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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55화 (55/379)
  • 55화

    태운이 만든 솔리드 아머는 검과 둔기로 두드리는 수준으로는 절대 깨지지 않는다.

    게다가 신동연은 특성 ‘수호자’ 덕분에 태운보다 뛰어난 성능의 솔리드 아머를 만들 수 있었으니 그들이 이것을 뚫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뭐야! 공격이 안 통…… 크억!”

    홍유리를 공격하던 화송의 탱커 한 명이 그녀의 주먹을 맞고 멀리 날아갔다.

    하지만 화송의 멤버들은 그것보다 다른 것에 경악하고 있었다.

    “뭐, 뭐야?”

    “뭔데 한 번에 20%가….”

    팀 체력의 20%.

    탱커들이 주가 되는 화송의 팀 체력은 다른 팀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팀 체력 2위 팀과 두 배의 차이가 날 정도이니 말 다한 수준.

    그런 팀의 팀 체력은 단번에 20%나 깎였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저…. 홍유리 마법사 아니었어…?”

    화송 멤버 중 하나가 중얼거리자 홍유리가 그에 대꾸해주었다.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홍유리는 원래 마법 계열 헌터로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태운의 훈련을 받던 중 새로운 특성을 개화, 덕분에 주먹을 사용하는 근접 전투 계열의 재능을 찾고 방향을 틀었다.

    본래 마법사로 익스퍼트까지 올라왔던 만큼 다른 근접 전사들보다 월등한 마법 실력을 갖추고 그것을 특기로 삼아 전투 스타일을 확립해가고 있었다.

    “나한테 이게 꽤 잘 맞아.”

    쐐애-액!

    캉!

    홍유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얼굴로 화살이 날아왔다.

    상당한 위력이었지만 신동연의 솔리드 아머를 깨기에는 무리였다.

    옆 관자놀이를 맞은 홍유리는 이를 갈며 말했다.

    “진짜 거슬리네.”

    “그러게. 일단 방법을 찾아볼게.”

    “뭐, 일단 알겠어.”

    홍유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다시 전투에 임했다.

    지금까지 쏜 두 번의 화살 모두 자신을 향해 자신이 무시당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단 팀 체력 안 깎이게 조심해서 싹 다 쓸어 담아!”언더독은 공진영의 오더와 동시에 언더독의 모두가 자신에게서 가장 가까운 상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때 화송의 극후방조의 신승우는 이를 갈고 있었다.

    “씨…. 내 화살을 맞고도 멀쩡하다고?”

    스킬 ‘천리안’으로 대충 상황을 파악한 신승우는 자존심이 팍 꺾였다.

    유일하게 활을 사용하는 특성 때문인지 그는 자신의 화살이 효과가 없으면 큰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하….”

    방금 화살에 온 힘을 실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대충 쏜 화살도 아니었다.

    “자존심 상하네….”

    신승우는 종류별로 5개의 화살을 꺼내 바닥에 정렬해두었다.

    “첫 화살은…. 이걸로.”

    그는 5개의 화살 중에 가장 가는 화살을 집어 활시위에 얹었다.

    지금 그의 활시위에 얹혀 있는 화살의 이름은 ‘첨살.’말 그대로 가장 가늘고 뾰족해 관통력이 뛰어난 화살이었다.

    찌이-익.

    신승우는 공격적으로 활을 당겼다.

    팽팽한 활을 당기는 그의 팔 근육이 꿈틀거렸다.

    그가 쓰는 활은 엄청난 탄력을 자랑하는 ‘몬레펀트’라는 몬스터의 털을 가공해 만든 것으로, 웬만한 근력으로는 당기는 것조차 힘든 그런 물건이다.

    ‘천리안.’

    신승우는 천리안을 사용해 멀리 있는 적을 정확히 조준한 후 특성 명궁의 효과를 받아 심신을 진정시켰다.

    ‘후…….’

    순간적으로 몸의 신진대사가 멈춘 것과 같은 감각이 든 순간.

    패-앵!

    신승우는 활시위를 놓았고 화살은 번개처럼 홍유리를 향해 날아갔다.

    조준 위치는 그녀의 심장

    “맞았다.”

    만족스러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화살을 보며 만족하던 신승우는 이내 입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 화살도 솔리드 아머를 뚫지 못하고 막혔기 때문이다.

    “하, 이래도 안 뚫려?”

    신승우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다시 활을 잡았다.

    이번에는 꺼내놓은 4개의 화살을 한 번에 활시위에 얹었다.

    “적중.”

    그러곤 다음번에 자신이 쏜 모든 화살이 의도대로 날아가게 하는 적중 스킬을 활성화했다.

    그 후 4개의 화살에 마나를 듬뿍 불어넣어 거의 미사일과 비슷한 수준의 운동량을 가지게 만들었다.

    이것을 정통으로 맞는다면 솔리드 아머가 깨지는 것은 물론이고 팀 체력도 단번에 모두 소모하고 탈락할 것이다.

    “죽어!”

    스킬의 힘을 빌려 전처럼 극한의 집중을 할 필요가 없어진 신승우는 소리를 지르며 화살을 쏘아냈고.

    퉁-.

    활에서 난 것이라고 믿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소리가 울렸고 화살들이 소란스러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갔다.

    괴멸당한 언더독을 상상하며 입꼬리를 올리던 순간

    “명중, 소닉 래피드.”

    갑자기 뒤에서 작은 마나구들이 음속으로 쏘아져 화살에 명중했고 화살들은 휘청거리다가 엉뚱한 곳에 박혀 폭발했다.

    “죽어는 무슨.”

    “가, 강태운!”

    화살을 격추시킨 사람은 강태운이었다.

    멀리서 전투가 벌어지는 것을 포착하고 저격 중인 신승우의 위치로 곧장 달려온 것이다.

    “마이클, 이진석! 어디 있어!”

    극후방조에는 신승우를 보호하기 위해 항상 두 명의 멤버를 배치한다.

    신승우는 그들이 앞에서 그를 상대하는 동안 거리를 벌려 상대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아무리 불러도 묵묵부답이었다.

    당황하는 신승우를 본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집중해서 안 보였나 본데 팔찌 먼저 봐봐.”신승우는 그제야 팔찌를 보고 화송의 팀 체력이 모두 깎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건 태운이 이미 둘을 처치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딜 우리 팀원들을 저격하고 있어? 건방지게.”이미 둘을 처치한 태운은 등에 달린 단창을 들고 신승우에게 다가갔다.

    “이런 씨….”

    신승우가 뒤로 물러나며 허리춤에서 화살을 꺼내 마력을 담아 쏘았지만

    “솔리드 아머.”

    급하게 쏜 화살이 태운의 솔리드 아머를 뚫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사이 태운은 10개의 메테리얼을 꺼냈고

    “파이어 윔블.”

    명운전의 메인 종목 중 하나인 공성전 우승 후보로까지 여겨지던 화송은 예선에서 언더독의 리더에 의해 저격수를 잃고 언더독의 멤버들에 의해 괴멸당했다.

    그때 강유도 전체를 울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현재 강유도에 남아있는 인원의 수는 100명! 남아있는 팀의 수는 8팀! 예선을 종료하겠습니다!]

    * * *

    [명운전 예선 종료! 10분간의 휴식 시간을 가진 후 ‘무구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명운전의 1일 차는 비교적 재미가 떨어지는 예선전이 진행된다.

    게다가 예선전은 스타디움이 아닌 강유도라는 섬에서 진행되고 스타디움에서는 거대 스크린으로 중계만 해줄 뿐이라 직관이라는 메리트가 없다.

    그렇지만 명운전 1일 차에도 스타디움은 북적거렸는데 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명운전과 별개로 진행되는 ‘무구전’이라는 특별 행사다.

    사실 명운 헌터 아카데미는 헌터만 양성하는 곳이 아니다.

    명헌의 내부에는 무구를 만드는 공방을 따로 운영하고 교육기관도 설립되어있다.

    그도 그럴 게 헌터 본인의 힘이 가장 중요한 것도 맞지만 그 힘을 이끌어내기 위한 무구들도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무구전에 사람이 잔뜩 몰리는 이유였다.

    “태운아, 무구전에 나오는 무기들은 전부 경매로 붙이는 거지?”

    “네.”

    학생이 만든 무기라지만 그들은 모두 국내 최고의 엘리트들.

    주로 E등급의 무기가 나오지만 가끔 C등급의 무구들도 나오는 만큼 현직 헌터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등급의 무구들을 학생들이 만들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70% 정도의 가격으로 살 수 있었으니까.

    물론 학생이 만든 것에는 현직 장인들이 만든 것과 같은 등급이라 해도 하자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확실히 무구전이 인기는 많네.”

    “그렇죠. 장인들은 길드에서도 스카우트를 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을 테니까요.”장인들은 고연봉을 보장받고 길드에 소속되어 일하는 경우와 협회에 소속되어 물건을 납품하는 경우로 나뉘는데, 대부분의 장인들은 전자를 선호한다.

    안정적이면서 기대 수익 자체는 거의 똑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과 궤를 달리하는 1티어라 불리는 장인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공방을 가지고 일을 한다.

    그들이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수익은 수백억.

    일부 기업은 이들에게 자재나 대장간을 지원하고 수익을 분배받는 방식으로 돈을 벌기도 한다.

    “오빠, 오늘 예선 재밌게 봤어.”

    “어, 대기실은 어떻게 왔어?”

    “특별표는 다르더라구.”

    태운의 동생, 강윤아는 표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각 동아리의 리더에게는 특별석에서 경기를 볼 수 있는 특별표가 지급되는데 태운은 그것을 윤아에게 주었다.

    윤아는 그것을 이용해 대기실로 들어온 것이었다.

    “인사해. 내 동생이야.”

    태운은 이렇게 된 김에 언더독의 멤버들에게 윤아를 소개시켰다.

    윤아도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인사를 했다.

    “뭐야, 너 동생도 있었어?”

    공진영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태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홍유리가 윤아에게 다가가며 대꾸했다.

    “있다고 말하지 않았었나요? 안녕, 나는 홍유리야. 아까 중계 화면에서 봤지?”

    “네, 봤어요.”

    홍유리가 화송을 상대로 보여준 무위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태운을 제외하고 언더독 내에서 3~4번째로 강하기도 했지만 그녀가 사용하는 공격 수단이 방어구를 무력화하는 것인 이유가 더 컸다.

    그녀는 마법사였을 때에도 진동을 일으켜 공격하는 방식을 사용했었다.

    그 진동 마법을 활용해 주먹의 충격이 방어구를 뚫고 몸 안에 그대로 전달되는 방식의 무술을 사용하고 있다.

    진동 마법은 사용하기도 어렵고 범용성도 낮지만 그녀가 진동을 이용하는 방식을 공부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진동을 이용하는 마법이 가지는 극한의 가성비였다.

    잘만 활용한다면 파이어볼을 쓸 마나로 건물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 진동 마법이었으니까.

    ‘나도 잘 쓰지는 못하는 분야인데….’

    진동 마법의 효율은 어마어마한 수준이지만 그만큼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분야였다.

    그 전대섭 조차도 아직 진동 마법의 이론으로 계산한 최대 효율의 30%도 내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나도 10% 정도에 그쳤지만…. 유리 누나는 25%, 전대섭 선생님하고 거의 비슷한 수준이니까.’솔직히 학생 중에서는 진동 마법에 대해 가장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자신일 것이라고 생각한 태운에게 홍유리는 꽤나 충격이었다.

    마법이라는 분야의 세부 분야 하나이긴 하지만 최고 권위자와 비슷한 수준의 성취를 어린 나이에 이뤘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홍유리 덕분에 태운도 적잖은 재미를 보았다.

    [제자 ‘홍유리’가 실전 경험으로 인해 한 단계 발전합니다.]

    [제자 ‘홍유리’의 지식 중 일부를 습득합니다.]

    태운은 효학반의 효과로 그녀의 지식을 천천히 흡수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제자 ‘공진영’이 실전 경험으로 인해 한 단계 발전합니다.]

    [제자 ‘공진영’의 특성 ‘신속’에 대한 힌트를 얻습니다.]

    [제자 ‘신동연’이 실전 경험으로 인해 한 단계 발전합니다.]

    [제자 ‘신동연’의 특성 ‘수호자’의 효과를 일부 얻습니다.]

    [제자 ‘김기열’이 실전 경험으로 인해 한 단계 발전합니다.]

    [제자 ‘김기열’의 특성 ‘마나 지휘자’의 효과를 일부 얻습니다.]

    …….

    ‘와, 진짜 엄청난데?’

    이번 전투를 통해 언더독의 모든 멤버들이 한 단계 성장했고 그 덕분에 태운은 그들의 특기의 일부를 흡수할 수 있었다.

    ‘그냥 선생이나 할까?’

    효학반의 효과는 태운이 진로를 잠시나마 고민하게 할 정도로 달콤했다.

    태운은 시계를 보고 무구전의 시작이 3분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3분 남았다. 빨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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