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45화 (45/379)
  • 45화

    “끝난 것 같은데.”

    “네, 그런 거 같네요. 근데 찬영이가 이걸 쓸 정도의 상대라니…. 저쪽도 A급 헌터랑 버금가는 녀석이 나타났나 봅니다.”

    “방금 쓴 기술이 그 정도냐?”

    “처음부터 끝까지 풀파워로 때리면 건물 4~5개는 날아갈 겁니다.”“대박이네. 가르쳐 달라 하면 알려주려나?”“저거 구찬영 말고 할 수 있는 사람 한국에 없을 겁니다.”

    “아, 그러냐.”

    엄청난 마나 감응력과 신체 능력,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모은 엄청난 양의 마나를 제압할 수 있는 정신력.

    그것을 하나씩 갖춘 사람은 많지만 모두 갖춘 사람은 전 세계에서도 찾기 힘들 것이다.

    “이대로 조금만 버티면 소탕조 녀석들이 신호를 보내줄 거야. 그럼 그때…. 어…?”

    “이런 미친….”

    약 500미터 앞, 적어도 50명은 넘어 보이는 수의 배반자 전사들이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 사이사이에는 B급 수준도 종종 보였고 A급 수준도 2명 정도 보였다.

    “왜 이곳으로 오는 건데!”

    “어떡하지…?”

    주머니에 남은 마정석도 얼마 없다.

    대규모 파괴 마법을 사용할 메테리얼을 뽑아낼 정도의 마나를 만들 수 없었다.

    “이런….”

    막아낼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은 의미가 없었다.

    불가능했다.

    가능할 리가 없었다.

    태운이 이를 악물고 방법을 찾고 있을 때

    “잘 버텨주었다.”

    “선생님…?”

    전대섭이 나타났다.

    “이젠 걱정할 것 없다.”

    전대섭은 그 말을 하곤 하늘로 떠올랐다.

    “아이스 에이지, 프로즌 메테오.”

    전대섭이 손짓하자 홍대 거리가 단숨에 얼어붙었다.

    그리고 성인 남성만 한 고드름 수백 개가 적들을 향해 떨어졌다.

    배반자들은 그 공격에 조금도 저항하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이것이 A급 헌터 중의 A급이라 불리는 대마법사 전대섭의 위용이었다.

    털썩.

    “와…. 나 이번엔 진짜 죽는 줄 알았어.”

    공전하는 주저앉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태운도 마찬가지였다.

    마정석의 수도 적었지만 마정석이 충분했더라도 그들을 막아낼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전대섭이 나타나 주니 정말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다.

    “아, 맞다. 전대섭 선생님! 홍대 거리 안에 아군도 꽤 있습니다!”

    “이미 텔레포트로 밖으로 빼두었다.”

    “…잘 못 들었습니다?”

    텔레포트로 밖으로 빼두었다니?

    적어도 50명은 있었을 사람들을, 그것도 적군과 아군을 구별해서 텔레포트를 했다?

    태운과 공전하의 상식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옛날 생각나는군.”

    하지만 그것도 전대섭에게는 익숙한 것이었다.

    과거 데블스 에이지 시절에는 텔레포트로 사람 구하는 것이 일상이었으니까.

    이런 일은 수백 번은 더 해보았다.

    “일단 눈앞에 있는 것들은 전부 죽였으니…. 남은 잔당들을….”전대섭은 눈을 감고 마기가 조금이라도 느껴지는 것들을 전부 타겟팅했다.

    존재 자체에서 마기가 느껴진다는 건 배반자 중에서도 세례를 받은 전사라는 뜻이니까.

    “스나이핑, 테이저, 강화.”

    ‘역시…. 융합 마법 쓸 줄 아셨네.’

    태운 말고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융합 마법을 전대섭은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다.

    “끝….”

    전대섭은 그 후 땅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말했다.

    “홍대 거리 테러 사건 32명 생포, 와서 체포해.”그렇게 홍대 거리 테러 사건은 집에 있다가 달려온 전대섭에 의해 끝을 맞이하게 된다.

    * * *

    “여, 괜찮냐.”

    “찬영아~ 나 왔다~.”

    여기는 명운 헌터 아카데미 부설 병원의 병실.

    찬영의 병실에 태운과 혜연이 나타났다.

    “어, 왔네.”

    찬영은 얼마 전에 있던 전투에서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당시에는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부상이라고 들었는데….

    “너 얼마 전까지 죽어가던 놈 맞아?”

    “그러게.”

    찬영은 1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아무런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다.

    “와…. 신장 특성이 진짜 사기긴 하구나.”

    신장이 주는 혜택 중에서 신체 회복력의 극적인 상승도 있으니까.

    하지만 의사도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고 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완치까지 3개월 정도 봤지만 지금 상태를 보면 1달 후에는 퇴원해서 훈련을 해도 될 정도였으니까.

    “너 치킨 먹어도 되냐? 일단 사 오긴 했는데.”

    “상관없을걸?”

    말은 그렇게 했지만 찬영은 문쪽을 주시하면서 치킨에 손을 뻗었다.

    “간호사 언니!”

    그걸 눈치챈 혜연은 복도에 고개를 내밀고 간호사를 불렀다.

    “언니! 얘 치킨 먹으려고 해요!”

    “뭐? 야! 구찬영!”

    “아…. 서혜연….”

    찬영은 혜연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그새 간호사가 달려와 찬영과 치킨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아…… 누나…. 제발요….”

    “제발은…. 너, 내장 걸레됐었다는 의사 선생님 말 안 들었어? 앞으로 2주 동안은 병원식만 먹어.”

    “아…. 한 입만….”

    “안 돼.”

    간호사의 단호한 말투에 찬영은 단념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절대 주지 말고 둘이 맛있게 먹어요~.”

    “네~ 감사합니다.”

    “진짜…. 너희 알고 사 온 거지?”

    “설마”

    태운과 혜연은 옆 테이블에 치킨을 펴놓고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네. 치료비도 공짜에 1인실 내줬잖아.”“내가 그래도 겁나 강한 배반자 하나 잡았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찬영이 잡은 전사는 1년 전 시리아에서 있었던 테러에서도 A급의 힘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아무래도 태운이 상대한 녀석들처럼 이번 사건으로 A급 정도의 힘을 얻은 어정쩡한 전사들과는 확실히 달랐을 것이다.

    “휴…. 그때 생각만 하면 진짜 심장이 떨어질 것 같아.”

    “그래?”

    “‘그래’라니! 갑자기 뉴스 보라고 하고 약속 자르길래 뉴스 봤더니 홍대에서 테러? 거기 가서 싸우겠다고 하는 미친놈들이 어딨어?”

    “아. 미안. 잘못했어.”

    여기를 올 때마다 들었으니 이미 5번은 들은 말이었다.

    인정하지 않으면 잔소리가 끊이질 않는 걸 알고 있는 태운은 빠르게 인정하고 혜연의 입에 닭다리를 물렸다.

    그러자 혜연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잔소리를 멈추고 치킨을 씹기 시작했다.

    “근데 그거 들었어?”

    “뭐?”

    태운은 찬영에게 오늘 아침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난 소식을 말해 주었다.

    “이번에 생포한 배반자 전사들 전부 자살했어.”

    “뭐? 32명이 다 자살했다고?”

    “어….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정황상 저주나 세뇌인 거 같아. 모두가 동시에 뇌가 익어서 죽었어.”

    “하…. 갑자기 김 팍 빠지네.”

    지금까지 배반자들에 대해 알려져 있는 정보는 레이더로 감지할 수 없고 육안으로도 볼 수 없는 공중섬이 그들의 본거지라는 것.

    그리고 그 공중섬은 계속해서 이동 중이라는 것.

    이번에 배반자들을 대량으로 생포해서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있었는데 일이 이런 식으로 되니 실망할 수밖에.

    “그러게 말이다.”

    대중들은 그들이 자살한 것을 그들을 관리하고 있던 검찰 측의 탓으로 돌렸다.

    그 반대로 홍대로 빨리 지원을 나간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마스터 등급의 학생들은 대중으로부터 엄청난 찬양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익스퍼트 급의 찬영과 태운은 익명의 두 학생으로 보도되어 더욱 큰 찬사를 받고 있었다.

    -익스퍼트 급인데 A급 수준인 배반자 잡은 거 실화냐. 명헌 수준 지리네 ㅋ└국뽕이 차오른다. 주모~!

    └wait. 10 years later, Korea will take over the world. (대충 10년 뒤에 우리나라가 세계 씹어먹는다는 내용)

    └he is chinese

    └he is North Korean

    사람들은 태운과 찬영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몇몇은 오히려 욕을 했다.

    -익스퍼트급이 어떻게 A급 수준을 잡냐 ㅋ 백퍼 마스터급이 잡은 거 공적 몰아주기 한 거지. 그걸 고대로 믿네 ㅋㅋㅋㅋ└배반자 잡은 게 얼마나 큰 공적인데 그걸 마스터급이 놓치겠냐. 그냥 걔네가 잡은거지└네, 다음 개돼지.

    └수준….

    하지만 지금 태운이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는 이런 악플 때문이 아니었다.

    물론 목숨을 걸고 얻은 성과를 부정당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긴 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무려 3,000명의 사망자와 1,000명의 부상자를 낸 홍대 거리 대참사, 유가족의 마음은 누가 달래나.]

    그건 바로 피해자들의 수가 너무나도 많았다는 것과 자신들의 임팩트가 너무 컸던 나머지 유가족들이 피해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던 사람들의 위로와 응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한국 사상 최악의 테러였다.

    무려 3,000명의 사망자.

    그들의 목표가 정치적인 의견 표출이나 무언가를 훔치는 것이 아닌 오로지 ‘사람을 죽이는 것’이었기에 이 정도의 피해가 나온 것이었다.

    태운은 이 사건 이후로 배반자들을 더욱 혐오하기 시작했다.

    강해지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다는 생각 자체가 역겨울 정도로 끔찍했으니까.

    “태운아, 진정해.”

    “아.”

    너무 분노한 나머지 화가 밖으로 표출된 것일까?

    혜연이 태운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 미안…. 바람 좀 쐬고 올게.”

    태운은 찬영의 병실을 나가 루프탑으로 나갔다.

    그곳에 있는 난간에 기대어 한숨을 푹 쉬었다.

    “휴….”

    배반자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었다.

    배반자 중 그들이 말한 원로회라는 것.

    원로회라는 사람들은 최소 기준이 A급 헌터라는 뜻일 것이다.

    연정아의 말에 의하면 원로회의 수는 최소 100명, 전 세계 A급 헌터의 수는 약 700명이니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숫자였다.

    그중에는 전대섭 급의 인물도 5명 정도 있다고 한다.

    물론 연정아도 태운도 지금까지 전대섭의 전력을 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그 정도의 전력이라면….”

    웬만한 국가 하나는 정복해 버릴 수 있는 전력.

    아니, 이런 식으로 게릴라 전투를 벌인다면 전 세계를 상대로 할 수도 있는 전력이다.

    테러 단체가 가지고 있기에는 과할 정도로 강한 전력이다.

    “한국의 A급 헌터는 5명….”

    이것도 최근에 한 명이 추가된 것이다.

    “나랑…. 찬영이가 A급 헌터가 되고 연정아가 봉인을 풀고 합류하면 8명…. 연정아는 전대섭 선생님과 동급이라고 봐도 좋을 수준이고….”지금 아카데미에 있는 마스터 등급의 학생 50명 중의 5명만 A급으로 성장 준다면……

    “아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결론은 배반자 집단은 전부 처단해야 할 쓰레기들이라는 것이다.

    “그냥 내가 더 강해지면 돼.”

    아무리 강해져도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테러를 혼자 감당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만큼은 지킬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언젠가는 그들의 본거지를 찾아 완전히 박살 내버리면 될 일이다.

    태운은 마음을 다잡고 다시 찬영의 병실로 돌아왔다.

    “머리 좀 식혔냐.”

    “응. 근데 나 어디 좀 가야겠다.”

    “어디?”

    “자하르 선생님 연구소.”

    태운은 짐을 가지고 다시 병실 밖으로 나갔다.

    “쟤 머리 식혔다며.”

    “그러니까….”

    * * *

    “선생님, 지금 특이한 마정석 몇 개 남았죠? 저번에 흡수에 실패했던 상급 마정석 빼고.”“여기 연구소에는 3개 남았고 러시아에는 8개 정도 남아 있다. 그건 왜?”“그거 3개 전부 주세요. 이번 주 안에 전부 흡수할 겁니다.”자하르는 태운의 눈빛을 보고 고개를 내저었다.

    “말린다고 들을 상태가 아니구만. 모건, 마정석 준비해둬.”자하르도 태운이 겪은 일을 알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사건이었으니까.

    “준비해주세요. 바로 가겠습니다.”

    “준비는 언제든지 돼 있단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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