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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9화 (19/379)
  • 19화

    그 외침과 동시에 둘 다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는 메테리얼을 전부 만들어냈다.

    신동연은 2,000씩 3개, 태운은 1,000씩 10개

    “선공은 양보할게. 아, 오해할까 봐 그런 건데 방심한 게 아니라 나는 공격보단 방어에 자신이 있어서….”

    “알아요.”

    익스퍼트 브론즈 A 7위 신동연

    익스퍼트 브론즈에서 유일하게 하이 프로텍트를 동시에 3개나 펼칠 수 있는 학생이다.

    그만큼 방어 마법에 능한 헌터는 프로 중에서도 그리 흔하지 않을 정도다.

    다만 그가 브론즈에 남아 있는 것은 공격 능력이 상당히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뛰어난 방어 능력과 높은 마나양을 바탕으로 장기전으로 끌고 가 최후의 최후에 공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 처음은 힘으로 찍어눌러 주지.’

    신동연도 그 기세를 느꼈는지 하이 프로텍트를 전개했다.

    태운은 그의 앞에 삼중으로 전개되는 하이 프로텍트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마법을 시전했다.

    1,000씩 10개.

    총 10,000의 마나를 전부 끌어 올린 그가 사용한 마법은

    “마나 캐논.”

    10발의 마나 포탄이 날아가 신동연의 방패를 강타했다.

    쩌저적!

    6발의 포탄만이 방어막과 충돌해 사라졌고, 나머지 4발은 신동연을 향해 정확히 날아가고 있었다.

    “어…?”

    쾅! 쾅! 쾅!

    신동연은 그에 반응하지도 못한 채, 경기장 위에 쓰러지고 말았다.

    “오….”

    “아….”

    “오오!!!!!”

    “““와아아!!!!!”””

    “강태운! 강태운! 강태운!”

    냉담했던 경기장의 대중들이 태운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뜨거워진 분위기 속에서 태운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다음 경기 바로 시작하죠.”

    “오오오!!!”

    “““강태운! 강태운! 강태운!”””

    “와… 한 번에 동연이 방어막 부수고 끝내 버릴 줄은 몰랐는데…. 괜히 특별 승급 대상이 아니구나?”

    “그런 셈이죠.”

    태운은 살갑게 말을 거는 심판의 말에 적당히 대꾸해주며 마정석의 마나를 흡수해 저장했다.

    [총 20,000의 마나를 저장합니다.]

    “정말 바로 시작해도 되는 거지?”

    “네.”

    정말 상관없었다.

    주머니에 들어 있는 마정석의 수도 충분했고, 마정석 저장에는 재사용 대기시간이 없었으니까.

    “그럼… 경기….”

    이번 상대는 박성윤, 익스퍼트 실버 B반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암살자 계열의 근접 딜러다.

    암살자는 레이드에서도 프리롤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일대일 전투에서는 압도적인 무위를 보인다.

    특히 상대가 마법사라면 더더욱.

    그렇기에 태운은 등에 매어둔 창을 꺼내 들었다.

    “시작합니다!”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박성윤은 발을 굴러 빠르게 접근했다.

    마법사를 상대할 때는 최대한 빨리 접근하는 것을 상식처럼 배워왔고, 그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태운은 마법사가 아니었다.

    부-웅!

    태운인 박성윤의 이동 경로로 창을 휘둘렀다.

    “큿!”

    박성윤은 허리를 크게 숙여 피했지만, 몸에 붙어 있던 관성까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몸의 균형이 크게 무너진 그를 확인한 태운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폭창!”

    태운은 한걸음 크게 물러나며 창을 찌를 공간을 마련했다.

    충분한 거리가 생기자 체중을 앞으로 옮기며 박성윤의 심장을 노렸다.

    “읏, 프로텍트!”

    그가 3중으로 프로텍트를 전개했지만 태운의 힘과 마력이 담긴 폭창은 그 프로텍트를 전부 박살 냈고.

    “크억!”

    한참이나 약해진 폭창이 그의 가슴팍을 강타했다.

    그러나 많이 약해진 그의 창에도 한 사람의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의 힘은 담겨 있었다.

    “화폭, 마나 스킨!”

    폭창을 막아내느라 메테리얼을 전부 소모한, 메테리얼을 다시 생성하고 유지할 집중력을 찾기도 힘든 박성윤의 등에 화폭으로 만들어진 마나 파편들이 꽂혔다.

    위력이 많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거충을 잡기 위해 만들어낸 마법이다.

    일반인이 야구 방망이로 강하게 휘두르는 정도의 충격량은 담겨 있다.

    “이…이익…!”

    박성윤은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단검에 귀속된 역중력 마법을 활성화해 팔을 기형적으로 움직여 태운의 고개 밑에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밀고는 짓쳐 올렸다.

    태운은 ‘필사의 창술’이 알려주는 대로 움직여 단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오우…. 위험했다.’

    역시 방심은 금물이다.

    ‘디스펠….’

    태운은 단검에 걸려 있는 수식을 단숨에 계산해낸 후 역중력 마법을 역산, 수식을 변형해 중력 강화 마법으로 일시적인 변화를 주었다.

    쿵!

    강력한 중력에 단검을 놓을 새도 없이 땅에 처박힌 박성윤이 나지막이 말했다.

    “…항복. 졌어요.”

    그 순간 대련장을 둘러싼 결계가 풀리면서 관중석의 환성이 터져 나왔다.

    환성 속에서 박성윤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저런 걸 어떻게 이기라고…. 마스터보다 더하잖아, 저건….”

    * * *

    ‘골드 A급….’

    원래 골드 C급을 상대로 정하려 했지만 그렇게 된다면 골드 A, B반의 항의가 있을 거라는 예상 때문에 골드 A반 8위를 상대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은 전대섭이 태운을 시험하려는 것뿐이다.

    겸사겸사 이 정도는 해야 특별 승급의 자격이 생긴다는 것을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주기도 해야 하니까.

    “내가 왜 굳이 이런 걸 해야 하는 거지? 마음에 안 드네.”

    “뭐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거죠?”

    “귀찮잖아. 하암, 지금쯤이면 교실에 앉아서 잠이나 잘 때인데.”

    ‘모두 나 같지는 않네.’

    그였다면 이런 대련도 전부 자신의 경험이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그녀의 눈동자에서는 호승심은커녕 향상심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의 이름은 신가연.

    태운과 똑같이 메테리얼을 10개를 동시 유지를 할 수 있는 아카데미의 학생이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집안의 자제로 태어나 아카데미에 쉽게 들어왔고, 후에 ‘마나의 주인’이라는 신장에 버금가는 사기적인 특성을 개화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유망주다.

    ‘하지만 노력을 안 하지.’

    익스퍼트에 무려 3년이나 있었으면서 겨우 초급 마법을 떼고 중급 마법의 기초나 배우는 수준이다.

    하지만 메테리얼의 수가 다른 학생들에 비해 많아 그 정도 마법만으로 골드 A반 8위를 유지 중이다.

    저런 좋은 특성이 향삼심도 없는 나무늘보 같은 놈에게 갔다는 게 실로 안타까웠다.

    ‘한번… 밟아줄까…?’

    압도적인 패배 한번.

    그것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 될지 알 수 있다.

    힘의 차이에 무력감을 느끼고 꺾여 버리면 어차피 거기서 끝날 사람이지만, 패배를 인정하고 그것을 계기로 성장한다면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럼 수많은 사람의 눈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져 봐라.’그대로 바스러질지, 아니면 다시 일어서 더욱 큰 성이 될지.

    그건 오로지 그녀에게 달려 있다.

    “경기 시작!”

    경기가 시작되자 신서연은 생성해준 메테리얼 10개와 보조 마법 기구로 만들어둔 메테리얼 4개까지 모두 14개의 메테리얼을 사용해 마법을 전개했다.

    “파이어볼!”

    총 14개의 불덩이가 허공에 피어나자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녀를 둘러싼 화려한 불덩이가 크기를 점점 키워나가고 있었다.

    태운이 수를 부리면 전부 날아가 태운을 덮칠 것이다.

    “14개…. 많네.”

    태운이 중얼거리며 손을 들어 올렸고,

    “어딜!”

    신서연의 제어하에 있던 불덩이들이 전부 태운을 향해 날아갔다.

    아니, 날아가려 했다.

    “마법 파괴.”

    태운의 눈동자가 붉게 떠오르자,

    파-앙!

    대련장의 결계를 제외한 모든 마법이 사라졌다.

    “어…어…?”

    그녀의 주위에 남은 건 붉은빛을 띠며 반짝이는 마나 파편들뿐이었다.

    “트리플 샷!”

    태운의 짧은 캐스팅이 끝나자 30갈래의 섬광이 신서연을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었다.

    ‘자, 호랑이인지 고양이인지 한번 지켜보자고.’

    * * *

    태운의 익스퍼트 승급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모든 익스퍼트 등급의 학생들을 압도적으로 제압했으면서도 얼굴빛 하나 바뀌지 않았다.

    그 사실은 아카데미를 넘어 외부까지 알려졌고, 한국 내에서는 길을 가다가 종종 그 이름이 들려올 정도가 되었다.

    “자네, 요새 유명하더군.”

    “당신만큼은 아니죠. 자하르.”

    자하르가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학생들과 같이 연구를 진행한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고, 이에 대해 전세계 적으로 수만 개의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나와 혜연, 찬영에게 기자가 들러붙기도 했다.

    전대섭의 말 한마디로 싹 사라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자네, 승급은 어떻게 됐나?”

    “진행 중이랍니다.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하더군요.”태운은 3일 뒤에 있을 실전 훈련을 대비해 하나의 마정석이라도 더 흡수하기 위해 자하르의 연구실을 찾았다.

    “그럼 바로 시작할까요.”

    “그러지.”

    태운은 자하르와 같이 시뮬레이션 기계에 몸을 눕혔다.

    그러곤 손에 쥔 마정석의 마나를 느끼며 그것을 흡수했고, 그의 정신은 끊어졌다.

    “여긴… 숲?”

    이번에 태운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활과 각종 투척 무기들이었다.

    [키키키킥!]

    어금니가 30cm 정도 되어 보이는 원숭이가 나무를 타면서 빠르게 접근해오고 있었다.

    [살아남으십시오.]

    “이것도 참… 개 같은 임무네.”

    태운은 어리숙하게 활시위에 화살을 메겼다.

    * * *

    [‘그의 복수’를 충족하셨습니다.]

    [스탯 ‘변이된 마나’가 ‘1’ 상승합니다.]

    [스탯 ‘민첩’이 ‘12’ 상승합니다.]

    [스킬 ‘명중’을 획득합니다.]

    * * *

    “오늘은 다들 알다시피 실전 훈련이다.”

    마스터 등급을 제외하면 모든 학생이 하는 훈련 중 하나.

    인천에 있는 F급 영구 던전에서 팀을 짜서 사냥하는 것이다.

    한 팀에 한 명씩 조교가 붙어 성적을 체크하고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9인 1조, 골드, 실버, 브론즈 각각 3명씩, 뽑기로 뽑을 것이다. 팀 점수와 개인 점수가 모두 있으니 팀원이 약해서, 강해서라는 핑계는 안 나왔으면 좋겠구나.”허덕륜은 가볍게 입을 열었지만, 그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여러 상황에 대한 핑계가 통했지만, 지금은 그런 마인드로 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몬스터 중에서 최약체들이 모여 있는 F급 던전이라고는 하나 지금까지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긴장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특히 아직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지 못한 스타지에르 학생들의 객기를 막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단계였다.

    “8, 이게 무슨 숫자인지 아나?”

    태운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허덕륜의 뒤에 있는 큰 모니터에서 어떤 사진이 나올지.

    “이 F급 던전을 처음 공략할 때 죽었던 헌터들의 숫자다.”그리고 뒤의 모니터가 조용히 켜졌다.

    “꺄악!”

    “으….”

    곳곳에서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머리가 반쯤 으깨져 죽어 있는 남성 헌터의 모습이 컬러로 아주 선명하게 모니터에 떠올라 있었다.

    눈알이 튀어나와 시신경이 연결된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고 왼쪽 턱이 박살 나 오른쪽만 힘없이 오른쪽 뼈에 걸려 있었다.

    “이 사람은 마법계 능력자로 처음 던전에 들어간 F급 헌터였다. 몬스터 프로그에게 발목을 당해 쓰러진 상태에서 프로그맨의 혀에 맞아 머리가 부서져 사망했지.”몬스터 프로그는 3~40cm의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개구리, 프로그맨은 혀끝에 10kg 정도의 추가 달린 120cm 정도의 인간형 몬스터이다.

    둘 다 F급 2티어의 몬스터로, F급 던전에서도 그리 강한 몬스터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약한 축에 속한다.

    그다음은 날카로운 창에 난자당한 여성 헌터의 사진이었다.

    끔찍하리만큼 많은 자상이 여과 없이 모니터를 통해 보였다.

    “이 헌터는 F급 헌터가 아닌 E급 헌터였다. 부상당한 동료 헌터를 혼자 이송하다가 고블린 무리에게 기습을 당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부상당한 헌터도 죽었지.”사상자나 부상자에 관한 이야기는 약 10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너무 잔인한 나머지 고개를 돌려 버린 사람도 몇몇 보였다.

    “현세대의 헌터는 영웅이나 용사가 아니다. 때로는 던전 안에서 죽기도 하고 비극적으로 미쳐가기도 하지. 프로가 되고 처음으로 들어간 던전에서 죽거나 불구가 되는 헌터는 5%나 된다. 즉, 너희 중 15명이 그렇게 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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