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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44화 (44/379)
  • 44화

    “잠깐만.”

    태운은 주머니에 있는 마정석을 흡수하고 공전하에게 솔리드 아머를 씌워주었다.

    그것을 눈치챈 공전하는 피식 웃었다.

    “허, 골 때리는 놈일세.”

    공전하가 확인해 보았지만 태운이 염려하는 일은 없었다.

    괴물은 완전히 갈려 다진 고기가 되었고 마법사는 어떻게든 버티려고 해보았지만, 폭풍의 열기에 장부터 익어 들어가며 죽었다.

    “끝났다. 태운아. 쉬어라.”

    “…다행입니다….”

    태운은 기절하듯이 잠들었지만, 공전하는 긴장을 풀 수 없었다.

    현재 홍대 거리에서 확인된 사망자 수는 3,000명.

    방금 처치한 녀석의 말에 따르면 300명 정도를 처치하면 A급 헌터 급의 힘을 가지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태운과 자신이 처치한 두 명을 제외하고도 A급의 배반자가 최소 8명은 남아 있을 거라는 뜻이다.

    ‘아니, 전에 사람을 많이 죽였던 녀석들이 왔다면 더 많겠지.’공전하는 예상 했다.

    이번 전투, 생각보다 쉽지 않겠다고.

    * * *

    찬영과 마이클은 별다른 전투를 하지 않고 초소에 도착했다.

    그때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엄청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포착됐다.

    붉은색을 띤 거대한 폭풍이 거치는 곳에 있는 모든 걸을 갈아 버리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뭐지? A급 헌터가 지원을 와준 건가? 아니라면… 큰일인데….”마이클은 저 마법에 호기심을 가지면서도 경계했다.

    저 마법이 적의 것이라면 상대의 전력을 상향 평가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거 태운이가 쓴 겁니다.”

    하지만 저 마법은 찬영에게도 낯설지 않은 것이었다.

    ‘저 마법이 저렇게 살벌한 거였구나. 혜연이가 왜 기겁했는지 알겠네.’당시 저 마법을 보았을 때 그냥 부숴 버려야 하는 대상이라는 생각밖에 안 했었는데 이렇게 멀리서 보니 이렇게 살벌할 수가 없었다.

    “진짜? 아씨, 나도 저런 건 못 쓰는데…. 가르쳐 달라면 가르쳐 주려나?”“그럴걸요? 얼마 전부터 갑자기 가르치는데 도가 터서….”찬영은 갑자기 말을 멈췄다.

    마이클도 동시에 숨을 죽이고 말했다.

    “눈치챘지?”

    “네.”

    정면에 있는 마검사 하나.

    100미터도 안 될 짧은 거리에 도달할 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은 찬영이나 마이클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수다는 떨고 있었을지언정 기척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건 아니었으니까.

    “누구지?”

    마이클은 피아식별을 하기 위해 말을 걸었지만, 그는 그 말을 들은 체도 안 하고 천천히 걸어오기만 했다.

    “찬영아, 공격 준비해라.”

    “네.”

    찬영은 공기 중 마나를 빨아들이는 상태에 돌입했다.

    저번에 태운과의 대련에서 펼쳤던 자연경과 비슷한 그것이었다.

    “허, 마스터키 말고 너도 괴물이었구나.”

    “집중해요.”

    스릉.

    눈앞의 적이 검을 뽑자 마이클이 이상한 기색을 내비쳤다.

    “저 검은…. 저 개자식….”

    마이클은 분노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표출했다.

    그때 시종일관 조용하던 녀석이 입을 열었다.

    “아, 시리아에서 그놈인가.”

    “그 검 내려놔! 네놈 손으로 죽인 사람의 무기를 쓰는 건 무슨 심보냐!”“잭이었나? 무기가 예뻐서 말이야. 마음에 들었어.”

    “이 개 같은…!”

    슈-욱! 쾅!

    찬영의 등에 걸려 있던 투창이 그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쉽게 막혔지만 말이다.

    “적당히 해. 변태 자식아.”

    찬영은 그들의 대화에서 적당히 맥락을 읽었다.

    작년 시리아에 있었던 사건에서 파견을 나간 명운 헌터 아카데미 학생 한 명이 죽은 사건이 있었다.

    그 피해자의 이름은 잭.

    마이클의 절친이었다.

    그리고 그 사건의 가해자는 지금 눈앞에 있는 검사, 드레우스였다.

    하지만 창을 막은 그의 얼굴에는 분노도, 비웃음도, 겁먹은 기세조차 없었다.

    대신 눈을 크게 뜨고 입꼬리를 기형적으로 끌어올렸다.

    “그 창, 예쁘네. 내 거 하자.”

    슈-욱! 카각!

    순식간에 찬영에게 접근한 드레우스는 검을 휘둘렀다.

    찬영은 그 검을 막아내긴 했지만, 곧 온몸에 소름이 돋는 음성이 귀에 꽂혔다.

    “죽여…줘….”

    “……!”

    그건 자신의 검에 갇힌 채 울부짖는 잭의 목소리였다.

    * * *

    “죽…여…줘…. 제발….”

    “이런 미친 새끼가…!”

    마이클은 그 목소리를 듣고 참을 수 없이 분노하고 말았다.

    잭은 자신의 검에 갇힌 채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만 것이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누구고 쉽게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죽어!”

    “시끄럽다! 아름답지도 강하지도 않은 미천한 것아!”욕구 말고는 아무런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던 드레우스가 갑자기 엄청난 분노를 내비쳤다.

    그러곤 오른팔에서 검은 기운을 방출했다.

    “꺼져라! 공간 유배!”

    그 검은 기운은 마이클을 감싸기 시작했고 그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지금 뭘 한 거야!”

    드레우스에게는 분노는 온데간데없었고 찬영과 그의 무기에 대한 욕구만 남아 있었다.

    “곧 내 무기가 될 자네에게는 말해 주지. 내 능력이라네. 다른 차원과 이 세계의 틈에 끼워 넣는 거지.”

    “그게 무슨….”

    “그냥 갇혀 있는 거란 말일세. 자네가 날 죽이면 바로 빠져나올걸세. 대신 날 죽이지 못한다면…… 내가 죽을 때까지 갇혀 있게 되겠지.”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폭창 8연타.”

    쾅! 쾅! 쾅! 쾅!

    이 녀석을 죽여야 한다.

    “화끈하군. 그래서 마음에 들어.”

    찬영이 하나의 동작이 끝날 때마다 창끝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 공격들은 하나같이 전부 그의 검에 막혔다.

    그 폭발 또한 그 검에 잡아먹혔다.

    “아쉽지만 그런 공격은 나에게 통하지 않아. 내 특성이 그렇거든. 무기에 적의 공격을 담아둘 수 있지.”쾅! 쾅! 쾅! 쾅!

    하지만 찬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검을 공격했다.

    “훌륭한 몸을 가지고도 그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자네가 안쓰럽네. 내가 자네를 제대로 사용해주겠어.”드레우스의 검이 일순 팽창하더니 전방을 향해 마나와 열을 뿜어냈다.

    찬영이 일으켰던 폭발을 흡수하고 한 번에 쏟아낸 것이었다.

    “윽…!”

    하지만 찬영은 거리를 벌리고 싶지 않았다.

    거리를 벌려 피하는 것 대신 최대한 피해내고 막아내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럼에도 옆구리 부분을 베이고.

    “폭창 16연타.”

    쾅! 쾅! 쾅!

    찬영은 심기일전하며 창을 휘둘렀지만 공격하는 족족

    검에 막혔고 폭발 또한 드레우스에겐 닿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만하게! 내가 자네에게 가진 흥미가 사라지려 하고 있어!”

    “폭창 32연타.”

    “으아아아!!!! 이 무식한 녀석!”

    찬영의 무식하리만큼 우직한 공격에 드레우스는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다.

    “나의 인생 최고 역작을 만들 기회인 줄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너는… 너는!!! 작품으로 만들 가치조차 없다…!”

    “마음대로 해. 변태 자식아.”

    “이….”

    누군가의 지원도 바랄 수 없는 상황.

    마이클도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찬영은 이 괴물을 홀로 상대해야만 한다.

    ‘온다…!’

    “죽음을 꽃으로 피워주마.”

    드레우스는 검을 펜싱 검처럼 쥐고 매우 빠른 속도로 찬영을 향해 내질렀다.

    그 검에서는 흡수했던 폭발력과 열이 계속해서 뿜어져 나왔다.

    “크으윽…!”

    어떻게든 창으로 흘려내고 피하고 있긴 했지만 모두 그럴 수는 없었다.

    50번에 가까운 찌르기 중 5번의 찌르기를 정통으로 허용한 찬영은 고통을 호소했다.

    “허억…. 허억….”

    “참… 대단한 녀석이로군. 동체 시력과 신체 능력만으로 나의 공격의 90%를 막고 피하다니. 그것만큼은 인정하겠네.”하지만 찬영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창을 휘두를 뿐이었다.

    “폭창… 64연타….”

    “…이젠 너에게 화낼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겠군. 이런 한심한 놈을 작품으로 만들 생각을 한 조금 전의 내가 미워질 정도야.”쾅! 쾅! 쾅!

    찬영은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창을 휘둘렀지만 전부 드레우스에게 막히고 말았고.

    “죽어라!”

    퍼-억!

    64연타의 폭발력을 그대로 실은 주먹이 찬영의 복부를 강타했다.

    찬영은 저 멀리로 날아가 건물 외벽에 처박혔다.

    “하…. 정말 허무하구나.”

    힘, 파괴력, 속도 모든 것이 완벽한 녀석이었지만 단 하나 멍청했다는 것 때문에 자신의 작품이 되지 못한 어린 양.

    드레우스는 진심으로 찬영을 안타까워했다.

    그때.

    “하…. 멍청한 게 누군데 그래?”

    쓰러진 줄로만 알았던 찬영이 멀쩡히 일어나 드레우스에게 말을 걸었다.

    사실 멀쩡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후…. 우…. 후우….”

    태운이 알려준 보호 마법으로 내장으로 가해지는 피해를 줄이긴 했지만, 상태를 보아하니 갈비뼈가 4~5대는 나간 듯했다.

    ‘이번 공격으로 운명이 정해진다….’

    찬영의 주변에 있는 마나들이 전부 그와 교감해 공명하기 시작했다.

    그 범위는 반경 3미터, 5미터, 10미터….

    계속해서 넓어져 갔다.

    드레우스는 그 모습에 다시 분노를 표출했다.

    “내 작품 리스트에서 탈락한 녀석이 강한 힘을 보이지 말란 말이다!!!”하지만 찬영은 그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이 만들어낼 스킬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더…. 더 많은 양의 마나가 필요해….’

    찬영과 공명하는 마나 범위가 반경 100m가 넘어갔을 때, 찬영은 그 마나를 압축했다.

    한계까지, 더 이상 이 밀도 이상으로는 마나를 압축할 수 없을 때까지.

    그리고 그것이 바로 찬영이 만들어낸 새로운 마나 블레이드였다.

    “죽어라!!!”

    찬영은 온 힘을 다해 창을 던졌고 드레우스는 그 창을 검으로 받아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무기들은 얼마나 많은 양의 마나든 신경 쓰지 않고 모두 빨아들인다! 그 창도 나에겐 그냥 창일 뿐이야!”“그래서, 그 검만 없으면 된다는 거잖아?”

    찬영이 아무 생각 없이 폭창을 사용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바로 검이 성가시다는 것을 파악했고 작전을 세운 것이다.

    폭창의 마나를 검 내부에 침투시킨 후.

    “폭발해라.”

    한 번에 폭발시킨다.

    쩍…. 쩌적….

    그럼 외부의 공격을 모두 흡수하던 검은 단번에 깨져 버릴 것이고.

    “이런 개 같은……!”

    방어 수단을 잃은 드레우스는 찬영의 창에 찔려 단 한 번에 절명한다.

    이게 찬영의 계획이었다.

    푸-확!

    어마어마한 힘이 담긴 찬영의 창에 직격당한 드레우스의 상체는 증발해 버리고 말았다.

    “흐아!”

    찬영은 고통과 피로를 호소하며 뒤로 드러누웠다.

    드레우스의 폭발력이 담긴 주먹을 맞은 것 때문에 갈비뼈가 완전 가루가 되어 버렸다.

    창을 어떻게 던졌는지도 의문인 몸 상태였다.

    “누가 치료 좀….”

    찬영은 드레우스의 공간 유배에서 풀려나 자신에게 달려오는 마이클을 보며 안심하고 눈을 감았다.

    * * *

    “으윽….”

    태운은 방어 소초 철조망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

    3번 초소 쪽이 중심이 된 마나 흐름의 이상을 느끼고 눈을 뜬 것이다.

    공전하도 그것을 느낀 것인지 그 방향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선배.”

    “어. 태운아, 괜찮아?”

    “머리가 좀 아프긴… 한데 괜찮아요. 제가 얼마나 자고 있었죠?”“음…. 대충 10분 정도? 그 사이에 C급 수준의 배반자 3명 정도 오긴 했는데 대충 어떻게 처리하긴 했다.”

    “감사합니다….”

    태운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더 쉬지 않아도 되겠어?”

    “네, 괜찮아졌어요.”

    “그래.”

    공전하는 평온해 보이는 표정과 달리 몸짓은 불안해하는 사람 그 자체였다.

    마나의 흐름이 불안정해지고 있는 방향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태운은 그에 대해 걱정이 되지 않았다.

    원래 알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거 구찬영이에요.”

    “뭐라고?”

    “말 그대로입니다. 지금 마나 흐름에 영향 주고 있는 사람이 구찬영이라구요.”“허…. 구찬영도 너 못지않은 괴물이었구나…?”그때, 엄청 큰 제트엔진 소리가 나더니 마나의 흐름이 천천히 안정되기 시작했다.

    찬영의 전투가 끝났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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