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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2화 (22/379)
  • 22화

    그 메시지를 보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게 아니고….”

    “후… 다 알고 말하는 거다. 왜 죽인 거지? 1조 녀석들을.”계속되는 김현우의 추궁에 곤란하다는 듯이 웃고만 있던 그의 표정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개 같은 녀석.”

    차석우가 허리춤에서 칼을 꺼냈다.

    “싸우자고? 그렇다면 숨어 있는 녀석들이 날 찌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뭐야, 알고 있었냐?”

    던전의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녀석들이 나타나 김현우를 둘러쌌다.

    총 8명.

    모두 선행 조의 조교를 맡은 녀석들이었다.

    “전부 처리하고 온 거겠지?”

    “강동렬이 늦는군.”

    “그러게. 그 녀석이 죽이는 거에는 프로인데.”

    “…개만도 못한….”

    김현우의 표정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여덟 개 조의 조원 전부라면 72명, 대학살을 일으킨 녀석들이다.

    겨우 참고 있던 분노가 스멀스멀 끓어올랐다.

    “왜 죽였냐고 했던가? 이걸로 설명되려나?”차석우와 모두가 함께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곳에는 보라색으로 새겨진 문신이 조금씩 번져가고 있었다.

    “배반자…!”

    데블스 에이지 때 나타난 세력으로 마물의 피를 받아들여 반마인이 되고자 했던 이들이다.

    그들의 실패를 본 마몬과 사탄이 힘을 내려주었고 그들은 힘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린 사람을 죽이면 죽일수록 강해진다. 마음 같아서는 밖에서 대학살을 일으키고 싶지만, 세상을 상대로 하기에는 아직 무리란 말이지.”“그래서 던전에서 약한 학생들을 죽였단 말이지?”“너무 뭐라 하지 마라. 난 눈치도 못 채게 빠르게 죽였으니까.”당장에라도 나불거리는 저 녀석의 혓바닥을 뽑아 버리고 싶다.

    목을 잘라 불태워 버리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을 끌어야 한다.

    자신의 본질적인 실력은 B급이라지만 C급 헌터 8명을 한 번에 상대하는 건 무리다.

    어떻게든 학생들을 내보낸 뒤 처리해야 한다.

    ‘어떻게든 방법을….’

    “받아라!”

    휙!

    서걱.

    “뭐야…?”

    뭐가 날아오길래 반으로 가르긴 했지만 뭐였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단단하지도 않고 물렁물렁하지도 않았다.

    그 물건이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따라가 보았더니 어벙한 표정을 하고 있는 녀석이 있었다.

    태운이었다.

    “어… 이게 아닌….”

    “이 자식이….”

    지금 뭘 던진 건지 알지는 못하겠지만 방해하려 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김현우 이 자식을 처리하면 가장 먼저 너를 죽이겠다.”자기 생각대로 안 돼 당황이나 하는 녀석은 별 위협이 안 될 것이다.

    저 녀석은 놔둬도 금방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때, 태운의 얼굴에서 당황하는 티가 싹 사라졌다.

    “마나 버스트 아웃.”

    쾅!

    “씨….”

    가까운 거리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데미지가 그리 크진 않았다.

    저 애송이가 연기한 거라고?

    “다 덮…!”

    쾅!

    다시 한번 더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방금 던진 구체의 정체가 여기서 드러났다.

    형체화한 마나 덩어리였던 것이다.

    “큭…!”

    태운은 연쇄 폭발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는 배반자 중 한 명을 타깃으로 마법을 시전했다.

    “라이트닝 스위프!”

    푸푸푸푹!

    연속으로 큰 폭발에 휘말린 차석우는 라이트닝 스위프에 대응하지 못하고 5발의 공격을 모두 허용한 채 즉사했다.

    “성우야, 창 좀 빌릴게. 그리고 애들 보호 부탁한다.”태운은 정성우가 투척용으로 챙긴 단창을 그의 등으로부터 뽑았다.

    “헌터님, 방금은 운입니다. 세 명이 한계예요. 빨리 처리하고 도와주세요.”

    “…….”

    고작 학생이 C급 헌터 셋을 맡는다고?

    김현우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던전 안에서는 무슨 일이라도 생길 수 있다.

    그렇게 머릿속에서 대충 얼버무린 후 단검 두 자루를 꺼냈다.

    “C급 꼬맹이들아. 저기 죽어 있는 차석우가 부럽게 만들어주마.”김현우는 이런저런 잡생각을 지웠다.

    이제는 싸울 때였다.

    양손에 들린 단검을 전방으로 던졌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단검을 겨우 쳐냈다.

    “염력!”

    단검을 던진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염력으로 단검을 회수하면서 단검을 쳐낸 자의 허리를 베었다.

    ‘역시 잘 싸우네.’

    태운은 순간이지만 자신이 주제넘었다는 것을 알았다.

    4명과 싸우는 그를 잠시 걱정했었다는 것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화려한 전투였다.

    ‘자, 이제 내가 문제인데….’

    방금 한 명을 처리한 것은 분명 운이다.

    김현우과 말을 하면서 이쪽의 마나를 느끼지 못한 것 때문에 쉬이 처리할 수 있었다.

    던진 마나 뭉치를 크게 의심하지 않아서 연쇄 폭발을 쉽게 일으킬 수 있었던 덕도 있다.

    ‘그래도 필사의 창술에 의존하면 피하는 건 그렇게 무리는 아니야.’그 생각으로 창을 든 것이다.

    “하이 부스트, 근력 대(大)강화, 터프 스킨.”태운은 자신의 몸에 각종 버프 마법을 걸었다.

    그러곤 메테리얼을 보충했다.

    빨리 처치하고 도와달라는 건 일종의 허수다.

    배반자들로 하여금 방심을 유도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이 역겨운 녀석들을 죽이지 않고 버티는 짓 따위는 못 하지.’태운은 땅을 박차고 전방으로 뛰었다.

    창은 정면으로 짧게 뻗은 그대로 몸에 박아넣을 생각이다.

    동시에 공격 마법을 다중 시전했다.

    공격의 대상이 된 마법 계열 헌터는 코웃음을 쳤다.

    그의 눈에는 허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스피드를 내는 상태에서 공격을 한 방이라도 적중한다면 그대로 몸이 부서져 버릴 것이다.

    “옥타 미사일!”

    그는 8발의 매직 미사일을 발사하는 대단위 마법을 3개나 다중 시전했다.

    남은 2개의 메테리얼로는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해 하이 프로텍트 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마법 파괴.”

    쩌적… 파앙!

    태운의 한마디에 모든 마법이 파괴되었다.

    공격 마법도 방어 마법도 모두.

    푸-욱!

    “꺽… 커억!”

    푸푸푸푸푹!

    태운의 창에 복부를 관통당한 후, 그를 뒤 따라오던 마법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다.

    그는 그대로 명을 달리했다.

    “한 놈!”

    마법 파괴.

    사람이 이끌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집중력을 수십 시간 동안 유지하도록 하는 시련 끝에 얻어낸 스킬이다.

    자신과 아군의 것을 제외한 반경 25미터 이내의 모든 마법이 대상, 발동 즉시 모든 마법을 디스펠한다.

    굳이 머리를 쓸 필요도 없었고 한 번에 여러 개의 마법을 무력화할 수 있다.

    마법이 산산이 조각나는 이펙트는 덤이다.

    강력한 마력으로 마법을 억눌러 무력화한 것처럼 보일 테니까.

    그 효과는 생각보다 좋았다.

    태운이 상대하기로 한 세 명 중 암살자 계열의 능력자인 김동훈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저, 저 자식 뭐야?!”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한 명이 죽음으로 바로 전투에서 배제되었다.

    인류의 배반자 집단 중에서도 약한 편이긴 했지만 나름 프로라고 인정받는 C급 헌터다.

    단번에 목숨을 끊을 수 있는 공격력은 둘째치고 망설임 없이 적의 목숨을 취할 수 있는 결단력은 결코 성인이 되지도 못한 꼬맹이가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프로 생활 즉, 던전에서 사선을 넘어본 적이 없는 애송이 따위가 보여줄 수 없는 것이란 말이다.

    “침착해라, 아무리 마나가 많다고 해도 저 정도의 일을 저지르면 마나가 간당간당할 거다.”

    “…알겠다. 그래도 조심해라.”

    김동훈이 평정을 잃은 모습을 보이자 옆에 있던 이승겸이 그를 진정시켰다.

    “우리 둘이 방심하지만 않으면 저런 녀석쯤은 가볍지.”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도 놀랐기는 매한가지였다.

    이승겸은 강태운과 바로 전에 죽은 마법 계열 헌터의 격돌을 상기했다.

    그는 분명 옥타 미사일을 3개나 시전했고 하이 프로텍트를 두 겹으로 시전했다.

    그런데 그가 시전한 마법이 격돌 직전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 결과 공격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고 즉사했다.

    “방심하지 말고 가자.”

    이승겸은 탱커 계열 헌터, 김동훈은 암살자 계열 헌터둘의 조합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개개인의 스펙만 보더라도 태운보다 좋을 것이다.

    하지만 태운은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었다.

    “화폭.”

    그는 그동안의 연구로 화폭으로 만들어진 마나 파편에 속성력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

    화폭의 가장 큰 단점, 공격력의 부재를 속성을 추가함으로써 보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읏…! 크으으….”

    짜릿한 전기가 화폭의 마나 파편을 타고 이승겸과 김동훈의 몸에 흘렀다.

    마치 테이저건을 수십 번이나 맞은 듯한 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이걸 어떻게 피하라는…!”

    위력이 약할 것으로 생각하고 무시했던 탓도 있지만, 공격 범위와 파편의 수가 말도 안 된다.

    솔직히 마음먹고 피한다고 해도 불가능할 것 같았다.

    “화폭, 화폭!”

    화폭에 여러 가지 속성을 담아 연속적으로 쏟아내는 태운.

    하지만 둘도 만만치는 않았다.

    “크아아!!”

    “흐아앗!”

    둘 다 마나를 신체에 회전시켜 태운이 만들어낸 속성력을 전부 흩어버렸다.

    “쉐도우 스텝!”

    “쉴드 차지!”

    김동훈은 자신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며, 이승겸은 방패를 내세우며, 둘 다 각자의 방법으로 태운에게 접근했다.

    방패를 내세우고 돌진하는 쉴드 차지의 경우, 눈에 보여 충분히 반응할 수 있었지만, 쉐도우 스텝은 그림자 속으로 숨어 버리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

    “죽어라!!!”

    이승겸이 태운의 정면으로 빠르게 달려들었다.

    태운은 오른발을 한발 오른쪽으로 디딘 후 그것을 축으로 회전했다.

    “…!”

    조금의 군더더기도 없는 동작이었다.

    푸-욱!

    하지만 태운은 거기에서 끝내지 않고 반 바퀴 돈 시점에서 왼손에 들고 있던 단창을 이승겸의 등에 꽂아 넣었다.

    “큿….”

    그는 창에 찔린 데미지 때문에 자신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창을 곧바로 회수한 태운은 김동훈의 공격에 대비했다.

    스킬을 시전한 후 공격을 시도할 때까지 모습을 감추는 쉐도우 스텝은 이 세상에서 김동훈 한 명만 가지고 있는 사기 스킬이었다.

    하지만 태운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그가 창을 들고 있었으니까.

    후-웅!

    ‘어떻게…!’

    김동훈이 공격을 시도하려는 때에 태운이 창을 정확히 그가 있는 곳으로 휘둘렀다.

    ‘우연…?’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공격을 재개하려고 했을 때푸-욱!

    태운의 단창이 그의 뱃가죽을 뚫고 들어가 등가죽으로 다시 나왔다.

    “꺼… 꺼어….”

    태운은 창을 더욱 깊숙이 꽂은 후 그를 밀어 넘어뜨렸다.

    그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피를 바닥에 쏟으며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숨은 붙어 있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면 1분 내로 죽을 것이다.

    태운은 그의 복부에 창을 꽂아둔 채 일어나 자세를 정비하고 있는 이승겸에게 다가갔다.

    “하이 부스트, 근력 대(大)강화, 터프 스킨!”마침 효력이 다한 버프 마법을 다시 걸어주었다.

    고작 빌빌거리고 있는 적 하나라지만 최선을 다해야한다.

    “라바 스위ㅍ…!”

    푸-욱!

    “이… 이 씨발 새끼… 같이 뒤져…. 혼자는 안 갈 거야….”그의 목숨을 끊지 않은 게 실책이었다.

    김동훈은 자신의 마지막 힘을 전부 쏟아내 태운의 등을 꿰뚫는 공격을 시도했다.

    결국에는 성공했고 그의 내장을 휘젓는 데 성공했다.

    “뒈져… 뒈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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