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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48화 (48/379)
  • 48화

    “어때? 잘 된 거야?”

    “응, 곧 있으면 동굴 전체가 무너져내릴 거야.”“근데 이렇게 하면 처음부터 동굴을 무너뜨리면 되는 거 아니야?”“원래 이무기는 몸이 매끈하잖아. 그래서 틈만 있으면 빠져나올 수 있어. 지금 우리한테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진화해서 몸이 울퉁불퉁해졌잖아. 저 녀석은 이제 움직일 수 없어.”산 하나의 무게로 짓누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태운이 자신의 성과에 뿌듯해하고 있을 때 로난이 허탈하게 말했다.

    “허…. 네가 플래티넘 어떻게 달았는지 알겠다.”

    “어? 그게 무슨 말이야?”

    ‘어떻게’라고?

    그때 옆에서 갈리오가 거들었다.

    “모를 거 같았냐. 네가 골드급보다도 약하다는 사실.”

    “뭐라고…?”

    알고 있었던 건가?

    “다른 길드원들은 모를 거야. 우리도 몰랐으니까.”“근데 옆에서 같이 싸우는 우리가 모를 거 같았어?”그럼 이 녀석들은 알면서도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파티장으로….

    태운은 문득 처음 흡수를 진행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러니 이제 갈리오가 그렇게까지 화를 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무기가 죽었습니다. 흡수를 진행하시겠습니까?]

    태운은 갑자기 불편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아마도 그건 수치인 것 같았다.

    “…흡수.”

    세상이 무너져내렸고 다시 검은 세상으로 들어왔다.

    그곳에는 태운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씨…. 알고 있던 거였어…?”

    그건 보나 마나 가일이었다.

    * * *

    [특성 ‘정직’을 얻습니다.]

    [특성 ‘사냥꾼’을 얻습니다.]

    [특성 ‘정직’과 ‘사냥꾼’이 ‘정직한 사냥꾼’으로 합쳐집니다.]

    * * *

    [스킬 ‘고정’을 얻습니다.]

    [스킬 ‘집중력 상승’을 얻습니다.]

    [스킬 ‘집중력 상승’이 ‘사고 가속’에 흡수됩니다.]

    * * *

    [스킬 ‘오버 서플라이’를 얻습니다.]

    * * *

    “이야…. 이걸 진짜 일주일 만에 다 흡수한 거야?”태운은 마지막 마정석을 흡수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요새는 마정석 흡수를 하다 보면 땀도 흘리고 하니 다른 복장으로 갈아입고 흡수를 하곤 한다.

    “내일부터 3일 정도는 쉴게요.”

    “그래, 어차피 마정석 여기로 가지고 오려면 3일은 걸리니까.”말이 쉰다는 거지 사실은 연구소에 있는 시간에 대신 훈련을 하는 것뿐이다.

    “그럼 이제 집에 가는 거냐?”

    “아뇨. 이제 훈련 좀 가려고요.”

    “아, 그러냐.”

    “방금 얻은 스킬, 연습해보려고요.”

    방금 얻은 스킬의 이름은 ‘오버 서플라이’.

    스킬 설명도 아주 간단했다.

    이미 발동된 마법에 마력을 더해 그 위력을 키워준다는 것이었다.

    ‘설명만 들으면 딱히 더 좋은 것 같지는 않은데….’이 마력으로 다른 마법을 하나 더 쓰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태운은 이 스킬의 효율을 보고 판단하기로 정했다.

    태운이 훈련장에 갔을 때는 이 훈련장을 알고 있는 모두가 있었다.

    구찬영, 서혜연, 신가연 뿐만 아니라 처칠도.

    “어,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왔느냐.”

    처칠은 신가연과 대화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불나방이요…?”

    신가연의 복잡미묘한 얼굴을 보아하니 처칠이 ‘운명 비유’를 해준 모양이다.

    ‘불나방…. 정확하네.’

    설명을 보지 못했지만, 그녀의 상태창에서 본 특성 중 하나가 불나방이었다.

    아직 개화하지 않아서 설명을 못 본 것 같았다.

    “생각 없이 뛰어들고 그러지 말라는 말인가요…?”“스스로 잘 생각해보게. 불나방이란 말이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니까.”처칠은 그렇게 말한 후 태운에게 다가왔다.

    “다들 삶을 적적하지 않게 해줘서 고맙네. 그래도 저번 일 때문에 훈련장에 기능을 하나 추가해뒀으니 확인해보게.”

    “뭔데요?”

    “대련용 결계일세. 내 특제이니 쉽게 망가지진 않을 게야. 맘 놓고 써도 돼.”

    “와…. 진짜 감사합니다.”

    “아니네. 원래 해주려고 한 걸 지금 한 것뿐이야.”무려 대현자의 결계다.

    믿고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 없을 것이다.

    “누나, 그런 김에 대련 어때요?”

    “좋지.”

    태운은 그렇게 말하면서 은근슬쩍 신가연의 상태창을 살펴보았다.

    “……?”

    신가연의 상태창의 불나방 특성이 변해가고 있었다.

    태운은 처음 보는 현상에 눈을 떼지 못했다.

    허공에 떠 있는 상태창 안에 있는 글자가 일그러지면서 다른 것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 글자는 미개방되어 있던 특성인 불나방이었다.

    불나방이란 글자는 천천히 일그러지며 모양을 바꿔갔다.

    변형이 끝난 글자는 ‘만용을 잃은 불나방’이라고 쓰여 있었다.

    ‘만용을 잃은 불나방…?’

    만용을 잃은 불나방이란 말 자체에 위화감이 있었다.

    ‘만용 없는 불나방이면 그냥 나방 아니야?’불나방은 겁 없이 낮은 확률의 가능성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 불나방에 만용이 사라지면 그걸 더 이상 불나방이라 부를 수 있는 걸까?

    “…새겨들어요.”

    “뭘?”

    “처칠 할아버지 말씀이요. 들어두면 손해는 없을 거예요.”

    “스승인 네가 말한다면 뭐…. 알겠어!”

    처칠이 대현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가 밝혀지는 걸 꺼리는 것 같아 얘기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말하지 않아도 깊이 새기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 같으니까.’

    “그럼 바로 시작하자!”

    신가연은 결계를 활성화시키고 태운의 반대편에 섰다.

    그녀의 천재성과 태운의 가르침 덕분에 그녀의 기량은 매우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이대로 쭉 성장만 해준다면 올해 마스터 등급으로 진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봐주지 마.”

    “네, 오늘은 저도 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

    태운은 신가연에게 말했다.

    “오늘은 50초 안에 끝내 드릴게요.”

    “어쭈….”

    평소의 태운은 신가연에게 1분이라는 시간을 말했지만, 오늘은 10초를 줄여서 50초를 불렀다.

    사실은 원래도 1분이 넉넉하기도 했고 이번에 얻은 오버 서플라이라는 스킬을 한번 활용해보기로 했으니 이 정도 핸디캡은 줘도 좋았다.

    옆에선 명품 심판인 신혜연이 서서 손을 올렸다.

    “준비…… 시작!”

    태운은 10개의 메테리얼을 동시에 꺼냈다.

    신가연 또한 14개의 메테리얼을 꺼내 마법을 시전했다.

    신가연이 시전한 마법은 염구와 파이로 컨트롤이었다.

    파이로 컨트롤을 더욱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면 넓은 공간에서도 적을 압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신가연의 고집이었다.

    ‘물론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더 좋은 방법도 있긴 하지.’하지만 기대 성장치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이어야만 스스로 노력을 할 것이고 노력을 해야 성장이 빠른 것이니까.

    신가연도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이 바로 이것이었다.

    퉁! 퉁! 퉁!

    바로 염구를 벽, 바닥에 튕기는 형식으로 움직이는 것.

    ‘역시 똑똑해….’

    태운은 상상도 못 한 방법이었다.

    염구를 벽과 바닥에 튕기는 방식으로 움직이면 이 기술을 모르는 사람들은 벽과 바닥에 튕기는 궤도를 예상하며 싸울 것이다.

    그럼 변칙적으로 염구를 움직여 그 상대의 빈틈을 찔러 공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지금의 태운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이었다.

    “파이로 컨트롤.”

    태운은 마정석을 흡수한 후 파이로 컨트롤을 사용했다.

    “호오….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파이로 컨트롤은 자신이 만든 불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불을 조종하는 마법이다.

    그렇게 제어력 싸움으로 넘어간 태운은 여기서 새로 얻은 ‘오버 서플라이’을 사용했다.

    “어…. 어?”

    마정석의 마나를 1,000 정도 쓰자 신가연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자신의 제어하에 있는 염구가 없어졌으니까.

    염구의 제어권은 모두 태운에게로 넘어가 있었다.

    “이….”

    태운은 신가연이 소환한 염구를 한 번에 쏘아낼 준비를 했다.

    신가연도 피하는 것은 포기했고 14개의 메테리얼을 준비해 모두 방어에 쏟아부었다.

    “하이 프로텍트!”

    태운은 염구를, 신가연은 방어막을 내세워 전면전을 맞이했다.

    염구는 폭발하지 않고 꾸준히 방어막을 압박해갔다.

    쩌적….

    몇 개의 방어막이 금이 가고 깨졌지만 염구도 힘을 점점 잃어갔다.

    하지만.

    “오버 서플라이.”

    태운의 마법 하나에 그 염구는 다시 힘을 되찾았다.

    아니, 오히려 처음보다 더욱 강력해졌다.

    쩌-적.

    “이게 무슨!”

    방어에 성공했다고 생각한 찰나에 갑자기 염구가 더욱 큰불을 뿜으며 달려왔다.

    “하…. 개 사기캐….”

    신가연이 욕설을 속으로 씹어 삼키고 방어막을 추가 전개하려는 순간.

    “뭐야.”

    염구가 사라졌다.

    “야, 봐주지 말랬잖아.”

    태운이 염구를 흩어 버린 것이었다.

    태운은 그래놓고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아뇨. 봐주고 있는 건 누나죠. 이렇게 빈틈을 보이고 있는데 공격해야죠.”

    “하…. 너 두고 봐.”

    어느새 태운에 대한 그림자를 완전히 지워 버린 신가연은 14개의 메테리얼을 총동원해 공격을 준비했다.

    그녀의 시그니처 필살기라고도 할 수 있는 ‘폭격’이었다.

    많은 수의 메테리얼을 바탕으로 강한 공격을 끊임없이 퍼붓는 것이 이 마법의 핵심이었다.

    “하이 프로텍트.”

    하지만 태운이 내놓은 방어책은 한 겹의 방어막이었다.

    쾅!

    첫 번째 포탄이 발사되었고 그것은 정확히 태운의 방어막에 적중했다.

    쩌-적….

    단 한 발에 구멍이 나버린 방어막으로는 그녀의 폭격을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태운은 거기서 또다시 오버 서플라이를 사용했다.

    그러자 부서졌던 방어막이 다시 고쳐졌고 고쳐진 자리를 포탄이 다시 한번 가격했지만.

    “멀쩡해…?”

    태운의 방어막은 오버 서플라이를 사용하기 전보다 성능이 더욱 좋아져 있었다.

    쾅! 쾅! 쾅!

    신가연의 대포는 태운의 방어막을 수십 번이나 강타했지만 부서지는 족족

    태운의 손에 고쳐지고 말았다.

    “와…. 진짜 말도 안 돼….”

    급기야 옆에서 심판을 보던 서혜연도 기겁했다.

    “태운아, 50초 끝났다.”

    “아.”

    찬영이 시계를 가리키더니 대련을 중단시켰다.

    “너 또 무슨 바퀴벌레가 돼서 왔냐?”

    “바퀴벌레라니….”

    그 말에 혜연도, 신가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서혜연과 신가연이 하고 싶었던 말을 찬영이 해준 것이었다.

    * * *

    “흐아….”

    태운은 빡세게 훈련을 한 뒤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매일 자하르의 연구소에서 마정석 흡수만 하다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훈련을 하니까 몸이 많이 개운해졌다.

    “얻은 스킬 활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게 고민이다….”태운은 일주일 만에 빠른 성장을 이루었다.

    스탯의 급성장은 오늘의 훈련으로 어느 정도 몸에 익었지만 스킬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특히 특성 ‘정직한 사냥꾼’의 효과가 정말로 애매했다.

    정직한 사냥꾼: 사냥꾼의 입장이 되었을 때, 의도하지 않은 변수가 사라진다.

    여기서 사냥꾼의 입장이라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의도하지 않은 변수가 사라진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후…. 다시 던전에 들어가 봐야 하나….”

    태운이 스킬의 활용도를 생각해보고 있는 그때.

    “살려주세…!”

    누군가의 비명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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