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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51화 (51/379)
  • 51화

    “잠깐.”

    태운은 직접 눈으로 그 경기를 보고 판단하기 위해 관중석의 맨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아무리 가까이서 봐도 신동연이 고전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저 하이 프로텍트를 시전하고 공격을 막아내기만 하고 있었다.

    ‘허…. 뭐야, 우리 기다리던 거였어? 아니지. 정확히는….’태운은 고개를 돌려 신동연이 그토록 기다리던 사람을 불렀다.

    “유리 누나! 일로 와봐요!”

    신동연은 그 말을 듣자 고개를 홱! 돌려 홍유리를 바라보았다.

    “누나가 한마디….”

    “야! 너 또 제대로 안 하지!”

    “알아서 잘해 주시네….”

    신동연은 그 말을 듣고는 한 손을 들어 흔들어 주었다.

    “어휴…. 저….”

    신동연은 이제 제대로 할 생각인 듯했다.

    신동연은 프로텍트로 만들어낸 방어막을 뒤집어 적의 마법을 가두었다.

    ‘프로텍트 프리즌….’

    태운이 알려준 마법 중 하나였다.

    신동연은 가둔 마법을 프로텍트로 압축해 손가락 한 마디만 한 크기로 만들었다.

    그러곤 그걸 손으로 집어 상대방의 발밑에 던졌다.

    “이건 뭐야…?”

    “게임 끝.”

    신동연은 프로텍트를 해제했고 그 안에 가둬져 있던 마법은 그대로 쏟아져 나와 상대방을 덮쳤다.

    “끄아아아!”

    “대련 끝! 승자 신동연!”

    “참…. 이젠 저놈도 저런 걸 즐기네.”

    “동연이 형은 그런 거 아닐걸요.”

    “응?”

    홍유리는 신동연이 단순히 학생들의 관심과 선망을 받고 싶어 저런 퍼포먼스를 보이는 줄 알고 있었다.

    “오오오오!!!”

    “믿고 있었다고 신동연!”

    “골드 가자!!”

    어쨌든 그런 퍼포먼스 덕분에 신동연을 응원하는 사람도 많이 늘어났다.

    신동연 본인도 그걸 싫어하는 것은 아니니 좋은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야! 신동연! 너 내가 제대로 하라고 했지!”신동연이 대련장에서 나와 합류하자 홍유리가 신동연한테 달려가면서 소리쳤다.

    “오늘은 왜 이리 늦게 왔어? 기다렸잖아.”

    “뭘 기다려?”

    “너.”

    “나?”

    “너 기다렸다고.”

    “뭐…. 뭐! 뭐라는 거야!”

    신동연이 되지도 않는 주접을 떨자 홍유리는 얼굴을 붉히며 신동연의 어깨를 툭툭 쳤다.

    ‘대련 끝날 때마다 그럴 거면 그냥 사귀어라….’태운은 속으로 그 말을 삼키고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자, 이제 저희 동아리의 모든 사람이 전부 실버 반 이상으로 올라왔습니다. 박수.”짝짝짝짝.

    동아리원들은 진심으로 서로를 축하하며 박수를 쳤다.

    하지만 그다음에 이어진 태운의 말에 그들의 박수 소리는 완전히 끊어졌다.

    “그럼 저희는 이제 다들 골드반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훈련 시간을 두 배로 늘릴 겁니다.”

    “어…?”

    “두 배?”

    “1.2배가 아니라 2배?”

    “네, 2배요.”

    그 말을 들은 동아리원들은 모두 침묵했다.

    “…나 잠시만 토 좀 하고 올….”

    “같이 가….”

    그들은 지난 열흘 동안 했던 지옥 같은 훈련을 상상하면서 그것의 두 배라는 말을 듣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태운은 그 자리에서 이탈하려는 사람들을 모두 붙잡고 한 가지를 더 선언했다.

    “그리고 15일 뒤 개최하는 명운전에서 우리는 1등을 할 겁니다. 그거 말고 선택지는 없어요.”

    “……?”

    “그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태운을 제외한 모두가 말도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불가능하다고 말할 만했다.

    기사단 같은 동아리는 동아리원만 50명이 넘어가고 익스퍼트 골드 A반의 1등과 2등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까.

    다른 동아리도 마찬가지였다.

    익스퍼트 골드 A급의 학생을 적어도 3명은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전력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그리고 그것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

    “참가자 수는 최소 10명 아니었나? 우린 다 합해도 9명이잖아.”라일렌이 손가락 9개를 펴고 태운에게 내밀었다.

    “괜찮아. 봐둔 사람이 한 명 있으니까.”

    “누구야?”

    “있어. 어쩌면 이 학교 학생 중에 가장 강할 수도 있는 사람.”그 사람은 바로 연정아였다.

    * * *

    “일이 그렇게 됐다. 정아야.”

    태운은 연정아를 불러내 부탁했다.

    “너…. 하…. 계약 사항이니까 알겠어. 대신 내가 쓰는 힘은 최대 30%로 한정. 그 이상은 마기를 뿜게 되어서 안 돼.”“너는 30%는커녕 20% 정도만 써도 웬만한 익스퍼트 학생들은 이기니까 괜찮아.”“그럼 내가 뭘 해야 하는 거지? 익스퍼트 등급으로 올라가야 동아리에 가입할 수 있을 텐데.”“일단 전대섭 선생님한테 얘기해서 특별 승급으로 바로 익스퍼트로 넘어와.”그것만 완수하면 명운전에서 깽판 칠 일만 남는 거다.

    태운은 재밌는 상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정아도 설득했겠다…. 이제 동아리원들을 열심히 굴릴 시간이다.

    * * *

    전대섭의 빽으로 3일 만에 연정아를 위한 특별 승급 대련이 준비되었다.

    당연하게도 연정아는 세 번의 대련을 모두 이기고 익스퍼트로 특별 승급을 했다.

    그녀가 입학 1년 만에 익스퍼트로 올라간 덕분에 3년 차에 익스퍼트로 진입한 찬영과 태운의 신기록이 무너졌다.

    “뭐, 그래도 정석 루트로 올라온 찬영의 기록은 두고두고 남겠지만.”

    “그렇겠지.”

    연정아는 익스퍼트로 올라오자마자 언더독에 들어가기 위해 태운과 약속을 잡았다.

    익스퍼트 학사 내의 카페에서 연정아는 커피를, 태운은 녹차라테를 마시고 있었다.

    “일단은 우리 동아리원들 전력이야.”

    태운은 연정아에게 자신이 동아리원들을 연구하고 정리한 파일을 보여주었다.

    “오호…. 랭크에 비해 능력치가 다들 괜찮은데?”“그렇지? 얘네는 방법을 몰랐을 뿐이지 시키면 곧잘 하고 재능도 나름 따라주거든.”연정아는 한 장씩 넘기면서 동아리원들을 분석했다.

    “뭐, 이 정도면 우승하겠다는 말도 아주 헛소리는 아니네.”

    “나는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안 해.”

    “그런 것 같네. 근데…. 라일렌? 얘는 뭐야? 상당한데?”라일렌은 실버 B반으로 전학 왔지만 지금은 실버 A반으로 승급했다.

    하지만 실력만큼은 골드 A~B급은 된다.

    “얘는 어디서 나타난 괴물이길래 우리랑 같은 나이에 이 정도로 강한 거지?”일단 19세에 익스퍼트 A급의 실력을 가진 사람은 태운이 아는 사람에 한해서 단 3명이었다.

    바로 태운 자신과 찬영, 그리고 연정아였다.

    일단 찬영은 엄청난 재능과 노력의 결과물, 연정아는 출생의 원인, 태운은 마정석을 흡수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 덕분에 이렇게 강해졌다.

    즉, 19세에 이렇게 강해질 수 있는 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말이다.

    물론 태운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라일렌의 특성이 있는데…. 이건 내 입으로 말하기 좀 그런데….”

    “무슨 특성인데?”

    “어…. 음….”

    말하기 좀 민망한 특성이다.

    그녀의 특성은 ‘관심 종자’.

    사람들의 관심의 양이 그녀에겐 힘이 된다.

    그녀가 외모를 가꾸고 SNS에 힘을 쓰고 학교 내 이미지에 신경을 쓰는 이유도 그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태운이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연정아의 뒤에 4명의 남자가 섰다.

    “연정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우리 동아리 ‘적사단’에 들어와라.”그 말을 건넨 사람은 아모스 시저, 익스퍼트 골드 A급 3위, 영국 명문 귀족

    가의 장남이며 마법을 베이스로 검을 사용하는 스타일의 학생들을 많이 모으는 적사단의 단장이기도 했다.

    그리고 적사단은 명운전의 3대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공성전의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그들이 유명한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싫어.”

    “뭐?”

    “이게…. 우리 단장님이 들어오라면 들어올 것이지!”간부 격 멤버들의 질이 매우 안 좋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딴 식으로 하는데 누가 좋아하겠어?”

    연정아는 조금도 밀려나지 않았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억지를 부리고 있는 그들에게 중지를 세워주었다.

    “이 년이….”

    “그만.”

    그때 선을 넘으려는 것처럼 보이는 간부를 단장인 아모스 시저가 말렸다.

    “연정아, 우리 적사단 간부의 실례를 대신 사과하지.”아모스 시저는 2m에 가까운 키에 120kg 넘어가는 근육질의 거구를 숙이며 연정아에게 사과했다.

    “솔직히 말하지. 나는 그대가 마음에 들었다. 단원으로서도, 여자로서도.”

    “…더럽네.”

    연정아는 느낀 감상 그대로를 입 밖으로 냈다.

    “내가 좋다며? 그런데 동아리에 들이려는 이유가 뭐야? 어떤 단체에서든 수직 관계를 만들어 나를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인 건가?”연정아는 진심으로 불쾌하다는 듯이 말을 뱉었다.

    그에 옆에 있던 간부 녀석은 그 말을 듣고는 화를 냈다.

    “이게 얼굴 좀 반반하다고….”

    “영준, 그만해. 또 그딴 식으로 말하면 내가 가만히 안 있겠다.”아모스 시저는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쉬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연정아를 바라보았다.

    “그럼 적사단에 들어오라는 말을 하진 않겠다. 다음에 개인적으로 만나보는 건 어떻겠나?”“그것도 별로. 넌 첫인상부터 탈락이었거든.”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그리고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아, 어째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태운은 오싹한 기분을 느끼고 연정아와 눈을 마주쳤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좋아하는 얘야. 강태운.”

    “하….”

    연정아는 태운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내가 그렇게 좋아한다고 했는데도 훈련해야 한다고 연애도 안 하시겠다네? 그래서 내가 들러붙는 중이야.”

    “야, 그렇게까…. 읍!”

    태운은 카페의 탁상 밑으로 조인트를 까인 후 입을 다물었다.

    “…….”

    시저는 태운의 눈을 빤히 쳐다보다가 한마디 내뱉었다.

    “…언더독.”

    그 말을 하곤 뒤를 돌아 카페를 나갔다.

    그 뒷모습이 그리 처량해 보일 수 없었다.

    그때 시저가 한마디 했다.

    “언더독, 명운전에서 보자.”

    “하….”

    시저와 적사단의 간부들이 모두 나가자 태운은 연정아를 째려봤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했냐.”

    “안 그러면 계속 귀찮게 한다구,”

    “그래도 이건 내 의견도….”

    “첫 번째 조건 읊어봐.”

    “…서로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선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준다.”“이게 너한테 위협이 되는 건가? 내가 힘을 개방하고 명운전에 참가하는 것만큼의 위험부담이 있나?”

    “…없습니다.”

    “그럼 회의 끝! 나도 언더독 멤버로 넣어둬. 대회 참여자 명단 마감일도 3일 뒤니까 서둘러야 할 거야.”

    “알고 있어.”

    태운은 괜히 신경질적으로 대답하곤 연정아에게 준 동아리원의 파일을 빼앗았다.

    “그리고 남은 12일 동안 너도 내 훈련 매뉴얼 따라와야 한다?”오늘 당한 수모, 12일 동안 천천히 갚아주겠다고 생각한 태운이었다.

    그때 적사단의 아모스 시저는 간부들과 적사단의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올해도 목표는 1등이다. 하지만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시저는 책상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

    “언더독, 그 동아리에게는 단 한 번의 패배도 허용하지 못한다.”실연을 당한 시저의 복수심은 하늘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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