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50화 (50/379)

50화

“와우….”

“그로기 상태인 적들한테만 쓸 수 있어. 마나 소모도 커서 확실히 죽여야만 하는 적의 확인사살용이야.”

“오호…. 그거 배울 수 있나…?”

“마기가 있어야 쓸 수 있어서 못 배워.”

“쩝, 아쉽네.”

태운은 아직도 감전 때문에 누워 있는 거인을 보았다.

“저거 죽여야겠지?”

“아무래도. 생각 없이 날뛰면 저 여자보다 더할 거야.”태운은 거인의 벌리고 있는 입안에 폭발을 일으켰다.

겉이 아무리 튼튼하다 해도 속에서부터 일어나는 폭발에는 속수무책이었는지 거인의 머리는 단숨에 산산조각이 났다.

“하…. 끝났네.”

그 일이 끝난 직후.

“얘들아!”

허덕륜이 헌터 두 명을 데리고 현장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태운은 그가 걱정하지 않게 최대한 진정된 말투로 말했다.

연정아가 제때 와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결과는 좋았으니까.

“일단 여기 처리 좀 부탁하겠습니다.”

허덕륜은 능숙하게 일 처리를 지시했다.

협회에 속해 있는 헌터들에게 협회에 보고하게 한 후, 현장 보존을 위해 거리에 폴리스 라인 테이프를 붙였다.

“태운아, 어떻게 된 거냐.”

“아, 그게요….”

태운은 허덕륜에게 이 사건에 대해 모든 것을 설명했다.

“허…. 피해자가 4명이나 있다는 말이지…?”“네, 근데 소지품도 혈흔도 없이 사라져 버려서….”“그건 걱정하지 마라. 일단 너는 집에 가서 쉬려무나. 내일 경찰에서 출석하라고 전화할 게다.”

“네, 알겠습니다.”

태운은 현장 수사를 하는 헌터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연정아에게 갔다.

“내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말 안 해줄 거야?”“사실 네가 여기 있는지는 몰랐어. 마기가 느껴졌고 처리하려고 왔더니 네가 있었던 거지.”“그렇구나…. 혹시 저 거인에 대해 알고 있는 거 있어?”“음…. 너는 모르겠구나. 이 내용은 대중에게 안 밝혀졌으니까.”연정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이었다.

“저건…. 전사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부적격자를 모아서 뭉쳐놓은 거야. 한 10명에 한 개체가 나오지. 배반자들은 이들을 키메라라고 불러.”

“뭐라고…?”

10명의 사람을 합쳐서 하나의 개체로 만든다니?

“저런 게 5,000마리는 있을 거야.”

“…무슨 그런 끔찍한 일이….”

“하지만 본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영광이라고 생각하지. 그렇게 세뇌당한 거야.”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런 끔찍한 일이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니.

그리고 정작 본인은 그걸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니….

“배반자를 없애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네.”태운은 그들을 없애야 할 이유를 하나 더 찾아냈다.

* * *

쩌-억.

인류의 배반자, 스스로는 칠죄신교라 부르는 자들의 본거지인 하늘 섬.

그곳의 최상층부에서는 대원로들의 식사를 빙자한 회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마르기가스, 위치가 어떻게 된다고 했지?”식탁의 상석에 앉은 중년의 남성이 입을 열자 악어와 같은 거대한 입으로 음식을 구겨 넣던 마르기가스가 음식을 삼키고 말했다.

“미국, 중국, 일본, 스웨덴, 러시아 등등. 아스모데우스 님의 아이가 있을 만한 나라에 원로들을 보내봤지만…. 연락이 끊긴 곳은 한국과 미국, 러시아뿐이더군.”

“흠…. 그래….”

“미국과 러시아는 애당초 강한 헌터가 많으니 그렇다 치고 한국은 뭐지?”옆에선 다른 대원로가 입을 열었다.

“전대섭, 그 녀석이 있지 않은가.”

“전대섭! 그 개 같은 녀석이….”

“전대섭이고 나발이고…. 회의는 언제 끝나나.”개판인 회의장을 바라보던 중년의 남성, 쟝은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아스모데우스의 아이는 한국에 있다. 한국을 집중적으로 찾아보게.”

“왜?”

“미국도 러시아도 누가 잡았는지 공개를 했는데 한국만 안 했다. 그게 무슨 의미지?”

“아, 그러네.”

쟝은 식탁에 손을 짚고 말했다.

“아스모데우스의 아이, 연정아는 한국에 있다. 하지만 아직은 연정아를 데려오는 건 뒤로 미룬다. 간섭조차 하지 마라.”“그건 이해가 가지 않는군. 연정아가 더 강해지기 전에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닌가?”소르코프가 묻자 쟝은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멍청하긴. 연정아는 강하다. 지금은 자신의 힘을 봉인하고 있는 것 같지만, 해제만 한다면 우리 대원로와 맞먹는 강자일 거야.”훈련을 한 시간이 다르고 죽인 사람의 수가 다르지만 연정아는 강했다.

연정아는 피를 하사받은 그들과 달리 진짜 아스모데우스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니까.

“지금 우리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지. 전사들의 질도 낮고 시스템적인 변화를 일으킨 지도 얼마 되지 않았어. 그런 상태에서 그녀를 데려온다? 외부의 적을 내부로 들여서 안쪽부터 부수자는 말과 다를 바 없어.”쟝은 신경질적으로 식탁을 치고 뒤돌아섰다.

“회의는 끝이다. 돌아가. 각자의 마왕님께 인사를 드릴 시간이 되지 않았나.”대원로들의 수는 6명, 현재 음욕의 좌가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쟝은 회의장을 나가는 대원로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라. 몇 년이 걸리던 음욕의 좌는 반드시 연정아가 맡게 될 테니까.”

* * *

“동아리요?”

“그래, 늦게 들어오긴 했지만, 너도 익스퍼트 학생이니까.”태운은 최근 랭크전에서 승리하고 18위로 올라섰다.

그 때문일까?

요새 태운에게 동아리 가입을 권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동아리라….”

동아리는 관심사가 맞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가지고 그 분야에서 발전을 꾀하는 단체라고 할 수 있지만, 명운 헌터 아카데미에서는, 특히 익스퍼트 등급에서는 그 의미가 다르다.

명운 헌터 아카데미에서는 ‘명운전’이라는 동아리 대항전을 공개적으로 분기마다 치른다.

‘사실 공개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하지. 전국에 중계되니까.’명운 헌터 아카데미는 들어가기는 쉽지만 살아남기는 어려운 학교다.

그 지독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익스퍼트 등급의 학생들은 전 세계 길드들의 주목을 받는다.

즉, 그곳에서 활약한다면 인생이 확 펴는 거다.

그러니 동아리는 쉽게 말하면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길드인 것이다.

“그러게요. 동아리 들어가야 할 텐데….”

사실 동아리에 들어갈 필요는 없었지만 명운전에는 관심이 있었다.

“그럼 우리 기사단 동아리 들어올래?”

“기사단은 싫어요.”

태운은 그 제안을 단번에 차버렸다.

“왜? 우리 기사단 동아리는 만년 1위이고 네 친구인 찬영이도 기사단 멤버인데.”“그렇죠, 기사단 좋은 동아리죠. 훈련 매뉴얼도 훌륭하고…. 지원도 많이 받는 길드니까요. 근접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들어가고 싶을 테죠.”

“그래! 좋은 동아리잖아.”

“근데 싫어요.”

“……?”

태운은 기사단 동아리가 좋은 동아리인 것과 별개로 그곳만큼은 절대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찬영이가 들어가 있잖아요.”

구찬영이 기사단의 핵심 멤버이기 때문, 그리고 기사단의 단장이 익스퍼트 골드 A반 1등이기 때문이다.

그들과 같은 편이 되어 버리면 그들과 싸워볼 수 없을 테니까.

태운이 동아리에 들어가는 이유가 그들과 싸워보고 싶어서인데 같은 편이 되어 버리면 안 되지 않겠는가.

“어…. 어 알겠어.”

태운이 그 이유를 대충 간추려서 이야기해주자 앞의 선배는 이상한 녀석을 본 것 같은 눈을 하고 멀어졌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태운 하나가 아니었다.

구찬영은 물론, 신가연 그리고 기사단의 단장 또한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일단 적당한 동아리를 찾아봐야 하는데….”

“그럼 우리 동아리 들어올래?”

“……?”

혼자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태운에게 동아리 권유를 했다.

“누구….”

“나? 라일렌.”

그래서 그게 누군데.

태운은 익스퍼트 등급의 학생들을 대부분 알고 있지만 전부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 영국 아카데미에서 실버 B반으로 어제 전학 왔어.”

“아, 그럼 제가 모를 만했네요.”

“나 너랑 동갑이야. 말 편하게 해.”

“아, 그래? 근데 내 나이는 어떻게….”

“너 유명한 것도 몰랐어? 어제 하루만 해도 네 이름을 10번은 들었는데.”

“아하….”

태운은 이 친구도 엘리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19살에 익스퍼트 등급에 올라온 사람은 매우 적으니까.

게다가 영국 아카데미에서 전학을 왔다니, 영국의 엘리트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럼 내 제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무슨 동아리인지 설명쯤은 해줘야…. 근데 너 어제 전학 왔다면서 동아리는 언제 찾았어?”전학 온 날이면 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바쁠 텐데 용케 동아리는 잘 가입한 모양이다.

“원래 친구들이 여기 있었거든. 그 친구들 동아리에 들어갔어.”

“아하.”

그렇다면 이 동아리는 그리 강하지 않은 길드일 가능성이 높았다.

친분으로 사람을 받는 동아리는 실적보단 추억을 쌓기 위한 경우가 더 많았으니까.

“일단 동아리실에 한번 가볼래?”

“그래.”

태운은 라일렌을 따라 동아리실로 갔다.

동아리의 이름은 ‘교학상장’.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한다…. 뭔가 모범생들의 동아리 같은 느낌이 풀풀 풍기는데.’어쩌면 동아리 개설 허락을 받기 위해 가식적으로 지어진 이름일 수도 있었다.

“도착이야!”

라일렌은 동아리실의 문을 확 열었다.

“안녕~.”

“어, 라일렌 왔어? 근데 뒤…. 가…. 강태운?!”

“뭐라고? 강태운?”

동아리실 안에서 휴대폰을 하고 있던 동아리원 중 3명이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아니…. 귀신 보신 것도 아니고…. 사람보고 그렇게 놀라면 실례예요.”

“아…. 그…. 미안….”

“뭐, 미안할 건 아니에요.”

사실 그 이유를 대충 알 것도 같았다.

동아리실에 있던 7명 중 놀란 3명은 신동연, 박성윤, 공진영이었고 그들은 모두 태운과 대련을 해서 크게 패배한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딱히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았다.

그들 나름의 훈련을 하고 있겠지만 지금 동아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교학상장이라는 동아리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저 이 동아리 들어갈래요.”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이 동아리를 바꿔 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동아리장, 제가 하겠습니다.”

“뭐…?”

“저만 믿고 따라오면 여기 있는 모두 골드 반으로 올려드릴 수 있습니다.”방금 스탯을 전부 스캔해봤는데….

못 올라갈 사람은 없었다.

“아, 물론 공진영 선배님은 이미 골드반이니 10등 정도만 올려드릴게요. 그럼 일단 구린 동아리명부터 바꿉시다.”태운의 첫 동아리는 그렇게 결정되었다.

* * *

태운이 교학상장이라는 동아리에 들어간 후, 동아리 이름을 ‘언더독’으로 바꾸고 활동을 시작했다.

10일이 지난 지금, 동아리 언더독의 동아리원들은 평균적으로 랭크가 10위씩 올랐다.

그중 가장 성과가 좋은 사람은 신동연이었다.

신동연은 태운에게 훈련을 받은 이후,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며 실버 등급으로 승급했고 오늘은 실버 B반으로의 승급전을 치르는 날이었다.

“오늘 동연이 상대는 어때?”

“뭐…. 무난하게 이길 겁니다. 같은 마법사인데 공격력도 동연이 형이 위에 있고 방어력은 말할 것도 없어요.”

“음…. 그렇구나.”

“빨리 가죠. 벌써 시작했겠어요.”

“그러게 누가 화장실에서 시간을 10분이나 소비해서 말이죠.”홍유리가 박성윤을 나무랐다.

홍유리는 익스퍼트 등급에 막 올라온 새내기나 다름없었지만 태운, 공진영, 라일렌을 제외하면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그녀도 2~3년 동안 익스퍼트에 있으면서 훈련을 열심히 한다면 미래에 마스터 등급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실력자였다.

그런 인재가 왜 이런 작은 동아리에 들어왔냐고 물은 적이 있었는데.

교학상장 동아리는 동아리 활동에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어쩐지 동아리 활동에 비해 다들 실력 수준이 높다 싶긴 했었다.

동아리원들이 모두 관중석으로 들어왔을 때, 학생들의 함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 신동연 밀리고 있어!”

“야! 정신 제대로 차려!”

“왜 옛날처럼 방어만 하냐고! 공격적으로 해!”학생들의 입에서 경기의 양상을 대충 상상할 수 있었다.

“뭐야, 신동연 진다고?”

“무난하게 이길 거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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