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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1화 (21/379)
  • 21화

    “히이….”

    쉬워 보이지만 마력으로 만든 렌즈의 각도를 잘 맞춰야 한다.

    안 그러면 빗나가거나 마법이 최대로 집중되는 시점에 타격을 가할 수 없으니까.

    “헐… 렌즈 마법 다중 시전 되게 어려운 거 아니냐?”

    “그니까. 쉽게 쉽게 하자고.”

    “너무 점수 따려고 하는 거 아니야?”

    태운의 활약에 조금은 불만 섞인 말이 나왔지만, 진심은 아닐 것이다.

    개인 점수를 딸 기회가 다소 줄어들겠지만 이런 식이면 팀 점수 만점은 떼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다들 같은 생각일 것이다.

    “물론 나는 서포트 부분에서 점수 많이 얻겠지만, 처치는 너희가 한 거야. 점수는 그렇게 들어가겠지.”하지만 태운은 팀원의 개인 점수를 떼먹을 생각은 없었다.

    태운은 무심코 김현우 헌터 쪽을 바라보았다.

    이쪽을 보면서 평가 용지에 뭔가를 계속 적고 있었다.

    “그리고 마나 아껴.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혹시 알아? 붉은 늑대(Red Wolf)가 배고파서 돌아다닐지.”

    “섬뜩한 소리하지 마라….”

    태운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었다.

    던전 밖에서부터 느껴지던 섬뜩한 위험이 아직까지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 좀비 상대로 깔끔하게 끝냈네?”

    그때 7조가 다가왔다.

    ‘와… 어떻게 조가 저렇게 짜지냐.’

    골드 B반 2위 정윤성, 실버 A반 1위인 정석운, 브론즈 C반 1위 신태연.

    스타지에르 3대 문제아들이 전부 모였고 그 외의 녀석들도 질이 썩 좋지 못한 조였다.

    “던전 안에서 집중해라. 감점이다.”

    “아, 예~.”

    그들의 조교는 C급 헌터인 강동렬 헌터였다.

    둥그런 안경을 쓴 것과 달리 굉장히 날카로운 인상을 가졌다.

    “10조 조교님 잘생겼다~.”

    7조 웨퍼 중 여자 두 명이 서로 수군거리면서 꺅꺅거렸다.

    ‘여튼 7조 조교분 고생이시겠네…. 음?’

    그때 태운의 눈에 이상한 점이 포착되었다.

    “근데 저 조교님은 왜 평가 용지를 안 가지고 있지?”지금까지 본 조교는 전부 평가 용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평가 용지는커녕 펜도 하나 가지지 않은 맨손이었다.

    그때.

    “…어? 이 정도 개체 수가… 잠깐….”

    탐지 특성을 가진 정성우가 갑자기 경기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야, 왜 그래?”

    “500…? 700…?”

    “야, 무… 슨 소리 하는 거야?”

    쿠우우우….

    던전 깊숙한 곳에서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은 묵직한 울림이 들려왔다.

    “이게 뭔 소리죠?”

    “이건 버그 스웜? F급 던전에서…?”

    “버그 스웜이라고요?”

    일명 거충 파도.

    30~50cm의 곤충인 거충이 엄청난 무리를 이루고 이동하는 현상.

    각 개체는 약하지만, 그 규모가 적으면 300마리 많으면 5,000마리까지, 그 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많은 헌터의 목숨을 앗아간 현상이다.

    E급 이상의 던전에서 일어나며 A급 던전에서는 한 번이긴 하지만 3억이라는 재앙과도 같은 수의 거충이 나타나기도 했다.

    울림이 점점 커지고 던전 안쪽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조교들 전부 대비해! 3,000마리 규모 거충 파도다!”“이제부터 지시는 내가 내린다! 뒈지기 싫으면 여기로 모여!”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김현우는 학생들을 위해 잠깐 얼굴에 썼던 친절의 가면을 벗어던졌다.

    부드러워 보이던 눈매가 한순간에 날카로워졌다.

    이게 우수한 헌터의 위압감이라는 것일까.

    “거기! 벌벌 떨고 있지 말고 이리로 와! 죽고 싶어!”김현우의 호통 소리가 두어 번 울려 퍼지자 10조의 모두가 김현우 헌터의 뒤로 모였다.

    진형이 잡히지 않고 모두 그의 뒤에 숨은 모양새였지만 말이다.

    “앞으로 30초면 거충 무리가 우리에게 닥칠 것이다. 우리보다 앞에 있는 조는 모두 아홉 조, 그들이 충분히 거충의 수를 줄일 수는 없어. 살아남는 게 고작이겠지.”무려 2,000마리 규모의 버그 스웜이다.

    이 정도면 C~D급 던전에서나 나타날 정도이며 조교들이 전력을 다해도 전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다.

    C급 헌터가 조교로 있는 조라면 전부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D급 헌터라면 문제가 생긴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우리가 여기서 거충들의 수를 줄여야 한다.”

    “뭐라고요?”

    “저희가 왜요!”

    “저희는 살고 싶다고요!”

    정성우를 포함한 모두가 김현우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하지만 태운은 이해할 수 있었다.

    선행 조, 즉 1조부터 10조까지는 조교가 전부 C급이지만 그 뒤로는 D급 헌터가 조교로 있는 경우도 있다.

    수가 줄어들지 않고 그들에게 버그 스웜이 도달한다면 분명 사상자가 날 것이다.

    태운도 그와 같은 생각을 했다.

    버그 스웜의 규모를 줄여야 한다.

    그것도 최소 반 토막을 내버려야 한다.

    “여기서 줄이지 못하면 우리도 죽을 수 있어. 버그 스웜은 던전의 끝을 찍고 돌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그 규모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나. 나도 지치면 너희를 못 지켜준다고.”

    “하지만….”

    “너희보고 하라고 하진 않을 거다. 너희는 프로텍트 마법이나 요령껏 사용해서 살아남아.”태운은 눈치껏 옆에 섰다.

    김현우는 그 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그래, 네가 알아서 해봐라.”

    사실 이런 때, 버그 스웜을 대비해 마법을 만들어놓은 태운이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해보는 수밖에 없다.

    ‘벌써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태운은 주머니 속의 마정석을 흡수했다.

    그 상태로 메테리얼을 뽑아냈다.

    “왔다.”

    이제는 태운의 눈에도 보인다.

    약 8초 후면 바로 코앞까지 도달할 것이다.

    “통곡의 벽.”

    김현우가 광범위 방어벽을 세우는 마법을 사용했다.

    이걸로 곤충의 파도를 막을 수 있을까, 라고 한다면 회의적이지만 태운의 입장에서는 땡큐였다.

    “화폭!”

    화폭의 단점이라 함은 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면서 피아 구분 없이 공격한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메테리얼 3개쯤은 방어 마법에 소모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김현우가 마법을 사용해주면서 해결이 되었다.

    퍼퍼퍼퍼퍼펑!

    공중에서 10개의 화폭이 동시에 터지며 주변 마나를 박살 냈고, 그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위력이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한 번에 쏘아지는 마나 파편의 수는 100개에 가깝다.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거충이 후두두 떨어지고 쓰러졌다.

    덕분에 최소 자원으로 최대 효율을 뽑아낼 수 있게 된 태운은 판단했다.

    여기서 버그 스웜을 끝내 버릴 수 있겠다고.

    “헌터님, 여기서 전부 죽입시다. 화폭!”

    “그래, 마나 버스트 아웃!”

    쾅! 퍼퍼퍼퍼펑!

    ‘마나 버스트 아웃…. 역시… 괜히 우수한 인재라고 불리는 게 아니네.’지정한 위치에 폭발을 일으키고 그 주변의 마나를 매개로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마법.

    화폭의 파편이 마나 버스트 아웃의 연쇄 폭발의 매개가 되어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는 단 한 번 본 마법의 요지를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게…. 학생이라고…?”

    정성우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버그 스웜에 맞서고 있는 둘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김현우 헌터는 둘째치고 태운을 보고 놀랐다.

    그의 능력이 대단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프로 헌터와 합을 맞출 정도라니.

    절망으로 가득했던 그의 얼굴에 희망이 떠올랐다.

    터터터턱!

    거충들이 단번에 방어벽에 들이닥쳤다.

    방벽의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뚫릴 위험은 보이지 않았다.

    “화폭!”

    버그 스웜을 대상으로 설계했던 마법인 만큼 효과는 훌륭했다.

    거충 무리의 수가 줄어들어 여유가 생겼을 때 김현우 헌터가 말했다.

    “너는 이번 실습 점수 만점이다.”

    태운의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거충을 죽이고 죽여도 계속 느껴지는 위험이 줄어들지를 않았다.

    ‘이것보다 훨씬 큰 위험이 남아 있는 건가…?’

    * * *

    “어느 정도 정리됐나?”

    “그런 것 같네요.”

    거충을 죽이다 보니 수가 적어진 거충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휴… 지쳤어…. 다들 괜찮냐?”

    “예… 다친 곳은 없어요.”

    “저도 놀라서 넘어진 거 말고는….”

    다들 괜찮은 모양이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그러지 못할 것이다.

    처음 들어온 던전에서 던전 속 작은 재앙을 맛본 거니까.

    평생 트라우마로 남아 아예 학교를 그만둘 수도 있다.

    “일어나. 빨리 나가자.”

    태운은 사태가 진정되자마자 던전을 나가자고 재촉했다.

    “다들 지쳤는데 조금만 쉬면 안 돼?”

    정성우를 비롯한 친구들이 휴식을 취하기를 원했다.

    비록 쓴 힘은 없지만, 긴장 때문에 다리가 풀려 있는 녀석도 있었다.

    하지만 김현우 헌터의 생각도 태운과 같았다.

    “그러니까 우선 나가자는 거다. 던전 에볼루션이 일어난 거면 나도 감당하지 못할 괴물들이 나올 수 있어.”던전 에볼루션.

    던전의 등급이 변하는 현상이다.

    나타난 지 3년 이내의 던전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례로는 서울을 폐허로 만들어 버릴 뻔한 용인 던전이 있다.

    C급 던전이 A급 던전으로 변해 버리는 바람에 대처가 늦어졌고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뻔했으나 전대섭과 그의 제자들이 나서 던전을 토벌해 버렸다.

    “여긴 토벌 끝난 지 10년 지난 영구 던전이잖아요? 근데 왜….”“교육 안 받았어? 던전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던전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 세상의 법칙을 운운할 수는 없다.

    B급 이상의 던전에서는 지구의 물리법칙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중력은 기본, 마찰력에 관성의 법칙까지도 뒤틀려 있는 던전이 있다고 한다.

    현재 인류가 던전에 대해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다 일어났나? 이동하자.”

    태세를 정비하고 이동하려는 찰나 1조의 조교인 차석우 헌터가 나타났다.

    “뭐야…? 거충들의 사체가….”

    그는 어마어마한 양의 거충이 죽어 있는 것을 보고 시선을 이곳으로 돌렸다.

    “어? 김현우 헌터? 역시 살아 있었군. 사상자는 없나?”

    “없어. 그쪽은?”

    “…미안하군. 한 녀석이 튀어 나가는 바람에 그 녀석까지 지키려다 그만….”

    “우욱!”

    그 말을 듣자마자 10조 웨퍼 한 명이 쓰러져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

    “1… 1조에는 서연이가… 서연이가 죽은 거야?”친한 친구가 1조에 있던 모양이다.

    모두 그녀의 곁에 가서 등을 토닥이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김현우 헌터… 뭔가 눈빛이 이상한걸?’

    차석우를 바라보는 김현우의 눈빛이 이상했다.

    임무에 실패한 헌터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합류하면 전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보내는 눈빛은 한없이 차갑고도 날카로웠다.

    태운은 무슨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그의 능력치를 열람했다.

    “오는 길에 다른 조와 만났나?”

    “아뇨, 못 만났습니다.”

    “단 한 명도? 활동 범위가 한정되어 있어서 만날 법도 한데.”“정말 못 봤습니다. 저한테 왜 그러십니까.”김현우는 계속해서 그를 몰아붙였다.

    그때 태운은 그의 특성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의의 파동(LV.M)

    정의의 파동: 악인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으며 악인과 같은 장소에 있을 때 그 장소와 상황, 모든 것이 악인을 죽이려 든다. 악인과 싸울 때 능력치가 대폭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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