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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0화 (20/379)

20화

헌터는 단순히 강한 힘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이것만 알아두거라. 이건 훈련이지만 가짜가 아니다.”허덕륜의 말에 모두가 얼어붙었다.

능력자는 그저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했고, 어린 치기에 헌터를 하고자 이 학교에 왔다.

하지만 헌터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엿보자 강한 압박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자퇴생이 많이 생기는 것도 이 실습 이후.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헌터의 환상을 박살 내주어야 한다.

“물론 이곳은 처음 공략 이후 꾸준히 몬스터의 개체 수를 조정하고 있기 때문에 심하게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을 데리고 했던 실습 중에는 아카데미가 세워진 이후 8년 동안 한 번도 사망자가 나지 않기도 했으니 말이다.”조교들의 수준은 C~D급 헌터이다.

C급 헌터는 마음만 먹으면 F급 던전 따위는 홀로 클리어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완치가 불가능할 수준의 부상이 없지는 않았다. 손가락이 잘리거나 다리가 부러지는 등의 사고 말이다.”실습에서 죽는 등의 사고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D급 이상의 프로 헌터가 뒤를 봐주는 상황이다.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F급 던전에서 죽을 일은 없다.

“그럼 조 추첨을 시작하지.”

* * *

“태운아 잘 부탁한다.”

“나도 잘 부탁해.”

태운의 조는 대체로 무난했다.

골드 B 두 명, C 한 명, 실버 A 한 명과 B 두 명, 브론즈 등급에서는 태운과 C급의 한 명이 같은 조가 되었다.

스타지에르 브론즈 C반만 두 명이 걸린 조치고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조보다 훨씬 좋은 분위기였다.

그것은 태운의 존재 덕분이었다.

희대의 둔재라고 불렸으나 그것은 과거의 이야기.

지금은 과거 프로 헌터였던 교사를 이긴 것도 모자라 모든 분야에서 교내 기록을 전부 경신한 천재였다.

이번에 특별 승급 절차가 전부 처리되면 그가 가볍게 익스퍼드 골드 A반으로 갈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했다.

“연정아라고 했었나? 너도 잘 부탁해.”

“응….”

태운과 같은 조에 배정된 같은 반 학생의 이름은 연정아.

어깨까지 오는 찰랑거리는 흑발과 차가운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태운은 처음 본 것처럼 낯선 느낌이 들었다.

‘분명 이야기도 나눠봤고, 이름도 알고 있었어. 그런데 왜 본 적이 없는 거 같지?’나이는 같으나 아카데미에 3년 늦게 들어와 태운과 똑같이 스타지에르에 남아 있었다.

그동안 아무런 흥미가 있지는 않았지만, 그녀에 대한 이질감이 들자 갑자기 흥미가 동했다.

태운은 그녀의 상태창을 들여다보았다.

연정아 (LV.100)

마나양: 500,000

체력(15/50) 근력(15/84) 민첩(12/65) 유연성(10/32) 지력(36/130) 살기(3/10) 직감(5/12)

특성

???(LV.M)

스킬

??마법(LV.M)

??검술(LV.M)

??

??

??

…….

“미친! …아… 미안.”

주변 생각도 못 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레벨이 100, 마나양이 무려 500,000이다.

게다가 스탯이 말도 안 되게 높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매우 약해진 상태이다.

‘뭔데 지력 스탯이 130이야…?’

얼마 전에 확인한 전대섭의 지력 스탯은 154였다.

한국에서, 어쩌면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헌터 중 하나인 그도 20살 전에는 지력 스탯이 100을 넘기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는 19살 임에도 지력 스탯이 130이다.

‘게다가 마나양이 500,000이라고…?’

솔직히 말도 안 된다.

하지만 여기서 티를 낼 수는 없다.

나중에 둘이 남았을 때 물어보든가 그마저도 안 되면 백만서고를 사용하는 수가 있다.

‘젠장, 백만서고 재사용기간은 한 달인데 알아둘 게 너무 많아.’태운이 백만서고를 사용할 우선순위를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팀 리더를 맡기로 한 정성우가 입을 열었다.

“이 정도 전력이면 8명이라도 충분히 할 수 있겠는데?”태운의 조는 한 명이 부족해서 특별히 8명이 진행하게 되었다.

역할군을 나눠 진행한 추첨이었기에 진형을 구성하는 데는 별문제가 없었다.

골드 등급의 두 명이 탱커, 골드 C반 한 명이 전사 계열이었기에 전열은 매우 튼튼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나머지 모든 학생이 후열에 배치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 와중에 태운은 웨퍼와 리프렉터의 역할을 자처했다.

“할 수 있겠어?”

“무리하는 건 아니야.”

직접 대상을 타격하는 원거리 딜러인 웨퍼와 아군 원거리 딜러의 공격을 강화하거나 굴절시키는 리프렉터의 역할을 동시에 이행하는 것은 상당히 난이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두 역할을 동시에 이행할 수 있다면 그만큼 레이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역할은 없을 것이다.

파티 내의 주력 공격수단인 원거리 공격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과 본인이 직접 적을 타격할 수 있는 공격력을 가진 멤버.

전투 흐름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기에 ‘커맨더’라 불린다.

잘만 한다면 점수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태운의 의도는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다른 웨퍼들보다 전방에 위치해 특기라고 할 수 있는 원거리 공격을 확실히 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근접 전투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자고.”오늘 태운의 관찰력 스탯이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으니까.

* * *

“오늘 평가 및 보호를 맡은 김현우 헌터입니다. 등급은 C급이고요. 잘 부탁합니다.”던전의 입구 앞으로 가자 깔끔하게 정장을 입은 한 20대 중반의 남자가 살가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눈매가 부드러워 호감이 가는 얼굴이었다.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김현우 헌터는 한국 헌터협회에 소속되었으며 던전 관리부터 헌터 죄수 호송은 물론 던전 내 범죄 행위에 대한 잠입 수사를 맡기도 했던 다재다능한 헌터다.

‘하지만 능력이 있는 거랑 별개로 문제가 있는 헌터이기도 하지.’정의감에 차서 협회의 명령과는 별개로 범죄자들을 죽이곤 한다.

능력 있는 젊은 헌터이기에 협회에서도 큰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헌터 등급만 한 단계 낮추었다.

그게 C급.

원래는 B급이었던, 그중에서도 능력이 좋은 헌터가 바로 김현우였다.

사실 던전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당사자 외에는 아무도 모르기에 죽였다는 증거는 없었으나, 그가 범죄자와 함께 던전에 들어가기만 하면 범죄자는 던전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저는 여러분의 전투에는 일절 관여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위험할 때만 개입을 할 것이니 집중해주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10번째로 들어가는 팀이니 조금만 기다리죠.”죄수를 주로 다뤘던 사람이라길래 과격하진 않을까 싶었으나 오히려 다른 조의 조교보다 친절한 인상이다.

다른 조의 조교는 일부러 압박감을 주곤 했으니까.

“10조! 들어오세요!”

던전 관리인이 던전의 입구 앞에서 손을 흔들며 불렀다.

김현우 헌터는 그 말을 듣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이제부터는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라고 말하는 듯했다.

“정신 바짝 차리고 가자.”

리더를 맡은 골드 C반 정성우가 팀을 이끌었다.

던전의 입구는 작은 굴과 같았다.

영구 던전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무슨 조화인지 그 안은 말도 안 되게 넓다.

외부의 형태를 생각해봤을 때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넓이의 던전이 매우 많았다.

그래서 전세계 헌터협회는 던전 안을 미지의 공간이라고 명시했다.

“후우….”

처음에는 신나 있던 녀석들이 슬슬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긴 그런 사진들을 봤으니 긴장 안 하는 게 무리지.’태운은 이미 이 던전에 8번이나 들어와 보았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매우 약했던 과거의 태운도 무사히 돌아왔을 정도의 던전이다.

하지만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그것이 던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첫 번째로 가져야 할 덕목이니까.

저벅저벅.

인공적으로 깎인 듯한 계단을 하나씩 조심히 딛으며 나아갔다.

처음에는 던전 입구에서 들어오는 빛 때문에 사물을 어느 정도 구별을 할 수 있었으나 조금 나아가니 그것마저도 힘들어졌다.

“정아야, 불.”

정성우가 연정아에게 지시했다.

굳이 연정아에게 지시한 이유는 다른 전력의 소모를 최소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다른 학생들이 스타지에르 브론즈 C반의 학생들보다는 잘 싸울 테니까.

“라이트!”

‘뭐지?’

태운이 연정아의 마법에서 이상함을 느꼈을 때

[치이이!!!]

연정아의 라이트 마법이 발현되자마자 거충들이 빛에 반응해 깨어났다.

“전방에 거충! 마법사들은 메테리얼 준비해!”최전방 탱커인 정성우가 거충 무리를 발견해냈다.

빠르고 좋은 상황 판단이었다.

골드 B급이 둘이나 있음에도 골드 C급이 리더가 된 이유였다.

“리프렉터, 웨퍼들 지휘는 맡길게.”

정성우는 자신 능력 밖의 일인 웨퍼들의 지휘는 태운에게 맡겼다.

괜한 객기를 부리지 않는 게 매우 좋았다.

미래에 꽤 훌륭한 리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정아야. 빛 계열 공격 마법 좀!”

“트리플 샷!”

‘역시.’

그녀가 라이트 마법을 쓸 때 느꼈던 위화감이 이것이었다.

마법을 쓸 때 속성 변환 이후 마법이 발현되기 직전 메테리얼의 마나가 일순 팽창되었다가 억제되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일부 매우 강력한 마나를 제어하는 것 같았다.

“컨덱스!”

이런저런 생각은 했지만, 타이밍을 놓치지는 않았다.

컨케이브(집광마법)와 같이 기본적인 렌즈 마법, 빛 계열의 마법의 범위를 늘려주는 리프렉터의 기본 마법이다.

관통력과 공격력이 줄어들긴 하지만 위력이 다소 줄어든다고 해서 거충을 잡는 데는 무리가 있지는 않다.

세 갈래의 미사일이 태운의 메테리얼을 지나자 빛의 크기가 3배 이상으로 커졌다.

콰콰쾅!!!

말 그대로 거대해진 공격이 전방을 가득 채웠다.

던전 안에 폭발음이 크게 울려 퍼졌다.

“와우”

“마무리 지으러 가자.”

“살아남은 녀석이 있을까?”

“혹시 모르잖아.”

고작 커다란 벌레이긴 하지만 운 좋게 빗맞은 녀석이 있을지도 모른다.

“오케이!”

[프스스!!! 프스스!!!]

그곳으로 가보니 다른 녀석들을 전부 바스러져 다리만 부들대고 있었고 한두 마리 정도만 머리가 멀쩡해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징그러운 건 F급 던전 원탑일 거 같네.”

“그러게 말이야. 주변 경계 좀 부탁할게.”

스릉 푹!

정성우는 경계를 지시하고는 단검을 꺼내 거충의 머리를 반으로 갈랐다.

“확실한 게 좋겠지. 고작 거충이래도 이 이빨에 물리면 발가락 정도는 잃을 테니까. 진행하자.”약 5분이 지나고…….

[꺼걱… 꺼걱….]

“좀비인가?”

“응, 6마리. 전투 준비해. 먼저 기습한다. 전열이 한 마리씩 기습할 테니 나머지 3마리는 웨퍼들한테 맡길게. 리프렉터는 전열 멤버한테 이동속도 버프 주고”

“오케이”

정성우의 지시에 모두가 숨을 죽이고 나아갔다.

“조금만… 조금… 지금!”

“부스트!”

“하아압!”

푹!

정성우가 자신이 맡은 좀비를 칼로 찌르고 밀어 넘어뜨렸다.

콰직!

그러고는 가슴팍을 발로 밟고 방패 모서리로 내리찍었다.

부식된 좀비의 머리통은 그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박살이 나버렸다.

“약점! 머리를 부숴!”

그때 웨퍼들도 적극적으로 마법을 쓰려 했으나 태운이 만류했다.

“3명이 더블 샷만 써줘.”

“그 느린 마법으로 머리를 맞출 수 있을까? 적어도 관통 계열을….”“우선 내 말대로 해. 안 되면 그때 처리해도 늦지 않아.”괜한 객기가 아니다.

충분히 할 수 있으니 내린 지시사항이다.

“더블 샷!!!”

연정아를 제외한 세 명의 웨퍼들이 동시에 더블 샷을 쏘았다.

“컨케이브, 가속.”

컨케이브(집광 마법) 마법으로 더블 샷의 공격 범위를 줄이는 동시에 관통력과 파괴력을 올린 후 가속한다.

콰자작!

그러자 동시에 좀비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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