말고는 이것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실제로 25인의 공격대와 필적하는 재미를 보장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있었다.

    그곳은 바로 기사단의 공격대와 마령의 본거지였다.

    “하여간…. 정직하기도 하셔라.”

    신가연은 마령의 멤버들의 가장 앞에 서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령의 특기는 다양한 마법의 활용도.

    그것을 활용하기 위해 본거지의 주변에 마력실을 잔뜩 뿌려두었다.

    적들이 어디로 다가오는지, 어떤 진형을 짜고 있는지를 알아내고 작전을 바꾸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기사단의 공격대에는 통하지 않았다.

    “괜한 꾀를 부려 역으로 당하는 것보단 정면으로 붙어서 지는 편이 마음이 편하잖아?”김민준과 정성현이 이끄는 10인의 기사단 공격대.

    그들이 산개, 은밀 같은 작전은 세우지 않고 그냥 길을 따라 마령의 영역이 있는 산을 오른 것이다.

    신가연은 그들을 보고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참…. 김민준, 너답고 괜찮네.”

    김민준은 신가연과 동기로 신가연과는 정반대 성향을 가진 학생이었다.

    재능만으로 높은 순위를 얻어내고 노력을 하지 않았던 과거의 신가연과는 달리 김민준은 평범한 재능을 가지고 노력으로 기사단의 TOP3를 쟁취해낸 노력의 아이콘이었다.

    그는 탱킹이면 탱킹, 검술이면 검술, 마법이면 마법.

    자신에게 이득이 될 것 같은 것이 있으면 모두 익히려 노력했고 그 분야에서 모두 평균 이상의 성취를 얻어냈다.

    그 덕분에 올라운더의 자질을 갖춘 기사단의 주력 멤버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도 아쉽겠네. 우리 뒤통수치려고 여러 작전 짰을 텐데.”

    “아쉽긴, 내가 널 모르니?”

    신가연은 김민준에게 짧은 웃음을 지어주곤 손을 들어 올렸다.

    투-욱.

    그러자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쿠구구….

    곧 거대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바위가 굴러오기 시작했다.

    “음…?”

    김민준은 정면에서 다가오는 커다란 바윗덩어리를 보았다.

    마치 단독주택 하나가 굴러오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귀여운 장난을 쳐놨네.”

    스-릉.

    김민준은 등 뒤에서 대검을 뽑아 들고 그것을 양손으로 단단히 쥐었다.

    “전투 집중….”

    그는 전투 집중을 사용했고 몸에서 힘을 빼기 시작했다.

    검을 휘두르는 데 가장 필요한 근육의 감각을 느끼기 위함이었다.

    쿠구구구!!!

    전투 집중이 약 3초 정도 지속된 순간.

    서-걱!

    거대한 바위가 아주 깔끔하게 반으로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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